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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26 얼빠진 표정하지 말고 (전체 수정)
작성일 : 16-10-25 09:37     조회 : 198     추천 : 4     분량 : 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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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뭐야.”

 

 

  KTX가 서서히 움직였다. 규동은 멍한 상태인 윤아에게 애써 웃으며 윤아의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윤아는 대각선으로 마주해 앉은 리하와 대현을 바라봤다. 리하는 대현의 옆에서 치근덕거리고 있었고, 대현은 싫은 기색을 띄며 팔을 치웠다. 간간히 리하는 핸드폰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뭐야, 우리랑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거였어?”

  “응.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데.”

 

 

  ‘도대현 나빠. 나한테 알려주기 싫을 만큼…….’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규동의 몸집이 창문의 절반을 가려 마음 놓고 창밖을 볼 수 없었다. 윤아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규동은 윤아의 낯선 표정에 쩔쩔 매다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윤아의 귀엔 규동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리하의 밝은 목소리와 짜증을 내는 대현의 목소리에 집중할 뿐이었다. 규동은 윤아를 더 이상 건들면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벚꽃 축제에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윤아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대현에게 팔짱을 낀 리하와 눈이 마주쳤다. 리하는 한 쪽 입 꼬리만 올려 윤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윤아의 옷을 훑어보았다. 겨자 색의 니트와 흰 치마, 단화 그리고 에코백을 맸는데, 평소보다 아담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리하는 ‘쳇’이라고 혀를 찼다. 윤아는 리하의 옷을 보고 괜한 짜증이 밀려왔다. 와이셔츠에 타이트한 치마와 굽 높은 구두가 자신의 이미지와 다르게 섹시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야, 규동이 여자한테 데이트 신청한 거 네가 처음이다. 어디 잘 놀아봐라.”

 

 

  규동은 대현이 나름 생각해서 자신을 밀어주고 있단 걸 알았다. 그런데도 대현의 말투 때문에 그 말이 응원하는 말인지, 비꼬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이규동 저 정도면 꽤 생겼잖아. 키도 저만하면 됐고. 성격도 좋고.”

 

 

  규동은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윤아는 작은 혀를 대현에게 낼름 내밀고는 규동의 팔목을 잡았다. 윤아가 규동과 먼저 자리를 뜨다말고 뒤돌아 대현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너나 실컷 놀다 어디서 넘어져라!”

 

 

  어느덧 해가 중천에 걸렸다. 윤아는 규동의 에스코트 아래 그에 맞게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행사를 취했다. 규동은 주로 유명한 맛 집과 인기가 많은 행사로 에스코트를 해주었는데, 윤아의 취향엔 맞지 않았다. 윤아는 따분함을 느끼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규동의 말을 따랐다. 규동은 마냥 즐거워했다.

 

 

  “저기, 규동아.”

  “응?”

  “설마 계속 이런 식으로 밤까지 할 거야? 너무 시간에 얽매어 딱딱 맞추는 것 같아.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하고.”

  “그, 그래? 맘에 안 들어?”

 

 

  자신을 위해 축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왔고, 행사비를 자신의 몫까지 내주었기 때문에 그저 웃기만 했다.

 

 

  “아니, 아니. 맘에 들어!”

  “다행이다. 그럼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봐. 저기 파르페 가게에 초코 파르페가 유명하데.”

 

 

  윤아는 오늘따라 분주히 움직이며 열심히 노력해준 규동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는 시계탑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불꽃 축제가 하려면 6시간이 남았다. 윤아는 한숨을 푹 쉬며 대현을 생각했다. 지금 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대하여.

 

  그 시각 대현은 갓 점심을 먹고 나서 돗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리하는 그 옆에서 도시락을 정리했다. 새벽부터 싸온 도시락이라 정리하기 버거웠다. 대현은 자신을 위해 정성을 다한 도시락을 싸줬기 때문에, 리하에게 도와줄까, 라고 물었다. 그러니 리하가 냉큼 그 말을 받아먹었다. 리하는 대현이 도와주는 틈을 타서 핸드폰을 보았다.

 

 

  -아주머니, 이른 아침에 정말 죄송합니다. / 오전 6시 20분.

  -괜찮아. 재밌게 놀고 있어? / 오전 11시 10분.

  -네. 아주머니랑 엄마는 밥 드셨나요? / 오후 12시 40분.

 

 

  대현은 도시락 옆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았는데, 문득 윤아가 떠올랐다.

 

  윤아였으면 어땠을까, 대현은 상상해 보았다. 새벽부터 도시락을 싼다 해놓고 밥도 지을 줄 몰라 쩔쩔 맸을 거였다. 당근을 잘 썰다 말고 삐끗해 손을 다쳤을 것이고, 양파를 다지다가 눈이 맵다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그리고 돗자리를 챙긴다고 해놓고 금세 까먹어, 버스가 출발 했을 때 잊었다고 갑작스레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윤아를 향해 짜증을 내며 ‘멍청이’라고 외쳤을 것이다. 밥을 다 먹고 정리할 때면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끝까지 대현의 행동을 저지했을 것이다.

 

  대현은 만약 자신이 윤아와 놀러갔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저 혼자 웃었다. 그 와중에 리하가 안절부절 해하며 답장을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서야 리하가 원하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응. 아침, 점심 꼬박 챙겨먹었어. 크게 걱정할 거리 없으니까 걱정 마.

 

 

  리하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리하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고개를 들었을 땐, 대현이 뭔가를 생각하며 웃고 있었다. 대현이 그렇게 웃는 것은 처음이었다. 리하가 무엇 때문에 웃는지 대현에게 물었다. 대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과 윤아가 놀러왔더라면……, 난데없이 규동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네 고백하는 거 도와줄게. 하지만 그 때 돼서도 고백하지 못 한다면 참는 것도 한계다. 그 땐.’

 

 

  이어서 윤아가 자신의 앞에서 규동의 손을 잡고 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대현은 갑자기 기분이 나빴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대현아, 표정이 왜 그래?”

  “그냥 기분 나쁜 생각이 들어서.”

 

 

  리하는 대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대현은 리하와 행사 주위를 다니면서 구경만 하고 쉬는 것을 반복했다. 조금만 더 지켜보면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생각이 들 때면 리하는 발이 아프다며 칭얼댔다. 대현은 현재 놓인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 너 그 구두 다음부터 신지 마라. 걷지도 못할 걸 신어서 어쩌자는 거야?”

  “그렇지만 예쁘잖아. 구두를 신으면.”

  “뭐래, 얘가. 됐다, 됐어. 저 시계탑 근처에 벤치 있으니까 거기서 쉬자.”

 

 

  대현은 투덜거리면서도 리하의 발 때문에 시계탑으로 향했고, 자신을 위해 선심 썼다는 걸 알아챈 리하는 대현의 팔짱을 꼈다. 대현이 벤치에 앉아 쉬려 할 찰나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꾸 사주지 마. 자, 돈 얼른 받아.”

  “괜찮아. 내가 내는 거야. 사양 말고 먹어도 돼.”

  “너희 거기서 뭐하냐?”

 

 

  윤아는 규동에게 돈을 내밀다 말고 옆으로 돌아보았다. 대현이 리하의 팔짱에 껴 있는 상태였다. 윤아는 괜히 심술이 났다.

 

 

  “아저씨 데이트 하시는데 방해 되서 죄송합니다.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뭐? 아저씨? 남자가 계속 사양하는 거면 여자 쪽에서 그냥 받아주는 거다. 네가 너무 그러면 오히려 성의를 무시하는 격이 되지.”

  “네가 신경 쓸 건 없잖아. 난 무시 안 했거든?”

 

 

  대현과 윤아가 또 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규동이 그 중간에 서서 그만하라고 말했다. 윤아는 대현을 무시하며 대현의 옆 벤치에 앉았다. 규동도 윤아를 따라서 앉았다. 윤아와 규동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색하게 침묵이 흐를 뿐이었다. 단지 그들은 리하와 대현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윤아는 조금은 실망한 표정으로 파르페를 다 먹었다. 그 때, 삽시간에 사람들이 시계탑 바로 밑에 모여들었다. 대현과 리하 역시 그곳을 향해 갔다. 윤아는 영문도 모른 채 점점 불어나는 인파를 지켜보기만 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려들어?”

  “이제부터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거든. 버스킹(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 무대나 각종 퍼포먼스가 있어. 그리고 지금 시간이면 연예인이 온다고 한다던데. 아이돌이래.”

  “진짜? 나도 보러 갈래!”

 

 

  윤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자, 규동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는데, 결국 윤아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가게 되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이 뜨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앞으로 더 가기 위해 서로를 밀쳤다. 규동이 윤아의 손을 꽉 잡으며 복잡한 인파에서 빠지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도 윤아는 다른 사람에게 치여 규동의 손을 놓쳤다. 윤아가 규동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규동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한편 리하는 높은 굽에 자꾸만 발목을 삐끗 한데다가 사람들 사이에 끼여, 사람들이 이동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대현은 리하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워낙 큰 키에 사람들을 밑으로 내려다보며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리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윤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윤아가 사람들에게 치여 휘청대고 있었다. 대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쩌지, 규동이를 놓쳤는데…….”

 

 

  윤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규동을 찾았다. 규동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대현이 윤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윤아는 규동인 줄 알고 뒤로 돌아보았다.

 

 

  “규동…….”

  “야, 여기서 뭐하냐?”

  “어?”

  “얼빠진 표정하지 말고 내 손 놓지 마라.”

 

 

  대현은 다른 한 손으로 사람들 사이에 틈을 벌렸다. 그리고는 윤아를 더 세게 잡고 앞으로 전진 했다. 윤아 혼자였음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인파에 간신히 나왔다. 대현은 주위를 살피며 규동과 리하를 찾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윤아는 숨을 헐떡이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손을 보았다. 대현이 무의식중으로 윤아의 손을 세게 잡고 있었다. 윤아가 조심스레 아프다고 말하자, 대현은 당황해하며 손을 떨쳐냈다. 윤아는 핸드폰을 꺼내어 바탕화면을 열었다.

 

 

  “와 우리 나이에 아직도 2G 쓰는 사람도 있냐?”

  “뭐, 뭐? 나름 몇 년 동안 잘 버텨온 핸드폰이거든!”

 

 

  몇 년 전, 윤아가 심리 치료를 받는 동안에 외삼촌이 윤아의 아빠 몰래 연락할 수 있도록 급하게 만들었던 핸드폰이었다. 너무 급하게 만드느라 핸드폰의 기종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윤아는 로제와인에 들어서기 전에 핸드폰을 바꿀 생각을 했는데, 최신 기종이 워낙 비싼지라 여태까지 그대로 쓰고 있었다.

 

 

  “야, 권리하한테 전화해봐.”

  “리하? 나 걔랑 안 친해서 번호 몰라. 네 핸드폰으로 전화해봐.”

  “나 핸드폰 집에 놔두고 왔어.”

  “왜?”

  “권리하가 하도 아침에 연락 와서.”

  “허, 나랑은 연락 한 번도 안 해봤으면서 리하랑은 많이 하나 보네?”

  “너 어째 말투가 비꼬는 것 같다?”

 

 

  윤아는 괜히 심술이 났다. 자신과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던 대현이, 리하와 수많은 연락을 했을 거란 생각에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 윤아는 섭섭한 마음에 대현을 똑바로 응시했다.

 

 

  “리하 때문에 핸드폰 놔두고 왔다는 사람이 왜 리하부터 찾아?”

  “걔는 나랑 여기 같이 왔으니까. 게다가 힐을 신어서 인파에 휩쓸리면 위험하다고.”

  “아아, 이제는 리하의 걱정까지?”

  “임윤아.”

 

 

  쌀쌀맞은 대현의 목소리에 윤아는 움찔거렸다. 윤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대현을 바라보자, 대현은 골머리를 앓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 규동이 번호는 알 거 아냐. 지금 규동이한테……."

 

 

  대현이 윤아의 핸드폰에 손을 뻗을 찰나, 인파가 더 불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대현을 밀쳤다. 윤아가 쥐고 있던 핸드폰이 대현의 손에 부딪혀 떨어졌다. 윤아가 핸드폰을 주우려 하자, 연예인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경호원으로 인해 뒤로 밀려나 윤아를 덮치려고 했다. 대현은 윤아를 일으켜 세우며 윤아를 밀치고도 사과하지 않은 사람에게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애 밀치지 마요. 사과도 안 해요?”

 

 

  여자는 대현을 위아래로 흘긋하더니 윤아를 보았다. 대현의 눈치를 보곤 고개를 까딱하며 윤아에게 사과했다. 대현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녀를 두어번 더 노려보곤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윤아를 놔두고 인파 속으로 성큼 들어가 윤아의 핸드폰을 찾아왔다. 윤아의 핸드폰은 멀쩡했으나 꺼져 있었다. 윤아가 핸드폰 전원을 켰다. 80 퍼센트였던 배터리가 1 퍼센트로 되었다. 핸드폰이 큰 충격으로 방전된 것이었다. 윤아는 핸드폰이 꺼지기 전에 규동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대현은 윤아의 초조한 얼굴을 보더니, 오히려 자신이 더 초조하게 되어 윤아의 핸드폰을 뺏어 받았다. 규동과의 신호가 연결되었다. 대현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이규동……."

 

 

  규동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핸드폰 전원이 꺼졌다. 윤아는 핸드폰을 멍하게 바라볼 때, 대현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였다.

 

 

  “이래선 이규동한테 전화할 수도 없잖아. 여기 무슨 센터 없냐? 사람 찾는 센터.”

 

 

  스피커에서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웅장하게 퍼졌다. 그에 맞춰 사람들의 환호성이 온 축제를 덮었다. 워낙에 시끄러운 터라 윤아는 대현의 질문을 들을 수 없었다. 대현이 다시 한 번 윤아에게 물었다. 그런데도 윤아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단 얼굴로 ‘뭐라고?’를 연신 외쳐댔다. 대현이 윤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윤아의 귀에 다시 한 번 질문했다. 그제야 알아들은 윤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윤아도 처음 와본 대규모 축제라 어디에 어떤 부스가 있는지 몰랐다. 노래와 환호성이 점차 심해졌다. 대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한쪽 손으로 귀를 막았다.

 

 

  “뭐, 규동은 권리하의 핸드폰 번호를 아니까 둘이 어떻게든 만나게 되겠지. 규동이가 전화 받았을 때 걔 이름만 말했지만, 그래도 내가 네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았으니까 우리가 같이 있단 걸 알 거고.”

  “정말 괜찮을까? 그 둘이?”

  “그렇게 생각해야지. 근처 센터에 가보자.”

  “우리 둘만?”

  “우리 둘이 계속 여기 있어서 뭐해. 핸드폰도 없는데.”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현은 윤아의 손을 슬며시 잡고 말했다.

 

 

  “나 놓치지 마.”

 

 

  조금은 부끄러운 얼굴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윤아였다. 아이돌 콘서트에,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오후라서 어딜 가도 인파는 대단했다. 드넓은 곳에 찾기란 쉽지 않아서 몇몇 길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그 사람들도 축제를 즐기기로 온 관광객들이라 모른다며 손을 가로저었다. 그러다 축제를 위해 모집했던 봉사 활동단을 발견해 겨우 센터까지 안내를 받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데 방송할 수 있나요?”

 

 

  윤아는 대현의 뒤를 따라 빼꼼 고개를 내밀어 안내원에게 인사를 했다. 다행히도 대현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규동과 권리하의 이름이, 방송을 들었다면 센터로 찾아오라는 말이, 축제 곳곳에 퍼졌다. 윤아는 주변을 둘러보다 한 봉사위원 할아버지가 2G 핸드폰을 쓰는 모습을 발견했다.

 

 

  “저, 죄송한데요. 혹시 이 핸드폰 충전기 있으세요?”

 

 

  방송이 끝나고서야 대현과 윤아는 한시름 놓은 듯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센터의 입구를 잘 볼 수 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윤아는 그들을 찾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그로 인해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허공을 바라보는 것으로 표현했다. 대현은 그런 윤아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주변의 음식 부스에 가서 핫도그와 음료 두 잔을 사서 왔다.

 

 

  “출출하지 않아?”

  “앗, 고마워.”

 

 

  윤아는 받자마자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먹었고, 대현은 벚꽃 에이드라는 것을 먹었다. 분홍빛이 도는 에이드에 빨대 부분엔 벚꽃 조화가 몇 송이 붙어져 있기에 벚꽃으로 만든 에이드라고 생각해서 샀던 것이었다. 벚꽃 에이드는 꽤나 신선해서,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샀던 것이었는데.

 

 

  “에이, 그냥 레몬 에이드에 분홍 색소 넣은 거였네.”

  “아 정말?”

 

 

  윤아도 에이드를 먹었는데 대현의 말이 맞았다.

 

 

  “이거 사기 아니냐?”

 

 

  대현이 온갖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윤아가 크게 웃었다. 표정은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초콜릿을 주겠다고 해놓고 주지 않아 삐진 것 같았다. 대현은 에이드에 꽂힌 벚꽃 다발을 한 송이씩 갈라, 이것 때문에 벚꽃 에이드라고 한 거냐 라고 다시 한 번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 조화들을 윤아의 뒷 머리카락에 꽂았다.

 

 

  “너 쓰레기 버리기 싫어서 나한테 꽂는 거지?”

  “아, 아니. 그 왜 SNS에 나오는 그 머리 있잖아. 화관? 꽃 머리?”

  “그게 뭐야.”

 

 

  ‘혹시 예쁠까 해서 꽂은 건데.’

 

 

  “그나저나 큰일이네, 얘들은 방송을 못 들었나? 한 시간이 지나가는데 비슷한 사람이라도 보이지 않네.”

 

 

  때마침 윤아가 머리에 꽂힌 꽃을 떼려다말고 한 봉사 위원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부르는 것 같은데 맞지?”

 

 

  대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 먹은 음식 박스를 버리고 센터 안으로 돌아갔다.

 

 

  “일행은 아직 소식이 없고요, 핸드폰은 충전이 다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윤아는 핸드폰을 열자마자 어마어마한 규동의 부재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곧바로 규동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아야 무사하지? 어디 있어?

 

 

  규동은 애당초 그 어마무시한 인파속에 대현이 윤아를 향해 가는 것을 발견했었고, 자신의 근처에 비틀대던 리하를 발견했었다. 리하가 신고 있던 굽이 깨져서 발목을 접질린 바람에 계속 함께했었다.

 

 

  “우리 센터에서 너희 찾는 방송했는데 못 들었어?”

  -아, 그랬구나. 나는 리하 상태가 안 좋아서 결국 우리 둘이 먼저 KTX 타는 곳으로 왔지.

  “그럼 바로 가는 거구나.”

 

  -미안해. 같이 보내자고 해놓고 부상당한 애가 혼자 가겠다고 하는 걸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같은 팀인 애기도 하고. 대현이가 네 쪽으로 가는 걸 봐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

  “음, 나도 가야하는 건가. 축제 좀 더 즐기고 싶었는데…….”

  -그럼 대현이 잠깐 바꿔볼래?

 

 

  윤아가 대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대현은 휴대폰을 물려받았다.

 

 

  “어, 규동. 너희 어디야?”

  -나는 리하가 발 상태가 좋지 않아서 먼저 KTX에 있어. 우리는 곧 오는 걸로 탈거야. 윤아가 축제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불꽃축제에 되게 기대하고 있단 말이야. 네가 윤아랑 보고 와.

  “불꽃축제는 밤에 하는 거 아냐? 막차 놓치면 어떡하려고. 근처에 머무르고 내일…….”

 

  -아니! 절대로 안 되지! 그건! KTX는 끊겨도 고속버스 터미널에는 밤 11시에서 1시까지 정각마다 오는 버스 있으니까 5시간 걸린다고 해도 꼭 타고 와!

 

 

  규동이 하룻밤 같이 자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말하자, 대현도 당황한 듯 언성을 높였다.

 

 

  “야, 미, 미쳤냐! 같이 안 자!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 근처에 머무르고 내일 갈 수도 없잖아라고 말하려 했다고!”

  -아…….

  “…….”

  -그, 그래. 그럼 보고 와. 윤아 많이 기대했으니까.

 

 

  대현이 전화를 끊었다.

 

 

  “우리끼리라도 즐기고 밤이나 새벽에 있는 고속버스 타고 집 가자.”

  “괜찮을까?”

  “괜찮아. 이미 규동이 그러라고 한 거고. 가자.”

 

 

  그 말에 신이 난 윤아는 먼저 앞서 나간 대현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센터에서 꽤나 떨어진 곳으로 갔는데, 그곳엔 체험 행사가 많았다. 즉석으로 일반 사람들이 버스킹 단체와 춤을 추어 상품을 받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문제를 맞히면 상품권을 주기도 했다. 윤아는 수많은 행사 중에 발길이 가는대로 참여를 했다. 포토존 기계를 이용해 사진을 찍거나, 철길을 걷기도 했고, 사격 이벤트, 문제를 맞춰 상품을 받거나, 각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특산품인 벚꽃에 관련된 음식을 먹으며 맛에 대해 평가를 하기도 했다.

 

 

  “여긴 빵이 좀 질기네.”

  “폭신하거나 아니면 아예 쫀득하거나 둘 중에 하나로 확실하면 좋겠다.”

  “내 말이.”

 

 

  대현이 윤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게 이 빵의 특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여기 빵집만 그런 듯.”

 

 

  대현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피곤했는지 뻐근한 어깨를 으쓱였다. 윤아가 걱정스러워 하는 눈빛으로 대현에게 쉬자고 권유를 했다. 대현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다른 곳을 살펴보았다. 저 멀리서 유독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보였다. 윤아도 그것을 보았는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윤아는 지칠 틈이 없는 듯 했다. 대현은 살짝 입 꼬리를 올리다말고 윤아를 이끌어 그곳으로 향했다.

 

  카메라가 찍히는 소리가 들렸다. 윤아와 대현은 빼곡하게 둘러싸인 사람들을 해치고 상황을 바라봤다. 한 커플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윤아가 옆에 있던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

 

 

  “즉석으로 앨범을 만드는 행사예요. 사진작가가 알려주는 포즈나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사진으로 찍어 즉석으로 포토샵을 해주고 간이 앨범을 만들어줘요. 비싼 가격이지만 추억을 남기기엔 제일 좋아요. 이렇게요.”

  “우와, 예쁘네요. 죄송한데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네. 얼마든지요.”

 

 

  윤아는 여자에게 건네받은 앨범을 보았다. 앨범이라 치곤 얇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여러 장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여자는 남자친구가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해, 사진작가가 정해준 자세를 취해서 찍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한 티가 나지 않았다. 윤아는 얼마나 비싼지 궁금해, 사진작가 옆에 놓인 입간판을 보았다.

 

 

  “비, 비싸네요.”

 

 

  윤아가 여자에게 앨범을 돌려주며 말했다. 대현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가격이라 당황했다.

 

 

  “네. 거기다가 인기가 많다보니 미리 예약을 해놔야만 오늘 촬영하고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사랑하세요!”

  “네. 그쪽도 예쁜 사랑하세요!”

 

 

  윤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판단하고 대현을 바라봤다. 대현의 놀란 표정을 바라보니, 자신이 들었던 말이 잘못 들은 게 아니란 걸 확신하게 되었다. 윤아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사진작가가 촬영하는 것을 다시 지켜보았다. 머지않아 사진 촬영이 끝났다. 동시에 행사장 건너편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자, 촬영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촬영했던 분은 미스 로드가 끝날 때 행사장으로 다시 찾아와주세요!”

  “미스……, 로드?”

 

 

  사진작가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서둘러 행사장 건너편으로 향했다. 윤아와 대현은 영문도 모른 채 가만히 서 있다가 사람들의 뒤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행사장에 도착했을 무렵, 대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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