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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24 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 둘의 평화로운 날
작성일 : 16-10-24 22:40     조회 : 108     추천 : 4     분량 : 7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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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프랑크 소시지 오늘이 마지막 세일입니다! 원 플러스 원에 소스까지 드립니다!”

  “규동아, 규동아! 우리 저거 사자. 응? 응?”

  “지금부터 반값 세일 하겠습니다! 어서들 사가세요! 한정판입니다!”

  “대현아, 대현아. 저건 꼭 사야 해!”

 

 

  대형마트에서 돌아다닌 지 어엿이 1시간이 지났다. 혼자 잔뜩 신이 난 윤아는 곳곳을 돌아다닐 때마다 장사꾼들의 말에 현혹되어 카트기에 집어넣었다. 윤아가 이번엔 수입 과자 코너를 향해 가기 위해 카트기를 잡고 끌자, 대현이 윤아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는 윤아가 사재기하려던 제품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윤아에게 건넸다.

 

 

  “이거, 이거, 이것도 다 원래대로 갔다 놔. 뭐야, 반값 수저 세트? 이딴 건 왜 샀어. 도로 갔다 놔!”

  “그럼 이거 다 갖다놓고 청포도 사도 돼?”

  “청포도?”

  “응.”

  “청포도오? 이게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요즘 청포도가 얼마나 비싼지 몰라? 빨리 갔다 놔!”

 

 

  윤아는 입을 툭 튀어내며 제품들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 규동이 윤아의 뒤에 서서 양 어깨를 잡고 멈춰 세웠다.

 

 

  “대현아, 오늘은 윤아 먹고 싶은 거 사주자.”

  “우리가 돈 그렇게 많은 줄 아냐?”

  “응. 돈 많잖아.”

  “잔말 말고 얼른 사고 집에 가서 밥 좀 먹자. 배고프다.”

 

 

  대현은 손 사례를 치며 다른 코너로 향하다 말고 멈췄다. 윤아가 먹고 싶다던 청포도가 보였다. 대현은 청포도의 상태를 보다가 윤아를 바라봤다. 윤아의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 대현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대현은 콧방귀를 뀌며 다른 코너로 갔다. 규동은 심술 난 윤아를 달래며 대현의 뒤를 따랐다.

 

 

  집에 돌아온 그들은 각 맡은 분담을 하였다. 그 중 윤아는 요리였는데, 도마 위에 재료를 놔두고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물을 마시러 온 규동이 오도카니 서 있는 윤아를 불렀다.

 

 

  “뭐해? 요리 안 해?”

  “하, 할 거야!”

 

 

  윤아는 급히 칼을 쥐었다. 그리고는 대파를 자르는 시늉을 하다가, 칼을 놓았다. 규동을 불렀다.

 

 

  “저기 있잖아.”

  “응?”

  “나 긴히 할 말이 있는데…….”

  “무슨?”

  “고백…….”

  “응?”

 

 

  규동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이 붉어진 윤아를 보았다. 순간 규동의 심장이 뛰었다.

 

 

  “나 요리 할 줄 몰라.”

  “아…….”

 

 

  대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밥 먹는 내내 윤아를 놀렸다. 윤아는 대현이 집으려던 소시지를 낚아채며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했다. 대현이 윤아가 집으려던 반찬을 집으려고 하자, 윤아는 자신의 젓가락으로 대현의 젓가락을 쳤다. 규동은 서로 이간질을 하는 대현과 윤아를 말렸다.

 

 

  “앞으로 요리는 내가 담당할게. 윤아 넌 설거지 담당해.”

  “으응. 미안해.”

  “아냐. 괜찮아. 그리고 얘들아, 미안한데 나 내일 할머니 댁으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

  “내일? 휴일은 이틀 뒤인데?”

  “그렇긴 한데,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데.”

 

 

  대현이 밥을 숟가락으로 퍼서 입으로 넣으려다 그만두고 물었다.

 

 

  “뭐? 정말? 그럼 너 왜 이러고 있어. 진작 갔어야지!”

  “나도 방금 알았어. 장을 다 보고 나서 알았거든. 마스터한테는 내가 따로 말했으니까 휴일 동안은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아.”

  “그래. 알았어. 뭔 일이 있든 없든 나한테 연락해줘.”

 

 

  규동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새벽이 되었다. 규동은 캐리어를 잠그고 1층으로 내려갔다. 벌써부터 대현과 윤아가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규동을 포함한 그들은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규동은 6시 45분 표를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은 뒤, 윤아와 대현을 돌아보았다.

 

 

  “이른 시각에 이렇게 배웅해줄 필요 없는데…….”

  “걱정되니까.”

 

 

  규동은 가만히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윤아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규동은 싱긋 웃어 보이며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현은 그것을 보며 헛기침을 하곤,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규동의 손을 치웠다.

 

 

  “빨리 가. 곧 있으면 차 출발 한다.”

  “응. 너희 둘이 있다고 해서 위험한 짓 하면 안 된다?”

  “뭐, 뭐?”

 

 

  윤아가 말을 얼버무렸는데, 대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 미쳤냐! 농담이라 해도 그건 심하다.”

  “장난이야. 장난. 나 정말 가봐야겠다. 나중에 연락 줄게.”

 

 

  대현과 윤아는 규동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대현은 휴대폰 화면을 통해 시계를 보고는 정류장으로 가자고 말했다. 빠른 걸음으로 타면 시내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터미널에서 빠져나와 바로 버스를 탔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 맨 뒤에 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등이 닿으니 순식간에 나른해졌다. 윤아는 멍하게 창문을 바라보다 스르륵 눈을 감았다. 대현도 잠이 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눈을 껌뻑이다가 목이 아래로 꺾여 힘들게 자는 윤아를 발견했다. 대현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어깨에 윤아의 머리를 기대게 해주었다. 그리고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집에 막 도착한 그들은 부엌으로 향했다. 대현은 냉장고에서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도마 위에 올렸는데, 계란과 대파가 전부였다. 대현과 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재료들 민폐야.”

  “…….”

  “마치 너처럼.”

  “내가 뭘?”

  “아니다. 계란찜이나 해서 먹자.”

 

 

  대현은 규동처럼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대현과 윤아는 밥에다 계란찜을 비벼 김치와 먹은 뒤, 출근했다. 출근할 동안에, 윤아는 대현에게 핀잔을 주었다. 규동은 요리를 잘 하는데 대현은 요리를 못 한다고. 그럴 때 마다 대현이 사돈 남 말이라며 노려보곤 했다.

 

 

  “리하야 수고스럽겠지만 규동이 몫도 네가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왜?”

  “너희 팀에선 네가 제일 잘 하니까.”

 

 

  천진난만한 윤아의 미소에 리하는 입을 가만히 다물고 있다가 곧 인상을 찌푸렸다.

 

 

  “싫은데? 내가 왜 걔 몫까지 해줘야 해?”

  “같은 팀이기도 하잖아. 너희 팀은 일손이 부족해.”

  “그럼 네가 해. 이제 넌 남들 것까지 해줘도 끄떡없잖아?”

 

 

  윤아는 한숨을 쉬며 알겠다고 말했다. 때마침 대현이 오븐 룸에 갔다 왔다. 윤아를 발견하고는 윤아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권리하가 싫다면 나도 임윤아 하는 거 도와야지.”

 

 

  윤아는 대현의 힘에 이끌려 자신의 팀이 일하는 조리대로 향했다. 대현은 묵묵하게 윤아가 해야 할 파이 반죽을 도와주었다. 윤아는 대현이 기특하게 느껴져 대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대현은 그런 미소가 싫지는 않은지, 고개를 돌려 씩 웃었다. 점심 시간이 되었을 때, 대현과 윤아 앞에 있던 효린과 명수가 염장 질렀다.

 

 

  “우리 효린이를 위해서 요거, 요거 만들었어.”

 

 

  명수가 효린과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서 도시락을 싸왔다.

 

 

  “우리 명수 기특해라. 우리 명수가 만들어주는 거면 다 맛있지.”

  “우리 여보 아, 해봐.”

 

 

  대현은 질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보? 여보세요, 미친 것들. 소름 돋아. 야, 임윤아. 너도 들었냐? 여보란다. 여보…….”

 

 

  대현이 윤아를 팔꿈치로 쿡쿡 찔러 불렀다. 아무래도 윤아가 대답이 없자, 대현은 고갤 돌려 윤아를 보았다. 윤아는 동경의 대상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그것에 좋아하고 있었다. 대현은 더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완전 부럽다. 서로 좋아하는 눈빛이 장난 아니야. 손도 자연스럽게 잡고. 부러워. 그치?”

  “넌 뭐 저런 거에 부러워하냐? 야, 너희 둘. 딴 곳에서 그 짓거리 해. 신성한데서 어딜.”

 

 

  대현은 심술 난 목소리로 말했다. 윤아가 대뜸 대현의 손을 잡았다. 대현은 놀라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우리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스킨십 할까?”

 

 

  대현은 그 말에 놀라 말을 버벅대며 손을 놓으라고 소리쳤다. 윤아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고 말하고는 손을 놓았다. 그 순간 대현은 손이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대현이 얼굴을 붉히며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유를 알기도 전에, 명수가 눈치를 챘다. 명수는 대현에게 보라는 식으로 효린의 손을 잡으며 염장 질렀다. 대현은 울컥한 마음에 도시락 뚜껑을 던지는 시늉했다.

 

  집에 돌아온 윤아는 거실 소파에 앉아 대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머지않아 대현이 마트 봉지를 한 아름 안고 집에 도착했다. 윤아는 대현을 반기며 봉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살짝 씩 들여다보았다. 대현은 윤아가 더는 보지 못하도록 봉지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몇몇 재료만 꺼내고 나머지 봉지에 있던 재료는 꺼내지도 않고 냉장고에 넣었다.

 

 

  “그거 뭐야? 왜 숨겨?”

  “나중에 꺼낼 거야. 건들지 마.”

  “뭔데?”

  “요리나 하자.”

 

  “뭐야. 또 계란찜해서 먹어? 규동이처럼 뭔가 만들어줘. 아니면 가정부 아주머니처럼이라든가.”

  “이게 요새 배부른 소리만 하네? 정 불만이면 네가 요리해.”

  “나 요리 못하는 거 너도 알잖아.”

  “아, 네가 해. 네가 해. 나도 몰라.”

 

 

  대현은 재료를 도마 위에 내팽겨 치고 물만 마셨다. 윤아는 재료와 대현을 번갈아 보다가 김치찌개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대현은 그것은 만들 줄 아냐며 신기하기보단 수상쩍다는 식으로 쳐다봤는데, 윤아는 그 시선을 피했다. 대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자신은 먼저 씻겠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김치찌개가 끓고 있을 무렵, 대현은 생각보다 김치찌개 냄새가 나쁘지 않자 부엌으로 향했다. 윤아는 한창 계란 프라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간단한 요리인데도 불구하고 윤아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대현은 그 틈에 봉지에 있던 청포도를 꺼내 싱크대에서 씻었다. 윤아는 계란 프라이를 다 만든 뒤에 접시 위에 올렸다. 김치찌개도 다 되었는지 가스 밸브를 잠갔다. 대현도 청포도를 다 씻기는 마찬가지, 물을 잠갔다. 대현은 물기 묻은 손을 행주에 닦고 계란 프라이의 상태를 보았다. 계란은 군데군데 검게 탄 것도 모자라 형태가 마구 일그러져 있었다.

 

 

  “계란 프라이를 하라고 했더니 폭탄을 만들었네.”

  “머, 먹으면 아무 이상 없거든!”

 

 

  이번엔 김치찌개의 상태를 보기 위해 대현이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김치와 파 약간, 그리고 물……, 그것이 전부였다.

 

 

  “대책 없다…….”

 

 

  김치찌개는커녕 김칫국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대현은 어째서 냄새가 좋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현은 국자에 국물을 살짝 떠서 마셔보았다. 쓴맛과 짠맛, 매운맛이 난 것도 모자라 감히 설명할 수 없는 맛이 났다.

 

 

  “너 설탕은 왜 넣었냐?”

  “그냥, 뭐……, 아무 가루나 넣다 보니…….”

  “넌 여자가 어떻게, 이건 말이야. 못 먹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냐. 너 이거 먹어 봤어?”

  “응. 인정해. 나도 이거 돈 주고 먹으라고 해도 못 먹겠어.”

 

 

  대현은 식탁에 앉아 계란 프라이와 밥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숟가락을 들고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다 먹을 때까지 대현과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현이 먼저 다 먹고 일어나 싱크대에 내려놓았다. 잇따라 윤아도 일어섰다.

 

 

  “넌 요리 집에서 안 해봤어?”

  “응. 줄곧 병원에만 있어서……. 그래도 나름 처음 해본 김치찌갠데…….”

 

 

  정적이 흘렀다. 대현은 아차, 하는 생각에 윤아를 바라봤다. 윤아는 기가 잔뜩 죽은 상태였다. 대현은 머쓱하게 자신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다가 씻어놓았던 청포도를 꺼냈다. 윤아가 고개를 들어 대현을 쳐다봤다. 대현은 거참 이상한 변명이라며 시끄럽다고 말하고는, 청포도 하나를 윤아의 입에 넣어주었다. 윤아는 심술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규동이 같았으면 이것 좀 먹어봐, 라면서 부드럽게 말했을 텐데. 좀 스무드하게 굴어봐.”

  “넌 뭐만 하면 이규동이 나와? 너 이규동 좋아하냐?”

  “응. 친구니까.”

  “친구 이상으로는 아냐?”

 

 

  대현 자신도 모르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윤아는 대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대현은 대답을 듣기엔 너무나 민망한 나머지 윤아의 입에 계속해서 청포도를 물려주었다. 윤아는 대현의 팔을 잡으며 그만 주라고 말했지만, 대현은 윤아의 입 안이 가득 찰 때까지 청포도를 넣어주었다. 대현은 윤아의 볼록한 볼을 가만히 바라보다 옅게 웃었다. 눈이 동그랗고 볼이 불룩한 게 다람쥐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윤아는 대현의 미소에 넋 놓았다. 그러다 힘겹게 먹으며 말을 이었다.

 

 

  “나 위해서 청포도 사준 거야?”

  “아니. 나 먹으려고 샀는데.”

  “에이.”

  “이제 청포도 안 줘.”

  “뭐야, 더 줘.”

  “싫어. 남은 청포도 건들지 마. 건들면 너랑 얘기도 안 할 거다.”

  “쳇. 치사해. 혼자 다 먹어라 뭐. 난 내일 푹 잘 거야! 아침 안 챙겨줘!”

 

 

  윤아는 대현을 노려보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대현은 씩씩거리는 윤아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리도 못 하는 게…….”

 

 

  다음 날 오후 4시. 윤아는 자신의 말대로 푹 자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더니, 정말 자신이 그만큼 잘 줄은 몰랐다며 급히 거실로 내려갔다. 대현은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대현은 비아냥거리듯 리모컨을 돌리면서 말했다.

 

 

  “징그럽게도 오래 잤다.”

  “아침밥은? 점심은?”

  “네가 일어날 때까지 굶었지 뭐.”

  “뭐? 나 이제 계란 프라이 정말 잘 만들 수 있어! 그거라도 빨리 만들어줄게!”

 

 

  윤아가 냅다 부엌으로 뛰었다. 다급하게 냉장고 손잡이를 잡았다. 싱크대에 그릇 네 개가 보였다. 두 그릇엔 밥풀이, 나머지 두 그릇엔 고춧가루가 묻혀있었다. 대현이 윤아가 버리기로 했던 김치찌개를 혼자서 다 먹었던 것이었다.

 

 

  “뭐야, 다 먹었네…….”

 

 

  어느새 대현은 부엌에 들어와 냉장고 문에 기대어, 윤아를 마주보았다.

 

 

  “나 배탈 나면 네가 책임져.”

  “네, 네가 먹어놓고 왜 나더러 책임지래?”

  “맛있었어. 만드느라 수고 했어.”

 

 

  대현은 윤아의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말했다. 윤아는 시선을 회피하며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싫은 기색을 띄지는 않았다. 대현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따랐다. 그리고는 윤아에게 식탁 위에 있는 접시를 들고 거실로 오라고 말했다. 윤아는 보로 싸여진 접시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현은 소파에 비스듬히 걸쳐 누웠고, 윤아는 그 옆에 앉아 보를 치웠다. 접시엔 먹기 좋게 샌드위치가 있었다.

 

 

  “우와, 이거 날 위해서 만들어준 거야?”

 

 

  윤아는 대현을 똑바로 쳐다봤다. 대현은 윤아의 눈길에 마주치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며, 리모컨으로 TV의 볼륨을 높였다.

 

 

  “식사대용으로 만들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대현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윤아는 샌드위치를 탐스럽게 한 입 먹었다. 부드러운 식빵과 고소한 버터에 구운 계란 후라이, 조금은 식은 상태지만 바삭한 베이컨, 신선한 채소들이 양념되어 버무려진 샐러드가 아삭 씹히는 것이 재미있었다.

 

 

  “고마워.”

 

 

  낯간지러운 윤아의 말에 대현은 이곳저곳에 시선을 두다가 자세를 바꾸었다. 갑작스러운 벨소리가 울렸다. 대현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대현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어 화면을 보았다. 규동이었다.

 

 

  “여보세요?”

 

 

  대현은 일방적으로 규동의 말만 들었다. 윤아는 대현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대현은 윤아에게 조용하란 손짓을 하고 규동의 말에 집중했다.

 

 

  “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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