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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놈 nom
작가 : 초파기
작품등록일 : 2017.12.3

화성그룹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과장 최창배는 어느 날 비서실에 새로 온 여직원을 만난다. 여직원은 대학시절 창배를 죽자 따라다닌 서클 후배 유정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창배는 50억 원을 모으면 정아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주위에 최창배를 좋아하는 여자들 틈에서 과연 창배는 50억원을 모으고 정아는 과연 그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10. 은밀한 제의
작성일 : 17-12-05 20:55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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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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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답지 않게 비가 내리고 나자 급작스레 떨어진 기온은 열한 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벌써 양재동 유흥가의 인적을 끊어 놓았다.

 

  보통 때 같으면 대로엔 술 취한 회사원들과 그들을 유혹하기 위한 삐끼들로 넘쳐날 시간이었지만 술 취한 몇 만이 도로 쪽으로 내려가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다.

 

  열한 시 삼십 분 경 양재동 뱅뱅 사거리가 있는 대로의 화성그룹 빌딩.

 

  한 대의 소형 승용차가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웬일인지 스물네 시간 1층 입구에서 주차 통제를 하는 경비실엔 이날따라 경비원이 보이지 않았다.

 

  차는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 이윽고 지하 삼층에 멎더니 한 중년의 사내가 내렸다.

 

  조그만 차와 비대한 몸집의 언밸런스를 보여주는 사내는 멈춰 서 마치 자신을 위해 차 한 대 없이 비워 놓은 듯한 텅 빈 주차장을 잠시 살피더니 곧바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15층 버튼을 눌렀다.

 

  사내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멈춰 서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그를 앞 세워 자신의 방으로 안내를 했다.

 

  남자가 그 사내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해 갈 동안 남자의 허리는 한 번도 펴지지 않았다.

 

 

  “자, 조회장. 당신도 거기 앉으시오!”

 

 

  사내는 남자가 잠시 주춤하자 마치 자기가 그 방의 주인인양 앉으며 남자에게 맞은편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그러자 남자는 조심스레 한쪽 의자에 걸터앉았다.

 

  남자가 이처럼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그에게 앉기를 권한 사람이 바로 여당의 당 삼역 중의 하나인 사무총장이기 때문이었다.

 

  집권당의 실세인 사무총장의 뜻하지 않은 방문에 이를 극진하게 맞아들인 남자, 화성그룹의 회장 조만호는 아직도 얼떨떨한 느낌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오후에 비서실로 전화해 여 비서에게 자신의 직통 전화번호를 물어 본 후 한 시간쯤 이 지나 바로 그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때는 한 달에 한 번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 중이었는데 그의 전화를 받고 난 조만호는 마음이 들떠 서둘러 그 회의를 마치고 말았다.

 

  처음엔 비서의 연락을 받고 웬 미친놈의 장난전화인 줄 알았었다.

 

  조만호는 지금 자기 앞에 앉은 이가 정말 집권당인 청록당의 실세인 이영길 인가 실감이 나 지 않아 찬찬히 그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와 마주한 조만호의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현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그가 이 밤중에 호텔 객실에서 조용히 만나려는 자신의 제의에 아랑곳도 않고 수행원도 없이 혼자 자신의 회사를 직접 찾아온 것은 아무래도 보통 큰일이 아닐 것 만 같았다.

 

  조만호는 혹시 돈 때문에 온 게 아닐까 하다 지난번에 준 대선 자금이 상대 야당에 더 많이 간걸 생각하자 갑자기 입이 바싹 타 올랐다.

 

 

  “중국에 공장 세운 건 잘 됩니까?”

 

  “아, 덕분에 잘 되고 있습니다.”

 

  “지금 해외에서 저가품들이 쏟아져 들어와 성진 같은 업체도 죽겠다고 하는데 그거 참 다행입니다.”

 

 

  성진은 국내는 물론 빅 스타라는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적 규모의 회사다.

 

  이영길의 물음에 조만호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잘 된다고는 했지만 속으론 꼭 쓴 오이 꼭지를 씹는 기분이었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 것은 저가의 노동력으로 빅 스타 이외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다른 제품들을 잡아 독식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공장을 준공한 후 거의 칠 개월이나 지나도록 매출은 오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아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이영길의 말대로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는 데는 값싼 노동력도 뭐도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중국의 공장이 가동 후 세계 최대 컴퓨터 생산 업체인 델이나 이와 경쟁하는 HP, 게이트웨이 등 컴퓨터 제조사 들이 속속 가전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는 정보까지 나돌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영길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조만호는 담배 연기가 싫긴 했지만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려다 채신머리없는 짓 같아 그만두었다.

 

  아무리 상대가 현 정권의 실세라 해도 자기는 명색이 그룹의 회장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때만큼은 자기의 무게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만호는 긴장한 나머지 어서 이영길이 본론을 꺼내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비서가 차를 가지고 들어오자 대화는 잠시 중단되다 이어졌다.

 

 

  “조회장!”

 

  “예.”

 

  “조회장은 내가 왜 왔다고 생각하시오?”

 

  “예?”

 

  “내가 왜 이 늦은 시간에 화성에 조회장을 만나러 왔다고 생각하느냔 말이오?”

 

  “…… 그, 글쎄…… 요?”

 

 

  조만호는 이영길의 뜬 금 없는 물음에 ‘이놈아, 내가 그걸 어찌 아냐’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애꿎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조회장! 대진을 한번 인수해 보시겠소?”

 

  “네? 대, 대진이라 구요!”

 

  “하하하, 놀라시긴. 하긴 놀랄 만 한 일이니, 내가 운전기사도 없이 손수 운전해 찾아오지 않았겠소.”

 

  “…… !”

 

 

  조만호는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진 주식회사는 건설과 철강의 두 업종이 사업 부문별로 별도로 나누어져 있는 회사로 삼 대째 대물림해 오고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창업자인 김영득에 이어 아들인 김창수가 명예회장으로 나이가 있어 뒷전에 나앉고 그 손자인 김덕호가 회장으로 대표이사를 맡아 실권을 행세하고 있었다.

 

  당초 창업자인 김영득은 건설만 하다 아예 자재 파동이 나자 조그만 철근 공장을 하나 세웠었다.

 

  그러다 2대인 김창수 대에 이르러 제법 규모가 있는 공장으로 면모를 갖추게 됐다.

 

  대진 건설의 경우에도 비록 1군이 아닌 2군 업체에 머물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체로서는 해외에서 가장 많은 공사를 수행한 업체였다.

 

  조만호가 알고 있는 대진은 대략 그 정도였다.

 

  김창수 명예회장이야 언젠가 모임에서 한 두어 번 만난 적이 있긴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다.

 

  그는 낯가림이 심해 대외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길 상당히 꺼려 했다.

 

 

  “조회장이 인수하시오! 이런 좋은 일이 없을 거요.”

 

  “아, 아니…… 멀쩡한 기업을 왜…… ?”

 

  “다 할 만하니까, 얘기하는 거요. 대진은 이미 부채비율이 150 프로를 넘어섰소. 더 이상 자세한 건 얘기할 수 없고.”

 

  “허, 그거 참!”

 

 

  조만호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라 더니, 갑작스레 찾아와 멀쩡한 기업을 인수하라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랐다.

 

  그렇다고 상대가 상대인 만큼 의심할 여지는 물론 없는 일이겠지만, 화성그룹보다 더 크고 재무구조가 단단한 다른 그룹들을 제쳐두고 자신에게 와 인수하라고만 하니, 이거야말로 어떻게 된 건지 모를 일이었다.

 

 

  “허 참…….”

 

 

  조만호는 그저 입맛만 쩝쩝 다시며 앉았다.

 

 

  “조회장. 황금 알이요, 황금 알! 이건 길 가다 그냥 금 덩어릴 주워 들이는 격이오. 내 한 가지만 더 얘기하리다.”

 

 

  이영길은 조만호가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자 보기 딱하다는 듯 덧붙여 얘기했다.

 

  “만일 이게 성진이나 현대, 엘지 같은 큰 그룹으로 간다면 어쩌겠소? 노총이나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서 특혜라고 들고일어나 떠들어 대지 않겠소? 만에 하나 이런 비난받을 여지까지 다 생각해 넣은 거요. 그래서 우리가 여러 차례 모여 고심한 끝에 뒤탈이 없게 알짜 그룹인 화성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을 하게 된 것 이란 말이오. 알겠소?”

 

  조만호는 ‘우리가…’ 란 말속에는 대통령도 들어가 있는지 궁금했으나 그건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뭐요?”

 

  “그럼 대진은 단순히 부채로 재무 상황이 악화돼 그러는 겁니까?”

 

  “…… !”

 

 

  이영길은 갑작스러운 조만호의 물음에 갑자기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부채 비율이 그 정도라면 타 동종업체에 비해 그렇게 높지가 않을 텐데. 왜 하필…….”

 

  “조회장!”

 

  “아, 예.”

 

 

  이영길이 자신을 부르자 조만호는 앉은 채로 굽실거렸다.

 

 

  “실은…… 김덕호가 외화 밀반출로 걸려들었소. 그간 그가 자기 아버지 몰래 외화를 반출해 해외 각지에 부동산을 사들인 돈이 거의 5천만 불이 나 되는 게 국정원 해외 망에 포착이 됐소. 이게 결정타가 돼 대진은 이제 조용히 끝나게 되는 거요. 이미 김덕호 그 자의 아버지인 김창수 명예회장과는 이야기가 다 끝난 상태요. 김창수는 아들 잘못 둔 탓으로 돌리고 이제 이곳을 정리해 일가가 모두 조용히 미국으로 들어가 살겠다고 했소.”

 

  “…….”

 

  “자, 결정을 내리시오. 부채를 제하고 나면 조회장에 그리 큰 부담은 없을 거요. 사실 건설도 그렇고 철강도 조회장이 잘만 하면 전부 알짜배기들 아니오? 이거야 조회장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조만호는 이영길의 말을 들으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가령 대진이 정치 자금을 조금 냈거나 분명 뭔가 새로 출범한 정권에 밉보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김창수의 아들 김덕호의 외화 밀반출이 걸려들자 그것을 빌미로 죽이려고 작정한 게 아닌가 추측했다.

 

  어찌 됐든 이것 은 후에라도 말썽이 일어 날 소지만 없다면 이영길이 말마따나 길 가다 금덩이를 주워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대박을 맞는 일 이었다.

 

  우선 건설 쪽만 해도 잘만 하면 건설 사 끼리 국내 공사로 박 터지느니 대진이 닦아 놓은 것을 발판으로 해외 쪽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특히 철강 공장에서 철근만 뽑아내면 수요가 모자라는 판에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조만호는 이럴수록 만에 하나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사를 해 봐야겠지만 이영길의 말대로 부채를 떠안고 나머지 들어가는 자금이야 굳이 자기 비자금을 생각지 않더라도 회사 여유 자금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란 생각을 했다.

 

  이렇게 속으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고 나서도 조만호는 그래도 당장 쉽게 끌리는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허허, 이거 총장님께서 그렇게 신경을 써 주시니 황송해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할지. 하지만 말미를 좀 주셔야겠습니다. 우리도 자금 동원을 얼마나 할 수 있나 도 좀 알아봐야 하고…… .”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난 조만호는 이제 어느 정도 칼자루가 이쪽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해 서서히 목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조회장! 화성그룹의 재무상태도 알아보지 않고 우리가 어찌 이런 제안을 했겠소.”

 

  “그런가요, 허허. 어쨌든 이제 곧 총선도 있고 하니…….”

 

 

  조만호는 슬쩍 복선을 깔아 놓았다. 오늘의 화성이 있기까지 기업하면서 30여 년을 눈치로 살아온 그였다.

 

 

  “그럼 한 일주 일 정도, 아니, 아예 한 십 일 간 말미를 주리라.”

 

  “고맙습니다. 그럼 그 안이라도 결정해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죠.”

 

  “저는 그럼 되는 걸로 알고 그렇게 추진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조만호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 이영길을 배웅했다.

 

 

  “오늘 늦게까지 수고했다.”

 

 

  조만호는 그때까지 퇴근 않고 기다리던 정아를 불러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조급히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매일 결재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던 밖이 쥐 죽은 듯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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