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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희미한 불안과 볼에 피어나는 빨간 꽃
작성일 : 17-07-25 03:30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1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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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늦어진 밤- 그녀가 시계를 올려다 볼 때 쯔음 나는 이제 그녀를 집에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 솔직하게 가지 말았으면 했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맘을 품은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걸음을 떼기만도 벅찼기에- 그리고 그 걸음을 하임이 힘겹게 같이 걸어준걸 알았기에

 

 

 

 성급하게 굴 생각따위 없었다.

 

 

 그래도 보내기 싫은건 사실이었다.

 

 

 

 

 그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냥..... 떨어지고싶지가 않아서

 

 

 

 

 

 

 

 

 결국엔 내 시선을 느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되게 웃기네요-

 

 

  내일도 볼 꺼고-...... 바로 옆집인데.........."

 

 

 

 그녀의 눈은 따뜻하다- 여전히- 변함없이-..

 

 

 

 

 "왜 이렇게 애틋하죠? 처음하는 연애도 아닌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따위의 사람에게 연애라는 달콤한 라벨을 붙인다.

 

 

 

 너무나 달콤한 라벨을- 감사하다 못해 녹아내리는 그런 이름을-

 

 

 

 

 그 아무렇지도 않음에 난 설레이고- 또 안타깝다-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답답함이

 

 가슴을 압박한다.

 

 

 

 그러나 언제나 느껴온 죄책감의 무게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세월에 켜켜이 쌓인 먼지의 무게같이.......

 

 가벼우면서도 짙고... 짙으면서도 무거운.. 이상한 죄책감-

 

 

 

 

 

 "처음하는 연애는 아니지만, 당신같이 어렵게 만난 사람은 처음이니까-"

 

 내가 물색도 없이 고백하자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언제나 그녀를 대할때면 느끼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어떤 , 몸속의 기관을 쓰는 듯한 .. 내 것인데도

 

 

 어색하기 그지 없는 ...

 

 사랑의 느낌.... 아주 오랜시간 쓰지 않은 기계처럼 ... 그것은 먼지가 까맣게 두터운 이불처럼 쌓여 있고

 

 

 

 그것을 걷어내고 쓰기 시작하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멈추는 일이 없어- 그 느낌이 내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는데.... 이젠 오히려 움직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아주-

 

 이상하지만, 싫지는 않은...

 

 

 

 

 "당신과 하는 연애가... 처음하는 연애가 아니라서- 다행인거 같아요-"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내 연애가 아니라 그녀의 연애가 처음이 아님을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녀는 시간에 따라.... 시간이 지나 변색되어 버렸다던 저번 연애 끝에- 아주 아름답게 쓸린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흠집이 아니라 시간이 새겨 준 어떠한 문양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더 좋았다.

 

 

 그녀는 아픔도 알고 있었고

 

 

 그녀답게 따뜻함도 알고 있었다. 그때 그 남자는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하임이 남들에게 마음을 아낌없이 써서-

 

 날서고 어두운 아이로 변했다고... 하지만 그 말은.. 아무리 그 남자가 하임을 오래 알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었다.

 

 

 

 

 그녀를 모르는 말이었다.

 

 

 

 

 이 여자는 모든것을 겪으며 사려 깊어졌고 신중해 졌다. 적어도... 지혁 자신이 느끼기엔 그랬다.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아쉬운 듯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하루에 몇번이나 그녀의 얼굴에 닿는 손-....

 

 

 

 한동안 이러고 싶었다.

 

 

 

 아니 아주 오랫동안 그랬다. 그녀의 볼을 쓸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숨결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었다. 감히... 감히 그런 생각조차 못했다.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그녀는 내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동작이 생각보다 간결해서...

 

 내 마음이 왠지 헛헛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 그런 맘 조차 헤아린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건냈다.

 

 

 

 

 "이제 책도 완성 다 되어가구... 당신도 글도 써야죠- 우린 오래 같이 있을수 있으니까- ... 내일 또 보면 되죠-

 

 그러니까 섭섭해 말아요- 알았죠?"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투가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 듯 했으나.... 그 말투는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스스로를 다 잡는 것처럼..... 그렇게 들려서 나는 웃었다.

 

 

 

 그래... 내일 또 보면되지

 

 

 

 우리에게는.... 적어도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잖아.....

 

 

 내일이 없는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서 나는 내일이 언제나 돌아온다는 것 까지도 잊은 것 처럼

 

 

 

 

 그녀에게 종일, 매달려 있었다. 그녀에게 바싹 붙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 손을 꼭 잡고서- 그녀는 내 손안에서 꼼지락 꼼지락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 댔다.

 

 문을 열자 그녀는 잠시 머뭇머뭇 거리다가 내가 이상해서 쳐다보자 그녀는 내 볼에다 쪽 하고 도둑 뽀뽀를 하고는

 

 

 후다닥 자신의 집 문을 열고 톡 하고 들어가 버렸다.

 

 

 

 

 

 난 웃을수 밖에 없었다.... 볼에 남은 그녀의 입술자욱이 뜨겁다기보다 따뜻했다.

 

 불타오르는 사랑은 아닐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너무나 따뜻했다.

 

 

 

 불 타오르는 감정은 식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우리는 아주 따뜻했다. 사람의 온도처럼

 

 맞잡은 손의 온도처럼..

 

 

 

 그러니 아주 오랫동안 따뜻하리라-...... 나는 그렇길 소망했다.

 

 

 

 

 얼음처럼 차갑던 가슴은 그녀의 숨이 불어 넣어지자 마자 너무나 따뜻했다.

 

 마치, 심장을 얻은 양철 깡통처럼.... 그가 얻은 것은 사실 이야기 속에선 진짜 심장이 아니었지만....

 

 나는 진짜 , 심장을 얻은 것 만 같았다.

 

 

 

 

 

 가슴속의 열기가- 손으로 번저- 나는 내 볼을 , 살짝 만져 보았다.

 

 그녀의 입술자욱을 시작으로 뺨에도 빨갛게 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

 

 

 

 

 

 하임은 집으로 돌아왔다. 뺨에 입 맞추고 문을 닫고는 홧홧한 볼을 쓸며 자신도 모르게 의자를 찾아 앉았다.

 

 미치도록 설레였다. 그와 있을때도 지금도..... 우리가 정말 사귀고 있는게 맞을까

 

 

 나는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안심이 됬다.

 

 

 

 

 이게, 작약과의 연애.....

 

 그토록 원하던 그와의 연애..

 

 

 

 

 

 그런걸까...

 

 손에 닿을수도 없을만큼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스스로 내 곁에 다가서자 나는 너무나도 설레였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을 잡고- 그 깊고 아름다운 눈을 내게 떨어지지않고 맞춰 주었다.

 

 

 그의 볼이 입술에 닿을 때는 도무지 현실같지 않을 만큼 그는 아름다웠다. 짙은 머리카락 사이의 하얗디 하얀 얼굴-

 

 

 그리고 놀란 얼굴- 그러나 전처럼 놀라고 화난 얼굴이 아닌, 놀라고- 웃음이 번져나는 얼굴-

 

 

 그는 내내 날 끌어 안고 손을 잡고-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으면서 마치 언제나 그랬던 일처럼 날 멀리 떼어두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게도 이젠 작약의 향기가 났다. 그게 그에게서 묻어난 거라고 생각하니

 

 몹시도 섹시하게 느껴졌다. 얼굴에서 목선을 따라 풍기는 그의 꿀같이 달콤한 향기-

 

 그리고 금방 그가 그리웠다. 더 이상 붙어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일어난 거였는데-

 

 사실 딱 붙어 있고 싶었다. 어떻게 얻은 그의 곁이던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그러면 안될것 같았다.

 

 

 

 우리의 집은 바로옆이었다. 같이 오래 있으면.... 나는 괜찮지만 이 사람이 질려버릴까봐 왠지 겁이 났다.

 

 

 

 그는 오래 글을 다시 쓰지 않았다. 다음 글은 아예 다른 장르일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더 방해할순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내일 또 보면 되지, 그러면 되는거야-"

 

 하임은 혼자 중얼거린다.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듯이..

 

 

 

 

 그러고는 자신도 작업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창문을 살짝- 열어둔다-

 

 

 

 그가 나오면 금방 알아챌수 있도록-

 

 

 그는 그가 늘 그랬듯이 짙은 커피향으로 자신을 알릴 것이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책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내내도

 

 

 작약의 얼굴을 떠올린다.

 

 

 왜 예전엔 그를 잘 몰랐을까- 더 알수도 있었는데... 생전 웃질 않으니 웃는 모습은 잠깐 잠깐 밖에 볼수가 없었다.

 

 

 

 그래서 얼굴 표정이 늘 차가운 사람인줄만 그렇게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는 내게 고백 한 뒤 스스로 오만과 거짓된 차가운 감정을 벗어 던져 버렸고

 

 그 안의 표정이란 정말 부드러웠다. 흰 피부에 아기같은 표정이 드리우자 그는 얼어있던 땅에 봄이 들듯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를 어루만졌다.

 

 

 

 그의 눈은 본능적으로 나를 쫓았다. 왜 이제껏은 한번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래서 왜 내 애를 태웠을까.....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줄은 자신도 몰랐다.

 

 

 싸늘한 가을의 바람이 창으로 든다. 곧 겨울이 오겠지- 그와 함께하는 겨울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었다.

 

 

 

 

 연애는 이랬다. 그랬다. 이토록 설레는 거였다. 한시도 못보면 안될것 같은거- 끊임없이 가슴께가 간질간질한것

 

 그 사람의 모든걸 알고싶은.... 그리고 그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수 밖에 없는 ....

 

 

 

 

 간질간질한 시간......

 

 

 하임은 일어서서 냉장고에 가서 물을 한병 꺼냈다. 내내 웃고 있었는데.. 돌아오다가 세진이가 준 조각에 눈길이 닿았다.

 

 

 

 그러자 잠시 웃음이 멈추었다.

 

 

 

 

 세진이를 떠올렸다. 우리가 함께한 그 길고 긴 시간들을... 무조건 적으로 나를 보호해 주었던

 

 그의 헌신적인.... 우정이라고 믿었던 사랑을..... 작약은 내게 세진이를 잃지 말라고 했다.

 

 

 

 

  잃지 않을수 있는 친구는 잃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세진이가 그걸 원할까? 내가 친구로 남아달라고- 내 곁에 있어달라고- 가지 말아달라고...

 

 그러나 니가 원하는 사랑은 줄 수 없노라고.... 그렇게 이야기 한다면.. 세진이는 과연

 

 

 

 내 곁에 있어주기를 택할까?

 

 

 

 협소한 스스로의 생각에는 ... 절대 그럴수 없을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랬다.....

 

 그냥 이탈리아로 떠나 버리겠지...

 

 

 그렇다면 나는, 세진이를 잃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하기만 했는데도 입이 써지는것 같았다.

 

 

 

 과욕? 과욕일지도 몰랐다 내 감정을 강요하는 일이니까... 그러면서도 난 작약을 절대로 놓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난 화가 났다. '옳은선택' ..... 그는 자신을 옳은 선택이라고 이야기 했다.

 

 

 

 물론 세진이는 나를 잘 안다. 자기 말대로 세진이는 나를 사랑해줄 것이다.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김도하같은 결말을 주지 않을것이다.

 

 

 

 그 정도는 알수 있다.

 

 

 

 

 하지만 난 그를 사랑하진 않는다. 모두가 철딱서니 없다고 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 적어도 나는 그랬다.

 

 물론.... 가족같은 의미로 믿고 사랑하긴 한다. 간혹 설렌적 정도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주 솔직하자면 말이다.

 

 

 

 하지만 작약같이 어쩔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내 맘에 사랑의 방은 단 하나였고

 

 그 안엔 이미 작약이 서 있었다.

 

 아주 시리도록 아프고 아름답게

 

 꽉 차서 피어 있었다.

 

 

 

 

 

 사랑이란 걸 하려면- 적어도 내가 이 사람과 사랑하는구나 느끼려면

 

 그건 정으로 대체되는 어떤게 아니었다.

 

 

 평생을 그럴수 없다는 건 안다. 오래오래 살다가 친구같아 질 지언정

 

 

 

 지금은 작약 같아야 정상이었다. 이 사람과 손 끝만 스쳐도 감전되는 것처럼 찌릿찌릿하고-

 

 이 사람이 궁금해서 견딜수 없고- 이 사람의 눈만 봐도 좋은........ 그 사람의 숨이 내 뺨에 닿으면 그 숨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온 세상의 그 수없이 많고 많은 인연을 돌고 돌아.... 마주친 우리가 그 수없이 많은 우연 중 서로를 알아보고-

 

 

 

 

 ........ 또 심지어는 평범하게 사랑에 빠진것도 아닌, 수없이 많은것들을 외면하고... 힘겹게 놓고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너무나 감사한.... 이런게 사랑이었다.

 

 그래 모든 것들에 상관 없이.... 이 미칠듯한 두근거림이 사랑이었다.

 

 

 

 

 

 

 세진이는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인지 나를 전혀 설득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렇게 설득해선 안되는거였다.

 

 

 사랑은 보험이 아니다.

 

 

 

 

 

 나중에 다칠 걸 방지해주는 보험 따위가 아닌데......

 

 

 

 나는 손에 전화기를 쥐었다. 이런 감정들을 다 전할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이 안나왔다.

 

 그래도 그에게 이야기 해야 했다.

 

 

 

 

 그는 나를 아주 오랫동안 지탱해준..... 작약 말대로 잃을수는 없는 사람임에 분명했으니까...

 

 

 

 

 아주 아주 분명한 사실은, 고마운 사람이라는 거였다.

 

 나는 전화번홀 누르고 통화음이 가길 기다렸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나는 한숨을 깊게 내 쉬었다. 한숨이 옅어졌다.

 

 

 

 -

 

 

 

 

 

 

 그녀가 나가고 내가 발간 볼께에 손을 대고 있을 무렵 ,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에는 의외의 이름이 떠 있었다.

 

 

 

 김박사였다.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던 모양이군.... 나는 약간의 쓴 웃음을 지은 후에 그의 전활 받았다.

 

 목소리가 단정하게 들리길 바라면서

 

 

 

 "여보세요-"

 

 

 

 "지혁이니?"

 

 

 

 이 사람의 중후한 목소리는 언제나 , 평정심을 잃는 법이 없다. 언제나처럼

 

 

 

 "네-"

 

 

 

 "이런 전화하는거 싫어하는거 알지만....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더구나-"

 

 

 김박사의 목소리는 머쓱한 것을 감추듯 웃는 목소리다-

 

 

 

 

 나는 딱히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예상대로.. 싫어하는구나- 그래도 궁금해 지는건 어쩔수 없구나..... 잘 된거..... 맞니?"

 

 

 나는 이 사람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기에 , 그저 말 안하고 내뺄순 없었다. 나는 미적미적- 아주 조금 털어놓았다.

 

 

 "....... 잘 된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방해만 없다면요...."

 

 

 

 내 소심한 대답에 그는 나를 설득하듯이 말한다.

 

 

 "혼자 생각을 좀 했는데... 네 어머니는 알아도 되지 싶어서...

 

 전활 했어.... 그래서 물어보는 거다- 다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안심을 하지 않겠니?

 

 솔직히 정옥이의 안심 보다도 ... 네게 일어날 일들이나 그 여자분을 도와주는 사람은 , 네 어머니 한분 뿐이야

 

 누가 다른사람들을 막아줄수 있겠니..... "

 

 

 

 김박사는 내가 알려 준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이 얘길 하신건... 어머니실까?.....

 

 

 

 사실이다. 어머니가 아니라면 누가 막을수 있을까..... 억지스런 아버지를.... 혹은 형이 벌일지도 모르는 무서운 일들을

 

 

 

 그녀는 이미 나 때문에 두손을 포기하고 한손으로 만족하기로 했는데, 형은 그녀의 일도 친구관계도, 혹은 더한 일들도 벌이고자만

 

 하면 벌일수 있으니까...

 

 

 그걸로 내게 협박하겠지...

 

 

 

  내가 가진 주식을 싹 다 내놓고 나를 더 멀리- 더 멀리에 두고자 할것이다.

 

 형이 바라는걸 순순히 주면, 그때는 아버지가 날 쫓으실 것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나를 쓸수 있는 카드 패로 쥐고

 

 형의 목줄을 잡고 계시니까..... 내가 없으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 진다고 생각하실테니... 그렇게 되도

 

 

 

 장하임은 불행해질 것이다.

 

 

 끊임없이 아버지는 거침없이 내 삶에 개입하시겠지....

 

 나는 한숨이 나왔다.

 

 

 "...저 자신을 극복하기도 힘들었어요- 한 걸음 나와서 서기까지 길고 긴 시간이 걸렸다구요-

 

 그 여자는 ...... 너무 선뜻 내 손을 잡았어요... 너무나 선뜻........ 그래서 놀랐죠

 

 고민하겠다고 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말 하고 얼마 안되서, 그랬어요"

 

 

 

 

 

 나 같은 놈한테 지나치게 과분한 여자죠... 난 이 말을 삼켰다. 김박사는 정신과 의사였다.

 

 내 열등감 까지도 금방 눈치 챌 만큼 , 그리고 나와 하임이 나눈 대화도 눈치 채고 알만큼 영민한 사람이었다.

 

 

 김박사는 낮게 숨을 내쉬더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제야 이야길 꺼냈다.

 

 

 자신은 원하는 방향이 아닌듯 했지만

 

 

 "...그렇담, 정옥이에게... 말 하지 않고 , 너를 보호해줄 방법을 떠올려야겠구나... 그거 말곤 딱히 다른 방법이 없구나....

 

 

 정옥이가 안다고 한들... 뭐가 그렇게 달라질까?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목소리는 약간 슬프게 들렸다. 언제나처럼 마음을 쓰는군.... 이 사람도 참 고맙지만 보답할 길은 없는 일을 벌린다.

 

 

 "어머니도 과하게 기대하시니까요- "

 

 그는 사려깊게 한마디를 거든다.

 

 

 

 "정옥이도 너를 이제 알만큼은 알어.... 괜한 기대- 하지 않을게다"

 

 

 그 말에 오히려 지혁이 기가 차 웃었다.

 

 

 

 "그럴까요 과연....... 아버지는 아주, 예민하신 분이세요-특히 제 일이면요... 그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더 무섭죠-

 

 

 어머니를 , 귀신같이 알아채세요 , 그러니....... 어머니 만이라면 ,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안되죠

 

 

 

 차라리... 제가 이야기 할께요 준비만 되면요... 아주 잠시만이라도요"

 

 

 "보호야 보호- 너를 해치겠다는게 아니잖니"

 

 

 

 김박사는 상황을 딱해하는 것 같았다...

 

 목소리가 그런 어조였다

 

 

 "저는...... 그 여자한테요..... 어떠한 책임도 지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녀와 나 사이에....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끼여있어요.... 가족 문제만은 빼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로- 이제 , 막 시작입니다 , 이제..... 막 나는 그 손을 잡았어요... 그런데도 강비서는 벌써 아버지를 조심하라고

 

 내게 말하더군요......... 집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죠- 또 다른 사진이 찍히고... 혹은 또 다른 걸로

 

 

 내가 어디까지 가야 할지................ "

 

 

 

 황망한 내 중얼거림에 그는 침묵했다.

 

 

 

 

 "......"

 

 

 

 

 

 " 제가 참 이상한 놈처럼 느껴지네요- 김박사님한테 말 꺼낸게......"

 

 

 

 후회한다는 말은 차마 못 마쳤다. 그러자 김 박사는 내 못된 행동에도 말 없이 뒤로 후퇴했다.

 

 

 

 그렇게 도와줬는데..얼마나 속으로 원망할까.......

 

 

 

 그때 또 죄책감이 맘을 스쳤다,

 

 나는, 그만 미안해졌다

 

 

 "그래 무슨 이야긴지 잘 알았다. 그럼 일단은 기다려 보자꾸나-"

 

 그의 단정한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죄송해요-"

 

 

 

 

 그는 허허 웃었다. 그가 늘, 이런 상황이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웃듯이-

 

 

 

 

 "괘념치 말렴- 원래 내 직업이 이런 거잖니- 넌 좀 특별한거고-그럼 ... "

 

 

 

 그는 그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아까 전 까지 잘 들던 숨이- 또 다시 콱 막힌듯 답답해 졌다.

 

 

 

 -

 

 

 

 

 

 열린 문 틈으로 커피 향이 날아왔다. 마치 그가 부른 것 처럼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시시 나오는 웃음은 멍청할 정도로 - 자동반사 수준으로 얼굴에 퍼져온다.

 

 

 그는 마치 내가 나올걸 알았다는 듯이- 내 쪽을 보고 있었다.

 

 

 

 그건 여지껏은 없던 일이었다. 매번, 귀찮아 하는 표정 뿐이었으니까......

 

 

 

 

 

 "기다렸어-"

 

 

 

 

 

 그의 그 말에 마음이 콱 설렌다. 그야 말로 콱.... 이렇게 설레는건 가슴께가 아플정도인데도 좋다 ,

 

 

 콱 아릴 정도로 설레이는 가슴

 

 이런 설렘이... 대체 얼마만일까

 

 

 

 마치.. 첫사랑처럼- 처음 하는 사랑처럼... 그렇게 설렌다.

 

 그런 종류의 설레임이다..

 

 

 그의 하얀 얼굴이 검은 머리가 - 아까 본 그대론대도 그저 좋다

 

 

 

 난 늘 테라스에서 그를 기다렸지만.... 그도 날 기다린 건지는 전혀 모르니까-

 

 언제나 테라스를 지켰다. 그도.. 그랬을까- 이젠 물어도 될까?

 

 

 그는 내 눈을 보고있다. 마치- 지민씨가 말했듯-..... 장님이 처음 눈을 뜬듯이

 

 나를 애틋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의아해진다. 거울 속의 나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달라졌으니까-

 

 

 

 

 

 

 "커피 한잔... 줘?"

 

 

 

 그는 도대체 얼마나 커피를 내렸는지 야트막한 포트에 커피를 가득 담은 것을 테라스로 가지고 나와 있었다.

 

 이미 내 잔도 준비되어 있었다. 검푸른 그림이 그려진 하얀 잔-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참 잘 어울린다.

 

 

 

 "네- 주세요-"

 

 

 

 그는 살짝 웃으며 잔에 가느다랗고 아름다운 갈색의 커피를 따른다. 그리곤 건낸다. 마침 밖은 쌀쌀한 참이라

 

 

 

 살짝 온기를 품은 커피가 반갑다. 그는 내 얼굴을 살핀다.

 

 

 

 "불편한 일 있었던 표정이네...... "

 

 

 내가 대답하지 않고 좀 머뭇거리자 그도 쓸쓸히 웃으며 덧붙였다.

 

 

 

 

 "나도 그랬는데-"

 

 

 

 나는 왠지 그 점이 걱정스러워 먼저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 있었는데요?"

 

 

 

 

 그는 픽 웃었다. 그러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잇는다.

 

 

 

 

 

  늦여름의 바람처럼 듣기 좋은 음색으로

 

 

 "내가 사고 당하고 나서...... 거의 반 강제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됐어- 어머니는 아마 겁나셨던거 같아......"

 

 

 그의 목소리가 깊어졌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내 얼굴을 보곤 슬프게 웃으며 대답했다

 

 

 "....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할까봐, 그래서 그러셨을거야 아마... 그런데 그분이 어머니 친구셔-

 

 아주 오랫동안 친구셨지- .."

 

 

 

 

 돌이킬수 없는 실수라.... 무슨 말인지는 알만했다.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가 난 더 가슴이 아팠다-

 

 그를 잘 아셨다면... 아셨을 텐데..

 

 그는 하민씨를 두고 절대 그럴수 없었을 텐데...

 

 

 

 아니 안 그랬을 텐데-

 

 

 "나는 그때.... 아무런 감정이란게 없었거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지...... 그냥 텅 비어버린거였어

 

 아무것도 없었지.... 김박사님을 6번?..... 7번...... 10번........... 쯤 만났을때 까지도 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몰랐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어 이해할 거라고 생각지 않았으니까..

 

 

 

 머릿속이......완전 텅 비어버린것 같았어.. 이해도 안되고 이해 하고 싶지도 않았어

 

 가슴팍에 남은 거라곤 온통 끈적하게 내려붙은 슬픔과 원망 뿐이었지....

 

 

 자신도 이해 못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겠어, 그런데 무섭게도....... 말 없이 기다리더군

 

 .... 힘든일을 겪었으니 말 할 때 까지 내가 기다리마- ... 늘 그말 뿐이었지-

 

 

 참다 참다, 결국엔 폭팔했지..... 그걸 기다리셨던거 같아...."

 

 

 그의 말은 쓸쓸했다. 나는 그 시절을 그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 맘이 아팠다. 내가 모르던 시간의 그는

 

 하민씨를 잃고 난 시간의 그는 얼마나 아팠을까.....

 

 

 

 사람을 소유할수 없다지만... 그 사람에게 내 맘을 주고 나니까-

 

 

 예전의 그가 아팠던 것 까지도 내 맘이 아팠다. 안 아팠었다면 좋았었을 텐데.

 

 

 

 그때의 그의 눈빛을, 쉬이 떠올릴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다친 눈빛을 할때면 앞에 있는 사람까지도 아파지는 눈빛을 했으니까

 

 

 

 

 "그 뒤엔, ptsd 때문에 계속 , 상담받고 약 받고 그랬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란게.....

 

 말하자면..... 일종의 상상인 건데....

 

 진짜 처음엔 부정했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스스로 유약하다곤 생각칠 않았어서... 그러다가

 

 쇼핑몰에 갔었어..백화점... 이었나?.... 어쨌든 그런덴 원래 가지 않을 뿐더러 갈 일도 없는데 그날 따라 그랬어 ...

 

 그러다가 아주 얕은 기억 하나가 스쳤는데...... 좀 쑤시긴 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거야.."

 

 

 그의 목소리는 그런 이야길 하기엔 왠지 지나치게- 담담했다.

 

 

 

 "힘이요?..... "

 

 

 

 

 

 나는 다소 멍청하게 되 물었다-

 

 

 "응.... 그냥 퓨즈가 끊기듯이 ... 다리를 갑자기 못쓰게 되는거지..물론 지금은 약을 잘 챙겨먹으니까 그럴일이 좀 줄었지..

 

 주의도 하니까... 그런데 그때는 완전 비참했어...... 뻗어버렸지...

 

 사람들이, 모두 겁을 내더군...일으켜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진짜 슬펐는데 말이야........ 그러다가 누군가가 119를 불렀어

 

 병원에 실려오는 내내 '환자분.. 왜 이러신 건지 아세요?' 그러더라... 아무런 대답도 못했지만 말야.....그 뒤로 좋든 싫든

 

 인정해야 했어- .... 그렇게 많은 동정의 눈빛을 보고 나니까.......... "

 

 

 

 그는 얕은 한숨과 함께 , 후 하는 소리를 내며 예쁜 입을 얇게 늘어뜨렸다.

 

 

 

 "견딜수가 없더라고.... 난 그 정도로 동정을 받아 본 기억이 없었거든...."

 

 

 동정을 받아 본 기억이 없었다고, 그래 그는 그랬을 것이다. 빛낯겠지- 당당하고 솔직하고 ,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그는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둡고 깊은 눈매에는 서울에선 좀처럼 볼수 없는 빛나는 별이

 

 

 그대로 그 별이 비쳐서- 마치 눈 안에 원래 별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빛나는 눈동자는 나만을 향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지금은 그 눈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그 뒤로 김박사님은 좋든 싫든 꼬박꼬박 만났어- 약을 얻으려면 의무적으로 상담 절차를 밟아야 했거든 , 그런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김박사한테 개인적인 일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지..."

 

 

 

 

 "저를 만나고 나....서요?"

 

 

 

 

 

 

 내 되물음에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발갛게 달아오른 볼로 대답했다.

 

 

 

 

 

 "그래 , 당신... 당신 만나고 난 이성적인 내 세계를 잃었거든...

 

 그것때문에, 아주 미치겠는데... 아니 내가 미친게 아닌가 싶은데

 

 

 

 상담해줄 다른 사람이 어디 있어야지....... 오로지 김박사 달랑 하나여서...... 어쩔수 없이 좀 털어놔야 했지...."

 

 

 

 

 

 나는 웃고 말았다. 이 사람의 이런 점이 좋았다. 발간 볼로 순진하게 그런 말을 하니까

 

 더 의아하면서 행복하다.

 

 

 

 

 "그랬어요?"

 

 

 

 

 내가 우쭈쭈 하는 듯이 이야기 하자 그는 미간 사이를 살짝 찌푸린다.

 

 

 

 

 "귀여워 하는 것 같은 말투네... 난 그때 정말 심각했는데.."

 

 

 그는 조금 더 빨개진 얼굴로 머리를 긁으며 다시 말을 잇는다

 

 

 "오늘 아침에 사라진것도 김박사를 만나러 간 거였어...... "

 

 

 그는 자기 얼굴을 살짝 쓴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살핀다-

 

 

 

 

 "기분... 상한건 아니지?"

 

 

 

 

 나는 의문이다. 왜? 오늘 아침에 왜 그랬을까-

 

 

 

 

 

 ".....왜 갔었는데요 그 분한테?"

 

 

 

 

 

 그는 또 잠깐 망설였다.

 

 

 나는 그의 망설임이 아주 익숙했다.... 그래서 개의치 않았다.

 

 

 

 

 "누구든 당신에게 뛰어갈 기회를 주었으면 했거든....당신을 욕심내도 된다고

 

 당신한테 가라고 말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했어........."

 

 

 

 

 나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뭐라 다른 말을 할수가 없었다-

 

 

 욕심이라고, 그런 말을 쓰는 그를 내가 더 욕심내고 있었기에-..

 

 

 

 

 

 "김박사라면 그렇게 말해 줄줄 알고 갔어...... 좀 치사하지?

 

 

 그런데 그렇게 말해주니까.... 달릴 힘이 나더라- 달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당신이 좋은데 당신이 나 때문에 힘들까봐 늘 겁이 났거든....."

 

 

 

 

 

 그는 쑥쓰러운 듯 고갤 숙였다. 나는 마음이 헛헛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도 나를 아직도 모르는지- 혹은..... 왜 이렇게도 자신을 모르는지.... 그런게 가슴을 좀 헛헛하게 했다.

 

 

 

 

 

 "아침에 빛이 들더군.... 당신이 커튼을 달지 않아서.... 그 빛속에 당신을 바라보는데.... 당신이 왠지 가련해 보이더라고-

 

 나 때문에 불행해 진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안 좋았어- 누군가는 말해 줬으면 했거든...."

 

 

 

 

 

 "그게 나이면 안됬던 거에요?... 그리고 나는..."

 

 

 

 

 

 그는 내 말에 놀란 듯 했다. 나는 지금 좀 화나 보이겠지..

 

 

 

 "내가 선택한 것 때문에 불행해야 하면- .... 그것도 내 선택이었으니까 누군가에게 책임 전가할 생각.... 없는데요"

 

 

 

 

 그는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일어났다. 일어나서 내 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래서 그랬던거.. 아니야.. 화 내지 말어-

 

 

 알잖아 , 내 상황을... 당신은 더 행복할 자격이 있는 여자야

 

 그래서 망설였던 거야 내가 부족하니까-"

 

 

 

 내가 그 말에 조금 퉁명스레- 대답했다..

 

 

 

 

 "이렇다니까... 당신이 이렇게 당신을 못봐요- .... 당신보다 내가 더 당신을 오래 좋아한거 같네요-

 

 저는 어제 그렇게 되기 전 부터 그랬어요- 줄곧..... 당신이 나에게서 한걸음 한걸음 , 도망 갔었잖아요 그건 알죠?"

 

 

 내 말에 그는 눈이 시릴만큼 눈부시게 웃는다-

 

 

 

 "그래... 그랬지.... 그래도 확신 하진 마- 인정하는데 오래 걸렸을 뿐이지 나도.... 당신을 꽤나 오래 좋아한 것 같으니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볼을 쓰다듬으며 그 말을 한다.

 

 나는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이젠 꽤나 익숙해 진 것만 같다

 

 

 설레지 않기는 커녕 점점 설레는데...... 그 손을 반사적으로 바란다... 바라게 되어 버렸는데 그는 왜인지 손을 내린다

 

 

 

 

 그리고 다른 이야길 잇는다

 

 

 

 

 "........그리고 방금 김박사랑 통활 했어- 그는 어머니한테 만이라도 당신과의 일을 좀 이야기하는게 어떻냐고 하더군-"

 

 

 

 그는 그 말을 꺼내면서 웃음기가 서서히 가셨다.

 

 

 "나는 그게 불편하거든- 몹시- 당신과 내가 손 잡은건 채 하루가 안됬는데- 벌써 이런 이야길 해야 되는게 너무 싫어서-

 

 그래서 맘이 너무 불편해- 그냥 당신과 즐겁고 싶어 ....... 일단 지금 당장은 그랬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다들 , 더 중압감을 주지 못해 안달난 것 처럼 구니까...

 

 마치 실어증에 걸려있다가... 말문 트인 사람에게 여러 말이나 막 시켜보는 것 처럼...말야

 

 아주 대책없이...."

 

 

 

 

 그는 씁쓸하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자꾸만 당신한테 미안해져서-"

 

 

 "미안해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괜찮아요 이해해요-... 어머님과 대활 나누면서- 당신이 어머님께는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거든요-..."

 

 

 

 

 내 말에 그는 나를 놀란듯 바라본다.

 

 

 

 

 "이해 한다구요- 그리고 당신과 있기만 하면 난 상관없어요- 당신과 붙어 앉아서 이야기 하는게 난 너무 즐거웠거든요-

 

 최고의 첫 데이트였는데..... 오빠는 아니었나 봐요?"

 

 

 

 

 그는 얼굴을 웅크린 팔 안에 살짝 묻으며 내게 조그만 소리로 투덜댄다.

 

 

 

 "봐- 오빠란 말은 이럴때만 하잖아- 이건 괴롭히는 거지-"

 

 

 ..... 난 살짝 웃으며 이젠 그 얘길 이 사람에게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말을 꺼낸다

 

 

 

 

 

 "저는........ 세진이 한테... 전화 했어요......"

 

 

 

 

 그 말에 그는 크게 동요한다. 눈이 살짝 흔들린다. 그 눈동자에도 살짝 기뻤다면 내가 너무나 저급한 걸까...

 

 그는 잠시 후 질문했다.

 

 

 

 "뭐라고..... 했어?"

 

 

 별로 감정이 묻어 있진 않은 말투였다. 의도한건진 알수 없었지만-

 

 

 

 

 

 "... 전화기가 꺼져 있더라구요..... 그리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결정 못했어요........

 

 그가 그렇게 나가버리고 - 며칠이 지났는데도 내가 전활 하지 않았으니 그는 아마 벌써 조금은 상처 받았겠죠......

 

 

 받았다고 해도.... 무슨 말을 했을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전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그 말을 들은후에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별과 달에 비친 옆모습이 아름다웠다.

 

 아까 다가서서 내 볼을 쓸었을때 그 손을 잡았어야 하나 하고 생각한다.

 

 

 늘 앉아 있었기에 서서 테라스 난간에 기대 선 그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다

 

 바람에 날리는 옷 자락- 그 사이로 들어나는 상처가 붙은 날씬한 쇄골이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그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내 눈길을 느낀 그가 고갤 들었다. 그러곤 곧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천천히 생각 해 봐- 소중한 사람은 원래 , 잃는거 아니야-.... 그 사람 널 쉽게 포기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어-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어-"

 

 

 그 말에 세진이가 했던 말이 귓가에 스친다. 그러기엔 내가 너를 오래 바라봤다던-

 

 쉽게 물러나진 않겠다고 그랬던가....

 

 

 

 

 "잘 말해봐- 사실 난 좀 불안하지만 말야-"

 

 

 

 나는 그의 옆모습을 보면서 한참이나 그를 보다가 되 물었다.

 

 

 

 "뭐가요?"

 

 그는 한참이나 뒤에 애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은 여전히 앞만을 향하고 있었다.

 

 내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 것 처럼-

 

 이제껏 들어 본 중에 가장 그 답지 않은 목소리였다. 감추지 않고 그 안에 있던 어떠한 열등감을 드러낸 목소리-

 

 

 

 

 

 "당신을 잃을까봐서-"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바람이 울었다. 스치는 바람 속에서 나는 잠시 , 말을 잃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는 바람에 슥 번져버릴듯 투명했다.

 

 우린 행복한데- 왠지 맘이 시큰거렸다.

 

 

 

 -

 

 

 

 현호는 제이미와 김 간호사와 함께 '환영회' 란 목적으로 단촐한 회식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이

 

 맛있어 보였다. 제이미가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뭐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바로 삼겹살! 이라며 쾌활하게 대답했다. 회식이면 삼겹살 이라고 하던데요 해서 데려온 삼겹살 집이었다.

 

 

 

 제이미는 제 손으로 집게와 가위를 들고 척척 뒤집었다. 김간호사와 격의 없이 떠들면서-

 

 김간호사는 이제 제이미가 썩 맘에 든 듯이 수다를 떤다- 원래가 단순한 편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워낙 병원에 직원이 적어 ,이런 자린 처음인것 같다.

 

 

 

 

 "자 어서 드세요- 다 구워진것 같네요-"

 

 권하고는 쌈을 척척 싸서 제 입에 넣는다. 김간호사도 현호도 놀라서 빤히 쳐다보자 제이미는 머쓱한듯- 입에 쌈을 한가득 물곤 웅얼거렸다.

 

 "이러케뭑는다고 ... 아니에여?"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풋 하고 웃음이 난다. 이렇다- 옥상에서의 그 진지함은 어디로 갔는지 더 없이 천진한 모습이다.

 

 현호가 웃자 김 간호사도 따라서 웃는다.

 

 

 현호가 이렇게 픽 하고 웃는 일이 드물긴 했다. 영업용 미소도 아니고 진정한 미소를 띄우는 일은

 

 

 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 간호사가 남자 친구가 데리러 왔다고 해서 먼저 일어나고 둘은 술을 한잔 두잔 마시고 있었다.

 

 제이미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생각보단 술이 센 편인 모양이었다. 자신은 별로 안마셨지만 그는 꽤 마셨는데...

 

 

 

 현호는 그제야 편한 기분으로 물었다.

 

 

 "그때 데려온 고양이는... 본인 고양이는 아니라고? 했죠?"

 

 

 

 "네- 아니에요 , 말하자면.... 그래요 친구 고양이네요- 친구네 고양이에요

 

 현호는 그 말에 그떄 그 남잘 떠올린다, 눈 머리 , 피부 빼고 온통 까맣던 그 남잘, 피부가 백인이래도 믿을 만큼 하얗디 하얬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였다. 눈으로 자신을 쫓고 있어서 무서웠다.

 

 그 남자에 비해 제이미는 너무나 따뜻하게 생겼단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는 놀란다-

 

 

 

 바보같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그 남자가 친구라고?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 남자가... 친구에요?"

 

 

 

 현호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묻자 제이미는 오히려 좀 놀란듯 했다.

 

 

 

 "...... 미스터 심을 본 일이 있었군요- .. 하긴 쉽게 잊힐 인상은 아니죠-"

 

 씩 웃으며 말을 마친다- 현호는 속으로 사돈 남말한다 싶었지만 ,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인지가 더 궁금했다.

 

 

 

 "... 친구에요? 그 남자가?"

 

 

 

 

 두번이나 다시 묻자 제이미는 곤란하단 듯이 웃었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현호의 그릇에다 고기를 가져다 놓는다.

 

 

 "좀 대답하기 어려워요- 뭐 적어도 전 친구라고 생각하죠-.... "

 

 

 

 씩 웃는다. 그 이상한 대답에 현호가 좀 끈질기게 되묻는다.

 

 

 

 ".... 친구라고 생각한다고요?"

 

 

 

 

 "제 친구가 사랑한 사람이거든요- 뭐... 그 이상의 이야긴 해선 될지 모르지만요-"

 

 

 제이미는 이제 됐냔 듯이 웃는다. 현호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왠지 , 볼이 뜨거웠다- 한잔 두잔... 마셨던 술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제이미가 싱긋 웃는다. 그러더니 뭐라고 입으로 오물거린다.

 

 

 

 

 

 

 "네?"

 

 

 

 

 현호가 되 묻는다-

 

 

 

 "술이 참 약하시다구요-"

 

 

 

 

 그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그 다정스런 얼굴을 마지막으로 현호는 그대로 필름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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