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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runner's high
작성일 : 17-07-26 21:45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1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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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이미는 , 지혁을 방문했던 그날- 동물 병원으로 돌아가서 마감을 도우러 돌아갔다.

 

 

 

 

 

 

 예상 외였다, 도우러 간 거였는데- 이미 정리가 다 된듯이 간판에 불까지 꺼져 있었다.

 

 생소한 기분에 옆에 있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옥상까지 올라가 봤더니

 

 의외로 현호는 그 자리에 있었다. 제이미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도 집에 안 갔군- 그냥 여기서 살 모양이네...

 

 

 

 "어- 왔어요?"

 

 

 

 어색한 목소리로 제이미를 발견한 현호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시계를 확인한다.

 

 확실히 평소보다 일찍은 일찍이다- 20분에서 30 분 정도 - 나 하나 없었을 뿐인데 이렇게 일찍 문 닫아도 되는건가?

 

 

 

 

 "마감 도와드리고 집에 갈까해서 왔어요- 어차피 입원한 애들도 살펴야 하고요"

 

 

 

 제이미는 단정한 대답에 현호는 흐응하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살짝 웃을 뿐이다-

 

 

 제이미는 그대로 내려갈까- 하다가 아까 지혁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가슴께가 찌릿 거리는 그 말,

 

 

 사랑이 피하고 싶으면 피할수 있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던- 그 말-

 

 

 

  그 말에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기를 않았다. 자신이 좀 머뭇거리며 서 있자

 

 현호는 옆에 앉으라는 듯- 자신의 옆자릴 톡톡 두드렸다. 제이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싱긋 웃으면서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 뭐 했어요? 반차내고-"

 

 

 현호의 질문이 별뜻없이 들려 자신도 그저 대답한다.

 

 

 

 "친구 만나러 갔었어요- 그 친구랑 밥도 해 먹었고요-"

 

 

 

 

 현호는 잠시 망설이는거 같다- 말이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제이미는 웃으며 좀 빤히 바라보고 만다- 오늘 원장님이 좀 이상하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한명이요?"

 

 

 

 "아뇨 두명, 전에 하임씨는 보신 적 있으시죠?"

 

 

 현호의 표정이 좀 허둥지둥 거린다. 왜 저러지- 그러나 제이미는 웃는 낯으로 대한다.

 

 

 

 

 "아- 그 작은 여자분이요?"

 

 

 

 "네 - 그분이 하임씨에요- 좋은 사람이에요- "

 

 

 제이미가 현호를 보고 씩 웃는다.

 

 

 

 "좋은사람.... 그건 제이미씨가 좋은 사람이 어떤사람인지 생각하는데 달려있죠"

 

 

 

 무슨 소리지...

 

 현호는 보통 이런 의뭉스런 물음을 하는 편이 아닌데... 제이미는 역시 오늘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대답하기로 맘을 먹었다.

 

 

 

 "보기보다 솔직한 사람이에요- 용감하기도 하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같아요-

 

 그런 성격이 - 나이 들고 보니 소중한 것이더라고요- "

 

 

 

 "......."

 

 

 

 

 현호는 그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제이미는 먼저 물었다.

 

 

 

 

 "오늘 좀 이상하시네요 무슨 일 있었나요?"

 

 

 

 그 물음에 현호는 제이미를 바라보았다. 뒤에 가로등이 바짝 붙어 있어서

 

 역광이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 눈을 찌푸린 후에야 현호의 눈이 보였다.

 

 

 

 

 그 눈엔 알수 없는 혼란 같은것이 옅보였다. 제이미는 지혁의 말이 다시금 생각났다.

 

 비겁한건 너인것 같다던- 물론 그런 완곡한 표현을 쓴건 아니었지만 아마도 지혁이 전하고자

 

 했던 팩트는 그것일 것이었다.

 

 

 그러나 지혁은 모른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얼마나 간격을 지켜야 그것이 안전한 일인지-

 

 

 

 

 

 

 이 길은 분명히- 평범한 길은 아니니까- 이 사람의 삶에 뛰쳐든건 자신이었으니까-

 

 

 

 

 "제가 이상한가요?"

 

 현호는 눈빛과는 다르게 단정하게 되 물었다.

 

 

 제이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제가 불편하신가요? 제가 말씀 드렸던거 같은데요-...."

 

 

 

 

 제이미가 말을 꺼내자 현호는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했다.

 

 

 

 "불편하지 않아요- 제이미의 문제가 아니에요 제 문제죠-..... "

 

 문제? 제이미는 안색을 찌푸렸다. 이런 복잡하고 거추장 스러운게 싫었던 거다.

 

 

 지혁의 말 중에 그 말은 옳을지도 몰랐다. 애초에 거기서 일하지 말았어야 하는거 아니냐던-

 

 빠져주고 싶으면 그랬어야 되는거 아니냐던-

 

 

 

 

 

 "무슨 문제요?"

 

 

 현호는 달싹달싹, 입을 열려다 말고 자꾸만 망설였다.

 

 

 

 제이미는 왠지 모를 화가 자꾸 났다. 화낼일이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

 

 표정 관리가 힘들어졌다- 에릭 이후에 나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 몹시도 줄었는데- 웃는 얼굴은 나의 가장 편안한

 

 페르소나였다.

 

 

 마치 원래의 나 같은 페르소나- 그런데 이 사람과 대화 하면서 화가 이유없이 나기 시작하자

 

 페르소나가 벗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원래의 나보다- 이젠 더 익숙한 것인데.....

 

 

 

 

 

 ".....저는 분명히 , 이성애자거든요?"

 

 

 

 그 말에 제이미가 무슨 소리하냐는 듯한 식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찌푸릴 밖에

 

 

 

 누가 물어봤나? 안 물어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요?"

 

 

 제이미는 자신도 모르게 되 물었다. 무례한 일인걸을 알았지만 그랬다.

 

 현호는 제이미의 태도에 약간 놀란것 같았지만 더는 말을 머뭇머뭇 거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솔직히 저도 이해가 안가는데요- ..... 제이미가 무슨 일을 하면

 

 전 좀 신경이 쓰여요-"

 

 

 

 "....? 제가 뭘 했는데요?"

 

 

 

 "요즘 그랬잖아요- 내가 피하지 말라고 하고 나선 안 그랬지만-....

 

 그 전엔 먼저 피하기도 하고-........ 또..... 사실 이런 일을 상관하는 건 멍청한 일이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인것도 아는데요-"

 

 

 

 "....?침해? 그렇게 어려운 말은 몰라요-"

 

 

 

 

 대충 맥락으로 이해할수 있었지만 제이미는 자신이 생각해도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쳐내듯 대답하였다. 완벽한 모르는 척-... 그러자 당황했는지 현호는 좀더 솔직해졌다.

 

 

 

 "당신이 누굴 만났는지 , 제가 궁금했다고요-"

 

 

 

 "..........."

 

 

 

 

 현호는 그 말뒤에 제이미가 입을 딱 닫자 당황했다....

 

 말하는게 아니었는데- 이런 이야길 해서 뭐 어쩌잔 거였는지...

 

 

 제이미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내 쉬었다. 차가운 얼굴- 웃음기 빠진 눈매는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원장님- .... 그래서 뭘 고민하시는 거에요- 제가 뭘 하고 다니는지 신경이 쓰인다고 해서

 

 

 원장님이 동성애자인지 그게 궁금하신 거에요?"

 

 

 

 

 제이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또 돌려 묻지도 않았다.

 

 그래서 현호는 또 놀랐다. 제이미는 언제나 싱글싱글

 

 좋은일도 , 싫은 일도 좀 싱글 거리며 넘겨버렸기에 그런 모습은 처음 보는거 같았다.

 

 

 

 웃음기가 전혀 없는- 화난듯한 얼굴- 묘한 눈매에 담겨있는 싸늘함...

 

 왜 화가 난건지 전혀 알수가 없는데- 분명 제이미는 화가 나 있었다.

 

 

 

 

 " 죄송하지만- 그런걸 보통은 궁금함이라고 해요- 반차 내고 나갔으니 뭐 하나

 

 싶을수 있잖아요- 그런일 하나하나- 그런일 있을때 마다 자신이 동성애자인가

 

 그런 생각을 하시면 안되요-"

 

 

 

 

 

 "......."

 

 

 

 

 

 

 "그런것도 차별이에요- 아실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그저 사람을 좋아할 뿐인 거에요

 

 저를 생각하시기 전에 저한테 다른 글씨를 쓰시잖아요- 선입견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그래요 저 게이 맞아요

 

 그렇다고 상처를 안받진 않아요 , 매번 절 생각하실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셨다면

 

 죄송한데 전 좀 기분이 상하네요-"

 

 

 

 "......"

 

 

 

 

 현호는 아무런 대답하지 못했다. 억울하고 뭔가 더 말하고 싶었으나 더 무슨 말을 할수 조차 없었다.

 

 

 

 제이미의 대답은 쳐 내듯 단호했다.

 

 

 기분이 상한다는 것도- 듣고 나서야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어졌으니까- 자신이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 별 다른 말이 안나왔다.

 

 

 제이미는 노여움을 감추려는 듯 또 한숨을 쉬었다.

 

 

 "좋아지는 것도 사랑하는것도 똑같다구요- 김간호사님한테 휴무에 뭐 했냐고 물으면서 그런 감정

 

 안 느끼시잖아요-

 

 

 그러니 저도 같습니다. 만약 원장님이 그렇게 되신 거라면 , 적어도 저보다

 

 더 당연하게 알수 있을 거에요-

 

 사랑은 그렇게... 사랑인가? 생각할만한 게 아니거든요

 

 특히 만약에 저라면 만약에 저를 다른 감정으로 보고 계시는 거면 그런 마음으론 안되니까

 

 걱정마세요- 정말 사랑해도 , 통하기 힘든게 제가 해온 사랑이고-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것 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느껴질 만한 건 아니거든요-"

 

 

 

 

 그 말의 끝즈음이 되서야 제이미는 살짝 , 예전처럼 눈이 돌아갔다. 현호는 겁이 났다.

 

 

 그래서 제이미의 이해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다.

 

 

 

 

 "괜히 고민하게 해 드렸네요- 제가 여기서 계속 일 할수 있을지..."

 

 

 

 제이미가 혼잣말처럼 덧붙이는 말에 , 현호는 황급히 만류했다.

 

 

 

 

 "미안해요- 내가 경솔했어요-... 말하자면 제가 ... 그래요 편견이 심했나봐요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

 

 

 

 

 현호는 미안하다는 듯 고갤 숙였다.

 

 

 

 그런 인사를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제이미는 자신이 오히려 감정을 못 숨기고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왜 , 그런생각할수도 있지.... 왜 그리도 화가 났을까- 왜 그리도 짜증스러웠을까-

 

 아마도 이 사람이 괜한 기대감을 주는구나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고- 내가 그렇게 혼자 고심하고 있는데

 

 단 며칠 고민하곤 말을 꺼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이 생활이- 당신은 일상이었다 이 생활이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아서- 간격을 지켰는데

 

 

 

 나에겐 이 일상이 소중한데- 당신을 결국 가지지 못하더라도-

 

 지키고 싶을 만큼- 소중한데....

 

 

 당신한테는... 그렇지 않았다는게 화가 났다.

 

 말 하지 않았으니 모르는게 당연하다. 그런걸로 화를 내다니... 나는 평정심을 잃었다 ,

 

 그랬다.

 

 

 당신은 나한테 그런 기대감을 심어주면 안 되는 사람인데-

 

 별거 아니란 듯이 그런 말을 쉬이 꺼내면 안되는 사람인데....

 

 

 

 내게 욕심나게 했으니까- 내가 진짜 욕심내기 시작하면

 

 모든걸 다 잃게 할거면서- 그리고 도망쳐 버릴거면서-

 

 

 

 

 "저도 괜히 짜증낸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궁금한건- 정말 별일 아니에요

 

 일일이 그런 생각, 안하셔도 된다구요 정말이에요-"

 

 

 

 

 제이미는 씩 웃었다. 아까 그런 표정한일이 없었던 척-

 

 그 웃음이 힘겹게 느껴졌다.

 

 

 

 

 현호는 그 얼굴에 가슴에 내내 딱 붙어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던 질문을 했다.

 

 

 겁났지만 안하면 후회할것 같다는 생각에 물었다.

 

 

 무서웠지만- 물어보고 말았다.

 

 

 

 

 "정말, 제이미를 좋아하면- 그땐 어쩔건가요?"

 

 

 

 

 "......?"

 

 

 "아니 만약 정말 그런거라면요?"

 

 

 

 

 그러자 제이미가 픽 하고 웃었다. 실없는 소리 한다는 듯-

 

 

 

 

 "그런거라면 원장님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

 

 

 떠나지도 않을 거에요- 그리고 그 감정이 뭔지 따위 생각할 필요조차 없을 거에요 답이 가장 선명하게 나와있는 질문이니까요-

 

 결국 저에게 말하게 되실거에요- 사랑한다고-"

 

 

 제이미의 대답은 간결하고 힘있고- 단호하게 들렸다.

 

 

 

 "......"

 

 

 

 "그럼 저는 내려가서 입원한 애기들 체크하고 퇴근할게요 쉬세요-"

 

 제이미는 그 말과 함께 일어서서 곧 사라졌다.

 

 

 

 현호는 마음이 무거웠다. 더 복잡해졌을 뿐이었다.

 

 정말 제이미의 말이 옳다면-.... 이 가슴속에 남은 희미한 위화감은 대체 뭘까...

 

 현호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후회되었다 그에게 그 말을 한것이

 

 

 

 벌써 후회하고 있었다.

 

 

 

 

 -

 

 

 

 돌아오는 길에 , 미리 강비서와 약속을 해 둔 회사에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강비서는 먼저 와서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근처에 와서 하임에게 운전대를 바꾸고 내려서 집에 가라고

 

 먼저 말해두었다. 먼저 택시를 타고 돌아가라고-

 

 

 

 "오늘 어차피-... 아침에 나올때도 약간 시간 차이 두고 나왔는데-... 저녁에도 있을까요?"

 

 

 

 하임은 약간 볼멘 소리로 되물었지만 , 같이 강비서를 만나는건 하임도 고역일텐데 싶어서

 

 강비서한테 차 돌려 주러 갈거라고 말하자 하임은 생각보다 깨끗히 물러났다.

 

 

 

 "옷 갈아입고 들어가야 할까봐요-"

 

 

 그녀는 약간 불안한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그 옷도 강비서가 가지고 있을텐데...

 

 하임도 그제야 생각이 그까지 닿았는지 어떡하냐는 얼굴로 지혁을 쳐다보았다..

 

 

 

 ".... 정문말고 뒷문 있잖아- 거기로 들어가면 설마- 잡히겠어- 뛰어들어가-"

 

 

 그 말에 그녀는 살짝 웃었다.

 

 

 

 "거기까지 운전은 직접하게요?"

 

 

 

 

 

 하임은 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괜찮아- 나만 타고 있으면......지금은 아프지도 않고- 아프면 운전 바로 그만둘게

 

 걱정마-"

 

 

 

 지혁의 대답에 하임은 차에서 가볍게 내렸다. 지혁이 운전석으로 향하자 하임은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손을 흔들며 웃었다.

 

 지혁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하임은 웃으며 택시를 탔다. 그리곤 곧 사라졌다.

 

 

 

 

 

 지혁은 웃었다.

 

 

 

  우리는 날마다- 한뼘씩도 아니고- 세걸음씩은 가까워지는거 같다.

 

 조심조심 차를 몰아 주차장에 세우자 찾을것도 없이 기대 서 있던 강비서가 보였다.

 

 

 

 

 "잘 다녀 오셨어요?"

 

 

 

 강비서가 씩 웃는다. 그 웃음에 괜시리 기분이 구겨진 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이 왠지 어색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응- 처리는 제대로?"

 

 

 

 지혁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비서가 대답한다.

 

 

 

 

 

 "했어요- 아마 사모님 귀에도 안 들어갈 거에요-... 샵 사장님이 몰라야 할것 같아서

 

 다 따로 섭외했어요- 시간당 페이의 3배를 줬구요- 말하면 위약금도 물어내야 한다고도 했구요-

 

 다들 말할 생각 없을걸요- 샵 사장님이 모르면 귀에 들어갈일 없을거에요-"

 

 

 

 유능하다- 아니 예전보다도 더 유능해졌다. 그런 이야기 까진 따로 하지도 않았는데-

 

 사장이 모르니- 나머지 애들도 해고당하고 싶지 않은이상 그런 이야기 하지 않겠지-

 

 

 이대로 잠잠해 질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 잘 했어-... 차 가지고 돌아가- "

 

 

 

 그 말에 강비서는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원래 입었던 옷이 들어있는 백을 건내주었다.

 

 

 

 

 "오늘 멋있으세요- 아세요?"

 

 

 

 뒤돌아 가는데... 강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혁은 돌아보았다. 그간 그런 이야기를 단 한순간도-

 

 한적이 없었던 강비서였다.

 

 

 우린 개인적인 이야길 많이 나누지 않았었으니까-

 

 

 

 뭐라고 한마디 해 줄려고 돌아보았는데, 녀석이 너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 차마 침을 뱉을수 없어 잠시 멍하니 있었다.

 

 

 "작가님이 , 그렇게 행복해 보이시는거- 처음인거 같아요- 이 생활 하면서-

 

 정말요"

 

 

 

 

 녀석은 기쁜듯이 내게 말했다.

 

  의아했다 난 웃지도 않고 그저 간단한 업무 확인을 한게 다인데

 

 

 

 

 "왜 그렇게 생각해?"

 

 

 

 

 내 의아한듯한 물음에 경비서는 무슨 말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작가님-.... 웃고 계시잖아요 미소띄고 계세요-"

 

 

 

 

 나는 나도 모르게 황급히 얼굴을 쓸었다. 아까 하임이 입 맞춤 한 볼을 중심으로

 

 내 볼과 입술엔 어색한 감촉이 번져 있었다.

 

 

 잊었던 감촉-

 

 

 나는 , 아마도-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늘상 같이 찌푸리고 있었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 말을 끝으로 경비서는 아무려면 어떠냐는 듯한 표정으로 , 웃으면서 차로 사라졌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입술을 가리고 택시로 향했다.

 

 

 나는 이미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예전의 심지혁도 이미 아니었다.

 

 

 

 

 내가 안고 싶은 그녀곁에 있고 싶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돌아가고 싶었다.

 

 

 

 

 

 

 -

 

 

 

 

 

 하임은 조심스레 택시를 뒷문까지 타고 와서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후우-"

 

 

 

 

 이 남자는 이렇다- 지루하기 그지없는 나의 일상을 , 스파이처럼 스펙터클하게 만든다니까-

 

 

 

 돌아와서 조심스레 구두를 벗는다- 따끔 하고 발이 반응한다.. 벗은 뒤에 신발장 위에 살짝 얹어본다-

 

 촘촘하게 진주가 아직도 반짝인다- 오늘 이 구두는 나를 좋은곳으로 인도했다.

 

 

 

 물론 내 발에는 지나치게.... 고우면서도 ,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마치 작약 그 자신처럼-

 

 

 나를 좋은곳으로 인도한다.

 

 너무나 아름답다-

 

 너무나 값비싼 사람-

 

 

 

 

 

 하지만 그가 날 상처줄때는 , 도하와는 스케일이 다를것이다.

 

 

 

 그래서 겁이 난다. 그에게 다치고 나면 난 재기불능일지도 모른다.

 

 다시 못 일어날것만 같다.

 

 

 

 

 

 나는 창틀에 걸터 앉았다. 발을 꼼꼼히 소독하고- 그가 마음쓰지 않도록 발에

 

 약과 밴드를 꼼꼼히 바른다.

 

 

 내가 아파서보다- 그가 신경쓰여 할 상황이 걱정되어서 ...

 

 나는 나도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에 씩 미소지을수 밖에 없었다.

 

 

 

 

 그 일을 하고 있을때-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뜨는 이름을 보고도 난 선뜻 전활 받을수가 없었다.

 

 

 

 

 세진이었다.

 

 

 

 

 한참이나 망설이다- 전활 받았다. 안 받을순 없었으니까- 그건 너무나도

 

 

 배은망덕한 짓이었으니까-

 

 

 

 

 

 

 "여보세요?"

 

 

 

 

 "잘 다녀왔어?"

 

 

 

 

 

 나는 왠지 가슴 한켠이 뭉클한다. 여전한 목소리다-

 

 

 내가 엉엉 울고- 추태를 떨었던 ...

 

 

  그런 일 따윈 없었던 것처럼-

 

 

 

 원래 우리처럼- 언제나 내겐 그늘이 되던 그처럼-

 

 

 

 

 Runner's high라고 하던가? 뛰고 있는게 분명한데 너무나도 힘든데... 기분이 너무나 좋은거-

 

 숨이 차서 죽을것 같은데- 희열을 즐기게 되는 것-

 

 

 

 작약과의 나 사이는 그런 사이다- 때론 발 맞추기 힘들지만- 그 희열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 정도로

 

 좋으니까- 나는 뛴다- 발 맞춘다- 심장이 터져라 뛴다... 그래서 행복한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 세진은 내게 쉴 자리같은 존재다- 그의 옆에선 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내가 얼마나 속 좁고 , 치사하며- 용감하지 않은지 , 그런걸 쉬이 인정할수 있다.

 

 

 

 작약 앞에선 용감하고 싶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고 싶으며- 작약이 기대하는 그런 여자이고 싶다.

 

 그게 완전히 솔직하지 않은 관계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리 할 것이다.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목소릴 한참이나 가다듬고 대답했다.

 

 

 

 "응- 그랬어-"

 

 

 

 

 세진이의 전화 너머 숨소리가 편하게 듣기는 것 같은건 나의 이기심일테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그렇게 듣겨왔다.

 

 

 

 "들었어- 같이 갔었다면서? 멋졌어- 잘 했어- 나까지도 ,

 

 통쾌했어-"

 

 

 

 

 그의 목소리는 질투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산뜻하게 들려온다-

 

 나는 그럼에도 잠시 망설였다. 이런 말을 하는게 세진이에게 가혹하지 않을까 싶어서-

 

 낮은 한숨과 함께- 별수가 없으니 그냥 대답하기로 맘을 먹는다.

 

 

 

 

 

 "고마워-.... 그 사람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세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그러나 누구 때문에 나선건지는

 

 명확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나서기 쉽지 않았을꺼야- ....... 덕분에 용기를 냈으니까-"

 

 

 그 말을 듣는 수화기 너머에서 웃는듯한 숨소리가 들렸다.

 

 

 

 "알아- 말하지 않아도 ... 내 앞에선 그렇게-"

 

 

 

 

 잠시 세진인 말을 멈추었다. 마치 그 순간을 머금는 것처럼-

 

 

 "애쓰지 않아도 돼 하임아- 말 안한것 까지도 나 , 알아-"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원래도 날 다 알아버리는 애였다.

 

 원래가 그런 애였다.

 

 그랬다.

 

 

 

 

 무슨 일 때문에 전화했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 같은것을 듣고 있었다.

 

 그리운 공기였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렇게 말하는 세진이의 목소리는 왠지 끝이 젖어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울고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세월을 난 , 무시할수는 없었다.

 

 

 세진이는 알고 있다. 내가 작약과 만나고 있다는 걸-

 

 

 

 

 그렇지만 작약과 내 사이가 , 내가 기대하는 만큼 견고하지는 않다는것 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 말에 내가 대체 무슨 대답을 하길 바랬을까- 난 전활 들고도 꿀 먹은 벙어리였다.

 

 

 

 "보고싶어-... 물론 우리 사이가 지금 매끄럽지만 않지만-... 하임아-"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나는 그 부끄러움에 죄책감이 너무나 들었다.

 

 차라리 악을 쓰면 속이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화내지 않았다.

 

 

 전혀-

 

 

 

 "얼굴 정도는... 봐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너는 내 친구야- 소중한 , 나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

 

 

 

 

 나는 잠시 대답하길 망설였다. 작약에게 만나러 간다고- 말할수는 있을까?

 

 

 거짓말은 싫었다.

 

 

 우리 사이는 몹시도 섬세하니까- 내 조그만 부주의로도

 

 그건 깨질수도 있었으니까...

 

 

 

 

 " 그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는구나-"

 

 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세진이가 먼저 말했다. 쓸쓸한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

 

 

 

 

 "내가 휴가를 좀 길게 얻었어- 3일 , 4일 정도-.... 그 사이엔 핸드폰 켜 두고

 

 있을테니까- 볼수 있으면 전화해- 다른 뜻 없어-.... 그저-"

 

 

 

 

 그의 그저란 그 말엔 숨 막힐만큼 긴 시간이 담겼다.

 

 곧 말을 이었다.

 

 

 

 

 "보고싶어, 그뿐이야- "

 

 

 

 

 

 "......."

 

 

 

 

 "전화 기다릴께"

 

 

 

 

 전화는 그 말을 끝으로 끊겼다.

 

 

 

 

 

 나는 마치 전쟁에 나간 남편이 죽었다고 알고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한데-...

 

 

 

 

 알고 보니까, 남편이 살아 있어서

 

 금방 그와 전화 통화를 한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도 안되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여기서 배덕을 저지른 사람은 나 뿐인듯한-

 

 

 

 

 

 세진이와 그런 약속을 하고 시간을 나눈것이 아니었는데도

 

 마치 그를 배신한 건 나인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화를 든 손을 내리고 나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는 거울에

 

 내 얼굴이 비치었다.

 

 

 

 

 거울속의 나는 여전히- 그대로의 나였으나

 

 

 

 아주 많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작약과 너무도 행복하면서도

 

 세진이를 완전히 잃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내쉬는 한숨에 , 가슴께가 희미하게 일렁였다.

 

 

 

 

 

 -

 

 

 

 

 지혁은 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 입었다- 길어진 머리를 쓸어 넘긴다-

 

 

 

 머리끝에 남은 향기가 자신의 향기와는 사뭇 다른 향기처럼 느껴진다-

 

 

 

 

 올때 자신은 정문으로 왔다.

 

 

  문 앞에서 잠시 서 있었다. 예민하다 예민한 자신이라면

 

 누군가 아직 이 앞에 있다면 파악할수 있을거 같아서였다. 그러나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목표물이 뻔히 서 있었다면 숨었겠지....

 

 

 

 경고였다. 말하자면- 이제는 그만두라는... 경고-

 

 

 

 

 형은 아직 나에게 사람을 붙여 뒀을까? 어머니는? 아버지는?

 

 

 

 느껴지는 답답함이 가슴을 꽉 쥐었다.

 

 

 

 

 지혁은 하얀 티셔츠를 걸쳐 입는다-

 

 

 

 얇으면서 부드럽게 옷이 자신에게 스며든다, 그리곤 커피부터 내리기 시작한다.

 

 

 집에 짙은 커피향기가 퍼져나가고 -

 

 

 

 이제는 습관처럼 하임이 보고 싶어진다. 아마도 지금은 집에 있을까?

 

 

 

 커피를 내려놓는다. 집에 있겠지만- 그녀도 자신만의 시간이 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내내 딱 붙어 있었으니까-

 

 

 그녀가 내게 말한적이 있다. 자신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고-

 

 그녀에게서 늘, 시트러스향기같은 톡 쏘는 향기가 났었는데 싶어-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 , 그건 샤워 코롱일거에요 라고 대답했다. 그 이야길 왜 꺼냈나 싶었는데 그녀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나와 이렇게 안고 붙어있다가 집에 가면- 자신의 몸에 내 향수 냄새가 베어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얼굴께나- 목뒤에서 내 향기가 난다고-.... 그럼 기분이 묘해진다고-

 

 묘해진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지만

 

 

 

 

 그녀는 그 말을 마치 설렌다는 듯한 투로 이야기했다.

 

 

 

 

 

 나야 평소에도 향수를 수시로 뿌려 대니까- 이 향수는 이미 내 자신이 되었지만

 

 그녀에게 내가 향기를 묻힐 정도로 그녀에게 손을 때지 못했단 생각이 들자 좀 창피했었다.

 

 

 

 글도 써야하지... 그래, 그리고 하임도 쉴 시간이 있어야지- 나는 내 자신에게

 

 지금 당장 , 보고싶은 마음을 막아야 하는 이유를 끝 없이 만들어 주고 있었다.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서 , 약간은 중얼거리면서- 까망이가 그런 날 보고 고갤 갸웃한다-

 

 정말 이상한 일 다 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너도 내가 한심하구나?"

 

 

 

 

 

 내가 묻자 그는 픽 하고는 멀리 날 두고 걸어간다.

 

 까망이가 말할수 있었다면- 나를 보고 겁쟁이라 했겠지...

 

 

 

 

 

 그때였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똑똑- 이젠 잊을수 없는 박자감을 지닌 소리였다.

 

 그녀의 조그만 손이 내는 소리일 것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참았는데 그래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니가 이러면 내가 어떻게 참겠어-

 

 

 

 내가 문을 열자 하임이 서 있었다.

 

 옷은 여느때의 그녀처럼 편안한 차림이었다. 하얀 티셔츠- 두꺼운 셔츠를 걸치고-

 

 찢어진 청바지를 걸쳐입은- 그리고 화장을 떼어낸 말간 얼굴-

 

 

 좋았다.

 

 

 

 나는 내 눈꼬리가 곡선을 그림을 깨달았다.

 

 참 이상한게 이 여자의 화장한다는 말간 얼굴이 ... 왜 이리도 좋은지-

 

 

 

 "언제 왔어요?"

 

 

 

 그녀는 내게 의아한듯 물었다. 오자 마자 자신을 찾지 않은데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방금 전에- "

 

 

 내 대답에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내 뺨에 손을 댄다-

 

 겁도 없이- 이젠 자연스러워 진듯이-

 

 

 

 "얼굴살이 더 빠진것 같아요- 뭐 먹긴 먹어요? 오늘도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그 말에 나는 커피 잔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하임이 들리도록 큰 한숨을 쉰다.

 

 

 

 "진짜 말도 안돼 , 더 빠지면 이젠 수선으로도 커버 안 될거에요- "

 

 

 

 잔소리꾼이 다 됐다. 원래도 걱정이 많은 사람이긴 했지만-

 

 

 

 "왜 바로 전화 안했어요?"

 

 

 그녀는 자신이 말해 놓고선 자신이 놀란단... 갑자기 제 입술을 못살게 깨문다. 나는 다가서서 그녀의 입술을

 

 나도 모르게 매만진다.

 

 

 

 

 "입술 깨물지 마- 다른 일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

 

 

 

 나는 솔직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한다.

 

 그녀의 눈빛이 진실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에..... 지혁은 좀 망설이면서 대답했다...

 

 

 

 "... 당신이 나한테 질릴까봐 그랬어- 오늘도 종일 붙어 있었잖아?

 

 당신한테 시간이 필요할까 싶어서- 쉬고 있을까 생각해서-"

 

 

 

 

 내가 약간 머뭇대면서 말하자 그녀는 눈빛이 변했다.

 

 안타까워 했다가 - 이내 약간 싸늘해졌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본다.

 

 

 그 눈을 보면 나는 볕 앞에 놓인듯 기분이 묘해지고 만다.

 

 

 

 따뜻한 갈색빛이 나를 응시한다. 그녀는 내게 말했었다. 내가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면

 

 숨이 막힌다고- 숨 쉬는 걸 잊어버리는것 같다고

 

 

 그러나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면 숨을 쉬고 있음을 그제야 인식하는 기분이다.

 

 

 숨이 , 예전엔 폐에 스며드는 것 조차도 죄스러웠던 숨이

 

 

 편안하게 제 자리를 찾아- 스민다.

 

 

 

 

 

 " 예전에 나한테 약속했던거 기억나요?"

 

 

 

 "... 어떤거 말이야?"

 

 

 

 내가 약간 조바심을 내면서 되 물었다. 그녀는 살짝 웃었다.

 

 

 

 "세가지 소원- 들어준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었다. 당시엔 그녀가 부탁하는걸 들어주면서도- 좀 의아했고.. 또한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지도 희미해진 일이었다.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그랬지-"

 

 

 

 

 

 "지금 하나를 쓸래요-.....

 

 감추지 말아요-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느낀 그대로 말해 줄래요?

 

 

 당신이 내가 보고싶은데- 내가 부담스러워 할꺼라고

 

 지레 짐작하고 안보고 그러지 말아요-

 

 보고 싶으면 , 꼭 날 보러 와요-"

 

 

 

 

 

 그녀의 눈에는 힘이 있다. 내 앞 옷자락을 꼭 잡고 있다.

 

 나는 진중하게 되 물었다.

 

 

 

 "그럼, 당신도 안 감출꺼야?"

 

 그 말에 그녀는 픽 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새침하게 눈을 흘긴다.

 

 

 

 

 "내 소원인데- ... 내 마음이죠- 당신은 감추지 말아요-... 나는 뭐.."

 

 

 그녀는 고갤 갸웃한다.

 

 

 "생각 좀 해볼게요-..."

 

 

 

 나는 , 또 바보처럼- 웃고 만다. 내 웃는 얼굴에 그녀는 손을 뻗어서 마치 잊지 않으려는 듯이

 

 날 매만진다.

 

 

 

 다 안 감출수야 없다.

 

 미안한 일이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의 힘든 일들은 나도 모르게 또 감추겠지-

 

 서늘한 한쪽손이라던가- 마음속에 가득한 죄책감도- 두 손 잡고 있다는 것도 잊을만큼

 

 

 잘해주라던 김박사의 조언도- 하지만 이제 보고 싶은 것은 .... 안 참을까 보다.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들었다.

 

 

 

 나도 눈을 살짝 감고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내가 설사 눈이 멀어버려도 그녀를 찾을수 있도록- 그녀의 이마에서

 

 

 눈- 그리고 입술까지- 손이 살짝 내려 앉을 때 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떨리는 것만 같다.

 

 

 

 부드럽게 솟은 코와- 자그마한 입술과- 부드러운 볼을 손에 새긴다.

 

 마음에도 새긴다.

 

 

 

 

 지워지지 않도록-

 

 그러면서 나는 한 손을 나도 모르게 살짝 놓쳐버리고 만다.

 

 

 

 

 

 눈을 감고서-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그녀의 얼굴을 훑던 내가 살짝 눈을 떴다.

 

 

 

 그녀는 속눈썹을 부드럽게 휘게 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그녀가 나를 ... 너무나 아름답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어서-

 

 내가 빛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어서-

 

 

 

 그 얼굴에 담긴 사랑이 드러나서-

 

 나는 왠지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바보같게도-

 

 

 

 

 내 당황한 얼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는 조그마한 발 뒷꿈치를 들어서

 

 

 까치발을 한 뒤에 내게 입을 맞춘다- 발에는 엉망으로 밴드들이 잔뜩 붙어있다.

 

 서툰 손길로-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혀 온다-

 

 

 

 그녀는 잠시 후에 입술을 떼고선 내게 심술궂은 척 말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선이 고우면 반칙이죠-

 

 반칙할때마다- 이렇게 벌 줄거에요-"

 

 

 

 

 "이게 벌이야?"

 

 

 

 난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벌이다-

 

 

 가장- 받고 싶은 벌-

 

 

 

 

 "되게 무서운 벌인데- 안 무서웠어요?"

 

 

 

 동그랗게 눈을 뜨면서- 그녀는 되 묻는다.

 

 

 "그럼 난 매일 반칙할래- 매일같이 벌받고 싶어-"

 

 

 내가 즐거운 듯이 말하자

 

 하임은 입을 삐죽 내민다.

 

 

 내 목소리인데, 지나치게 달콤해서 내 목소리가 맞나 싶은..

 

 간질거리고 다정한 목소리....

 

 

 

 

 

 "그럼 반대로 할까봐요- 반칙하면 벌 안줄래요-"

 

 

 

 "에- .. 줬다 뺏는게 어딨어!"

 

 

 

 

 "그럼 밥 꼬박꼬박 먹어요- "

 

 

 

 "유치원생도 아니고-"

 

 

 

 

 내가 투덜거렸더니 그녀는 밝게 웃는다.

 

 

 

 "....약속 할거에요?"

 

 "..... 같이 먹으면 되잖아- 혼자선 싫어-....

 

 자꾸 까먹거든- "

 

 

 

 

 그녀는 내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연애를 하면 정말 유치해 지는게 맞나보다- 이런 실 없는 일에도

 

 난 자꾸 웃음이 나서 견딜수가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좋으니 딱 붙어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

 

 

 

 

 내가 들어주기로 한 그 소원이 ..100가지가 되어도 좋으니

 

 

 내가 그 소원을 다 들어줄때까지-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나를 살짝 당겨서는 안았다. 부드러운 그녀가 내게 안겨왔다.

 

 

 그녀가 한숨처럼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 좋다-" 라고-

 

 

 나는 입밖으로 낼 용기까지 없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좋다고- 너무 좋으니까 이게 깨어질까봐서 너무 두렵다고

 

 

 

 

 

 잃으면 다시... 일어날수는 없을거 같다고-

 

 

 

 

 그래서 그렇게 조심했는데- 그렇게 당신을 피했는데-

 

 내 길다랗게 찢어진, 늘 콤플렉스였던 이 눈매에 당신이 담기는 일이 없기를 -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는데-

 

 

 

 

 

 

 당신은 나의 법칙과 시간과 세계에

 

 아무것도 들어오는 일이 없었던 그곳에-

 

 

 산소까지도 없던 그곳에

 

 영원히 진공상태로 굳어버릴것 같았던 그곳에

 

 

 

 

 

 생명의 기운을 가득 품고서- 아무렇지도 않고 숨을 뱉으면서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내 손을 힘있게 잡았으니까...

 

 

 

 

 나는 그녀의 어깨를 꽉 하고 감쌌다. 그녀는 숨이 막히는듯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그녀의 톡톡 거리는 두드림이 온 몸을 울리는 것만 같아서

 

 나는 웃었다.

 

 

 

 

 이성이 달아났다.

 

 이제 그녀는 정말로- 나를 떠날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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