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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어차피 피할수 없었던, 품을수 밖에 없었던
작성일 : 17-07-26 19:15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18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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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견은 힘들게 구한 하임의 개인 신상서를 들고 팔락팔락 넘겼다.

 

 

 

 

  기대한 것보다도 훨씬 내용은 싱겁기 그지 없었다. 여자는 적당한 교육을 받았고- 돈이 많은 집의 딸도 아니었으며

 

 흠잡기엔 평범하고 또 뛰어나기에도 평범했다.

 

 

 

 

  말 그대로 평범한 여자였다. 솔직히 붙어 있는 사진보고는

 

 그때 그 여자인지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그 자식 취향대로 꾸며서 왔겠지만 온전히 그 녀석 취향대로 꾸몄을 줄은 상상 못했었다.

 

 

 그때 그 여잔 솔직히 예뻤다.

 

 

 

 

 그리고 당돌했으며 꽤나 우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상 사진은 , 그저 평범했다.

 

 

 

 

 시시하군,

 

 

 

 한숨을 쉬며 탁 접으며 책상위에 던진다. 그날 이후 희영은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화를 드러냈다. 어쩔수 없었다.

 

 나는 어머니한테 잘 보이고 싶었고 어머니가 희영을 싫어하시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대체 무엇때문인지 알순 없었지만 어머니는 희영을 꾸준히도 , 싫어하시는 티를 내셨으니까-

 

 

 

 

  그래서 어머니 비위에 맞을법한 여잘 데려간 거였다.

 

 

 

 만약에 , 그 여자와 결혼도 하게되면... 뭐 좋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희영을 잃을순 없었다. 그건 자신에게 타격이었으니까- 이제껏 나를 위해 귀찮은 일들을 많이 처리해주기도 했고...

 

 평판이 나쁜 나에게 주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아서게 한 것은, 희영의 공이 컸다.

 

 희영이 유능하고 희영이 나를 몹시 따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건 힘이었다.

 

 

 

 

 이렇게까지 내게 차가워 질줄 알았으면 감당해야 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머니의 편애라고 밖에 말 할수 없었다. 지혁이가 데려온 여자가 희영보다 더 형편없는데 어째서 이 여자는 감싸고

 

 희영에게는 그렇게 못마땅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시는지

 

 

 

 애초에 이건 이 자식을 훨씬 아끼기 때문이지....

 

 

 

 

 그런 생각을 하자 욕지기가 입에서 흘렀다. 희영을 그래.... 사랑하거나 갈망하진 않는다.

 

 

 그래도 좋은 패였다.

 

 

 

 내 손에 쥐여지면 아주 쓸만한 패였다. 그러니까 거슬리더라도 붙여 두고 있었던 거였다.

 

 

 

 그런데 지금 내 손에서 그 패도 잃었다는 느낌이 들자 .... 지견은 불쾌해졌다.

 

 

 

 장하임.... 이 여자의 일을 막자고 하니 , 지혁에게 안 들키고 일을 막을 방법이 없고- 다른 방법으로 망가뜨리려고 하니

 

 

 

 딱히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없어서 지견은 심사가 더 불편했다.

 

 

 

 이미 데리고 나온 시점에서 자신이 계산한 건 끝이었다. 가장 중요한 장하민의 어머니가 인정하는듯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따로 걸고 넘어지기엔 우스운 상황이었다. 우애 좋지 못한거야 다들 안다지만 자기가 드러내기도 뭣하기도 하고-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원하는 것은 못 얻고 , 어머니한테 미움만 살 테지

 

 

 지견은 습관처럼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필요한건 어머니가 쥐고 있는 재산과 아버지가 쥐고 있는 재산이니..

 

 지혁을 눈 밖에 나게하는게 더 쉬울것 같았다. 이 여자를 어머니는 좋게 생각하실진 몰라도...

 

 

 

 아버지는 아니시지-

 

 

 

 

 애초에 하민이라는 애를 소개시킨건 어머니였지만 그걸 넌지시 말씀하신건 아버지였음을

 

 지견은 모르지 않았다. 차후에 유용할거라 생각하신 아버지의 판단에 의해 만난 거였다...

 

 

 

 

 그 둘이 어리석게도 , 지나치게 사랑에 빠졌던 거고-

 

 

 

 

 지나치게, 멍청할 정도로 순진하게-

 

 

 

 

 

 솔직히 그 둘의 만남이 지견은 반갑지 않았었다. 위협만 될 존재처럼 여겨졌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고 나서

 

 

 자신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 자신이 너무나 낯설고 사람들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처럼 느껴졌다.

 

 

 

  그 마음에 후회할 시간도 없이-어머니와 아버지의 절망을 지견은 목도하였다.

 

 

 

 자신이 저런 사고를 당해도 그러실까? 어머니는 원래도 끔찍할정도로 이것도 지혁이 저것도 지혁이셨다.

 

 

 

 그래서- 그러실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마저 뿌리째 흔들리셨다.

 

 

 

 

 그 자식은 사고 이후 자폐 증상이 왔다고 해도 믿을만큼 , 아주 오래 말도 행동도 의지도 잃어 있었다 -

 

 아무런 대답도 제스춰도 , 녀석은 텅 비어버린 놈이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끊임없이 말을 거셨다. 돌아올 만한 대답이 없어도 실망한번 하지 않으시고 말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자신은 놀라도 너무 놀랐다.

 

 

 

 

 그 태산같다고 믿었던 아버지는 평정심을 잃고 초조해하고 있으셨으니까...

 

 

 

 

 

 

 '너는 그게 당연한거야-'

 

 어떠한 성취에도 이 말이 고작이었던 아버지셨다. 나는 그 말을 칭찬이라 여기려 애쓰면서 나는 그렇게 살았는데

 

 

 

 그게 나의 하나뿐인 목표였고 지표였고 희망이었고...

 

 

 애초에 아버지는 그런게 없는 사람인줄 알고 살았는데 아니었던 거였다.

 

 

 나한테만 그렇구나

 

 

 

 

 

 그걸 알고나니 냉혈한인들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씨익 웃으면서-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수 있었다.

 

 

 

 

 인간은 다 가질순 없다- 다 가지려면 놓는게 있어야 하고- 그 놓는게 무엇이든-

 

 그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면 더 좋겠지만 당장은 - .......

 

 

 돈이 더 중요했다.

 

 

 

 지견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유리로 된 사무실의 큰 창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는 자신의 외모엔 어느새 악만 들어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창에 기대서서 자신의 모습을 등진 채- 지견은 다시한번 되뇌였다.

 

 "장하임....이라...."

 

 

 

 

 

 -

 

 

 하임이 저녁이 느즈막해지자 술을 마시자고 졸라댔다. 그 뒤 내내 그림을 그리는걸 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림 그릴때의 그녀는 그 남자의 말 그대로였다, 이제껏 그림을 봤어도 그리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정말 천진해 보였다. 근심 따위 없이 그림에 몰두하는것 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끝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색조들-....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나는 그림은 도저히 잘 그리질 못했다. 어떤 수업을 해도-..

 

 

 

 하다못해 삼촌이 가르쳐 주셨을 때도 엉망이었다.

 

 삼촌은 재밌다는 듯 웃으시며 내 머릴 쓰다듬어 주셨었다.

 

 

 

 

 '그림이 꼭 - 다는 아니니까-

 

 너는 다른 재능이 더 있나보다- 아쉽네-'

 

 아쉽다는 듯 말씀하셨던 삼촌- 어렸던 나는 삼촌의 그림이 참 좋았다.

 

 삼촌은 내가 좋아하는건 무엇이든- 몇분만에 내 손에 그려서 쥐어 주셨으니까-

 

 

 

 

 

 지난후에야 돈보다도 그 그림이 훨씬- 훨씬 더 따뜻하고 좋은 기억임을 알수 있게 되었다.

 

 

 

 장하임은 정말 그림을 그리며-.. 말 그대로 행복해 보였다. 자신과 있을 때 보다도

 

 더, 그 사실에 지혁은 약간의 패배감을 느꼈다.

 

 

 

 그녀는 하루의 끝에 술을 마시는걸 즐거워 하는거 같았다. 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의 자신이 생각나서 였다.

 

 

 

 

 

 예전엔 술에 곧잘 만취해서 비틀대며 집에 향하곤 했었다. 어머니의 염려스러운 꾸중의 목소리 -

 

 

 

 

 그는 그 시절과는 너무나 멀어져 버렸다.

 

 

 

 

 

 

 손에 닿지도 않을만큼...

 

 

  그때의 자신은 조금은 잔혹하고- 조금은 나빴고 , 남의 감정따위 제 감정으로 느낄만큼

 

 공감의 능력도 없었다.

 

 

 

 그녀의 조름에 어쩔수 없이 자리에 앉자 그녀는 씩 웃으며 캔 맥주와 마른 안주를 꺼냈다.

 

 

 "... 술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그러자 그녀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뭐.. 잘 마셔야만 마시나요? 즐겁잖아요- 그리고 완전 필름 끊기진 않아요- 기억할건 또 다 기억하거든요.. 그냥 잠들 뿐이죠-"

 

 

 

 

 그 말에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은 지혁은 얼굴이 붉어지는거 같다. 그때의 그는 만약 하임이 우는걸 깨닫지 못했다면

 

 이성이 끊어졌기에 무슨짓을 할지 몰랐다. 취한건 아니었지만-

 

 

 술은 마음속의 여러 욕망들을 충동질하기엔 충분했었으니까-

 

 

 "기억해서.. 다행인가?"

 

 

 

 

 질문같지 않은 질문에 하임은 캔을 살피며 대답한다.

 

 

 ".... 뭐... 당신이 늘 발뺌을 잘 하니까... 알수 없죠-?"

 

 

 새침한 목소리- 지혁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목소릴 낮춰서- 그 동안에는 못했던 말을 꺼냈다.

 

 

 

 

 "니가 울어서- 미안했어-"

 

 

 그 말에 장하임은 얘기 잘 꺼냈단 듯이 웃었다.

 

 그건 또 예상 못했던 반응이었다.

 

 

 

 "당신이 거칠어서 운거... 아니에요-........."

 

 

 

 지혁은 놀랐다. 이제껏 그래서 운줄 알았고- 더 조심했으니까, 자신을 겁내지 않도록..

 

 급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내가 지나치게 당신밖에 모른다는걸-

 

 또 맹목적으로 당신을 따른다는걸 알고 , 겁내지 않도록-

 

 

 

 "......그럼?"

 

 

 

 

 "당신의 눈물이 내 뺨에.... 떨어진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울었어요"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이 여자에게 감탄하고 만다. 알았었구나... 내가 누굴 저버렸는지-

 

 당신이 내 안에서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그 순간엔 알고야 말았구나-

 

 

 

 

 그녀는 눈치 못챈듯이- 술을 마신다.

 

 

 

  그녀는 내게 건배를 건내지도 않고 속의 무언갈 털어내려는 듯 술 한잔을 털어 마신다.

 

 

 나도 마신다.

 

 

 

 

 

 이러다가 다시 익숙해 질 지도 모르겠다. 술을 피한건 아픈걸 극도로 경계하게 되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손목이나 팔에 남은 자잘한 상처- 보이는 쇄골이나 손등에 남은 상처들...

 

 나는 원래도 유난히 흉터가 오래가는 체질이었다. 그건 사고 전에도 그러했다.

 

 

  하지만 , 이토록 신경 쓰지는 않았었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고 후에 깨달았다. 술을 단 한잔만 마셔도,

 

 피의 흐름이 빨라지고... 피는 심장으로 가서 뜨겁게 데워져서- 평소엔 은빛이던 상처를- 아니.. 흉터를

 

 붉게 물들였다- 하얀 피부에 붉고 굵직하게 난 상처들이- 마치 처음처럼 붉게 피어났다.

 

 

 

 

 보이지 않았던 상처들 까지도 점점이 붉어졌다.

 

 그게 싫었다.

 

 

 

 

 

 장하임은 아직 취하지 않았고- 그때는 내 얼굴에만 집중하느라 몰랐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알수 있겠지..

 

  내 손등위에 상처가 피어나는 걸 보고 있었다.

 

 

 

 

 나는 감출 생각이 없었다.

 

 셔츠 속은 더 심할테니까.....

 

 

 

  나는 왜인지 장하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손등에 점점이 남고 길게 남아버린 흉터들이 발갛게 피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나는 별스럽지 않다는 듯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불공평하게- 당신은 상처도 예쁘네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답게 지나치게 나같은 것에게 따뜻하다..

 

 

 

 "꽃이 핀거 같아-......... 온통 하얀데-"

 

 

 

 

 나는 괜한 오기에 대답했다.

 

 "...... 손등은 보기에 나쁘지 않나보군-... 셔츠 속은 안 그럴거야-...."

 

 

 

 

 그 말에 그녀는 웃었다.

 

 

  거리낌 없이 내게 손을 뻗어 목 끝까지 잠긴 내 셔츠의 단추를 3개쯤 푼다.

 

 

 

 

 나도 놀랐다.

 

 

 

  그 손을 쳐내지 않아서... 그리고 그 손이 빨라서- 막지 않은 내게 더 놀랐다. 그토록 조심스런 내가?....

 

 아무리 가까워 졌다고 해도- 나는 그녀의 손을 막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제, 붉어지기 시작한 그 흉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본다.

 

 손으로 살짝 쓸어본다- 내 빗장뼈에 남은 커다란 상처를-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더는 참을수 없어서

 

 그러나 그녀의 눈에 든건 연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빛난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 눈빛이 내 숨을 멎게한다.

 

 

 "당신은 ...... 여전히 아름다워요-"

 

 

 

 

 

 내 손을 꽉 잡는다- 힘있게.... 나는 단 한번도 내 상처를 그렇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늘... 보이는게 신경쓰이면 보이는 부분 만이라도- 흉터를 지우라고- 흉터를 지웠으면 하셨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흉터는 다 지울수도 없었지만.... 그 흉터를 보면 나는 내 분수를 잊지 않을수 있었다. 내가 있을 자리를

 

 내게 주어진 자리를... 내가 지켜야만 할 자리를 알수 있었다.

 

 

 

 지울때마다 지독하게 아플것도 염려스러웠지만...

 

 

 

 

 

 

 "이래서 술먹길 싫어했군요?... 술기운때문에... 상처가 발갛게 달아오르네요-....."

 

 전엔 몰랐으면서... 그녀는 알겠다는 듯 내게 말한다. 난 그저 피식 웃었다.

 

 

 

 "원래 몰랐잖아, 아니야?"

 

 

 

 

 "전엔 몰랐어요-... 모를수 밖에, 당신 눈 보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알고 있었다. 모르는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그 말에 씩 웃었다.

 

 

 

 끝말이 반말인거 보니 벌써 취한걸까?

 

 그 반말에 오묘해진 내 표정을 보고는 그녀는 빠르게 반박했다.

 

 

 

 "안 취했어요- 반말하면 취했다고 여기죠?... 설마 반잔에 취할까... 아니에요-"

 

 

 그녀는 내 손을 놓지 않는다. 꼭 붙잡고서- 그 손도 따뜻하다

 

 

 

 

 

 "빨갛게.. 꽃 핀거 같아요-..... 당신이 컴플렉스라서 그걸 늘 감추죠-.. 여름에도 그랬죠

 

 목 끝까지 단추를 잠그고 있었죠...... 나는 이해할수 없었어요-"

 

 

 

 

 "뭘 말이지?"

 

 

 

 

 "당신은 정말, 이렇게 빠진 내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질만큼 아름답거든요-....

 

 

 전엔 안그랬는데... 요즘은 쉬이 상상이 되요..... 아주 어린시절의 당신이 어땠을지......"

 

 

 

 

 "얼마나 어렸을때?"

 

 

 

 

 "글쎄... 요즘 같아서는 점점 더 알게 되는거 같아요-.. 10대와 막 20대가 된 그때쯤일까요? "

 

 

 하임은 그 말을 하곤 씩 웃었다. 그때의 자신을 절대로- 상상도 못할텐데-

 

 

 예전엔 하임은 이렇게 나에 대해 단언하지 못했다.

 

 

 

 우리가 많이

 

 가까워 지긴 가까워 졌나보다.

 

 

 

 

 

 "당신은 상상도 못할껄..."

 

 

 

 내 웃음에 그녀는 어리둥절해 한다.

 

 

 

 

 "흰게 싫어서- 굳이 태닝을 해서라도 조금씩 태우곤 했었어.. 머리 염색.... 밝은 갈색으로 곧잘 염색하곤 했지....

 

 

 이게- 원래 머리야 , 지금 머리색이... 지나치게 검지...... 검어도 너무 검어서 이질적이었거든 ... 그래서 염색도 하고...

 

 주렁주렁 반지에... 귀걸이에...... 그 시절엔 그런게 멋이라고 생각했지.... 약간의 반항심이었을지도 몰라......

 

 

 

 지금이 자연스러운 거야..... 내 피부색.... 내 머리색..... 그대로거든..."

 

 

 

 

 

 그녀는 맥주 거품을 손가락으로 쓸며 내게 되물었다.

 

 조금은 의아하다는듯이

 

 

 

 "흰게 싫었어요?"

 

 

 

 흰거라.... 한창때의 남자에게 피부가 하얀게 좋은 것처럼 느껴지긴 쉽지 않지..

 

 난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에야 웃지만 , 그게 정말 싫었으니까-

 

 

 

 

 "..... 입술이 얇은데다... 흰 피부에 대비되어 보이게 보여서...... 여자같다고들 그랬었거든 ,

 

 당시엔 그걸 좀 못견뎌했어- 한창 남자다운거 과시하고 싶었을 땐데.. 그 말이 좋을리 없었지....20대가 그렇잖아

 

 멋있다, 잘생겼다가 좋지 , 아 예뻐 따위가 좋을리 있냐"

 

 

 

 

 하임의 눈빛이 믿을수 없이 아름답게 빛난다.

 

 

 

 "체- 그것도 가진자들의 이야기죠- 난 좋았을거 같은데요?"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 지는 손가락- 그 손가락에 묻은 물감-

 

 예전이었다면 나는 그런것도 못 참았을건데-

 

 

 

 손톱에 베인 물감까지도 , 그녀의 손 끝에 깃들어 있으니 특별하게만 보인다,

 

 

 

 "왜 당신도 학창시절에도 이뻤을텐데-"

 

 

 

 그 말에 하임이 눈을 흘긴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평범했어요- 그냥 다- 평범했어요-

 

 반에 여러명 있을법한 , 희미한 기억에나 존재할 법한 그런 존재-"

 

 

 

 

 

 그 말에 난 한숨이 나온다. 이 여자의 자존감은 대체 어디에 붙어 있기에 이렇게 콩알만한거야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거 보면 몰라?

 

 

 

 당신이 정말 평범했다면- ... 오히려 내가 이렇게 초조하진 않았을까?

 

 차마 말로 더 설득할 말을 꺼내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자 그녀가 먼저 말을 했다.

 

 

 

 

 

 "아마... 그때보다 지금이 더 , 아름다울거에요-..... 당신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그 상처들이 당신이 살아있는 증거라 생각하면...

 

 나는 그 상처에 피가 모여드는 것도... 붉어지는 것도... 감사해요.... 아름다워요-"

 

 

 

 내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쓸어내린다. 자신의 손길에 내 상처가 더 뜨거워 지는거 같은데도

 

 그런것도 마치 모르는 것처럼

 

 

 "당신이 이렇게 피가 뜨겁고- .... 그 피가 당신의 심장으로 모여들고-... 다시 퍼진단 증거니까......

 

 고맙게... 느껴져요"

 

 

 

 그녀의 손이 , 약간은 가칠한 그 손이 내 뼈를 훑어낸다- 목부터 부드럽게- 나는 심장까지 떨려온다

 

 두근거리는 맥박이 목 뒤에서 쾅쾅 울리는것 같다-

 

 스피커라도 틀어 놓은 것 처럼

 

 나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아 내려놓았다.

 

 

 

  그녀가 놀란 듯 했다.

 

 

 

 나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는 신사라서 , 쉽게 멈췄지만-.... 오늘같은 날 그렇게 자극하면- 당신이 위험해 질지도 몰라-

 

 당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지-"

 

 

 

 

 진지하게 충고했는데 그녀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린다.

 

 

 

 

 애처럼 보이는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환한 웃음이 든다.

 

 

 

 "어련하시겠어요- 당신의 입술에 닿길 내가 얼마나 바랬었는데... 그것만으로 내가 운다고 생각하셨으니..."

 

 

 

 

 개구지게 말하는 그 얼굴에 난 바싹 다가선다. 그녀의 턱에 손을 올리면서- 힘있게 그녀를 끌어 당긴다.

 

 가까이- 다가선다. 숨이 닿을만큼 가까이-

 

 

 

 "........."

 

 

 

 얼굴에 그녀가 늘 바르는 로션 향기가 난다. 그녀의 향기와 섞여서- 달큰하면서 상큼하게 느껴지는 향기가

 

 나는 목소리가 거칠거칠 해지는거 같았다. 목소리에 숨소리에 긴장이 섞인다.

 

 

 여전히 귓전을 울리는 내 심약한 심장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 맥박소리-

 

 

 

 "이래도 긴장 안돼? "

 

 

 

 

 그녀의 눈, 이마, 볼에 입을 맞춘다- 그녀가 굳어지는게 느껴진다. 긴장한것 처럼-

 

 굳어버린 그녀의 볼에 입술을 대어본다.

 

 

 

 

 다소 꾹 하고 눌러본다- 그녀가 몸을 뒤로 살짝 빼는 게 느껴진다. 아주- 살짝.

 

 

 

 "바짝 얼거 없어- 그러니까 취하지 마- 당신 상상보다 내가 더 "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위험하거든 언제나, 더 많이-"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자리에 다시 앉는다.

 

 그녀는 화가 난것 같기도 , 수줍어 하는거 같기도 하다.

 

 

 

 

 잔뜩 골난 목소리로 물어온다

 

 

 "전에도 이랬어요?.... 이러고 싶은거 어떻게 참았어요?"

 

 

 그 말에 나는 술잔을 홀짝이며 여유있게 대답한다.

 

 왠지 웃음이 난다.

 

 

 

 

 "신사잖아- 신사답게 참았지-......"

 

 

 

 

 

 "체, 잘때 입술 뺏아간 입술도둑이 입만 살아서-"

 

 

 조그맣게 궁시렁 거리는 그녀의 작은 입술-.

 

 

 

 

 

 내가 뚫어져라 바라보자 그녀가 되 묻는다. 입술을 손으로 가리면서

 

 

 "또 왜요?"

 

 

 

 

 "그러게... 전엔 어떻게 참았을까........"

 

 

 내 아련하게 울리는 말에 그녀는 웃었다.

 

 

 

 

 ".... 겁 같은거 안난다 생각했는데... 당신 눈이 너무 깊어서- 너무 짙어서-

 

 조금... 겁나긴 하네요-"

 

 

 

 

 

 

 그녀의 손을 끌어다... 볼에 그녀의 손을 비벼본다.

 

 아까완 다른 따뜻함이....잔뜩 들어있는 그녀의 숨이 내 볼을 쓰다듬는다.

 

 그 손을 놓았지만 그 손은 아까의 손처럼... 툭 떨어지지도 ..차가워 지지도 않는다..

 

 여전히 내 볼을 쓸어내린다. 따뜻한 손길로- 내 눈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당신의 눈이.. 예전엔 무서웠어요- "

 

 

 

 "왜?"

 

 

 

 

 알것 같지만 묻는다. 눈 색이 지나치게 짙어서 전엔 렌즈를 끼고 싶을 정도였다.

 

 검으면 말갛고 순진해 보여야 할 텐데.. 내 눈은 내가 보기에도 그렇지 않았으니까

 

 

 

 

 

 "내가 , 숨긴 너머의 너머- 그 너머까지도 당신은 알아 채는거 같았거든요.....

 

 알면서 - 그 눈으로 빨려들어가서 , 당신이 알면서도-... 모른체 하는구나 싶어서

 

 맘이 탔어요- "

 

 

 

 

 

 그 말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못났죠?..... 첫사랑도 아닌데... 첫사랑처럼 그럴까봐서 무서웠어요-... 그때 저는 용감했어요- 거침없이 좋으면 좋다고

 

 그렇게 맘을 전했죠.... 그게 부담되었을지도 모르죠.. 제 첫사랑은 장렬하게 실패했으니까..."

 

 

 

 

 그녀의 웃음이 아파보인다. 아주 예전의 상처일텐데.. 이미 아문 상처고 마치 내 흉터처럼 살이 덮인 일일텐데

 

 

 

 왜 이런 여자에게 상처를 줬느냐고 그 자식이 누군지 찾아가서 흠씬 두들겨 패 주고 싶은 기분이다.

 

 

 

 나는 내 생각의 방향에 웃음이 났다.

 

 멍청할 정도로 ... 아니 멍청하게 순진한 생각에-...

 

 

 

 

 

 그때 이 여자에게 상처를 줬다고 그 자식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흠씬 때려주고 싶다니....

 

 내가 눈이 멀긴 멀었군

 

 

 

 

 

 "당신은 지금도 용감해- ... 거침없고- 밝고 , 씩씩하지....

 

 내가 비겁해질때마다... 나는 부끄러웠어 - 당신이 나 따윈 비교도 안되게 용감해서-"

 

 

 

 "그런 내가- 너무 적극적이라 싫지 않았어요?"

 

 

 

 그 말에 난 조금 놀란다. 전의 여자들은 한사람 말곤 , 언제나 질리도록 연락을 해대곤 했다.

 

 그때는 왜 몰랐던 건지...

 

 

 

 그 연락을 끊는 손에 난 하나의 연민도 자비도 없었다. 그렇게 남의 가슴에 생채기를 나게 했으니.... 비참한 오늘날의 내가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장하임이 싫은적은 없었다. 밀고 밀고 밀어내다- 그대로 밀려가겠지 하다가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대로 밀려 갈까봐서-

 

 다시 쓸려 오지 않고 멀리 가 버릴 까봐서

 

 

 

 

 

 

 "오히려... 싫은척 했대도... 마음 속에선 좋았을꺼야 아마.... 차마 나한텐 당신을 잡을 용기따윈 없었거든......

 

 그런 나를 당신은 불평없이 잡아 주었잖아-

 

 

 

 당신을 위해 밀어낸 거였어- 핑계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내 대답은 솔직했다. 그랬다 밀어 내면서도 얘가 밀려거 다시 내게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나는 언제나- 했었으니까

 

 적어도 밀면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는건데- 밀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조차도 여유가 없어서-

 

 

 

 마음속에 이는 생각을 , 내가 한게 아니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열심히... 대면서

 

 

 

 

 

 

 "당신은 왜 날 밀어냈는데요?"

 

 

 그 말에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알면서-"

 

 

 그말에 그녀는 말 없이 술을 들이켰다.

 

 

 

 ".. 내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은 보통 함께 불행해지잖아- 함께 감당할수 있는 얕은 사실이 아니잖아- 당신의 경우는 더 그렇고...."

 

 

 

 그랬다.

 

 

 

 나는 지난 날의 모습들을 아직도 다 잊질 못했다. 나는 원래도 뭔갈 잘 잊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말하자면 이런 상태를 견디는 성미도 아니었다. 지금 나는 그토록 사랑했던 - 아니.... 지금도 완전히 지우지도 못하고

 

 여전히 아름답기 짝이 없는 사랑을 함께 품은 하민이를 감히 놓을 생각도 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놓을수 있을진 모르겠다.

 

 

 

  처음 말 한대로 그대로 잡고 한손에 이 여자의 손을 잡고 싶은데

 

 그 남자의 말이 신경쓰여 견딜수없다- 점점 더 양손으로 잡고 싶어질 거라는-

 

 

 장하임이라고 왜 그런 욕심이 일지 않을까-

 

 사랑을 하다보면 그 사랑이 깊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고- ... 그녀는 분명 그럴 자격이 있는 여자인데...

 

 

 

 

 

 정작 , 선택해야 하는 나.

 

 

 

 

 

 나 조차도 가끔 이 여잘 몸이 으스러져라 두 팔로 안아주고 싶은데-

 

 머리와 어깰 온 힘으로 감싸안아 주고 싶어지는데-.....

 

 

 

 

 

 

 "괜찮아요- 난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씩씩한 사람이니까-

 

 당신의 슬픔도 감당할수 있을만큼 용감하니까- 아니 용감해 지기로 했으니까-

 

 이제 의미없는 밀어내기는 하지 말기에요-"

 

 

 

 그녀는 작은 입술로 오물오물-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나는 턱을 손으로 괜체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고 만다-

 

 

 

 

 이 작은 여자는 언제나 마법처럼 내 어께에 달린 멍에를 순간순간 날려버리곤 한다.

 

 살에 익어 달라붙은듯 떨어지지 않던 무거움이 순간 사라지는것 처럼- 마법처럼

 

 

 

 어깨가 가벼워 져 버린다.

 

 

 

 

 "약속해요-"

 

 

 그녀의 손가락이 쑥 내게 내밀어진다. 그 손가락 끝엔 또 짙은 노란 물감이 묻어있다. 나는 그걸 보고 씩 웃었다.

 

 

 예전의 나처럼 칠칠맞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닦아 주는게 아니라-

 

 

 "그래-"

 

 

 

 

 그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어본다- 그녀의 손은 작아서- 내 새끼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에 힘겹게 걸린다.

 

 그녀는 손을 당겨 엄지 손가락까지도 콩 찍고야 뿌듯하다는 듯이 웃었다.

 

 

 

 

 "당신 술 속도가 점점 빨라져- "

 

 내가 훈계하듯 말하자 그녀는 픽 웃었다.

 

 

 "에이 뭐 어때요 "

 

 

 

 

 그녀는 한손을 뻗어 내 손을 살짝 잡았다. 마치 공기처럼 가볍고 덧없게-그러더니 그녀는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꺼냈다.

 

 

 

 

 "나는 늘 그랬어요- 정들었던 티비 프로그램이 끝날려고 하면,

 

 

  예를들어- 다음주에 마지막화가 방송합니다.. 이런 글이 뜨고나면

 

 꼭 친구를 잃는것 같이 맘이 아리곤 했어요-

 

 참 말도 안되죠-... 그런 나더러 사람들은 바보같다 했죠- 그런것 때문에까지 맘이 아프면 맘이 남아 나겠냐고

 

 혹은 참 실없다고요... 그런데 난 줄곧- 말 안하고 숨기고서도 그래왔어요-... 다음부터 이 사람들의 미소나 눈물을 볼수 없겠구나-

 

 그 사람들은 사실... 역할에 충실한 것일수도 있고 비춰지는 것과 같은 사람이 아닐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늘 그랬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언제나 내 자신이 좀 싫어졌어요-"

 

 

 

 

 

 그녀는 고갤 들었다. 내 눈을 관통할듯 바라보았다.

 

 

 

 

 "당신은 내게 말했죠 '남의 아픔은 남의 아픔으로 남겨 두어야.... 혹은 아픔은 아픔일 뿐이니까 거리를 두어야' 아프지 않다고요 내가 다치지

 

 않는다구요-

 

 그건 이미 내겐 소용없는 이야기였어요 한낱 티비 프로그램이 끝나도 맘이 허전해서 슬픈 기분이 드는 내가-

 

 당신에게서- ... 더 단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빠져서.. 어떻게 친구로라도 남고 싶었던 사람의 아픔 앞에서

 

 어떻게 초연할수 있었겠어요-.....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에요- 당신이 죄책감 가지라고 하는 말은 아닌거 알죠?

 

 

 내가 원래가- 남의 아픔까지도 내 아픔으로 안아버리죠-... 가끔은 그런 내가 싫어요-"

 

 

 

 

 그녀의 말투는 단정했다. 끝 매무새가 간결했다.

 

 

 "나도 나만 신경쓰고 싶어요- 내 아픔만 아픔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그 말을 간절하게 뱉고는 , 마치 진심같지 않은 말투로 덧붙였다. 살짝 웃으면서-

 

 

 

 

 "그게..... 쉽지가 않네요.... 그렇게 안되네요-"

 

 

 

 

 그녀는 실제로도 끊임없이- 내 아픔을.... 또 하민이가 날 잃으면 어쩌나 하는 하민이의 아픔을- 형제와 끊임없이 다투는 우리 가족의 복잡한 아픔을

 

 강비서의 슬픔이나 연민을...... 내가 헤아릴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말해주었어도 소용없었다.

 

 

 

 이런게 그 남자가 말한 고통일지도 몰랐다. 그녀가 아프지 않았으면 난 바라고 또 바랐지만-

 

 그녀는 그럴수가 없었다.

 

 

 

 내 사정은 낯 모르는 사람도 알면 인상을 찌푸리고 안타까이 여길만한 일이었고-

 

 

 그녀는 내 모든것을 알고 있었고

 

 말했듯이 그런 성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녀는 그런 아픔들을 내게 옮기지 않으려고- 내게는 빛만 되려고 기꺼이 그 아픔을 안고 있었다.

 

 나는 안타깝게 웃었다. 차마 그녀 앞에서 울수가 없으니 웃음이라도 지을밖에 내가 무슨 말을 더 할수 있었을까...

 

 그녀는 씩 웃었다 신경 쓸거 없다는 듯이- 그리곤 내가 들고있는 잔에 자신의 잔을 살짝 부딫혔다.

 

 

 

 

 

 

 

 

 

 

 -

 

 

 

 작약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내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참 이상한건 내 맘까지도 착 가라앉을 만큼 그게 좋았다.

 

 슬프거나 안타까운게 아니라-

 

 

 

 그가 돌아 올때 굳이 두번 묻지 않았던 건 알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알것같아서- 알고 싶지 않았다.

 

 

 

 

 

 

 순간 순간 나는 못났게도 질투하고 있었으니까- 예를 들자면 나에게는 새로운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일 텐데-

 

 하민씨의 손을 잡고 끝없이 말을 거는 모습같은것 말이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는 않는 장면이었다. 그가 목발을 짚고 돌아오는건 주로 하민씨를 본 날이 많았을 테고-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마음을 흔드는 일이 있었다는 뜻이었기에.....

 

 

 

 

 나는 도하와 연애를 하면서 가장 큰 실수는 연애가 생활과 붙어버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사랑은 마법같은 거지만 매번 이 사람의 습관이나- 이 사람의 몰랐던 부분까지 다 알게 되면

 

 좋을리가 없었다.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처음부터 좋을 순 없으니까-

 

 아니 알면 알수록 실망하게 되는 일도 적지 않았으니까-

 

 사랑이 식어가는 순간부터는 그런것은 마치 지옥처럼 변했다. 모든게 신경쓰이게 하는

 

 모든게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이별은 정말 지옥이었다.

 

 

 끝없이 슬퍼지고 끝없이 상대가 미워지는 지옥-

 

 

 

 

 우리의 사랑은 그런 일이, 영원히 없었으면 했다.

 

 

 

 

 그에게 내가 실망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도 있으니까-

 

 

 

 좋은 모습만-

 

 

 그가 생각하는 대로 용감하고 따뜻하고- 씩씩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싶었다.

 

 

 

 

 

 

 

 굳이 바로 옆집인데도- 내가 시간되면 돌아오는 것도 그 때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천천히 걸어왔으면 해서였다. 지금 급해야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언뜻 언뜻 비치는 그 사람의 따뜻한 눈길에- 나를 아름답다고 바라보는 그 눈빛과 눈짓에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녹아 내리는 것 처럼 맘이 따끈거렸다.

 

 

 

 

 불안감-

 

 저런 눈길로 나를 영원히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욕심을 안게 되고 그 욕심이 불안감을 부르고 있었다.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하민씨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세진이는 그런 면에서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갖고 싶은거면 나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잠깐 잠깐씩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욕심을 내지 못했다.

 

 

 바보같을 정도로- 남의 아픔까지도 내 아픔처럼 마음을 쓰는 .. 바보같은 습관이 붙어서

 

 도저히 나만 생각하고 있을수가 없었다.

 

 

 

 눈앞의 그는 너무나 초연하고 아름다웠다. 우리가 이렇게 마주 앉았던 첫날이 떠오른다. 끊임없이 퉁명스럽고-

 

 자신의 이야길 하면서 너무나 괴로워 했던 그를- 그는 말 하는 내내 내 눈을 바라보았지만 그 깊은 눈엔

 

 

 오로지 절망과 슬픔 뿐이었다. 지금같지 않았다.

 

 따뜻한 눈길과 내 말을 사려깊게 듣는 귀-

 

 

 

 그리고- 내가 손을 잡아도 그는 어느순간 부터 손을 빼지않았다.

 

 

 

 그의 손등과 , 걷은 팔에 수 놓인 빨간 , 나는 평생 알지 못할 무늬들은 그의 귀에 올라앉은 보석만큼 빨갛게 보였다.

 

 

 그는 내가 연 단추가 신경 쓰이는지 자꾸만 앞섬을 추스르곤 했다. 그의 늘씬한 빗장뼈에 올라 붙은 붉은 자국-

 

 

 원체 하얗던 사람이라- 전에 봤을땐 이렇게 상처를 보고도 많단 생각 하지 않았다. 붉게 상처들이 물들자-

 

 그의 말대로 싫거나 무서운게 아니라 마음이 쓰렸다.

 

 

 이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더 아팠다거나 고통스러웠단 이야긴 별로 하지 않았었다.

 

 특히 사고 이야긴 그랬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말고- 이렇게 많이 다쳤었단 이야긴 안 했었는데-

 

 전엔 팔만 아주 살짝 걷은데다 얼굴은 말끔해서 몰랐었다. 손등이나 몸을 예의 주시했다면 알아 챘었을까?

 

 

 

 

 그때는 그의 눈만 보고 있었다. 전체를 볼 만한 정신도 없었단 생각이 들자 왠지 웃음이 났다.

 

 

 

 벌써 취하고 있는 걸까- 딱 4캔째인데-

 

 

 

 

 그는 날 보며 재밌단 듯이 웃었다. 술이 좋다기 보다- 한잔씩 먹고 나면- 내가 먹고 나면 그도 마시고

 

 그가 더 솔직해 지니까- ....

 

 

 그리고- 그가 언제나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는 텐스가 떨어지고 그래야....

 

 

 그렇게라도 되야 그가 좀 편할거 같아서였다.

 

 

 

 

 그는 술이 몹시 센듯했고- 어차피 늘 내가 먼저 취해 버리곤 하니까 소용 없는 짓일때도 있었지만-

 

 

 

 

 그는 살짝 몽롱한 내게 말했다.

 

 

 

 "장하임- 이거 몇개야?"

 

 손가락을 네개 들어보인다- 난 피식 웃었다.

 

 

 "네개!"

 

 

 "그럼 이건?"

 

 

 손가락 두개-

 

 

 

 "두개-"

 

 

 

 마치 브이를 하고 있는것 같아서 너무나 귀엽다-

 

 작약과 귀여움이라- 예전엔 어울릴 일 없는 단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와플과 하겐*즈 아이스크림 처럼 달달하게 궁합이 맞는다.

 

 

 

 

 

 작약이 씨익 웃는다- 그리곤 또 묻는다

 

 

 "그거 두개 더해봐- 그럼 얼마야?"

 

 

 ".........음...."

 

 

 

 작약이 대답을 기다리면서, 물을 따른다 난 왜 이 간단한게 술만 들어가면 날아가지? 이 초 간단한게 빙글빙글 돌고-

 

 웃는 작약의 얼굴만 아련하게 떠오르는거 보면-

 

 

 

  내가 저 남자한테-단단히 미쳤거나

 

 

 유치원생도 할 계산이 안될만큼 인사 불성이거나 둘중 하나인가보다.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우니 전자에 힘이 실리지만...

 

 

 

 

 작약은 내게 , 다리를 살짝 끌면서 다가와서 물을 먹인다- 내가 할수 있는데-

 

 

 아마 마지막 술잔을 살짝 엎지르는걸 본 모양이다- 입이 촉촉하게 젖어든다.

 

 

 

 

 그는 어린아이 대하듯 물을 반컵 먹이고서- 다리를 살짝 살짝 힘을주면서 , 점검하는 듯 하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나를 부축했다.

 

 

 "이런, 업어주고 싶은데 업었다가 너까지 떨어뜨리겠다."

 

 

 

 라고- 내가 못 들을거라 생각하면서 중얼거린다-

 

 

 그는, 방안에 들어와서 나를 조심스레 침대위에 눕힌다- 너무나 젠틀하게-

 

 

 

 나는 술이 들어가니 너무 용감해지고 만다-

 

 

 

 "가지마요-"

 

 

 

 그를 확 잡는다- 그는 곤란하단 듯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그의 가칠가칠한 목소리가 굉장히 섹시하다.

 

 

 

 "술에 먹힌거지? 그지?..... 내가 조심하라고 한 말은 소용없었군..."

 

 

 

 그는 살짝 침대에 걸터 앉는다. 나는 술에 정말 먹힌걸까?

 

 

 

 "여기서 자고 가면 안되요?"

 

 

 작약이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가 살짝 풀어진다.

 

 그리곤 무섭게 말한다. 겁이라도 주려는 것 처럼-

 

 

 

 " 여자가 정말 겁이 없어-"

 

 그러곤 내 코 끝을 톡 때린다-

 

 

 

 "당신은 가서는 늘 잠을 잘 못들잖아요- 아니에요?"

 

 

 나는 마음에 품고 있었던 걱정거리를 입으로 냈다.

 

 

 

 그토록 조심해서 언제나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고 방금 해 놓고는- 내 입은 내 생각과 계획을 보란듯 배신한다.

 

 그를 보내기 싫다- 그가 내가 머무르라고 한다고

 

 언제나 머무를 사람이 아님을 내가 더 잘 알고 있는데..........

 

 

 

 "휴-"

 

 그의 낮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미 내가 아니라- 맥주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도 다 생각이 있다구요- 난 이불 돌돌 말고 잘거야-"

 

 

 

 나는 데구르르 굴러 이불에 꼭꼭 몸에 말아버린다-

 

 계란말이같이- 이불이 노란색이라 정말 계란이 되어 버린거 같다-

 

 그의 얼굴이 웃기게 변한다. 엄한척 하는데- 눈밑으로 웃음이 스민다.

 

 

 

 "내가 원래 남들까지 다 잠들게 하는 힘이 있거든요- 원래 내가 잠들면 다 잠들었거든요

 

 학창시절에도 그랬어요- 나 자면 주변 앞 뒤 다 졸았어요-"

 

 

 

 말이 슬슬 꼬이면서 작약은 그런 나를 귀엽단 듯이 , 또 조금은 난처하단 듯이 바라본다

 

 

 

 "그래서- 여기서 자라고?"

 

 

 

 작약은 그렇게 물으며

 

 

  "인내심 테스트하는거야 뭐야-... 너 진짜 나 남자로 안보는거 아냐?"

 

 

 

 라면서 중얼거린다. 나는 헤실헤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술이 웃게 만든다. 완전히 취한건 아닌데-

 

 술에 힘을 빌리니 도저히 어려워서 안 나왔을 말이- 쉽게도 입에서 나온다-

 

 

 

 "왜 웃어-"

 

 

 

 "당신이 왠지 내 말을 들을것 같아서-"

 

 

 

 그는 한참뒤에야 큰 결심한듯 대답한다.

 

 

 

 "그럼 ..... 너 잠들때 까지만 여기 있을께-"

 

 

 "에이,그런게 어딨어요-"

 

 

 

 "여기있다. 이 인내심 파괴범아-"

 

 

 

 그는 내 머릴 톡 가볍게 친다. 나는 그를 재촉한다-

 

 

 "그럼 여기 누워서 빨리- 팔 베게 해줘요-"

 

 

 그는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이다-믿을수 없다는 듯 고갤 살짝 저으면서-

 

 

 내가 자꾸만 징징거리자 하는 수 없이 그는 내 침대에 눕는다. 침대가 싱글이라 꽉 찬다. 팔을 조심스레 뻗어서 내게 팔베게를 해주곤

 

 

 내가 베고 있던 베게를 자기 뒤에 살짝 걸친다-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가깝다- 은은한 방의 조명에 비쳐오는 짙은 속눈썹은

 

 

 믿기 힘들만큼 길고 촘촘하다-

 

 

  아직도 열려있는 셔츠의 단추- 나는 다시 조금 애벌레 처럼 꼼질꼼질 움직여서-

 

 그에게 찰싹 달라붙는다 그의 가슴에 코를 묻고서-

 

 

 "이러지마-"

 

 

 

 "킁"

 

 

 "니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그는 왠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면서슬금슬끔 몸을 뒤로 뺀다. 내가 중얼거린다

 

 

 

 "안 넓어서 떨어져요- "

 

 

 "그럼 그러지마"

 

 

 "뭘요?"

 

 

 

 "뭘?...... 코 킁킁대면서 안기지마-"

 

 

 "왜요?"

 

 

 

 

 그는 그 말을 하면서 나를 살짝 감싸 안아준다, 아주 조심스럽게

 

 

 

 

 "엄청 귀엽거든-"

 

 

 

 

 

 "닭살이야... 작약-"

 

 

 

 내가 중얼거리자 그는 달콤하게 속삭인다-

 

 "아직도 너 나 작약이라고 부르는구나?"

 

 

 

 "작약이 작약이죠-"

 

 

 "술취하면... 너는 언제나 다 말하는군... 비밀 있으면 술은 먹지마-"

 

 

 

 

 "헤헤..."

 

 

 그의 품에서 언제나 그에게 풍기는 향기가 난다. 달콤한 꿀냄새- 살짝 열린 창으로

 

 

 

 가을의 바람이 든다- 그는 날 조금 더 안아준다- 그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정말 못살겠군- 너 다 깨면 진짜 후회할지도 몰라-"

 

 

 그의 투덜거림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가 턱으로 내 머리를 꽁 하고 찍으며 말했다.

 

 

 

 "빨리 자- 안그럼 잠 들기 전에 가 버릴거니까-"

 

 "안갈꺼면서-"

 

 

 그가 웃는 숨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내내 웃다가- 바람이 들어 그의 앞머릴 살짝 날리는걸 보면서

 

 

 

 꿈처럼 잠들었다. 달콤하기 그지없게-

 

 

 

 

 

 

 

 -

 

 

 지혁은 눈을 떴다. 아주 어스름하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나보다- 아주 오랫만에 아주아주 오랫만에 꿈도- 죄책감도 질문도 없이

 

 난 잠을 잤다.

 

 

  품안에서는 아직도 아기토끼같은 그녀가 잠들어 있었다. 촉촉한 숨으로 내 옷자락을 촉촉하게 물들이면서-

 

 솔직히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귀엽고- 술이 취하자 혀가 벨벨 꼬였으며- 예전같앴음 사람이 그렇게 취했으면

 

 술이 꺠야 할텐데 따위의 생각을 했을텐데 아니 좀 싫어 했을텐데 , 너무 귀엽게만 보였으니까-

 

 

 

 

 난 어제 하루가 무척 고단했고- 그녀를 살짝 안자 그녀에게 곧 입맞추고 싶어졌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생각보다 빨리 고른 숨소릴 냈지만 난 맥박이 하도 뛰어대서 부정맥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가슴께는 따끈거렸고- 그녀의 베게에선 그녀의 로션냄새가 났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녀를 더 살짝이 안고

 

 잠시 생각에 잠겼을 뿐이었는데- ....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거였다. 아주아주- 오랫만에-

 

 지혁은 다리를 까딱까딱 움직였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괜찮은것 같았다. 그에게 잠은 어느순간... 특히 이런 잠은

 

 그 어떤 카페인보다 효과가 좋은 자양강장제였다. 아주 조심스레 팔을 빼어낸다- 그녀가 입을 오물오물거린다.

 

 꿈에서도 뭘 먹고 있나보군- 머리를 살짝- 들어 베게를 배어주고- 돌돌 말고 있는 이불을 살짝 빼어내- 잘 덮어준다-

 

 그리고 그녀를 잠시 바라보곤-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춘다. 간지러운듯이 그녀가 애교있게 찡그린다.

 

 

 

 부엌을 정리하고는, 창으로 날씨를 본다- 술냄새가 고인 거실과 화장실의 창을 아주 살짝연다- 그리고 문을 조심히 닫고

 

 

 

 집으로 돌아온다- 방금 전에 돌아온 건데도 , 벌써 그 공간이 그립게 느껴질 만큼 자신의 집은 싸늘하다-

 

 말끔하게 정리된 집- 문을 열자마자 까망이가 소리에 눈을 뜬 듯이 하품을 하고는 발치에 와서 비벼댄다.

 

 

 

 지혁은 자신의 앞섬을 만져본다. 그녀의 숨이 촉촉하게 베어들었던 그 옷을... 자신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었다는 것에

 

 살짝 기쁘기도- 사랑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다 까먹은게 아닌가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그 숨이 한줌도 제 힘으론 못 들이쉴 어제 보았던 자신의 마른 꽃을 떠올리고 지혁은 얼굴을 쓸어내린다.

 

 싸늘한 집의 공기가 그제야 자신을 질책할 마음이 드는 듯- 주변으로 찬 공기를 불러 일으킨다.

 

 지혁은 그제야 정신이 드는 듯- 전화를 들어 강비서 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김박사를 만날 ,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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