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숨이 닿을 만큼 가까이 , 더 가까이
작성일 : 17-07-25 03:45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150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 나는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헉 하고 소릴 냈다. 내가 늘 뛰는 산책로에 그는

 

 햇살속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깔끔한 흰 상의에 밑에 검은색 바질 입고서- 운동할 차림은 아니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손에 책을 들고 있다 눈은 날 바라보지 않고 책을 보았다.

 

 

 

 "늦었네- 이렇다니까- "

 

 

 

 눈을 귀엽게 찡그리며 내게 말을 건다. 나는 내 얼굴을 더듬더듬 체크한다- 운동하니까- 화장도 안하고

 

 운동복 입고 나온게 다인데... 샤워도 아직 안 했는데..

 

 

 

 어제 우린 별 다른 말 없이 잘 자란 말과 함께- 서로 돌아 들어갔다. 그는 여느때완 다르게-

 

 아주 자상하게 그 말을 했었다.

 

 잘자라고-

 

 

 

 바로 옆집이다 보니 , 언제나 연애 초이면 했었던 전화가 뜨거워 질때까지 하는 통화는 없었지만

 

 벽 너머에 그가 있다는게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나는 아주 바보 같을 정도로 안심했다.

 

 

 

 

 

 "여.. 여기 어쩐 일이에요?"

 

 

 나는 아주 조용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어색하게 물었다.

 

 

 그는 무슨 말 이냔 듯 갸웃 거린다. 그 모습이 지나치게 귀엽다.

 

 

 

 

 "나 보고 멈춰서면 안돼- 어떤 사람이 찍고 있을지 모른다구- 일단은 그냥 뛰어-

 

 

 

 당신도 내가 ,"

 

 

 

 

 

 그러더니 아주 살짝 고갤 들었다.

 

 그러더니 무심한 척 다시 책으로 눈을 향한다

 

 

 그러곤 책 뒤에서 속삭인다

 

 

 

 

 

 "보고싶었던 것 같네-"

 

 

 

 

 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지금 내 얼굴이 빡빡하게 붉어 졌을 것이다. 이 부끄러움이 어디서 나온 건질 몰라서 그렇지-

 

 주변 사람들이 작약을 흘긋 거리는 걸 모를수가 없었다. 하얀 얼굴에 아침 해가 든다-

 

 그러니 그는 , 마치 눈밭의 검은 토끼마냥 눈에 띈다-

 

 

 

 

 

 "빨리 뛰고 와- 맘 같애선 같이 뛰어주고 싶은데... 그건 못하니까- 여기 앉아 있을께- "

 

 

 그는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서 책 사이로 날 쳐다본다.

 

 

 

 

 고갤 살짝 들어 그 검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장난스레 속삭인다.

 

 "한눈팔지 말고- "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난다. 여자답게 조금 호호거리는 웃음이라도 나면 좋을텐데-

 

 바람빠지는 웃음소리-

 

 나는 여전하다. 바뀐게 하나도 없는데-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 너무나도 많이 ... 바뀌었다.

 

 

 

 

 

 

 "한눈은 무슨...... 오빠도 진짜...."

 

 

 

 나는 살짝 아주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를 당황하게 하려고 한 오빠란 말에 그는 여지없이 얼굴이 붉어진다. 난 약올리듯 뛰면서 씩 웃었다.

 

 

 "오빠 꼼짝말고 거기 있어요!"

 

 

 

 내가 뛰러가며 조용히 속삭였다.

 

 

 

 

 

 -

 

 

 

 

 

 

 지혁은 눈 꺼풀로 정말 오랫만에 드는 볕을 느꼈다.

 

 예전엔 자신이 햇볕 알러지가 있는줄 알았다. 볕이 워낙 싫었던 터라서.....

 

 

 

 햇볕이 이렇게 좋아진 것 까지도.. 저 여자의 영향일까?

 

 

 

 

 

 

 기억의 한켠이 안개가 끼인듯 뿌옇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한줌도 못 잤다. 잠만 자면 악몽을 꿔서.. 아니 악몽도 아니지 잠이 든것도 아니니까..

 

 

 

 예전, 하민이의 모습이.... 마치 환영처럼 보였다.

 

 

 백일몽처럼 보였다.

 

 

 

 기억이 파도쳤다. 나를 집어 삼킬것 처럼

 

 물 밖으로 나온 내게- 끊임없이 다가왔다.

 

 나를 포위해 왔다.

 

 

 

 

 

 하민이는 날 추궁할만한 애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본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한적은 없었는데...

 

 

 

 

 마치, 하민이는 내 상상과 추억 속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듯 보였다.

 

 

 

 예전의 그 목소리가 자꾸만 들려오는 것 같아- 나는 잠이 들수조차 없었다.

 

 

 

 

 

 

 

 죄책감이 밀려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늦었다. 새벽 3시 쯤 밀려오는 죄책감은 나를 결국엔 깨어있게 했다.

 

 

 

 

 

 눈을 감고- 고갤 무릎에 묻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 정도면 됐다. 이정도면 충분했다.

 

 

 

 

 

 혼자 죽어라 되뇌였다.

 

 

 

 

 

 

 장하임을 불러 오고 싶었다.

 

 

 

 그 여자라면 내게 달라붙는 이 죽을듯한 괴로움을

 

 그녀의 밝음으로 날려 줄수 있겠지.. 그럴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매달리고 싶어졌다. 나는 몇번이나 일어섰다. 그녀에게로 가고 싶어서

 

 바로 옆이다. 바로 옆인데..... 바로 옆이었는데....

 

 그럴순 없었다.

 

 

 

 

 

 이 괴로움만은 온전히, 내 몫이어야 했다.

 

 몰랐던거 아니었다. 알고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으니까-

 

 고통스러울걸 알면서-.....

 

 

 

 그리고 그녀는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걸 알면, 더 고통스러워 할 것이었다.

 

 밝은 여자다.

 

 

 

 내 손을 망설임 없이 잡았다. 내가 온전히 자신을 위할 수 없다는 걸 다 알면서-

 

 그러면서도 하민이에게 미안함을 느낄 만큼 , 착한 여자다.

 

 

 

 

 여기서 나쁜 놈은 나 하나인데

 

 

 

 

 

 

 나뿐인데........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해서는 자신을 자책하겠지....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고 그저 그녀에게로- 짙게 무섭게 , 그리고 진하게.....

 

 옮겨 갈 뿐일 것이다. 이런 고통을 그녀에게 주자고?

 

 

 

 

 죽으면 죽었지 그럴 순 없었다.

 

 

 

 

 선뜻 그녀에게로 가려고 했던 발을 멈추고 난 그녀의 집 쪽으로 향해서 있는 벽으로

 

 기대 앉았다. 마치 그녀가 곁에 , 내 곁에 앉아 주었던 것처럼 , 벽에 얼굴을 붙였다.

 

 

 

 

 가을이 되어 싸늘해진 벽의 감촉은 밖의 가로등불에 비춰서 더 없이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되뇌였다. 고마운 사람이다. 고마운 여자니까...... 절대로 티 내지 말자 그러지 말자....

 

 

 

 

 

 외로움과 죄책감, 그건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몸이 다 부서지더라도- 그 중압감에 갈빗뼈가 가루가 되어 으스러 지더라도

 

 

 그녀에게 이 아픔은 절대로 가지 않도록

 

 온몸으로 난 막아줄 것이었다. 죽어도 지킬 약속이었다.

 

 

 

 

 그리고 밝게만, 그녀에게는..... 밝은 모습만... 그래도 행복한 기억만....

 

 

 

 

 

 

 때론, 거짓말을 해서라도 잡아야 하는 여자라고- 스스로 입으로 되뇌였다.

 

 

 

 

 나는 어쩔수 없이 벽에 기대 앉아서 벽 너머에 있을 그녀의 고른 숨소릴 마음으로 들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서서히- 정신이 들자- 등에 차오른 식은 땀이 느껴졌고- 나는 아픈 다리를 살짝 움직였다. 눈을 뜨자 볕이 들고 있었다

 

 내 다리 바로 앞으로-

 

 

 

 

 

 찬란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련없이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손에 자주 읽는 책을 들었다.

 

 

 

 

 아픈 다리의 통증을 막고자 약을 먹고-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목발을 짚고 싶진 않았기에-

 

 

 그리고 그녀가 곧 나올것을 기대하면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살짝 주변을 살폈다. 아침 일찍이었고 산책로는 한적했다. 살펴보니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조심은 해야 했는데... 참을수가 없었다.

 

 

 

 그녀를 보고 싶어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얌전히 집에 있어야 되는데... 도저히 기다릴수가 없었다. 성급하대도 상관 없었다.

 

 사진 찍혀도 , 별 다르게 이상하게만 보이지 않는다면....

 

 

 

 

 

 강비서한텐 이 상황을 이야기 해야겠단 생각이 머릴 스쳤다. 김박사한텐 ... 어쩔수 없이 말했지만

 

 

 강비서는 ... 아니 모르는게 차라리 그한테 나을까?.... 아니면.... 아는게... 나으려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서 , 책을 들고만 있는데..

 

 

 

 

 그 책 너머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날 발견하자 발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내 가슴에 대책도 없이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

 

 

 

 

 어두운 밤의 서늘한 기억을, 나에게 달라붙은 물의 흔적을 말끔히 쫓아내는 그녀의 행복한 얼굴

 

 

 

 

 그녀는 빛이었다. 내 어둠을 몰아내는

 

 

 

 지치도록 길고 긴 밤의 어둠을 걷어내는 아침의 빛처럼

 

 

 

 이제는,

 

 어쩔수 없는 나의 용기였다.

 

 

 

 

 

 

 

 그녀의 볼에 ,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마치 군주를 따르는 신하처럼, 혹은 마침내 마음 둘 곳을 찾은 외톨이처럼

 

 

 

 

 그녀는 한참을 풍랑에 떠돌던 , 나란 배의 간신히 찾은 등대의 빛처럼 느껴졌다.

 

 

 

 얼마만의, 빛일까- .....

 

 

 

 그녀가 뛰는 모습이라도 , 내가 같이 뛰어줄수 없어도

 

 

 그녀 곁에 그녀의 숨 가까이에 있고 싶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꼼짝말고 있으란 말을 하곤 , 뛰어서 멀어졌다.

 

 

 한참 뒤에야-

 

 

 

  나는 내가 웃고 있음을 깨달았다.

 

 손이 입으로 갔다. 이 감촉- 이 느낌...

 

 

 잊지 말아야지 이젠- 잃지 말아야지 이제는...

 

 

 

 너무나 오랫만이라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내 입의 근육들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현호는 까무룩 들었다고 생각한 잠에서 깼다.

 

 

 어둠이 걷힌 방은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옥탑방이었다.

 

 

 

 

 

 

 그렇게 술이 취했어도 어떻게 이까진 왔구나 싶어 안심의 한숨을 푹 내쉬는데- 문 옆에 낯선 실루엣이 앉아 있었다.

 

 제이미였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너무 놀랐기 때문에...

 

 

 "아오...."

 

 

 목에서 거칠고 쉰 소리가 난다- 술에 꽉 잠긴 목소리-

 

 

 옆의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은 6시였다. 그의 손에는 수건이 들려 있었고 현호는 어제 셔츠를 입고 갔는데 셔츠는 온데 간데 없었다.

 

 그러고 나니 머릿속에서 희미한 기억이 스쳤다..... 왠지 브웩하고 토해버렸고 그 옷을 제이미가 힘겹게 닦아내던 기억 같은게 스치자

 

 현호의 얼굴은 붉어졌다...

 

 

 아오 쪽팔려... 왜 먹지도 못하는 술을 홀짝 홀짝 들이켰을까...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그리고 당시엔 왜 그렇게 많이 마신줄도 몰랐지? 이렇게 필름이 끊기는 건 신입생 때 이후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제이미는 닦고 닦다가 지친 듯 문 옆에 앉아서 잠 들어 있었다. 좁은 창으로 드는 빛이 그의 길고 긴 속눈썹 밑에

 

 놀랍도록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현호는 아주 잠시, 넋을 잃고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뭐랄까 , 묘한 생김새가 남성적이었다가 여성적이었다가 좀 종잡을수가 없다.

 

 

 그리고 참 묘한 인연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자신은 무례할 정도로 제이미에게 캐 물었다. 그건 자신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원래도 예의를 차리다가 할일도 못해버리는 스타일이었는데...... 막연히 맘에 품고 있던 궁금증은

 

 술이 들어가자 다소 집요해졌고.... 그에게 무례하게 .. 집요할 정도로 그 일들을 물었다.

 

 

 

 정말 괜한짓을 했다. 늘 생글거리는 그가, 난감해할 정도였으니....

 

 진짜 내가 왜 그랬지?

 

 

 

 

 머리를 벅벅 긁는다..... 머리가 아직도 띵 했다.

 

 그때 제이미가 눈을 뜬 듯 말을 걸었다.

 

 

 

 

 "어... 깼어요?"

 

 

 

 잠이 가득 묻은 목소리다. 그럼에도 반사적으로 영어가 나오지 않는 거 보니

 

 

 정신은 말짱한 모양이다.

 

 

 

 자신보다 술을 먹어도 한참 더 먹었는데 말이다.

 

 제이미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고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 에서 숙취해소 음료를 꺼내 주었다.

 

 그런걸 사다 놓은 기억은 없었으니.... 이것도 제이미가 사다 놓은 것일테지... 현호는 차마 고맙단 이야기도 못하고 그걸 받아 들었다.

 

 

 

 "..........."

 

 

 

 

 제이미는 자신의 것을 딱 따서 한번에 들이킨다. 목이 뻐근한지 목을 살짝 살짝 틀면서-

 

 "어제 기억 나요?... 옷 위에 , 없죠? 그런 것은 미안해요- vomit이 묻어서요.. 당장 닦아내기엔 좀 많이....."

 

 아무래도 토사물이란 단어까진 모르는 모양이다. 그는 어깰 으쓱한다...

 

 

 

 "바지에도 묻었는데.. 그건 닦았어요-"

 

 

 

 그러고 보니 제이미도 위에 입었던 셔츠는 없고 안에 입었던 반팔티만 입고 있다.

 

 

 현호의 얼굴이 벌겋게 색이 변했다.

 

 

 말이 튀어나왔으나 몹시 더듬더듬거리고 말았다.

 

 

 "...... 미안해요...... 제가 제이미한테도.. 토했..? 토했어요?"

 

 

 

 

 

 제이미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잠시 알아듣는데 시간이 걸렸으나 그게 그 단어란걸 금방 알아챘다.

 

 

 

 

 "약간요- 업고 오고 있었거든요....."

 

 현호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자신도 모르게 끅끅 이상한 소릴 냈다.

 

 부끄러움이 진하게 온몸에 쫙 퍼진다-

 

 

 

 "진짜 미안해요- 술이 독하단거 알면서.. 홀짝 홀짝... 진짜 미안해요- 당황했죠??...... 그렇게 뻗을줄은 저도 몰랐던 일.... 이에요

 

 

 미안해요"

 

 

 제이미는 대답대신 살짝 ,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젠 혹시라도 , 자다가 또 토..? 하실까봐 못 갔어요 그냥 가려다가....

 

 걱정되서요-"

 

 

 

 걱정됬다는 말을 하는 눈이 짙고 묘하다- 그것보다 압도적으로 현호는 그저 부끄러웠다.

 

 

 부끄러워하는 현호의 모습에 새삼 제이미는 속으로 귀엽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처음과는 달리 제이미는 좀 신중해졌다. 일하다 보니 현호와 김 간호사를 잘 알게 되었고 섵부르게

 

 

 

 소위 말하자면 껄떡댈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기엔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주 오랫만에 가족같이 안정감이 드는 관계였다.

 

 

 

 

 

 지금 이대로도 좋았다. 현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닌게 거의 확실했고

 

 굳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다. 이유 없이 끌리면 , 물론 좋겠지만 상황은 전혀 몰라도 굳이 부러 지금 밝히고 싶지 않았다.

 

 현호같은 성격에 그렇단 것만 알아도 도망칠것 같아서 이기도 했다.

 

 

 

 굳이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이대로도 괜찮아-

 

 

 

 

 제이미는 그런 생각을 비로소 했다.

 

 어제 현호는 술주정을 한참이나 했다. 외과의가 아닌게 뭐 어때서- 라든지 이건 뭐 버린거야? 버린 자식이란 거야? 같은 말이나

 

 외롭다구요 , 왜 나는 혼자냐고요 이런 투정을 들으며 눈치가 빠른 편인 제이미는 대충 현호의 사정을 파악했다.

 

 

 술이 취하면 끊임없이 넋두리를 하는 타입이란 것도 어제, 알수 있었다.

 

 

 

 

 그것도 말 할 생각은 없었다. 혼자 되새김질 하다보면 기억 날 지도.... 제이미는 냉장고 안을 뒤져 물을 건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럴수도 있죠.... 그럼 저는 옷좀 갈아입고... 출근해도 될까요?"

 

 

 

 현호는 그 물을 받아들면서 제이미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고갤 끄덕였다.

 

 제이미는 씩 웃더니 모잘 집어 들고 볼캡을 푹 눌러 쓰면서 어스름 하게 밝아와 있는 밖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현호는 그 물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뒤로 누웠다. 그러곤 이불킥을 해댔다.

 

 

 킥!!킥!!킥-!!!!!!!! 아무리 킥을 해도 이 오소소 돋은 이상한 감정은 사라지질 않을것 같았다.

 

 

 

 이게 왠 개망신인지...

 

 

 

 

 현호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 죽여 부끄러움의 절규를 뱉었다.

 

 

 

 

 -

 

 

 

 

 한 바퀴를 돌고 왔더니 여전히 작약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부신 빛을 받으면서-

 

 흰 얼굴에 비친 이질적인 빛이 내 눈에 비쳐져 왔다.

 

 

 숨이 찼다. 이게 뛰어서 그런건지

 

 이 사람 때문인지 내 자신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코와 입으로 정신없이 숨이 오간다. 이럴 때 마다 내가 천식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니까...

 

 

 

 그는 아무런 일도 없는 듯이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다가 설 때 까지도-

 

 

 내 기척을 느끼자 그는 책에서 고갤 들었다. 매번 놀라는 표정-

 

 

 

 

 그리고 행복해 하는 얼굴-

 

 마치- 헤메던 사막 한가운데서 물을 찾은 사람의 표정처럼 빛나는,

 

 어떤 간절함을 품은 얼굴-

 

 

 

 그 표정이 나는 , 내 것인지 자꾸만 맘에 의심이 들어서 힘들다.

 

 의심이랄까... 내 자신에 대한 , 확신이 떨어진다...

 

 

 내 스스로를 정직하게, 평가해 온 내가

 

 

 

 그 정도의 표정을 얻을 가치가 있는지- 그정도의 눈길을 받을 자신이 있는지..........

 

 

 

 

 내가 저런 표정을 얻을 정도로 ,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이렇게 귀한 사람을, 이렇게 귀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 정말로 내게 있는지...

 

 

 

 

 그는 잠깐 다른 생각에 빠진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더 힘든건 그 눈엔 한치의 의심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날 의심하는데 ...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신이 있는지를 , 끊임없이 의심만 하는데-

 

 

 "다 뛰었어? "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보면서 한 쪽 손으로 살짝 내 팔을 당겨 자신 옆에 앉힌다.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가 뒤로 물러서자 그가 , 보이지 않게 내 팔을 꼭 잡는다.

 

 

 

 "왜 도망가? 이렇게 있고 싶어서 밤이 새도록 기다렸는데-"

 

 

 

 눈은 책을 보는 척 하면서 말은 퍽도 달콤하다..

 

 

 

 그보다 사진 찍힐까봐 걱정하고 있었으면서 이래도 되는걸까?

 

 

 그리고...

 

 

 

 

 밤이 새도록?

 

 

 

 

 난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다른 곳을 보는 척하면서 말을 걸었다.

 

 

 

 "땀 났으니까 그랬죠-.... 어제도 한숨도 못 잤어요?"

 

 

 내 말에 그는 눈알을 굴리며 딴청을 피운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 못 잤어요?"

 

 

 내가 엄하게 되 묻자 , 그는 안보이게 픽 웃었다.

 

 

 "아니야.. 아니야.. 잤어 - 푹 잤어-"

 

 

 

 그가 웃는다, 개구쟁이처럼- 귀여운 얼굴로 거짓말도 잘 하네- 눈 밑에 짙디 짙은 다크써클을 깊은 속눈썹으로 가리면서

 

 

 "그럼 어제 한 작업 가지고-.... 샤워하고 올테니까- 이제 집으로 가요- 빛 때문에 눈도 잘 못뜨면서-"

 

 

 

 그는 빙글 빙글 웃는다- 볕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는 오늘따라 빛 속에 있는게 즐거워만 보인다.

 

 

 

 "광합성 한게 언젠지도 기억이 잘 안나서...... 이렇게라도 빛을 좀 쬐어야지 싶어서-"

 

 

 노래하듯 덧붙인다. 나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 이 사람의 외모와 목소리는 너무 다르기도 같기도

 

 묘하게 어울리기도 때론 전혀 안어울리기도 한다. 낮고 깊은 목소리이다가도 웃거나 화나면

 

 

 소년같은 음성이 되곤 한다. 어린 사람의 음색처럼

 

 

 

 "우린,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연히 만난거야 잠시 앉아있는것 정돈 괜찮겠지...?"

 

 

 

 그가 내게 말한다.

 

 

 그런 말을 하니까 나조차 일어설 수 없잖아요..... 나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면서 옆에 어쩔수 없이 앉아 있었다-

 

 

 덥다. 이젠 여름이 끝나버린줄 알았는데....

 

 

 

 그는 내가 불편해 하는 걸 눈치챘는지 그제야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 자연스런 자세로- 가벼운 태도로-

 

 

 

 "그래 알았어.... 무슨 말인지- 그래도 떨어지긴 싫다........"

 

 

 

 그 말에 나는 얼었다. 낮은 목소리 달콤한 이야기 , 그 이야기가 나에게 향한게 맞을까.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그러더니 조용한 소리로 덧붙였다.

 

 

 

 "빨리 와-"

 

 

 

 

 나는 그 말에 오히려 왠지 힘이 풀려, 잠시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살피면서..

 

 

 

 

 -

 

 

 

 

 후다닥 샤워를 하고는 옷장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스쳐서 나는 피식 웃으며

 

 그가 좋아할만한 편하고 단정한 옷을 골랐다. 로션을 바르고 입술에 립스틱을 칠한다. 괜한 짓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이 정돈 하고 싶었다.

 

 

 

 

 어차피 메이크업 해도 이길수도 없는 얼굴인걸

 

 나는 욕심을 비웠다.

 

 예전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피부 하난 자신 있었는데.....

 

 

 

 

 문을 살짝 두드리자- 문이 열려 있었던 듯 슬쩍 밀어 열렸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안경을 쓰고 있다.

 

 가는 테의 은색 안경- 가벼워 보이는데 얼굴에 차가운 기운을 더하는- 전엔 저 안경을 쓰면 더 차가워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그 안경을 쓰고 날 보고 , 웃었다. 이 사람이 달라진 것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 중 하나는

 

 계속 웃는다는 것이다.

 

 

 나를 보고서- 마치 이제껏 웃는 것을 참아오기나 한 것 처럼-

 

 그 웃음을 보고 나도 모르게 베시시 웃는다. 그의 가느다란 선에 , 그 안경이 참 잘 어울린다는...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예쁘게도 웃는군-"

 

 그는 내가 건내 준 원고에 눈을 고정하곤 달콤한 말투로 더 없이 건조한 일을 얘기하듯 칭찬한다.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당신이야 말로.... 이쁘게 웃네요.... 예전엔 못 본 미소에요-"

 

 

 

 그는 그림을 팔락 팔락 넘긴다. 마음에 든 그림에 체크를 하고는 내게 두꺼운 책 한 권을 내민다.

 

 

 "우리 4분의 3은 했어... 그래서 일단 가제본 했는데...... 한번 읽어봐- 그리고 당신이 원한데로 그림 들어갔는지-

 

 

 

 인쇄하면서 느낌 바뀌어서 고치거나 바꿔야 되는거 있는지... 체크해줘-"

 

 

 

 

 그의 눈이 투명하게 나를 향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책이.... 정말.... 끝이 다가오네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 탁자 위에 있는 내 손을 잡았다.

 

 

 

 "책은 끝나도... 우린 끝이 아닐거야...... 그렇게 믿어- 나는 ... 적어도 그래-"

 

 

 

 그의 말이 조심스레 이어진다. 그는 언젠가 부터 '나는' .. 이란 말을 붙이는 일이 많다.

 

 

 

 마치 내가 불안해 하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 처럼 - 자신은 떠나지 않을 테지만 내가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이..

 

 

 

 

 "나도 , 그래요....... 왜 불안해 하는 것 처럼 보이죠?"

 

 

 나는 그 말을 , 나도 어색하고 불안해 하며 되 물었다.

 

 

 

 

 

 그는 웃었다. 쓸쓸하게-

 

 

 "당신이 정말 좋지만.... 당신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만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

 

 그래서 불안한 거겠지..... 참 이상하지? 전엔 어떤 여잘 만나도 내가 이 여자한테 엄청 부족하겠구나 하는 생각 까진 해본 적 없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발 맞추려 애를 썼지........

 

 

 

 그런데 당신한텐 못 해 주는게 너무나 많으니까 - 그걸 그냥 내 맘으로 다 채울수 있을지- 그것만으로 당신이 만족할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거야.......

 

 

 우습게도 질투도 해- 물론 전에도 질투심이 없었던 편은 아닌데....그 당신 친구한텐 오래 질투했지-

 

 당신한테 바로 안 알린것도 질투심 때문이고- 그 사람일에 날카롭게 굴었던 것도 그랬지...

 

 웃기지?

 

 그런데 오히려 당신과 이렇게 되고 나니까..... 질투심을 감추려고 애쓰게 되네

 

 당신이 나한테 실망하는게 싫어- 당신을 이렇게나 구속하는 내 자신도 한심하고-"

 

 

 

 

 

 눈부신 그는 얇고 짙은 입술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자신을 비하한다. 내가 이렇게 되길 얼마나 기다린지

 

 모르는 사람처럼 ,

 

 

 

 "원래 좀 그런 편이긴 했지- 독점욕, 말하자면 그런건데- 사랑에 있어선 좀 그랬지-

 

 나만 보고 나랑만 얘기하고- 나만 생각하길 바랬거든... 이제야 그게 얼마나 미련하고 나쁜 짓이었는지 알겠군

 

 당신에게는 언제나 한손만 준다 그래놓고선 , 당신한텐 그러면 안되는 건데-

 

 당신이 너무 좋거든- 솔직히 답답할 걸 뻔히 알면서-

 

 

 당신이 내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거든-"

 

 

 

 

 그는 눈 하나 흔들리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잔망스럽게 턱을 괴곤-

 

 안경 너머로 눈을 빛내며 말한다-

 

 

 

 "뻔뻔하대도- 어쩔수 없지 뭐- 내내 당신과 함께 있고 싶은데- 이제껏은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어-"

 

 

 내 얼굴은 아마도 또 붉어졌을 것이다. 이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이렇다

 

 

 이 사랑도 변색이란게 있을까? 김도하와 그랬듯이...... 그와의 사랑에도 분명 빛나는 순간이란건 존재했다.

 

 

 

 물론 이 만큼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그는 안경을 벗었다, 내 손을 잡고 있지 않은 한쪽 손으로- 그리곤 내게 더 바짝 다가온다- 내 얼굴을 만진다-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내 얼굴을 기억하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조심-

 

 이마부터 턱까지-

 

 

 

 

 

 그러면서 그는 일어나서 내게 얼굴을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가느다란 손가락- 그러면서도 큼직한 손이 내 얼굴을 감싼다. 그러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1초- 2 초쯤 그렇게 지났을까-

 

 

  잠시 망설인 듯한 그가 입을 맞춰왔다. 지난 번 하곤 달랐다.

 

 아마도 내가, 그때 운 이유가 거칠어서 그랬다고 생각하는지도-..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시간을 들였다. 나는 여전히 서툴렀으나- 그는 그렇지가 않았다.

 

 

 

 

 나는 이 입술을 거쳐갔을 다른 여자들을 생각 안 할수가 없었다. 너무나 능숙했기에

 

 질투를 안 할수가 있어야지- 그때 그가 내 입술을 아주 , 아주아주 살짝 깨물었다.

 

 

 

 그러더니 입술을 뗐다. 매정하게-

 

 

 

 

 

 그러곤 눈도 채 못뜬 내게 심퉁맞게 한마디를 했다.

 

 

 "너 지금 딴생각 하네, 그 정도 여유는 있는가봐 그지? "

 

 

 내가 눈을 뜨자 그는 내 눈에 바로 맞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 어떻게... 알았어요?"

 

 

 

 

 하여간 눈치는 빨라가지고... 내가 좀 새침하게 물었으나 그는 오히려

 

 자신이 토라졌다는 듯이 몸을 뒤로 빼며 의자에 다시 앉는다.

 

 

 "그것도 모를까봐- , 느려지던걸-"

 

 

 

 

 투덜 투덜- 그의 토라진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나는 피식 피식 웃고 말았다.

 

 

 

 "웃음이 나?"

 

 

 

 

 

 ".. 진짜 못살아-"

 

 

 

 ".....?"

 

 

 

 그의 넋빠진 표정이 재밌다. 자꾸 내 대답을 궁금해 하는 것도

 

 

 이렇게 즐거운 게 연애였는데.... 난 늘 잊고 있었다.

 

 

 아주 오래- 이런 감정을 잊고 있었다.

 

 

 

 "다른 생각 한건 맞는데- , 당신 생각 했어요- 얼마나 다른 여자들이랑 입을 맞추고 다녔으면

 

 

 이렇게 능숙하나... 그런 생각 했어요- "

 

 

 

 그는 그 말에 딴청을 핀다- 귓가부터 볼까지 붉어진거 보니까- 그리고 딱히 부정은 하지 않는 거 보니까

 

 맞는 말이긴 한가보다-

 

 

 

 "부정 안하네요? 펄쩍 뛸줄 알았는데...."

 

 

 

 

 그는 탁자위의 먼지를 털며 조용한 소리로 대답한다.

 

 

 

 " 정직하게-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땐 그냥 많이 만나는게 대단한 건줄 알았단 말야.....

 

 그래도 방금 건 당신이 잘못한거야- 온 마음 다 바쳐서 입 맞춘건 , "

 

 

 

 그는 말을 멈춘다.

 

 마치 오류가 난 기계처럼, 움직임까지도- 딱 멈춰버린다.

 

 

 

 

  거기에 이어질 말은 난 마음으로 듣는다. 딱 둘 뿐이라고-

 

 그중에 하나는 나고- 또 한사람은 .......

 

 

 

 그는 무의식 중에 예전, 그 반지를 끼고 있었던 손가락을 버릇처럼 쓰다듬는다.

 

 

 그런 행동을 놓치지 못하는 내가 , 정말로 싫다-

 

 

 

 알면서- 그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

 

 독점하지 못해서 안달난- 내 자신이 정말 싫다.

 

 

 

 

 "오늘은 나갈까? 날씨가 좋은데- "

 

 그가 일어난다. 소파로 걸어가면서 - 내게 등을 돌리고 툭 하고 말을 던진다.

 

 

 나는 어리둥절해 되 묻는다.

 

 

 

 "에?.... 아침에 잠시 만나는 것도 찍힐까봐 - 초조했는데요?.... 나갈수... 있을까요?"

 

 

 내 말에 그는 안쓰럽단 듯 눈을 찌푸린다.

 

 

 

 

 "그러게...... 이런게 싫어- 내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어머니한테 말씀드리면-

 

 형이나 아버지를 어느정도는.... 막아 줄수 있으시겠지만......."

 

 

 그는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

 

 

 

 

 

 

 "아마 어머니도 기대하실꺼야- 이상하지.. 아버지가 겁나야하는데- 어머니가 기대하실게 더 겁나는건

 

 좀 이상한 일인데...... 어머니가 아실까봐 그게 더 겁나.... 아버지가 눈치도 빠르시거니와-..

 

 

 

 어머니도 내가 , 당신과 조금 다른게 있기만 해도- 좋아하실 거거든-

 

 그리곤 무지하게 기대하시겠지..... 끊임없이 간섭하고 싶어 지실테고-

 

 우리 속도대로 가고 싶어도.... 그걸 느리다고 생각하실 테니까- "

 

 

 

 

 

 그의 말에 난 내가 걱정하던 것을 이야기했다.

 

 물론 내가 엄청- 앞서나간단걸 알고는 있었지만-

 

 

 

 단지 어울리는 것 만으로도 싫으실수도 있기에.. 맘에 걸린 고민이었다.

 

 

 

 

 "..... 나도 바보 아니에요- 당신 부모님이 , 우리 집안에 만족하실...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요-"

 

 

 

 그 말에 그가 살짝 웃었다. 그러곤 나를 일으켜 소파에 앉히곤 옆에 앉아서 말을 잇는다.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또 말해줘야 알아?

 

 

  당신은 다신 사랑할일 없다 그랬던 나를 이만큼 회유한 여자야-

 

 다신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던 나를 끊임없이 만난 여자야-

 

 누구랑도 가지 않기로 한 길을 가게 한 여자야-

 

 

 

 지금 내 세계에 들어와서 숨쉬는 여자는 , 내게 대답하는 유일한 여자는

 

 당신이야

 

 

 당신을 가지려면 어떤 통증을 견뎌야 할지- 어떤 슬픔을 견뎌야 할지.... 잘 알면서-

 

 절대 포기가 안됬던.... 내 옆자리에 있어 주면 안될까... 싶었던 그런 여자야.....

 

 

 부모님은 아무 상관 없어........

 

 

 무슨 말을 하시던 - 어떤 생각을 하시던......

 

 당신 말곤 이제 안될테니까-

 

 

 별 생각을 다하네.... "

 

 

 

 

 그는 내 볼을 살짝 꼬집는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손을 놓곤 내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리곤 날 살짝 안는다. 그의 품 안에서 난 새삼 놀랍고 , 이 사람의 품이 이렇게 넓었나 하고

 

 따뜻함을 느낀다. 그의 가슴팍에 코를 묻는다. 달콤한 향기- 이젠 그냥 그대로 그로 받아들일수 있는

 

 그가 입고 있는 향기- 그 향기는 여전히 달콤하다.

 

 

 

 

 

 그가 중얼거린다.

 

 

 

 "이제야 졸리네......."

 

 

 

 

 "....? 어제 푹 잤댔잖아요?"

 

 

 

 

 내가 몸을 떼어내며 추궁하자 그가 입술을 달싹거린다..

 

 부드럽게 눈이 휜다. 애교섞인 눈빛이라...

 

 

 

 매일이 처음같은 남자...

 

 

 

 

 ".... 또... 또 졸립다고-"

 

 

 

 

 에휴,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사실 믿지 않기도 했다. 그는 원래도 푹 자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다.

 

 나는 말 없이 그를 침실로 떠밀었다. 떠 밀리면서 그가 정색을 하고 되 물었다.

 

 

 

 

 "지금 날 재우는거야?"

 

 

 

 

 예전같이 엄한 목소리.. 나는 기가 좀 죽었지만

 

 티내지 않고 더욱 단호하게 대꾸했다.

 

 

 

 

 "졸리면 자야죠! 사람은 자야 살아요- 어떻게 잘 먹지도 않는 사람이 잠도 안자요!! 당신이 이러니까 툭하면 쓰러지죠-"

 

 

 내 말에 그는 다시 고집스레 대답한다.

 

 

 

 "그럼 너 갈꺼잖아- 싫어- 안잘래-"

 

 

 

 

 돌아서 소파로 가면서-

 

 

 

 나는 그를 붙잡고 다시 떠밀었다.

 

 

 "잠 들때까진 옆에 있을께요-"

 

 

 

 "싫어-"

 

 

 

 "잠 들때까지 자장가도 불러 줄게요-"

 

 

 

 "싫어-"

 

 

 

 

 왜 이렇게 고집이 센지-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때쓰는 아기처럼 군다니까...

 

 

 

 내가 혀를 차자 그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같이 자주면, 잘게....."

 

 

 

 

 

 "....?"

 

 

 

 

 

 

 내 얼굴이 시뻘게지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픽 하고 웃는다.

 

 

 

 

 "무슨 생각하는거야... 이 여자 시도 때도 없이 , 음란마귀가 씌였어....아주-

 

 

 그냥 손만 잡고 자자고- ... "

 

 

 

 그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며 씩 웃었다.

 

 

 

 

 "누가 뭐랬어요? 아무런 말도 안했는데-!"

 

 

 

 내가 발끈해서 대꾸하자 그는 픽 웃으며 묻는다

 

 

 "그럼 얼굴은 왜 빨개졌는데?"

 

 

 

 "..........."

 

 

 

 

 대답 못하자 그는 즐거운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위험하단 생각은 바람직한 생각이야.... 나에게서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를 지키길 바래-

 

 알았지?"

 

 

 

 그는 소년처럼 해사하게 웃었다.

 

 나는 또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

 

 

 그의 침실은 , 전에 얼핏 봤는데도 넓었다. 침대는 왜 인진 몰라도 애초에 퀸 사이즈였다.

 

 

 그는 아무말도 안하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서 베게를 베고는 내게 척 팔베게를 해 보였다.

 

 나는 머뭇머뭇 계속 망설였다.

 

 

 

 "아... 그냥 옆에 앉아 있어도 될거 같은데요-.."

 

 

 

 머뭇대면서 더듬더듬 말을 꺼내자 그는 한숨을 쉬며 나를 확 당겼다.

 

 

 얼떨결에 그의 팔을 베고 누웠다. 그가 입은 얇은 셔츠의 감촉 아래로 그의 팔이 느껴졌다.

 

 

 그는 내 위로도 이불을 덮고는 나를 감싸안았다. 그러곤 조그맣게 속삭였다.

 

 

 

 

 "꼼짝도 하지 마- 이렇게 안고만 잘게-"

 

 

 

 "......"

 

 

 내가 얼어있자 그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나쁜 짓 할것같으면 날 걷어차버려- 그래도 돼-"

 

 

 무슨 소리야, 나는 속으로만 중얼거린다. 내가 나쁜짓 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길고 긴 속눈썹이 내려앉았다.-

 

 

 

 나는 한참을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심장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들긴 한걸까-

 

 

 아니면 눈만 감고 있는 걸까- 고른 숨 소릴 들어도 잠 든건지 아닌건지 알수가 없다-

 

 

 안고 있는 그의 손이 무척이나 뜨겁다- 내가 몸을 조금 뒤척이자 그가 숨소릴 냈다.

 

 

 

 잠든채 내는 숨소리 같이 들렸다.

 

 

 

 

 살금 살금 조금 빠져나가야 겠다 싶어서 조금 떨어지려고 몸을 틀자

 

 

 

 그가 확 나를 당겨 꽉 안았다.

 

 

 

 아주 꽉- 숨이 찰 정도로 꽉-

 

 

 

 "꼼짝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틈만 나면 떨어지려고 그래.....

 

 

 내가 그렇게 싫어?......."

 

 

 

  잠긴 , 거친 목소리다. 나는 순간적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밤새 이러고 싶었어... 안고 자고 싶었어... 그만 움직여- 그냥 이대로 있자-

 

 

 당신이 자꾸 날 도발하고 있단 것만 알아둬-"

 

 

 

 

 

 

 그러더니 눈을 아주 살짝 뜬다. 정말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에 취한 듯한 눈매-

 

 

 그리고 짙은 목소리-

 

 

 

 

 "나도 남자야- 그러니까... 움직이지 마- 이대로 안고 자자- 그래야 당신도 안전하지-"

 

 

 

 안전?.......

 

 

 그러더니 날 불편하지 않게 고쳐 안는다.

 

 

 그의 품 속으로 어쩔수 없이-푹 잠기면서 난 속으로만 외쳤다.

 

 

 

 

 

 '니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야... 내가 문제라구-'

 

 

 

 

 

 그는 내 맘속으로 한 말을 들은 듯이 미소지으며 나를 더 꼭 안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5 무너지는 경계 knight & pawn 2017 / 7 / 26 20 0 16392   
174 실 없는 이야기와 무겁디 무거운 부탁 2017 / 7 / 26 18 0 18671   
173 지나온 일들, 그때 만약에... 내가 그랬다면, … 2017 / 7 / 26 18 0 18808   
172 속도가 붙는 계획 , 지키고 싶은 것 부터 지킬… 2017 / 7 / 26 17 0 17930   
171 돌아오는 곳 , 잃고 싶지 않은것 2017 / 7 / 26 16 0 18153   
170 runner's high 2017 / 7 / 26 16 0 14245   
169 가을에 피어난 꽃 반지처럼 2017 / 7 / 26 16 0 16344   
168 요정님과 공주님 2017 / 7 / 26 14 0 15457   
167 지금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2017 / 7 / 26 20 0 16841   
166 너무 아픈 사랑은 , 사랑이 아니었음을 2017 / 7 / 26 18 0 13423   
165 변화 , 낯설어도 불쾌하지 않은 2017 / 7 / 26 16 0 10703   
164 어차피 피할수 없었던, 품을수 밖에 없었던 2017 / 7 / 26 16 0 18166   
163 민들레 꽃이 피듯이 2017 / 7 / 26 17 0 14098   
162 미묘한 균열, 자라나는 불안 2017 / 7 / 26 16 0 16320   
161 같은 곳에 같은 색으로 꽃이 피다 2017 / 7 / 25 18 0 14230   
160 내 것이 아닌 색깔 , 내 것이었으면 하는 색깔 2017 / 7 / 25 19 0 15033   
159 한조각 씩 잃어버린 토끼 그리고 곰 2017 / 7 / 25 18 0 13487   
158 만약, 도망치고 싶어진다면... 2017 / 7 / 25 14 0 16103   
157 숨이 닿을 만큼 가까이 , 더 가까이 2017 / 7 / 25 14 0 15022   
156 희미한 불안과 볼에 피어나는 빨간 꽃 2017 / 7 / 25 19 0 16301   
155 조심 조심, 조심 조심 가까워 지도록 2017 / 7 / 25 18 0 13885   
154 행복한 질문 ,서로를 좀 더 알게 된다면 2017 / 7 / 24 20 0 15273   
153 새로운 인연, 이제 시작되는 연인 2017 / 7 / 24 18 0 12184   
152 확신, 아니라면 내가 확신할수 있도록 2017 / 7 / 24 20 0 14591   
151 복숭아 향기와 눈물 난 두 볼의 마주닿음 2017 / 7 / 24 16 0 10276   
150 숨어들다 , 그리고 묻다 2017 / 7 / 23 21 0 17010   
149 가면파티 (3) 그리고.... 2017 / 7 / 23 13 0 13974   
148 가면파티(2) 2017 / 7 / 23 17 0 12418   
147 가면파티 (1) 2017 / 7 / 23 20 0 12132   
146 준비 끝, 시선을 모아 쥐다 2017 / 7 / 23 23 0 7282   
 1  2  3  4  5  6  7  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