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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행복한 질문 ,서로를 좀 더 알게 된다면
작성일 : 17-07-24 18:34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15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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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말도 안된다-... 그토록 망설이고 그토록 진지하게 경고를 했는데-

 

 그녀는 아주 금방 내 손을 잡았다. 내가 긴장하고 전전 긍긍한게 이상할 만큼-

 

 

 

 

 

 봄날같이... 따뜻하게- , 어느새 다가오는 계절처럼 깨닫지도 못하는 틈에

 

 

 

 웃으면서-

 

 

 아주 가벼운 손 동작으로-

 

 

 

 샤워하는 내내 그녀 생각 뿐이다.

 

 

 

 왠지, 현실같지가 않다...... 꿈꾸는 듯한 기분이다. 이게 현실이기는 한 걸까-

 

 그녀는 준비하라며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준비라... 데이트라고?

 

 

 

 

 .... 내 마지막 데이트가 어땠는지 , 내 스스로 잘 알다보니 ,

 

 

 

 

 데이트라고...

 

 

 

 

 

 

 

 

 그 기억이 비릿하게 새어 나온다- 나는 입이 쓰다

 

 긴장하는 온 몸의 느낌이 , 너무나도 낯설면서도- 잘 아는 느낌이라

 

 나는 조금 두려워지고 만다. 그만....

 

 

 

 

 그 뒤 , 데이트 비슷한것도 한 적이 없는데......

 

 어쩔수 없이-, 피하지 않고..... 나는 하민이를 떠올렸다.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하민이를 얼마나 더 떠올리게 될까-

 

 하민이를 떠올리면 언제나 아팠지만

 

 

 

 

 언제나 느껴지던 고통과는 사뭇 다른- 하민이와 잡고 있을 한쪽 손의 서늘함 또한 느꼈다.

 

 

 죄책감이 맘에 가라앉는 걸 느꼈다. 내 무게는 죄책감과 설렘이 더해져 많이도 무거워 졌으리라-

 

 이제 그 무게를, 내 무게로-, 온전한 내 무게로 느껴야 하니까.....

 

 

 

 아마도..적응이 필요할 것이었다. 그 전엔 그 무게를 피하고자 죽기 살기로 , 아주 많은 여러가지에서 도망쳤다.

 

 전부 안고 가라- 김박사의 그 말은 나를 그대로 간파한 말이었다.

 

 

 

 그냥 다 안고 가려면- 내 자신도 그만큼 넓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더 넓게 더 많이- 많은 것을 수용할수 있어야 했다.

 

 

 

 

 

 

 나는 다 안아 보기로 했다.

 

 

 장하임이 내 말을- 내 맘을 알아들었기를 간절히 바랬다.

 

 

 

 눈 앞의 단 한 걸음-

 

 그게 시작이라면 -

 

 

 

 나는 샤워 하기 전, 내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하민이에게 줄 반지를 뺐다. 언제나 내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였다.

 

 그녀가 깨어나기 전엔 내 손에선 뺄 일이 없다고 생각한 반지이기도 했었다. 시간이 좀 걸렸다. 망설였지만

 

 결국엔 뺴버렸다.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을때 그 반지가 날 똑바로 바라보는게 느껴졌다고 하면, 나의 과대 망상일까...

 

 하지만 그랬다. 그 반지안에 담긴.. 내가 하민이에게 담아 주고 싶었던- 그녀의 덕에 내가 살아있다고

 

 당신 덕에 살아있는 내 심장소리가 이렇다고 ... 그 반지안에 담긴 내 맥박소린...

 

 지금의 내 심장소리와 너무도 달라서....

 

 

 나는 가슴이 계속해서 시큰거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타면 안되는 기차를 타고-... 떠나버린 사람처럼..

 

 

 

 

 나는 반지를 차마 서랍속에 넣진 못하고- 그저 침대 옆 스탠드에 놓아두었다.....

 

 

 눈에 밟히진 않아도- 잊진 않고록...

 

 

 

 

 

 

 

 

 나는 다시 곰곰히 생각을 했다. 내 두손을 내려다 보면서..

 

 한손만...

 

 

 한손이라고 아직은....

 

 

 

  아직 장 하임에게 말 하지 조차 않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 한손아닌... 두손으로 장하임을 잡아 주고 싶어 진다면.....

 

 

 

 

 그렇다면...

 

 

 

 

 

 생각이 그까지에서 왠지 , 턱에 걸린 것 처럼 멈추었다....

 

 나는 이럴때 보면 정말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장하임이 내 손을 잡은게 그래서 더 놀라웠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나를, 이렇게 느린 나를

 

 틈만 나면 지난 기억에서 걸어오는 나를.....

 

 

 

 기다리고 , 손을 잡아 준 ... 그녀가 정말 놀라웠다..

 

 

 

 

 

 

 샤워하기 전에 켜 놓은 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나는 가운을 입고 젖은 머리를 한손으로 닦으면서 전활 받았다.

 

 

 

 

 예상대로- 강비서였다.

 

 

 그의 목소리는 초조하게 들렸다..

 

 

 "작가님?...."

 

 

 

 

 "그래... 미안해 어제 전화 안받아서.... 그게.."

 

 

 

 

 

 전화기 반대편에서 안도하는 기척이 느껴진다. 걱정했던 모양이다.

 

 

 

 

 하기사 연락 두절이었으니....

 

 

 

 그는 울분을 터트렸다. 엉엉 우는 듯한 목소히-

 

 

 

 

 

 "집에도 안 계신거 같고!!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아직 파티 끝도 안났는데- 회장님이 작가님 찾아내라고 난리시고...

 

 제가 얼마나 난감했는지 몰라요-.... 하임씨도 연락 안 되고-"

 

 

 

 

 나는 잠잠히 그의 말을 들었다. 나 때문에 난처했겠구나.... 마음이 좋지 않다.

 

 어제는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피했는데 말이다.

 

 

 

 

 솔직히 강비서가 떠오르지 않을만큼- 나는 아주 멀리 갔었다.

 

 

 감정적으로.... 아주 멀리 멀리-

 

 

 

 

 일상에 돌아 올 거라고 생각조차 않을 만큼 멀리 말이다.

 

 

 

 

 

 "미안해-"

 

 

 나는 순순히 사과한다. 그것밖에 할 말이 없기도 했지만.

 

 내 사과에 그는 놀란듯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당장 회장님이 본가로 오라고 난리셨어요- 물론 사모님이 그 정도 했으면 됐지 않느냐고 하셔서 무산되긴 했지만요-

 

 

 

 사모님이 다 컨트롤 하실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나서서 목적이야... 다 달성 하셨으니

 

 

 뭐 부르셔도 할말이 없으시긴 하시겠지만요- 뭐라고 하시겠어요 ... 가시긴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임씨도 이제 조심하셔야 해요-"

 

 

 

 

 

 

 

 나는 그 끝말에 가슴이 저릿, 했다.

 

 

 

 "조심?"

 

 

 

 

 

 "이사님이야 흥미 잃으셨을지 몰라도.. 회장님은 기대하시는 눈치시던데요-"

 

 

 

 

 나는 참지 못하고 성마르게 반문했다.

 

 

 내 목소리는 차갑고 무섭고- 내 귀에도 그렇게 들렸다.

 

 

 

 

 "뭘 말이야?"

 

 

 강비서는 조심조심해서 내게 한마디 씩을 건냈다.

 

 

 

 

 "사모님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씀하셨댔지만..... 제가 보기엔 뭔가 기대가 있으신것 같았어요-

 

 그도 그럴게...... 제 눈엔 보였어요- 다른 사람들이야 다들 작가님한테 눈이 꽃혀 있으니 몰랐을 수도 있지만-"

 

 

 "뭐가 말인데?"

 

 

 내가 묻자, 강비서는 한참이나 망설였다..... 그러다 조용하게... 머뭇머뭇 대답했다.

 

 

 

 "작가님이- 눈으로 , 하임씨만 쫓으시는게 보였어요- "

 

 

 .......

 

 

 

 

 나는 말을 멈추었다. 그게 티가 날 정도였을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 제 눈엔 그래 보였어요- 그 뒤로 저도 참석한 다른 사람들 행동이나 말에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둘 뿐입니다 작가님- 긴장 안하셔도 되요

 

 

 

 저 빼고- 그런 기댈 거는 사람은 사모님, 회장님 딱 두분 뿐이에요-... 그것도 사모님은 크게 기대 안 하시는 것 같고요-

 

 회장님은 원래도 기대하고 계셨잖아요-......"

 

 

 

 

 

 "......."

 

 

 

 

 

 지혁은 낮게 한숨을 쉰다- 과연 그게 맞았을까-

 

 지혁은 같이 그 자리에 나섬으로써 더이상 이 여잘 , 그냥 내버려 둘수 없음을 깨달았다.

 

 

 

 

 마음속의 어떤 것을 더 이상 무시할수 없음도 깨달았다.

 

 

 

 

 

 지혁이 아는 자신의 아버지는 확신이 들면 신중해 지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아버지는 그랬다.

 

 

 

 

 강비서는 위로하려는 듯 , 한마디를 거들었다-

 

 

 

 

 

 

 "확실한건... 그날 이후 하민씨 어머님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는 그런 소릴 하지 않는단 거에요- 그리고..... 예상과 다르게

 

 작가님을 원망하거나- 더 욕하거나 그러지도 않네요- 다들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소리 안나오는게 좋은거죠-"

 

 

 

 

 

 

 과연 그게 좋은 걸까...

 

 

 

 

 ......

 

 

 지혁은 일단은 전활 끊어야 겠다 싶어서 - 한마디를 더 했다.

 

 

 

 

 "알았어 일단 끊자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

 

 

 

 

 

 강비서가 다급하게 외쳤다.

 

 

 

 "사람 붙여 두셨을지도 몰라요- 주변 잘 둘러 보세요 - 아셨죠?"

 

 

 ........

 

 

 "알았어-"

 

 

 

 건조한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하임은 아마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지혁은 창 밖을 내다보았다 - 당장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수 없는 일이었다.

 

 지혁은 얇은 셔츠 하날 걸쳐 입고 , 가벼운 바지를 찾아 입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하임이었다.

 

 

 

 문을 열었더니 그녀는 꽤나 오랜시간 공 들인듯 원피스 차림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내가 머리도 다 안말린채로 문을 열자 그녀는 바로 어리둥절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서는 청결한 시트러스 향기가 둥실 풍겨온다-

 

 

 

 "어디 나갈건데...... 뭐에요? 머리도 덜 말렸어요?"

 

 

 

 그러더니 시계를 본다..

 

 가느다란 은색의 손목시계-

 

 

 

 "....... 시간은 충분했던거 같은데... 모자랐어요?"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한다. 며칠간은 나가지 않는게 좋겠단 말을-

 

 더군다나.. 우리 둘이서는 말이다.

 

 

 

 

 뭐라고 설명해야 이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좀 말같이 들릴까....

 

 

 

 나는 고민했지만 그런 말은 없었다........ 어떻게 해도 비 상식적인 이야기였으니까-

 

 

 

 

 

 "오늘... 아무래도 못 나가겠는데-....."

 

 

 내가 곤란한듯 중얼거리자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묻는다-

 

 

 

 

 "... 혹시 다리 아파요?"

 

 

 

 그녀가 내 다릴 살핀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런 대화가 다른사람과 통하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인데.....

 

 그녀는 그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미 나에게 익숙해진 사람처럼-

 

 

 

 

 

 "아니 아니야-.. 오늘 뭐 할려고 했었는데-?"

 

 

 

 내가 물으며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잠시 망설이다가 구두를 벗고 따라 들어온다- 가느다란 힐의 높은 구두-

 

 

 

 내 현관에는 놓일 일 없다 생각했던 구두다-

 

 

 

 그녀에게도 안 어울리는 신발이다- 그녀는 언제나 날 만날때

 

 야트막한 슬립온을 신고 나왔었다.

 

 

 

 발도 다쳤으면서- 그러면서도 구두를 신고 오다니.....

 

 그야말로 '데이트' 라고 작정하고 나온 모양인데......

 

 

 

 "영화보고- 저녁먹고- ... 음.... 커피 마시고? 데이트의 3스텝 아닌가요?"

 

 

 

 나는 살짝 웃었다.

 

 

 

 아직은 다 털어놓기가 부끄럽다. 뭐라고 한단 말인가- 우리 아버지께서

 

 당신을 , 둘째 아들의 끔찍한 기억을 떨쳐내기 위한 유용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내 감정이나 그런것을 모두 무시한채- 당신이 유용한지 아닌지만 판단하고 있다고??

 

 

 

 -

 

 

 

 

 

 하임은 부산하게 한 손으로 머릴 닦는 그를 쳐다보았다. 늘 이 집에 왔지만 오늘은 다른 느낌이다.

 

 

 

 

 우리의 사이가 달라졌기 때문일까....

 

 

 

 

 

 그가 윗옷으로 입은 것은 얇디 얇은 린넨 셔츠 한장이 다였다. 제대로 그의 흉터를 처음 보는거이기도 했다.

 

 

 

 

 그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기로 한것처럼 보였다.

 

 

 

 

 '의식하지 않는'게 아니라 '의식하지 않기로' 한 것 처럼...

 

 

 

 

 

 그렇게 보였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봐-"

 

 

 

 딱딱한 '왜 그렇게 보지-' 가 아닌 다정스런 물음-

 

 

 

 그의 다리 뿐만이 아니었다. 윗몸에도 다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은 흉터가 있었다. 여기 저기 - 길게 찢어졌다 붙었던 흔적들-

 

 하얀 몸에 남은 흔적들은 가혹해 보였다.

 

 

 

 그가 가련해 보이게 했다.

 

 

 

 ptsd가 총기사건에만 동반되는건 아니란것도 알고있었고... - 그의 상황을 알고 찾아보기도 했었다.

 

 나는 그게 하민씨 때문인것도 있겠지.... 그랬는데- 누구라도- 저 정도로 사고가 났었다면...

 

 

 누구라도 그럴것 같았다.

 

 

 

 그는 그 사고에서 스스로 살아난 것만 해도.... 이미 강인한 사람이었다.

 

 

 

 

 

 

 "아뇨- 그냥- 얇은거 입은건 처음 보는거 같아서요-"

 

 

 

 

 내 어색한 대답을 간파한거 같았지만... 전처럼 화 내지 않는다 그저 고갤 살짝 돌릴 뿐-

 

 

 그러고는 그는 싱긋 웃으며 단추를 잠궜다. 그러고는 내 옆에 풀석 앉았다. 수건을 내밀면서-

 

 

 

 "나도 말려줬으니까- 빨리- "

 

 

 

 얼굴을 보이지 않는게 더 수상하다- ..

 

 

 

 

 그러면서도 나는 얼떨결에 수건을 받아든다- 이 사람..... 정말 그저께의 그 사람 맞나-

 

 그가 무릎을 감싸고 웅크리고 나는 멀뚱멀뚱 그 사람의 머리를 닦아준다- 여전한 향기-

 

 

 

 그 향기는 너무나 짙다- 달콤한 향기- 가느다랗고 검디 검은 머리-

 

 

 

 

 머리칼이 참 부드럽다. 어린애들 머리가 이렇던데- 가늘고- 머리가 매끈매끈.....

 

 

 

 

 

 

 " 아무래도- 영화는 집에서 봐야 할것 같은데..? "

 

 

 

 그의 뜬금없는 말에 다른 생각에 잠겨있던 내가 현실로 돌아왔다.

 

 

 

 "...ㅇ..왜요?"

 

 

 

 

 ".... 아버지가 관심이 많으신가봐-"

 

 

 

 

 

 단편적인 이야기에 나는 따라갈수가 없다.

 

 그는 내 손에 들린 수건을 받아들며 촉촉한 머리를 털며 다시 이야길 했다.

 

 

 

 

 

 "당신에게 관심이 많으셔- ..... 그건 어찌되었던 당신과 나에게 , 둘 다에게 좋은 일이 아니거든-.......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는 내게 아주 바짝 가까이에 앉아 있다.

 

 

 

 "아니야?"

 

 

 "........"

 

 

 

 

 나는 뭐라 대답할지를 몰라서 가방을 살짝 내려놓는다.

 

 

 "...관심이... 많으세요?"

 

 

 

 

 

 관심이 많으시다고?... 무슨 이유인지는 대충 알것 같다. 살아 생전 여자 손 다시 잡는 일 없이-

 

 다시 그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람이- 어쨌든- 골라준 여자가 아니라 아는 여자의 손을 잡고 나타났으니

 

 관심만이 아니겠지- .. 나는 그의 부모님의 간절함을 어느 정돈 알것 같았다.

 

 

 물론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그의 어머니의 눈을 난 보았다.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시큰거리게 했다.

 

 

 그것은 무조건 적인 '모정'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내내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다들 보통은 '니가뭔데-'와 '너 따위가' 같은 눈빛이었으나-

 

 

 

 작약의 가족의 시선은 좀 달랐다. 그걸 나도 못 느낀 바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게 직접적인 피해가 될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는데-

 

 

 

 

 내가 조금 이해 안간단 표정을 하자 그는 어쩔수 없이 입을 열어 부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또 사람붙여서 구질구질해 질수도 있고-.... 이런 이야길 다 해야 하는게 진짜-"

 

 그는 수건을 내려놓으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나는 정말 부끄러워- 이렇게 밖에 상황을 설명할수 없는게..."

 

 

 

 

 나는 그를 배려해서 한마디를 꺼냈다.

 

 

 

 

 "괜찮아요- 뭐... 그럴수도 있죠-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내 아무렇지도 않은 소리에 그는 눈을 찡그리며-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

 

 

 

 "... 내가 그렇게나 특별한가?... 이런건 특별한게 아니지.. 말했던거 같은데

 

 이런건 유별나다고 하는거야..."

 

 

 

 

 그는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미안해- 계획 망쳐서-...오래도록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틀정돈 집에 있어야 될것 같은데.....

 

 집에서 영화 보면 안될까?"

 

 

 

 

 

 그는 성큼 일어나서- 큰 화면의 컴퓨터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이걸로 볼수도 있는데...."

 

 

 

 

 솔직히 영화는 나도 별로였다. 그와 같이 있고 싶은 맘이 강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는 그의 얼굴을 볼수 없을 테니까-

 

 

 

 

 그건 그에 대한 배려였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게 대체 뭘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생활에선 아예 떨어져 살고 있었음을

 

 

 나도 알수 있었으니까- 그의 집엔 어느집에나 다 있는 것들이 없고- 어느집에도 없는 것들이 있었다.

 

 

 

 

 

 

 

 "괜찮아요- 그럼 이야기나 하죠 뭐-"

 

 

 

 

 내가 다리를 살짝 뻗으면서 진짜 원하는 걸 슬쩍 꺼내자 그는 그걸 알아챈듯 웃었다.

 

 

 

 

 "설마... 또 질문 하나씩 하게?- 어제는 질문의 끝이 굉장히 다이나믹 했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내 옆에 앉았다. 가까이 붙어앉은 그에게서 그의 달콤한 향이 둥실 풍겨왔다.

 

 달큰하고 견딜수 없이 그 다운 향기가-

 

 

 

 

 "그리고 아직도 궁금한게 남았어? 진짜 궁금한 것도 많아-"

 

 

 

 그는 낮게 속눈썹을 내리깔다가 나를 보며 눈을 뜰때 그 긴 속눈썹이 휙 하고 올라간다. 나는 이 사람 눈에 홀리는 것 같단 생각을

 

 

 

 

 오늘만 벌써 몇번째,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궁금하죠- 당신은 내가 안 궁금해요?"

 

 

 그러자 그가 웃었다. 해사한 소년같이 - 그의 그런 얼굴을 보면 난 가슴이 콱 내려 앉는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원래 짓는 표정 같지 않아서 이기도 했지만- 그 얼굴이 너무 앳띄어서 , 너무나 천진해서 더 그랬다.

 

 

 

 "궁금한거.... 많지- 너는 늘 듣는 입장이었지만- 난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도 꾹 참았거든-

 

 

 당신은 내 아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안아버리는데-

 

 난 내거 감당하기도 벅차서..... 당신것 까지 못 안아줬어- 그리고 그게 늘 미안했지-"

 

 

 

 

 그는 내 얼굴을 가볍게 쓸었다. 그는 어제 이후- 그리고 내가 그의 손을 잡은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나는 그의 손이 닿았을때 .... 그의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사라졌음을 알았다.

 

 

 

 

 

 

 그것은 그가 맞춘 하민씨의 반지였는데... 손이 워낙에 하얗다 보니 그의 손엔 반지 자욱도 남질 않았다.

 

 

 나를 배려한걸지도 모르지만- ...... 내 맘은 좀 시큰거렸다.

 

 

 그 정돈 괜찮은데-.. 못난 질투가 마음에서 기뻐하는걸 느꼈기 때문에

 

 

 

 나는 더 미안했다.

 

 

 

 

 

 "그러니까- 나도 묻고.. 당신도 묻고-... 그러자구..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을 간격을 지켜서 떨어져 살았으니까...."

 

 

 

 그는 생긋 웃었다. 그가 먼저 그런 말을 하는게 처음이라 나는 또 무심코 설레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까부터 생각했던걸 물었다.

 

 

 

 

 

 

 ".... 이렇게 비치는거 입는게 첨이라 묻는건데....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해도 되요-

 

 사고때 많이... 수술했어요?"

 

 

 

 

 

 안 물으려다 물었다. 그래 솔직히 안 물어야 했지만- 피하는게 더 어색할 만큼 그는 이때까지 중에 자신을 가장 드러내 보이고 있었으니까..

 

 

 

 

 

 "... 그랬지?- 물론 다 수술한 흉터는 아니야- 자잘한건 그냥 다쳤다가 나으면서 그랬던것도 있고- 갈비뼈랑

 

 

 여기, 쇄골이지... 빗장뼈인가?....

 

 

 여긴 부서져서 철심 박았어- 어쩔수 없었지- 다리는 수없이 열었다 닫았다 했어.."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꼽는다. 몇번인지 대충 계산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안해도 열번은 했지- 다리가 제일 많이 다쳤거든.... 그렇다고 다 포기할수도 없었으니까.. 무리해서 수술한 것도 있었어

 

 

 

 당시엔 그랬어- "

 

 

 

 

 

 그의 말투가 담담해서 난 더 겁이 와락 났다. 그러나 당황한 티를 안내려고 애쓰자- 내가 느껴도 얼굴은 단정해 보일거 같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듯 또 물었다.

 

 

 

 

 "흉터... 지울 생각은 안해봤어요?"

 

 

 

 

 그는 그 말을 하자 싱긋 웃었다. 원래 이렇게도 웃을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작약이 분명한데

 

 이렇게 부드러운 작약은 처음이라..... 그의 천개의 꽃잎 중에 이게 대체 몇번째 꽃잎일지가 궁금해졌다.

 

 

 "왜- 보기 흉해?-"

 

 

 

 그는 빙글거리면서 옷깃을 약간 제쳐서 제 빗장뼈에 남은 흉터를 바라보았다. 늘 조심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던 그가

 

 

 이렇게 행동하자 내 심장이 더 쿵쿵 내려앉았다.

 

 

 

 이 사람과 이렇게 있다간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텐데-

 

 

 

 나는 참을수 없이 두근거렸다.

 

 

 

 

 "아니... 그래서 한 소린 아닌데-"

 

 

 그는 씩 웃으며 가볍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다 지우지도 못해-... 레이저 수술이 아무리 발달했대도 이런 흉터 지우는건 뻔하거든- 살짝 살짝 .. 일종의 화상이지-

 

 그래서 태워서 새 살 돋게하는거나 마찬가지라서....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더라구......"

 

 

 

 

 "그랬군요..."

 

 

 

 

 

 내 얼빠진 듯한 대답에 그는 씩 웃었다.

 

 

 "응... 더 이상의 치료는 싫기도 했고...... 보기 많이 흉해?"

 

 

 

 그는 새삼스레 신경 쓰인단 듯이 옷깃을 살짝 여몄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신경쓰일 정도면 내가 ... 옷 다시 입고 올까?"

 

 

 그의 물음에 난 또 지민씨의 말을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모른다' 던 그 이야기...

 

 

 

 

 

 "아 .. 진짜 우스운 남자야-"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 말에 그는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매일 거울 안봐요?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

 

 내 새침한 말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갸웃거렸다.

 

 

 

 "지민씨가 당신에 대해 그러더군요- 당신은 스스로를 너무 모른다고요- 자신을 잘 모른다고요-"

 

 그 말에 그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예전의 그가 그랬듯이

 

 

 "지민이야 말로 나를 잘 모르네... 나는 스스로를 알기까지 시간 엄청 걸렸는데 말이야-"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을 몰라요- "

 

 

 내 단언에 그는 의아하단 듯이 나를 보다가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리곤 엉뚱한 소릴 또 꺼냈다..

 

 

 

 "오빠라고 안 할거야?... 내가 몇살이나 오빠인걸로 아는데........ 꼬박꼬박 당신이래-

 

 그리고 내가 나를 모른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나는 볼이 꼬집힌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어느 시점부터 텐스가 쭉 빠진듯이 부드러웠다

 

 나는 손을 뻗어 내 볼에 닿아있는 그의 손을 내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거든요- 당신은 거울도 안봐요?"

 

 

 내 말에 그는 예전과 달리 쉽게 얼굴을 붉힌다- 대답할 말이 없는 듯이 머뭇거리는 그에게 난 최대한 담백하게 대답했다.

 

 "내 앞에선 안 그래도 되니까- 편한대로 입어요... 그러고 보니 벌써 여름 지났네요- 여름 내내 덥게 입었는데...."

 

 

 

 

 

 그 말에 그가 걸려하는 듯이 되물었다.

 

 

 

 

 "여름은 또 올텐데..... 마치 그때부턴 없을것 처럼 말하네-"

 

 나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도 놀랐고- 그 말을 그가 캐치했다는 것도 놀랐다.

 

 내가 익숙해 지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언제라도 , 그가 신기루처럼 사라질까봐 염려하고 있는 마음의 염려가 있다는 걸 , 그 말로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대답을 못하자 내 손을 다시 잡았다. 따뜻하게- , 한때는 절대로 잡을수 없겠지 닿을수 없겠지 했었던 바로 그 손이었다,

 

 

 

 "그때도 곁에 있을꺼야-... 그랬으면 좋겠다-"

 

 

 

 그의 그 말은 또 내게 다른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그도 내가 떠나지 말았으면 한다는걸 ,

 

 그도 나를 염려하고 있었다.

 

 

 

 한참만에 서로를 응시하던 눈이 떨어졌다.

 

 

 

 

 

 그가 내 손을 살짝 놓고 쇼파에 기대어 앉고는 옆에 앉은 내게 기대라는 듯이 손짓했다.

 

 

 

 

 

 

 

 나는 지독히도 , 정말 슬프게도 이런 점에선 서툴렀다.

 

 "어쩌란 거에요?"

 

 

 내 물음에 그는 또 웃었다.

 

 

 

 "내 어깨에 기대라고- 내가 당신을 한 손으로 감쌀수 있게-"

 

 

 

 난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찬찬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된다구요-

 

 "..피...피곤하지 않은데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곤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그는 한숨을 장난스레 내 쉬며 그냥 내 손을 이끌었다.

 

 내 머리가 그의 어깨에 살짝 얹혔다. 그의 얼굴이 바로 내 얼굴 옆에 있다.

 

 

 

 

 그가 숨을 내쉬는게 느껴졌다. 한쪽손이 내 허릴 감싸고 있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가까이 ...

 

 

 

 

 "단순한거 부터 - 단순한거 부터 알자-"

 

 

 그의 말은 아주 부드럽게- 내 시야 살짝 위에서 흘러왔다.

 

 

 

 

 "당신과 나는 , 아주 많은 시간을 그냥 보냈으니까-.... 단순한거 부터-"

 

 

 

 "단순한거 부터요?"

 

 

 

 내 되물음에 그는 웃었다.

 

 

 "응.. 그래-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그런거.."

 

 그의 말에 나는 나를 되짚어 본다- 내가 좋아하는거?

 

 

 

 

 

 너무 광범위하지만- 그 정점에 누가 있는지 말해줄 정도로 난 당당하진 못했다.

 

 

 

 

 

 "음.... 일단 ..... 단거랑-... 늦여름 저녁-..... 그리고 샤워하고 나서 빳빳한 옷 입는거- 그러면서 물기가 말라서 뽀송해지는 옷감의 느낌-

 

 

 아침에 뛰고 나서 샤워한 후의 시원함이랑- 머리를 대충 말려서 앉아 있는데- ... 그 머릴 당신이 말려주는 것도- 좋아요-"

 

 

 

 그 말에 그는 또 웃었다. 웃음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은 것이었던가-

 

 

 

 "또 이야기 해봐- "

 

 

 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왠지 속에 담아 둔 것들도 술술 털어놓게 했다.

 

 

 

 

 "그림을 그리다가 발목에 묻은 물감이나 흑연을 발견했을때- 내가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해요-

 

 그리고 얼음을 잔뜩 넣은 탄산음료-... 얼음이 녹으면서 밍밍해지는데 그것도 좋아해요- 별나죠?

 

 

 가을이 좋아요- 시원하니까- 그러면서도 좀 쓸쓸한데- 막 겨울냄새가 길에 날때- 그때, 완전 초겨울일때의

 

 삼청동 쪽 길이 좋아요- 낙엽이 많이 날리거든요- , 그런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가 좋아요-

 

 

 조금 쌀쌀할때까지 린넨을 입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몸 속까지 바람이 날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 같거든요-

 

 

 마음에 맺힌 슬픈 일들도 다 가져가 버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약간 라이트한 재즈 음악이 좋아요

 

 

 

 너무 다크하지 않다면요- 아직도 가요들을 좋아해요- 힙합 음악도요-

 

 그러면서도 김광석의 음악도 좋아해요- 음악 리스트가 완전히 뒤죽박죽인데-

 

 

 그것도 좋아요, 한곡씩 내가 선택해서 듣는것도 좋거든요...

 

 

 

 그리고... 또, 드라마나 영화는 너무 어렵지 않은게 좋아요- 가볍고, 재밌고 - 그러면서도 감동적인 것들이요-

 

 그리고 유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만화 영화, 좋아해요-"

 

 

 

 

 

 그는 내 말을 사려깊게 듣고 있었다. 그의 숨이 오르내리는 걸 보니까 내 맘도 따뜻했다.

 

 그는 나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어질 말을 기다리는게 느껴질 만큼-

 

 

 

 

 

 

 "마음놓고- 아침에 늦잠을 자는것도 때론 좋아요-

 

 늦게 일어나서- 부시시한 머리로 테라스 의자에 앉아서 낮의 바람을 느끼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당신을 만나고 나서는-......"

 

 

 

 

 나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 그는 기다렸다. 내 말을-

 

 

 

 

 

 "당신이 타주는 커피도 좋아요-.. 원래 커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좋아졌어요-

 

 당신이 정갈한 차이나 칼라 셔츠를 입었을 때가 좋아요- 당신의 목이 정말 예쁜데 당신의 목이 드러나거든요-

 

 

 당신의 모든 물건에서 당신 향기가 나는게 좋아요 -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요-

 

 

  당신이 내게 왜 그렇게 보느냐고 묻는것도

 

 

 좋아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는 얼굴이 , 좋아요- 그리고 당신의 글이 좋아요-

 

 당신의 글은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칭찬 해 줄때가 좋아요- 당신은 정말 칭찬을 담백하게 하거든요-

 

 괜한 미사여구 없이도- 맘에 스며들어요-.. 당신 칭찬들은 .. 그래요-

 

 

 

 당신이 내 손을 잡을때가 좋아요-.. 당신 손이 생각 외로 따뜻해요-... 당신의 눈이 좋아요-

 

 

 당신의 눈은 끝없이 깊게 빠져드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당신의 낮은 목소리도 좋아요-

 

 당신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 마음이 들뜨는 걸 감출수가 없어요-... 당신이 웃을때가 정말 좋아요-

 

 

 당신이 웃으면 얼굴이 몹시 앳띄어 보이거든요-.. 소년처럼 보여요-

 

 

 

 그리고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를때가 좋아요- 예전엔 내 이름에 성 붙여서 부르는게 참 싫었는데...

 

 당신이 그렇게 부르는 건 왜 좋을까요? 같은 이름인데.. 당신 입에선 되게 아름답게 울려요-

 

 

 당신이 나를 생각해 주는게 좋아요-... 예전에도 투덜대면서 당신은 끊임없이 날 배려했거든요-

 

 그런게 좋아요-...

 

 

 

 

 

 .....

 

 당신이 좋아요......"

 

 

 

 

 

 

 

 

 내 말에 그는 나를 살짝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마음이 있었다.

 

 

 

 나는 내가 마음을 깊게 드러냈을때마다 그가 염려했단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러지 않았다. 그저 살짝 웃고- 내 앞머릴 쓰다듬었을 뿐이다.

 

 소중한 어떤것을 어루만지듯이 ...

 

 

 

 

 

 "난 다 이야기 한것 같은데... 당신은 어때요?"

 

 

 쑥스러움에 그렇게 묻자 그는 , 내가 이야기 했듯이 순서대로 대답했다.

 

 

 

 

 "........ 좋아하는 거라.... 어쩔수 없이 커피지.. 단건 별로 안좋아해- 음식도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

 

 

 단것보단 아주 가끔이지만- 우유가 먹고 싶을땐 있어..원래 안 좋아했었거든- 급식에서 나와도 몰래 버리곤 했었어

 

 

 그런데 나이 드니까 좋아지더라고-... 과일... 이랄것도 없지만- 과일도 나쁘지 않아... 먹는것에 별로 연연하지 않아-

 

 싫어하는건 버섯, 씹는 감촉이 싫어- 가죽냄새가 나.... 향신료는 후추 말곤 다 별로야- 고수도 싫어해-

 

 

 

 그리고...... 잠을 푹 잔게 언젠지 모르겠어서... 잠을 깊게 잔날 컨디션이 확 좋아지는걸 느껴-..... 달콤한 향은 좋아해

 

 

 바닐라나- 꿀향처럼 은은한 꽃향기도..... 샤워도 좋아하지.... 우습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달콤한 냄새가 나는 바디워시를 좋아해

 

 

 어떤것이든 괜찮다는 이야길 들으면 사고말아- 어차피 쓰던것만 써서 다 쓰지도 못할거면서 말야.... 배쓰로브랑 발깔개가 수도 없이 많아

 

 해진것이 하나도 없어- 3달에 한번은 새걸로 사, 멍청하다고 느끼겠지만.... 폭신했으면 해서...... 그리고 나도 린넨이 좋아- 바람보단

 

 까슬까슬한데도- 몸에 부드럽게 녹아 드는 점이 좋았던것 같아- 무엇보다 자주 빨수 있어서 ... 그리고 린넨은 빨면 빨수록 바래서

 

 더 예뻐지는 것 같아서 좋은것 같아-....

 

  노래는 클래식만 들었었지- 바흐가 좋아- 좀 빈틈없다고 해야하나- 지나치게 감성적인것 보다

 

 꽉 찬듯한 연주라서..... 나도 재즈도 좋아해- 자주 듣진 않지만- 나도 가벼운게 좋아- , "

 

 

 그는 내 팔을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느리게 이야기했다.

 

 그를 조금 알것같으면서, 점점 더 궁금해졌다.

 

 

 

 

 

 

 " 더운걸 잘 못참아- 땀도 싫고 더운것도 싫어-... 여름이 싫어- 짧은 옷을 입지 못하는 것도 있는데.. 원래도 안 좋아해서...

 

 

 수영을 못해- 어머니 탓에 안배운게 없는데.. 수영은 도무지 배울수가 없더라구.... 그리고 물고기를 무지 싫어해-

 

 

 생선을 먹는것까진... 뭐 머리가 안달려 있거나 색이 없으면... 상관 없는데.... 열대어나- 금붕어.... 너무 싫고 좀 겁나-

 

 

 

 징그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게 겁나는거 같애... 그것말곤 동물 다 좋아해..... 개구리는 좀 싫을것 같지만....

 

 

 개구리의 녹색이 싫어.. 그 황록색?.... 그런 색이 싫거든... 눈도 싫어.........

 

 

 

 그것말곤 괜찮아- 원랜 가죽으로 된거- 모피같은거 좋아했었어- 근데... 실상을 알고나니까- 그런거 입기 싫더라고-

 

 

 

 고통을 알면- 남의 고통도 가벼이 여기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고지식 하다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

 

 

 

 그리고... 여행, 예전엔 되게 좋아했어- 어디든 훌쩍 떠나곤 했지.... 친구들과 그저 얘기하다가 그날 저녁에 바로 떠나고 그런적도 있어-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여행한게...... 언젠지도 모를만큼 까마득하다........어디였는지도 기억안나....

 

 

 

 

 그리고 당신을 만나고 나서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일상이 선을 벗어나는게 굉장히 두려웠는데... 꼭 그렇지 않단 걸 알게됬어.... 내 자신이 괴물같이 느껴져서

 

 

 싫은 날이 많았는데... 남이 내게 닿는게 그렇게 싫을수가 없었는데... 그게 그렇게 나쁘지 않단 걸 배웠지..

 

 

 따뜻한게 되게 좋다는걸, 시트러스 향기가 좋다는걸 알았어- 꼭 내 상처만 상처가 아니라-

 

 모두 상처는 있단걸 알았어....

 

 말이 많아졌어..... 며칠 내내 단 한마디도 안하고 산 날도 많았었는데 말야-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어- 좀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도-..... 의외로 안하고 살아온 것중에 즐거운게 많다는 것도...

 

 

 그리고 그걸 즐겁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다는 것도.........

 

 

 

 

 

 당신이 말하는 방법이 좋아- 당신은 솔직해... 나같은건 비교도 안 될만큼 용감하지..... 당신이 웃는게 너무 좋아...

 

 

 당신의 웃음은 너무나 따뜻해서... 나까지 따뜻해 지는거 같아.... 당신이 날 안아 주는게 좋아- 정말 큰 위로가 되거든

 

 

 당신이 내 큰 문제들을 대하는 방식이 좋아-..... 언제나 , 진지한데도- 내 무거운 문제들을 가볍게 만들어 줘-

 

 

 내가 맞설수 있는 힘이 되곤 해.....

 

 

 

 당신의 향기가 좋아... 톡 쏘는 듯한 비누 향기가 좋아... 당신은 향기까지도 따뜻해-.... 당신의 눈이, 나도 좋아...

 

 

 말갛고- 갈빛인 눈이 좋아.... 당신이 나를 꿰뚫는 것 처럼 날 쳐다볼때- 당신의 눈이 참을수 없이 좋아-

 

 

 당신이 새침하게 말할때도 좋아, 정말 귀엽거든...... 당신이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게 좀 슬퍼,

 

 

 당신은 사랑받을 이유가 가득한 여자인데.. 그걸 잘 모르더라고.....

 

 

 내가 어려운 사람인데... 내가 너무나 평범하지 못한 사람인데- 나를 끊임없이 잡아 준 점이 좋아-

 

 내 기억을 , 내 슬픔을 알면서도 그런 날 안아주고 싶어하는 당신이 좋아-"

 

 

 

 

 그의 얼굴은 내 얼굴을 살짝 , 내려다 보았다. 우리는 이런 이야길 할수 있는데 왜 그토록 돌아 왔을까-

 

 

 

 

 

 "그리고 그냥, 당신이 좋아............ "

 

 

 

 

 

 

 

 

 나는 그를 꼭 끌어 안았다. 안고 싶을때- 안을수 있다는게..... 그런 당연한 어떤 기쁨이

 

 이토록 소중하단걸 안 적이 있었던가... 그의 품은 살짝 차가웠으나- 안고 있자 더 없이 따뜻해졌다.

 

 

 영화따위- 안봐도 충분했다. 오후가 늦어질때까지 우린 한참을 그저 껴안고 있었다.

 

 한참만에 포옹을 풀면서 그는 웃었다.

 

 

 

 

 

 

 "우리 되게 애틋하다..... 이럴것 없는데.."

 

 

 

 

 

 

 

 그의 목소리가 내 맘에 울려와서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 행복함을 참을수 없어서 웃었다.

 

 우리 둘은

 

 마침내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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