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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 노드가드의 말괄량이-02
작성일 : 17-06-21 13:53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9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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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리스의 생일파티가 끝났다. 왕국의 중부와 남부의 귀족들도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위해 와주었지만 자기 생일도 아니면서 활발하게 노는 나리아와 달리 그녀는 그런 지루하고 형식적인 파티는 지긋지긋했다.

 움직이기 힘든 드레스도 벗어던지고 쓸모없는 예법들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시금 검에 집중을 했다. 한참 예법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서 서리늑대의 검과 마나수련법을 단련해왔다. 내면에 흐르는 마나를 느끼고 그것을 검에 집중시킨다.

 하지만 그녀의 검에선 밤하늘처럼 검은 빛깔의 오러가 흘러나오고 렉스의 검에서 보았던 차가운 기운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도 안 되네......”

 조금씩 틈을 내서 수련을 했기에 그래도 지금쯤이면 변화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자 그녀는 크로드가 아닌 마야를 찾아갔다. 검술에 뛰어난 건 물론 아빠인 크로드지만 엄마는 훨씬 똑똑했다. 무엇보다 이 까만 기운이 용핵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걸 안 이상 엄마는 무언가 알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니까 서리늑대의 검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거지?”

 “응응 계속 전처럼 까만 오러만 나오는 걸”

 마야는 잠시 고민하더니 칠판을 가져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리스가 배우기엔 조금 어려울 거 같긴 한데 일단 설명해줄게”

 그녀는 분필을 이용해서 능숙하게 사람의 형상을 그리고는 머리와 가슴 아랫배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여기 이 동그라미 친 공간이 사람이 마나를 모으고 저장하는 공간이야 머리는 보통 정신체와의 의사소통, 가슴은 육체의 강화, 아랫배는 마나의 방출과 관련이 있어 혹시 아빠가 가르쳐준 수련법은 저 세군데 중에 어디에 마나를 저장하니?”

 “아랫배요”

 “역시 여긴 남대륙식 이였나......그럼 조금 힘들겠네.”

 “저는 노스가드의 검술 못 배우는 건가요?”

 가문의 검술을 못 배운다는 것처럼 마야가 말하자 이리스는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

 “이리스의 아랫배에는 용핵이라는 게 있거든 거기서 까만 오러가 나오지? 그것 때문에 다른 마나가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거야 마나를 저장하는 장소를 심장으로 옮기면 될 걸?”

 북대륙에 위치한 보통의 검사들은 육체의 강화와 관련된 심장에 마나를 쌓는다. 하지만 노스가드의 검술처럼 속성력을 검에 더해서, 방출하는 형태의 기술이 많은 남대륙의 검사들은 심장보다 단전에 마나를 쌓는 수련법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용핵은 이리스가 태어날 때부터 조금씩 발달해 온 거지만 노스가드의 마나수련법으로 마나를 쌓은 시간은 고작 한 달 이잖니? 오러는 숙련된 검사도 겨우겨우 만들어 내는 거란다. 초조해 하지 말고 기다리렴.”

 “응 알겠어요. 엄마!”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리스는 방을 벗어나려했다. 아마 또 수련장으로 가는 것일 테지

 “잠깐 기다리렴.”

 “왜요?”

 “혹시 엄마의 검도 배워볼 생각 없니?”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검법 중 어둠의 마나를 다루는 검법도 있다. 용핵의 힘을 다루는 기술을 하나쯤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원래는 나리아에게도 가르치려 했지만 그녀는 검을 쓴다는 것을 정말 싫어했기에 이리스에게만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다.

 “엄마의 검이요?”

 “이리스가 가지고 있는 용핵의 마나도 정해진 형태에 따라 다루는 법을 알아두면 좋지 않겠니?”

 “하지만 노스가드의 기사들은 다른 하얗고 파랗잖아? 혼자만 까만색인건 싫은걸”

 마치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이미 머리부터 까만색이잖니.’하고 잔뜩 골려주고 싶지만 그녀는 늘 그랬듯이 능숙하게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검을 배우지 말라는 건 아니야 엄마가 가르쳐주는 거랑 아빠가 가르쳐 주는 거랑 같이 해도 되잖아”

 “하지만 어중간한 잡기는 진정한 강자가 되는 데 독이 된다고 그러던데”

 “누가 그래?”

 마야는 자신도 모르게 발끈했다.

 “그......엄마가 쓴 소설책에서 주인공이 적이랑 싸울 때”

 “으.....소설책은 너무 믿지 말렴. 원래 될 사람은 이것저것 다 해도 성공하는 거란다.”

 “그래도 여러 개를 쓰면 나중에 헷갈릴 수도 있잖아?”

 “검술이든 뭐든 간에 결국 모든 배움은 하나의 길로 향하는 거야, 오히려 다른 걸 배워두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무엇보다 이리스는 검은 용인이잖니? 자신의 용핵도 다루지 못하면 너무 아쉽지 않겠어?”

 “으음......”

 “그럼 엄마의 검술을 직접 보고 정할래?”

 그러고 보면 기사들이 훈련하는 건 자주 봤지만 마야가 검을 휘두르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알았어.”

 

 마야는 이리스의 손을 잡고 수련장으로 향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연습용 무구들을 사이에서 가늘고 긴, 이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태의 검을 집었다.

 “엄마가 가르쳐줄 검은 회귀의 검이라는 검술인데”

 부드럽고 가볍게 검이 휘둘러진다. 딱딱한 검이지만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천처럼, 한편의 춤사위를 추는 무희와 같이 검으로 공기와 바람의 흐름을 매만지는 것처럼 느릿하게 검무

 “남대륙에서 아주 유서 깊은 검술이야. 서리늑대의 검보다 훨씬 오래된 검이지 옛날에는 신에게 바치는 검무뿐 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투를 위한 기술도 여러 가지 생겼단다.”

 이리스의 눈은 이미 마야가 휘두르는 검 끝에 가있었다. 여름에 피어나는 꽃도 모닥불의 불빛도 저것과 닮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웠다. 그래 마치 하늘의 달처럼 별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검무였다.

 시간은 아직 대낮이었지만 검무를 추는 그녀를 보면 마치 밤이 온 것 같았다.

 한편의 춤사위가 끝날 무렵

 “회귀의 검-환기-”

 마야는 달을 그리는 것처럼 검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이리스가 주위의 공기가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쯤 마야는 자신이 그린 원을 잘라낸다는 느낌으로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검풍이 이리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때? 예쁘지”

 “나, 이것도 배울래!”

 “서리늑대의 검에 익숙해지면 가르쳐줄게”

 “응! 약속이야”

 “그래 약속”

 마야와 이리스는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고 약속했다.

 

 2년 후

 챙

 교묘하게 틀어진 검이 두 배는 됨직한 대검을 튕겨냈다. 한번 휘둘러진 검은 멈추는 기색 없이 상대의 팔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팔목에는 순식간에 두꺼운 얼음이 덥혔지만 아무런 소용없었다.

 “회귀의 검-무위-”

 검은 빛으로 감싸인 검은 얼음을 지워버리고 팔목을 때리는 데 성공했다.

 따악

 “이번엔 내가 이겼지!”

 “마님한테 배운 검술은 상대하기 힘들군요.”

 두 사람은 이리스와 렉스였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는 크로드가 직접 그녀의 수련을 봐주는 일이 늘긴 했지만 변경백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수많은 마물을 상대해야하는 그의 입장으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줄 수 없었고 그녀의 상대는 주로 렉스라는 이름의 젊은 기사였다.

 힘을 힘으로 상대하는 서리늑대의 검과 달리 마야가 가르쳐준 회귀의 검은 기교가 아주 뛰어났다. 노스가드의 기사들에 비해 힘이 다소 떨어지는 이리스에게는 회귀의 검이 더 잘 어울렸다.

 아직도 오러를 발하지 못하는 서리늑대의 검과 달리 회귀의 검은 벌써 능숙하게 오러를 사용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리늑대의 검은 좀처럼 늘지 않는 걸?”

 “하하 마님도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원래 오러라는 게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렉스는 스스로의 실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쓴웃음 지었다.

 한참동안 그녀와 같이 대련해온 그의 입장에서는 부조리하다고 느낄 만큼 압도적인 재능이거늘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마님께서 새로운 발명품을 공개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만하고 저희도 가는 게 어떻습니까?”

 “그 거대한 금속덩어리?”

 “저번에는 바퀴가 달린 마차같이 생긴 것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무려 사람처럼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 한 번 보러가자!”

 “실험을 성 밖에서 한다고 하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지요”

 “응”

 두 사람은 겨울용 외투를 챙겨 입고 성 밖으로 향했다.

 

 노스가드성의 밖은 남쪽으로 향하는 평야를 제외하고는 험한 산지다. 북쪽에서도 마물이, 동쪽에서도 마물이, 서쪽에서도 마물이 몰려오는 최북단의 성, 순수 군사목적의 성으로 매년 이곳의 지원을 위해 국가 예산의 십분 지 일이 소모된다 하니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지역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수백 년간 이 얼어붙은 성을 수호하는 노스가드의 공작과 그의 전사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리스와 렉스가 성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아는 체를 했다.

 “음? 아가씨 외출입니까?”

 “응! 엄마가 실험을 한다고 해서 오늘은 좋은 약초 많이 캤어?”

 “남성한테 좋은 약초를 조금 구했지요.”

 “크흠”

 렉스가 눈치를 주자 약초꾼은 조심스레 물러났다. 그 말고도 그녀를 보는 사람들은 많았다.

 “저기 봐 아가씨께서 외출을 나오셨어!”

 “이리스아가씨 오늘 새로 구운 빵이 있는데 조금 드셔보시겠습니까?”

 “영주님께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이번에 부업으로 장신구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하나 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통과해서 남문으로 벗어나자 렉스와 이리스에게는 그들이 건네준 선물들이 한 꾸러미 가득 생겨났다.

 “으휴~ 저기 산맥너머에도 우리 영주님처럼 존경받는 영주님은 드물 겁니다.”

 “이거 봐 사냥꾼 하는 아저씨가 준거야 어울려?”

 이리스는 목에 걸린 뼈 목걸이를 자랑했다. 보통 그녀 나이대의 여자라면 보석이나 금속으로 된 목걸이를 더 선호할 텐데 그녀는 영지민들에게서 선물 받는 이러한 물건들을 더 좋아했다.

 “전에도 후작님께서 영지민들한테 선물을 함부로 받지 말라고 하셨는데 오늘도 한 가득이군요.”“아니야 엄마는 선물을 줄만큼 영지민이 여유롭고 우리를 친근하게 느낀다는 거니까 다 받아도 된다고 했어”

 “하아~”

 “저기 봐 저거 아니야?”

 이리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수많은 사람들과 금속의 몸체를 가진 거대한 거인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어림잡아 7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강철거인, 마야가 이전에 만들었던 무엇을 닮은 지모를 그런 것들과 달리 저것은 분명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

 “나리아~ 엄마~”

 눈밭을 달리는 다람쥐...라기보다는 설원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의 늑대처럼 이리스는 순식간에 달려가 마야에게 뛰어들었다.

 마야는 전력질주로 달려오는 이리스를 가볍게 받아서 한 바퀴를 돌아 힘을 흘려보내고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리 딸 슬슬 무거워졌으니까 이제는 조금 얌전히 왔으면 좋겠는데”

 “여자한테는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했으면서”

 “‘딸한테 하는 말은 빼고’란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면 나이차가 조금 있는 자매를 보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곧 실험하기 직전이었는데 딱 맞춰서 왔어.”

 “준비가 끝났어요.”

 “나리아! 언니 안보고 싶었어?”

 나리아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이리스는 마야가 했던 것처럼 그녀를 꼭 끌어안아서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러워 내려줘”

 “장난은 거기까지 하고 잘 보라고 이 엄마가 만든 마도공학의 정수! ‘아이언 나이트v3’의 위용을! 시작해!”

 우우우우웅

 끼릭 끼릭

 마야가 마법사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앉아 있던 강철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거인이 일어서자 7m는 되어 보였던 키가 10m에 가까워 진듯했다. 노스가드의 외성 성벽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거 움직이는 거야?”

 “뭐 아직 진짜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좀 더 개량을 거치면 사람처럼 움직이게 될지도?”

 아이언 나이트v3라고 명명된 강철거인은 팔이나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이런 저런 동작을 시연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요.”

 “아직은 그냥 거대한 고철허수아비에 불과해 뭐 저 덩치에 겁먹고 마물들이 겁먹어서 도망칠지는 모르지만 동작이 느리고 뻣뻣해서 아직 전투는 힘들어 끽해야 성의 보수작업정도에나 쓸 수 있겠지”

 “어떻게 움직이는 거예요?”

 이리스의 질문에 나리아가 대답해주었다.

 “지금은 저기 있는 마법사들이 한 부위씩 원격으로 동작을 지시하는 방식이야 그런데 골렘처럼 단순하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 아니고 제어거리가 멀지 않아서 까다로워”

 그녀의 말대로 아이언나이트 옆에는 여러 명의 마법사들이 달라붙어서 동작을 지시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야?”

 “저걸 움직이려면 저 마법사들이 항상 저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사람 한명이 발 하나, 팔 하나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는 거야”

 나리아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들어 올린 체 왼손가락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설명을 해줬다.

 쿠쿠쿵

 갑자기 아이언나이트가 서 있던 지면이 가라앉더니 발 하나가 바닥에 빠졌다. 아마 사냥꾼이 만들어놓은 함정이라도 밟은 모양이다.

 “저러면 마법사들이 위험하겠네. 위에 타서 조종하면 안 돼?”

 “그 방법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아이언나이트의 동작이 커서 그런지 다들 멀미를 하더라고”

 사람으로 치면 발목까지 잠기는 정도의 낮은 구멍인데도 나오질 못했다. 마법사들이 이런저런 명령을 해서 아이언나이트를 구멍에서 꺼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역시 저렇게 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이리스는 어쩐지 배신감을 느낀 얼굴로 말했다.

 “결국 이번 것도 쓸모없다는 거구나”

 “괜찮아 계속 개량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쓸 만한 녀석이 나오지 않겠어?”

 “아빠가 그 마도공학이라는게 돈 잡아먹는 마물이라고 하던데”

 “괜찮아 엄마는 쓰이는 돈만큼 벌거든”

 마야는 영지의 행정, 예산담당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실제로 그녀가 만든 여러 발명품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대부분은 저 마도공학의 발전에 사용되고 있었다.

 “두고 봐 언젠가는 이리스도 깜짝 놀랄 발명품을 만들어 낼 테니까”

 결국 아이언나이트는 구멍에 빠진 체 방치되었고 마법사들은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리스는 성으로 가면서 아이언나이트를 흘끗 돌아보았다.

 “저기 저거 저렇게 두고 가도 돼?”

 “괜찮아 녹슬지 않게 처리는 해놨고 괜히 쓸모없이 무겁기만 해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훔쳐 갈 수도 없다고”

 마야가 새롭게 길은 연 마도공학은 값싸게 제작되는 인공마나석과 그 인공마나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마나코어를 이용한 동력장치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아직까지는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노스가드성에서 꽃피기 시작하는 새로운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노스가드성의 사람들만은 아니었다.

 

 “흠......이번년도도 또......”

 “뭔데? 설마 또 지원금 삭감이야?”

 크로드는 침실에 누워서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반투명한 네글리제를 걸친 마야가 서류를 들고 있는 팔 아래로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렇다 이번에도 당신이 만들어내는 발명품을 이유로 드는군.”

 “뭐? 아직 완성단계도 아닌데? 최근 만들어내는 것들은 제값도 안쳐주면서 너무하네.”

 이번에 크로드가 들고 있는 서류에 의하면 노스가드에 대한 식량지원과 지원금을 일정량 줄이고 왕실에 납부하는 세금을 10%늘리라는 요구였다.

 이번이 처음이라면 모르지만 이걸로 벌써 4번째, 지원은 거의 없어지고 일반영지랑 세금도 비슷해질 지경이다.

 분명 인쇄기나 마나코어 같은 몇몇 발명품들에 비해서 최근 만들고 있는 물건들이 가치가 떨어지는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 해도 메이트라왕국은 마야의 발명품의 가격을 형편없이 깎아내리거나 성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등 적대적인 행위를 계속해왔다.

 “언제 한번 왕성에 가서 따지는 게 어때?”

 “방패는 군주를 지킬 뿐”

 “쳇 또 재미없는 소리하네. 막말로 여기 성주를 때려치우고 다른 지방으로 가겠다고 하면 대신할 사람 구하기도 힘들 텐데 말이야”

 “그렇게 하면 선대가 이어오던 노스가드의 이름에 누를 끼치게 되겠지 나의 아버지부터 이 성은 우리가 지켜야 할 대상이고 우리는 마물들로부터 백성들을 수호하는 의무를 다해야한다.”

 “뭐 돈이야 연구비를 조금 줄이면 되니까”

 재미없고 완고한 남자지만 그게 이 남자의 매력이다. 한 번 살아가는 것을 포기했던 마야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방황했던 그녀는 저 굳건한 의지에 반해서 다시금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곳 왕자님도 성인식 아니야? 이리스 생일하고 딱 두 달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은데?”

 “그런 것에 흥미가 있었나? 연회는 별로 안 좋아 하는 줄 알았는데”

 “뭐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우리 애들도 여기에만 둘 수는 없잖아? 어릴 때부터 미리미리 식견을 넓혀둬야지 당신은 모르지만 난 남대륙에서 북대륙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크로드는 서류를 치워놓고 마야의 흑단처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마야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크로드의 탄탄한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래 그랬지 하지만 이리스도 연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것 같은데? 나리아는 아직 수도까지 여행하기엔 몸이 약하고 말이야”

 노스가드 성에서 매년 여는 연회라고 해봐야 노스가드 후작가의 가신가문이나 북부를 오가는 상단 정도만 방문하는 조촐한 연회다. 중앙의 귀족들은 길이 험하다거나 마물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 최북단의 성에 방문하는 일이 드물다. 실제로 이리스의 성인식이 벌써 세 번째지만 그녀를 보러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귀족은 없었다.

 “괜찮아 나리아는 내가 돌보고 있을 거니까 당신하고 이리스 둘만 가면 돼. 이리스는 내가 알아서 설득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가서 저 서류 어떻게 된 건지 확실하게 듣고 와 저건 그냥 넘어갈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귀찮은데......”

 마야는 자세를 유지한 채로 그의 겨드랑이를 쿡쿡 찔렀다. 물론 그 정도로는 꿈적도 하지 않는 크로드였다.

 “그렇게 말하지만 말고 밑에 있는 사람들도 생각해줘야지 뭐...”

 “그러고 보니 이번에 만든 물건은 따로 없나?”

 “아 맞다. 맞다. 잠깐만”

 뱀처럼 유연한 동작으로 크로드의 품에서 벗어난 마야는 방의 구석에 있는 책상서랍을 뒤져서 회중시계를 꺼내왔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회중시계라는 건데 시간을 보는 도구야”

 회중시계는 그녀가 크로드에게 건네주는 순간에도 재깍재깍 소리를 울리며 초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크로드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그것을 살폈다.

 “해시계와는 달리 크기도 작고 밤에도 시간을 볼 수 있어 뭐 소형마나코어를 탑재해야하고 외부의 마나를 차단하기 위해서 본 메탈을 썼으니까 단가가 제법 비싸”

 본 메탈은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노스가드의 비전제작법인데 서리늑대의 검을 일반 강철 검으로 사용할 경우 쉽게 녹이 슬어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특수한 합금이다.

 사용하는 마물의 등급이나, 섞는 금속의 등급에 따라 그 품질이 많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로 합성전의 금속보다 가볍고 마법저항력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잘도 이런 신기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군. 다른 곳에서 탐낼만해”

 실제로 그녀가 마도공학이라는 신학문을 연 이후로 메이트라의 여러 귀족들이 그녀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왔다. 정중한 권유부터 납치, 뇌물까지 물론 그녀는 그 모든 유혹을 거절했다.

 “걱정 말라고 당신이 이곳에 있는 한 내가 여길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크로드의 손에 있던 회중시계를 잡동사니처럼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마야는 몸을 일으켜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따뜻한 바람이 귀로 스며들자 크로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움찔했다. 마야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양 히쭉 웃고는 이불을 덮어 씌웠다.

 “쿠후훗 지금은 다른 건 전부 잊어버리고 잠이나 자자고”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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