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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우정과 사랑 사이에 뭐가 있을까?
작성일 : 24-02-15 09:54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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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우정과 사랑 사이에 뭐가 있을까?

 

  - 킥.

 

 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 가시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야코가 던진 말이나 행동이 야하거나 밝히거나 품행이 제로거나 심히 교칙을 위반했거나 아니면 천박해 보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자연스러웠다. 당연한 거였다.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신기하게도 품행이 더 방정해 보였다. 나만 우습게도 호들갑 떤 게 되었다.

 

 - 뭐지~ 뭘까요, 왜, 돌아봤을까요?

 - 아냐...

 

 짓궂은 이야코.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아 가시나...

 뒤따라 친구들도 자전거를 멈췄다.

 

 - 왜 멈춰?

 - 내가 키스할래, 했어.

 

 미나미 물음에 아야코가 아무렇지 않게 전 단계 없이 대꾸했다. 그 나이에 가져야 할 부끄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얼굴을 붉힌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당당했다.

 오히려 내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하지...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망설였다. 그런데 친구들이 한술 더 떴다. 눈만 끔벅이는 나에게...

 

 - 난 또...

 

 미나미가 뭐가 대수롭다고 호들갑스럽게 자전거를 멈추냐는 반응을 보이며 먼저 앞질러 갔다. 오히려 내가 핀잔을 들은 것 같았다. 야, 이런 경우도 있구나, 나는 생경했다. 친구들의 반응이... 쥰페이 이 자식도, 별스럽네, 하는 표정으로 나를 흘깃 봤고, 유리나는 큭 하며 내 머리를 장난친다며 헝클었다. 그리고 미나미 뒤따라갔다. 근엄해야 할 황족 다이히토(大仁) 또한 뭘 그 정도로 그래,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아, 이 대책 없는 것들,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냐... 니들은 니들 연인끼리 적당히 선을 그으면서 왜 스에마쓰 아야코에게는 어떤 식이든 문제가 되지 않고 당연시하지? 그 참...

 나는 속으로 투덜대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나는 북오프(Book off)점 문 앞에 자전거를 댔다. 동생에게 만화책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 뭐 하려고, 몽?

 

 스에마쓰 아야코가 내가 내려주기를 기다리며 물었다.

 

 - 동생들에게 만화책을 사주려고...

 

 자전거를 세우고 아야코 손을 잡아 내리려고 하며 내가 말했다. 아야코가 고개를 저

 었다. 확실히 균형감각이 상당했다. 아야코는 자전거의 짧은 돌출 부위에 선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돌출 부위에 올라선 채로 한쪽 발을 높이 쭉 뻗어 귀에 붙이라고 해도 거뜬히 하고도 남을 안정적인 자세였다. 나는 뭘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피식 웃으며 두 팔로 아야코 허리를 잡아 내렸다. 아야코는 보도블록에 발레리나처럼 사뿐히 발을 디뎠다. 다분히 장난끼가 느껴졌다. 나한테 그러고 싶은 거였다. 그리고 나에게 바투 몸을 갖다 대고 내 눈을 쳐다봤다. 키스할래? 그런 건가? 한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담 백배였다. 나는 못 본 척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앞서가던 노무라 쥰페이와 혼다 유리나가 뒤돌아보더니 우리를 보고 자전거를 되돌려서 왔다. 아야코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며 내 손을 잡았다. 만일 걔들이 오지 않았다면 아야코가 내 턱을 잡고 내 눈에 레이저 광선을 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전기가 순식간에 찌르르 내 몸 곳곳에 퍼졌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민망함을 애써 감추고 아야코 손을 꽉 쥐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쥔 거 같았다.

 

 - 아파...

 - 응?~

 

 나는 화들짝 놀라 아야코 손을 놓았다. 아야코가 다시 가볍게 내 손을 잡았다.

 사카모토 미나미는 우리 쪽으로 오지 않고 멀찍이 서서 볼뿐이었다. 그러자 다이히토도 오지 않고 미나미 옆에 서서 미나미 눈치를 봤다.

 

 - 저 애들은 왜 안 오고 서 있어? 책벌레들이...

 - 쑥스러운가 봐...

 

 짐짓 태연한 척하며 건넨 내 말에 쥰페이가 거들었다.

 

 - 책방에 가는데 왜 쑥스러워?

 - 미나미 성이 뭐야?

 

 내 물음에 쥰페이가 내게 되물었다.

 

 - 뭐긴? 사카모토(坂本)지...

 - 북오프 사장 성이 사카모토야...

 

 말문이 막힌 나는 사카모토 미나미와 쥰페이, 유리나, 다이히토를 쳐다보고

 아야코를 쳐다보자 아야코는 외면했다.

 내가 왜 그러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니들은 뭐냐?

 자괴감이 들었다. 갑자기 이들과 사귀는 것이 내 형편에, 내 수준에, 내 위치에

 맞는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니면 내가 이들에게 누(累)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열등감이 불끈 치밀었다.

 

 - 만화책 제목은?

 - 응? 어, 사요나라 황제별...

 

 딴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아야코가 물었다. 내 말에 아야코 얼굴에 엷은 화사함이 스쳤다. 아는 책인가 보다...

 쥰페이와 유리나가 아야코를 일제히 쳐다보다가 아차 싶어 고개를 돌렸다.

 벽창호인 나는 그때 걔들이 왜 그러는지 몰랐다.

 

 - 들어가보자...

 

 아야코가 쥰페이와 유리나의 눈길을 외면하고 내 손에서 벗어나 먼저 북오프점으로 들어갔다.

 

 - 야, 같이 들어가, 니가 거기서 망설이면 더 잘난 체하는 거 같아 보여?!

 - 같이 들어가서 찾아보자, 미나미!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유리나도 나의 반응을 보고 떨떠름하게 서 있는 미나미를 오라고 채근했다.

 내가 멋모르고 가쿠슈인에 갔지만 이젠 엎질러진 물이다. 성제의 학폭을 피해 부랴부랴 도망치듯 온 곳이 삼촌이 있는 일본이고 몇 개월간 각고의 공부 끝에 들어간 곳이 가쿠슈인이다, 여유 있게 일본 유학을 준비했다면 시간을 가지고 여러 학교를 알아봤겠지만, 작은아버지와 숙모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생결단 노력 덕으로 들어간 학교라 다른 학교로 전학 간다는 것도 작은아버지와 숙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엄두도 못 냈다. 그러니 몽니를 부려 다른 학교로 전학 갈 수도 없는 사정 아닌가, 그냥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들 부모가 잘난 거지 그들이 잘났냐, 뒤에 알았지만, 그들도 그들 부모 못지않게 잘났었다. 오히려 여기서 과도한 반응을 보이거나 아니면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게 더 어색할 뿐이고 거리감이 생길 것이다. 되려 내가 열등감이나 열패감(劣敗感)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야코를 봐라, 전혀 그게 뭔데? 초연하잖아, 이런 걸로 이들을 잃는다는 것은 나를 잃는 것이고, 그건 곧 포기고 죽음이다. 더 이상 깜깜한 터널을 걸어가기 싫다. 깜깜한 방에 앉아 고독하게 자신을 갉아 먹는 건 이제는 몸서리쳐진다. 쿨하게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내게 닥친 것을 피하지 말고 부딪치고 겸허히 받아들이자, 그렇게 마음을 가짐을 다지자 훨씬 홀가분해졌다.

 미나미도 다이히토도 쿨한 내 반응에 자전거를 끌고 왔다.

 

 - 너답지 않게 쑥스러워하기는? 어깨에 태우고 들어간다, 묵직하겠는데, 큭...

 

 아래위를 훑으며 내뱉는 짓궂은 내 말에 미나미가 말없이 주먹으로 내 옆구리를

 쿡 쳤다.

 

 - 윽, 그럼, 다이히토에게 어깨 태우는 중책을 맡길까? 다이히토 니가 그럼...

 - 사요나라 황제별, 있으려나... 조카 선물이래...

 - 이 북오프점이 책이 제일 많긴 한데...

 

 내 말은 쌩까면서 내 말을 자르고 들어 온 유리나 말에는 미나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 없다는 듯이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아야코 뒤를 따라 북오프점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미나미가 우려한 것처럼 미나미를 보자 점원들이 일제히 긴장한 게

 역력했고, 점장과 직원들이 황급히 뛰어나왔다.

 점장과 직원들이 미나미를 향해 90도로 인사를 했다.

 미나미가 굳어 있는 점장에게 사요나라 황제별이 있는지 귓속말을 했다.

 

 - 하이, 하이, 전시용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거라도...

 - 그래요? 그럼 그거라도 주세요.

 

 점장 말에 미나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아냐, 내가 구해 줄게...

 - 그럴래? 정말?

 

 예상 못 한 아야코 말에 유리나가 잘되었다는 듯이 좋아했다.

 

 - 하마터면 내꺼 줄 뻔했네...

 - 나 줘, 나 없어...

 

 

 유리나 말에 쥰페이가 어리광부리듯이 애걸했다.

 

 - 살 때 니 거도 사줄게, 그게 뭐라고, 고등학생이, 참...

 - 그렇게만 되면 나는 너무 황송하고, 고맙고...

 

 나는 책방에서 만화책 사는 게 뭘 어렵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쥰페이는 반대로 생각대로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듯이 내 말을 받았다.

 

 - 사요나라 황제별이 재밌어?

 - 안 읽었어?

 

 내 물음에 의외라는 듯이 쥰페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 있어야 읽지...

 - 아야코가 구해주면 읽어봐.

 

  건조한 내 말에 유리나가 대답했다.

 

 - 미나미, 여기, 이 회사 지분(持分) 너 있지?

  - 뜬금없이 왜?

 

 갑자기 미나미에게 물어보는 내 말에 쥰페이가 궁금해했다.

 

 - 20세기 전에는 통하던 격식(格式)이 지금은 어느 시댄데 아직 이놈의 일본 사회는 통용되는가 싶어서... 무슨 드라

  마 찍는 것도 아니고...

 

 미나미가 손짓으로 점장과 직원들을 향해 가라고 하자 점장과 직원들이

 주삣주삣 하다가 미나미의 쌍심지 켠 눈을 보고 뿔뿔이 흩어졌다.

 

 - 그렇지, 미안해...

 - 몽, 거역할 수 없어, 나약한 게 아니고... 달리 방법이 없어, 우리는...

 - 운명 같은 거야?...

 

 미나미가 부모 잘 만난 거, 선민의식(選民意識) 이런 거 때문인지 모르지만 미안해했고 유리나가 자기들이 처한 현실의 무게를 구차한 변명같이 설명했다. 나도 쿨하게 받아들였다.

 

 - 열일곱 여수상 히라테 시리즈가 더 재미있지 않아?

 

 무심코 던진 내 말에 아야코를 제외한 일동 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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