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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스에마쓰 아야코는 스스로 내 여친
작성일 : 24-02-06 20:31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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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스에마쓰 아야코는 스스로 내 여친.

 

  팔을 올리고 기지개를 켰다.

 살아 났네가 아니라 살아 있네를 엄마가 외친 건 내 거시기가 텐트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지개를 켜니 그 부분이 더 도드라졌던 거였다.

 엄마는 언제나 내 건강 상태를 내 거시기를 보고 가늠했다.

 그럼 혈기 왕성한 젊은 나이에 당연한 거 아닌가... 이틀을 넘게 누워있었잖는가, 이해해야지, 날 더러 본능을 어쩌란 말이냐? 내 의지로 통제될 수 있다면 그건 조물주의 영역에 쪽 발을 들이미는 것일 거다. 근데 좀 부끄럽기는 했다.

 엄마가 와락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훔쳤다.

 

 - 우리 엄마 아직 탱탱하네, 누가 40대라 하겠냐...

 

 나는 짐짓 태연한 척했다. 일본에 도망 오듯이 오고 처음 만나는 엄마고 아버지다.

 엄마의 냄새는 태고(太古)의 냄새고 그리움의 원천(源泉)이다.

 

 - 아이구 내 새끼, 엉엉, 니가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가시나 때문에

  목숨을 거냐, 엉엉...

 - 엄마, 아직 50대는 아니지?

 - 야, 50대라니? 40대도 아니고 만으로 30대야, 씨, 나쁜 놈...

 - 근데, 왜 우는 건 50대 아줌마처럼 우요? 큭...

 

 그 말은 사실이었다. 엄마 나이 22살에 날 낳았으니까...

 

 (E) 철썩!~

 

 짓궂은 농담에 엄마가 손바닥으로 내 가슴팍에 애정을 듬뿍 담아 철썩 갈겼다.

 

 - 아이구, 아야... 힘은 여전하네, 헤...

 - 여보, 여보, 당신 너무 독점하는 거 같다, 주인 따로 있는데...

 - 당신?

 - 아니, 여기...

 

 아버지가 고갯짓으로 뒤에선 스에마쓰 아야코를 가리켰다.

 날 위문 온 작은아버지, 숙모, 동생 카나, 동생 미츠토시, 급우 쥰페이와 의료진이 홍해 갈라지듯이 갈라섰다. 쥰페이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초자연적인 힘이 느껴져 비켜 서지더라고 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기운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지? 기억에 없는데? 어이 쥰페이 얘 누구니? 하고 쥰페이에게 눈으로 물었다.

 그때, 스에마쓰 아야코가 다가와 안겼다. 뭐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왜 사람들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감동의 손뼉을 치고, 어떤 간호사는 눈물까지 흘리지? 혼란스러웠고 헷갈렸다.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짐작이 가지 않았다. 왜 나는 이럴 때 예지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스에마쓰 아야코가 와락 나를 안는 바람에 나는 숨이 막혔다. 당황도 했지만, 그녀의 탄력적이고 농밀한 수밀도 젖가슴은 나를 충분히 숨 막히게 했다. 그때까지 아야코의 사전(辭典)에 운다거나 눈물을 흘리거나라는 말은 없었다. 내가 깨어나자 눈물을 글썽이고 나에게 덥석 안겼던 거였다. 나는 그때 흐드러지게 핀 빨간 수국 더미 속에 파묻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야코 몸에서 나는 묘하면서 매혹적인 향내는 정신을 잃을 듯 아득했다. 가슴은 보디 프렌드 안마기 마냥 요동을 쳤다. 친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예기치 않게 얼굴을 묻었던 성제 엄마의 젖가슴이랑 느낌이 판이(判異)했다. 이성(異性)이 주는 에로틱함이 아니라 이성이 주는 교감(交感)이었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었다. 박하향과의 악몽과 같은 살의 교집합 말고는 이성 간의 교제가 없어 애틋함이나 달콤함을 전혀 알지 보지 못했던 나에게 스에마쓰 아야코의 출현은 신세계고 환희였다. 물론 스에마쓰 아야코에게도 나의 존재가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기심이 가득한 일에 빠져 관심이 없던 이성에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되었다. 자기가 여자라는 존재를 깨닫게 해주었고, 수줍음뿐만 아니라 너무 당당한 게 당돌함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자연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스에마쓰 아야코는 나에게 언제나 순종적이었다. 단 한 번의 경우를 빼고는...

 팔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내 몸에 달려 있어야 지극히 정상적인데도 지금은 어색하고 거추장스러웠다. 신장개업 치킨집 앞의 바람에 마구잡이로 덜렁거리는 막대풍선 같았다. 스에마쓰 아야코는 짧은 순간 내가 살아났다는 것에 감사의 포옹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홀연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 작은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숙모를 안았다. UFC 상위 랭크까지 진입한 적이 있는 무패의 전설적인 격투기 선수 출신의 탄탄한 체력의 소유자 숙모를 안고 한 바퀴 돌았다. 쌍칼을 허벅지에 차고 다닌다고 소문난 그 숙모다. 고마웠다. 감사했다. 그러고 싶었는데 예상하지 않았던 절호의 기회가 온 거였다. 이런 상황에 그러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쳐다보던 엄마는 황당해했고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숙모는 당황했다. 그리고 숙모의 딸, 동생 카나(加奈)를 가볍게 포옹했다.

 

 - 내 새끼, 날 울리지 마.

 

 10살 된 사촌 여동생 카나가 나를 안고 그랬다.

 

 - 내 새끼, 힘들면 말해.

 

 5살 남동생 미츠토시가 누나 카나처럼 나를 안으며 말했다.

 

 일본 말을 알아듣는 사람들은 빵 터졌고

 숙모는 얼굴을 붉히며 몸 둘 바를 몰랐다.

 카나는 작은아버지와 숙모 사이의 딸이 아니라

 숙모의 죽은 전남편과의 사이에 난 딸이다.

 카나는 보통 영악스럽지 않았다. 동생, 작은아버지와 숙모

 사이에 난 5살 미츠토시 (한국명 : 曺光敏)를 캥거루 배 속의 새끼 캥거루

 돌보듯 완벽하게 캐어하며 같이 잘 놀았다. 숙모가 바깥일에

 전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카나에게 커서

 뭐 할래? 묻자 나랑 결혼하는 거라고 해 온 집안을 웃음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적도 있었다. 그만큼 카나는 나를 잘 따랐다.

 물론 미츠토시도 나를 잘 따랐다.

 

 - 엄마 내가 숙모 덕에 살 수 있었다.

 - 왜?

 - 숙모가 나한테 몸 쓰는 법을 가르쳐 줘서 이 정도로 끝을 낸 거야.

 - 동서 고맙네, 이놈 말 안 들으면 탕탕 패.

 

 엄마가 숙모 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했다 숙모는 내 말 때문인지 엄마가 손을 잡아서 그런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작은아버지는 한국말이 서툰 숙모에게 엄마 말을 통역했다. 그러나 숙모는 작은아버지가 통역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숙모는 엄마가 어려웠다. 엄마가 나이가 어려도 어려워했다.

 

 - 그리고 엄마, 숙모가 날 가쿠슈인에도 넣어줬다. 내가 다닌다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명문 학교다.

 - 아니무닙니다, 몽대 실력으로 들어가슴무니다.

 

 숙모가 놀라 손사래를 쳤다.

 -

 - 니가 어때서? 니는 거기 다니면 안 돼? 자기 비하 그런 거 하지 마, 안 좋아...

 - 아 참 엄마도, 겸손이다, 겸손...

 - 지랄 염병.

 - 작은 아빠는 주먹인데 어떻게 고상한 미녀 숙모를 만났을까, 항상 의문이 들어...

 - 야 이눔아, 너거 아버지나 삼촌은 나쁜 남자잖아, 여자들은 나쁜 남자들 보면 사족을 못 써, 맞지, 동서?

 

 숙모는 홍조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 헤이 쥰폐이!

 

 나는 쥰페이 하고 하이 파이브를 했다.

 

 - 엄마 내 절친 쥰페이야.

 - 정식으로 인사하게스무니다, 노무라 쥰페이무니다.

 

 쥰페이가 어눌하게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 알겠스무니다, 큭, 넌 아무리 봐도 미남이다, 몽대야 쥰페이하고 우리 구면이다.

 - 이 친구 여기 거의 살다시피 했어. 처음엔 이 친구가 아까 니 여친, 남친인 줄 알았어...

 

 엄마 말에 아버지가 덧붙여 말했다.

 

 - 내 여친?

 - 그 여학생이 니 여친이라 하대, 본인 입으로...

 - 네?!

 

 엄마가 누구냐고 묻자 스에마쓰 아야코가 당당하게 내 여자친구라고 말했다고 쥰페이가 알려줬다. 그 당시는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여친이라니, 뒤에 스에마쓰 아야코 설명을 듣고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다. 내가 농담으로 너 싫어, 하면 어쩔래? 하니까, 스에마쓰 아야코는 니가 신(神)이야? 하고 되받아치더니 우리 공동운명은 신도 못 바꾼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감격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스에마쓰 아야코를 싫다고 하겠냐,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 네버, 네버를 속으로 수없이 외쳤다. 니가 싫다고만 하지 마라, 아니 니가 싫다고 해도 절대로 널 놓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내가 싫으면 언제든지 떠나도 좋아, 난 널 붙잡을 자격이 없는 놈이니까, 우웩, 구역질 나는 대사를 던진 적이 있었다. 스에마쓰 아야코는 말없이 손으로 내 머리칼을 헝클리고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내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펄펄 끓는... 그날 우리는 신오쿠보 코리안타운의 숙희 식당에 가서 혓바닥을 데어가며 김치찌개를 실컷 먹었다. 그리고 스에마쓰 아야코는 나에게 떠나지 않는 뇌쇄적(惱殺的)인 눈으로

 동태눈깔처럼 흐리멍덩한 내 눈을 먹었다. 내가 흐리멍덩한 동태눈깔로 게슴츠레 웃으면 그녀는 전율이 오는지 몸서리쳤다. 물론 다분히 장난기도 있었지만... 두껍게 자른 돼지고기 살점을 젓가락에 집어 내 입에 넣어주면 얼마나 당혹스러웠던지... 우리가 숙희 고모라고 부르는 식당 주인이 지나가며 싫지 않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는 어쩌라고 하며 같이 입술을 내밀었다. 숙희 고모는 장난으로 나가라고 했고 우리는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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