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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교도소의 삶
작성일 : 22-03-03 00:23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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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쪽같네요. 안 그래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금만 왼쪽으로 이동해서 앉아주겠어?"

 "네? 왼쪽이요?"

 "그래야 감시카메라가 가려져서. 아니, 돌아보진 말고. 그냥 왼쪽으로 한 뼘 정도만 움직여주면 돼."

 

 금정은 자연스럽게 왼편으로 의자를 옮겼다. 카메라의 시야는 금정의 등에 가로막혔다. 카쟝은 곧장 서류가방을 책상에 올렸다. 그는 가방에서 손바닥 크기의 물체를 꺼냈다.

 

 "이건 실리콘 마스크고."

 

 마스크 옆에 구슬 같은 것도 올려놨다. 카쟝은 손가락으로 그것을 집어 금정에게 건넸다.

 

 "이건 일단 삼켜봐."

 "뭐에요? 설마 그때 그 발작 약은 아니죠?"

 "그런 거였으면 예전에 먹였지. 시간이 얼마 없어 걱정 말고 먹어."

 

 금정은 끄덕이며 그 구슬을 삼켰다. 잠시 후 금정을 켁켁거렸다.

 

 "이거 목에 걸린 것 같은... 어?"

 

 금정은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목소리가 바뀌어있었다. 금정의 목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나왔다. 카쟝은 간단히 설명을 붙였다.

 

 "목구멍에 붙는 음성 변조기야."

 "뭐야. 그럼 어떻게 떼요? 너무 불편한데요?"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우선 내가 짜온 계획부터 알려줄게."

 

 카쟝은 금정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한 자라도 놓치지 말고 꼭 기억하라는 표정이었다.

 

 "지금부터 너와 나는 바뀌는 거야. 나는 금정이 되고 너는 의사가 되는 거지."

 "의사요? 백민관이 아니라?"

 "의사로 변장하는 건 교도소 나갈 때까지만 하면 돼. 마스크는 그때 벗으면 되고. 그리고 교도소로 나가면 꼭 의사와 마주쳐야 돼. 앞으로 20분 뒤에 의사가 교도소로 출근을 할 거야. 의사와 만나면 꼭 부딪혀. 부딪히면서 이 공무원증을 떨어뜨려. 내가 잠깐 빌려온 거거든."

 

 카쟝은 의사의 공무원증을 책상에 올렸다. 금정은 공무원증을 어떻게 구했는지도 궁금했지만 카쟝의 진지한 모습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니까 제가 의사로 변장한 다음에 교도소를 탈출하고, 그 다음에 사장님이 슬쩍한 공무원증을 돌려주면 된다는 거죠?"

 "그래. 그래서 이 실리콘 마스크도 의사의 얼굴을 본 떠서 만든 마스크야."

 "근데 사장님. 뭔가 크게 놓치신 것 같은데."

 

 금정은 양팔을 책상에 올렸다. 그의 양손은 수갑으로 묶여있었다.

 

 "제가 이런 상태라서요."

 

 카쟝도 양팔을 책상에 올렸다. 그의 오른손에는 금속 막대기가 들려있었다. 청진기에 숨겨왔던 물건이었다.

 

 "수갑 이리 줘봐."

 

 카쟝은 금정의 수갑 자물쇠를 금속 막대기로 휘젓더니 이내 수갑을 풀었다.

 

 "와, 만능열쇠에요?"

 "비싸게 주고 산 거야. 자, 이제 다음 단계로 가지."

 

 두 사람은 신체를 검사하는 척하며 감시카메라 밑으로 걸어갔다. 그곳이 카메라의 사각지대였다. 몰래 변장하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옷을 벗고 서로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카쟝은 금정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금정은 의사의 마스크를 썼다.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카쟝의 입은 쉬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면 건물을 나가기 전에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돼. 유일한 금속인 만능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을 거니까 넌 걸릴 게 없어. 그냥 통과하면 돼. 그 다음 운동장 옆으로 쭉 걸어가면 다음 문이 나와. 그 문은 공무원증을 문 우측 센서에 대면 열려. 그 다음 문은 바로 앞에 있어. 네가 마스크만 벗지 않는다면 경비가 알아서 열어줄 거야."

 "그리 어렵진 않네요."

 "일단 교도소를 나가면 1단계는 성공이야. 그런 다음, 넌 일주일 동안 자유를 만끽하면 돼. 그 대신 나와 약속했던 대로 치료제를 만들어야지. 이 과정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네가 알아서 처리하고.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이 시간에, 내가 했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진료실로 들어오면 돼. 그때 우리 둘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지. 내가 여기 들어오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목에 걸린 음성변조기를 어떻게 떼는지는 따로 기록해놨어. 그 기록은 우 박사한테 맡겨놨으니까 시내로 가서 홍그레 호텔 305호로 가. 거기로 가면 우 박사를 만날 수 있어."

 "그럼 간단하게 말해볼게요. 여기서 의사인 척 밖으로 나간다. 나가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진짜 의사와 마주친다. 자연스레 공무원증을 돌려준다. 마지막으로 홍그레 호텔 305호로 가서 우 박사를 만난다. 맞죠?"

 "치료제를 만든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여기로 돌아온다."

 "아, 그렇죠."

 

 금정은 단추를 모두 채우고 카쟝을 봤다. 그 순간 금정은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썹을 씰룩거리며 말하는 행동과 중간중간 숨을 크게 들이쉬는 버릇까지, 카쟝은 금정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근데 의외네요. 사장님한테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카쟝은 금정을 쳐다봤다.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해내야 직성이 풀려서."

 "듣던 대로 완벽주의자시네요."

 

 카쟝은 대답 대신에 금정을 위아래로 훑엇다.

 

 "좋아. 그 정도면 못 알아채겠어. 그래도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알겠어요."

 "혹시 내가 주의해야 할 점은 있나?"

 "별 건 없고, 룸메이트가 이틀 전에 새로 들어왔는데 말이 조금 많아요. 대꾸하면 계속 말 시키니까 그냥 조용히 지내면 돼요. 교도소 생활은 뭐,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면 돼요. 어차피 저도 조용히 지냈으니까 일주일 동안 말없이 지내더라도 의심을 사진 않을 거예요."

 

 두 사람은 다시 책상으로 갔다. 이번엔 금정이 책상 안쪽 의자에, 카쟝이 바깥쪽 의자에 앉았다. 카쟝은 마지막으로 양팔을 책상에 올렸다.

 

 "마무리 합시다."

 

 금정은 카쟝의 양팔에 수갑을 채웠다.

 

 "그럼 일주일 뒤에 뵙겠습니다."

 

 철컥.

 

 수갑이 단단히 채워졌다.

 

 

 ***

 

 

 "그래서 어쩔 계획인데?"

 "어쩌긴 어째. 대구치 형을 다시 데려와야지."

 

 소구치와 측절치는 열띤 토론 중이었다. 소구치의 공격적인 말투로 자칫 말다툼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연한 토론이었다.

 

 "어떻게 데려올 건데? 아빠도 지금 누워계시고. 지원해줄 사람이 전혀 없어."

 "그래서 큰 형 버리자는 거야? 엉? 가족 버릴 거냐고?"

 "나도 큰 형 구하러 가고 싶어. 그래도 무턱대고 구하기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세워보자는 거지."

 "그런 건 둘째 형이 해결해줄 거야. 그렇지 형?"

 

 둘째 형인 중절치는 눈을 감고 동생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측절치야. 아버지 상태는 좀 어때?"

 "생명에 지장은 없으셔. 의사 선생님도 시간이 지나면 의식이 돌아오실 거라고 하셨고. 다만 그 의식이 언제 돌아올 지는 아직 미지수야."

 

 중절치는 눈을 떴다.

 

 "알겠어. 그럼 우리끼리라도 계획을 짜봐야겠어."

 "돈은 있어? 저번에 받은 상금도 다 고아원에 보내지 않았어?"

 "있는 돈이라도 끌어 모아야지. 허튼 데 안 쓰고 사용하면 가능할 거야. 그리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조금씩 모아둔 돈도 있고."

 "역시 형이야."

 "그럼 각오들 단단히 해. 준비만 끝나면 바로 출발할 테니까."

 "알겠어, 형."

 

 중절치의 한 마디에 나머지 동생들은 군말 없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

 

 

 소장실의 문이 열렸다. 세 남녀가 차례대로 소장실로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을 본 루베는 반가운 미소를 띠었다. 그 어느 때보다 살가운 모습이었다.

 

 "드디어 돌아왔군요."

 

 그녀의 눈앞에 잔룡, 우 박사 그리고 금정이 서있었다. 그들은 홍그레 호텔에서부터 루베의 연구소까지 4시간 동안 달려왔다. 루베가 가장 먼저 말을 건 사람은 잔룡이었다.

 

 "잔룡아, 넌 운전하느라 피곤했을 테니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좀 쉬렴. 내일부터는 평소처럼 나오고."

 "알겠습니다."

 

 잔룡도 많이 피곤했는지 억지로 하품을 참고 있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코로 하품하며 루베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잔룡은 졸린 눈을 억지로 떠가며 문으로 걸어갔다. 잔룡이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자 루베는 그를 나지막이 불렀다.

 

 "잔룡아. 잠깐."

 "네?"

 

 돌아선 잔룡을 향해 루베는 왼손을 들었다. 루베의 손은 엄지와 검지를 이은 채 입술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一자로 움직였다. 이번 일을 비밀로 유지하라는 제스처였다.

 

 "알겠습니다."

 

 잔룡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소장실을 나갔다. 이제 소장실에는 루베, 우 박사, 그리고 금정 세 사람이었다. 루베는 남은 두 사람을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고생들 많았어."

 

 여유로운 루베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우 박사는 한시가 급했다. 우 박사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럼 치료제는 언제부터 만들게 됩니까?"

 

 '치료제'라는 단어가 나오자 루베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루베는 대답을 망설이며 우 박사가 아닌 금정을 바라봤다. 그 순간 금정도 루베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무언의 눈빛교환을 했다. 우 박사는 루베에게서 대답 없자 그녀를 지그시 노려봤다. 그 눈초리가 따가웠는지 루베는 억지로 입술을 열었다.

 

 "천천히 만들어보지 뭐."

 "천천히요? 일주일 동안 5만 개 이상을 만들어야 해요."

 "아니."

 

 루베는 우 박사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서두르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예요. 금정 씨가 여기서 지내는 것도 일주일 뿐이잖아요."

 

 루베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정수리와 천장의 거리는 한 뼘 남짓이 되었다. 루베는 책상에서 나와 우 박사에게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녀는 우 박사를 내려다봤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루베의 큰 키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우 박사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함 탓에 말을 잇지 못했다. 루베는 여세를 몰아 그녀에게 더 다가갔다.

 

 "금정은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이번 일주일 동안에도. 그리고 일주일 후에도 말이야."

 

 우 박사는 그녀의 발언이 어이가 없었다.

 

 "그럼 백 사장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루베는 오히려 역정을 냈다.

 

 "너희가 교도소에 다녀오는 동안 내가 다 조사했어."

 "조사라뇨. 뭘요?"

 "백민관이 나를 또 속이려 했다는 사실."

 

 우 박사의 콧등으로 루베의 침이 튀었다.

 

 "오해에요."

 "아니. 일단 너와 동행했던 그 남자, 백민관 아니지? 너와 같이 왔길래 전혀 의심하지 못했어. 혹시나 해서 조사를 해봤더니 진짜 백민관은 아직 마루에 있더라고? 오해라고 말할 거면 지금 마루에 있는, 사장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부터 말해주겠어?"

 

 우 박사는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어. 감히 날 속이려 들어?"

 

 우 박사 옆에 서있던 금정도 실실 웃으며 거들었다.

 

 "그 남자, 변장은 기가 막히게 하더라. 무슨 특유의 기술이 있나봐? 나도 그 덕에 탈출했지만."

 

 루베는 우 박사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가서 백민관한테 전해. 날 속였으니 부하 하나 잃은 셈 치라고."

 

 우 박사는 반박할 거리가 없자 루베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급한 불은 꺼야 했다.

 

 "그럼 일단 치료제라도 만들어줄 수 있어요?"

 

 루베가 웃었다.

 

 "아, 그거. 날 속인 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나도 상도덕은 있는 사람이라서. 금정을 탈출시켜줬으니 기꺼이 알려줘야지. 지금 여기서 당장 말해줄게. 대신 만드는 건 네가 해."

 

 저번과 얘기가 완전히 달랐다. 루베는 저번에 치료제를 만들어준다고 했었다. 게다가 분명히 제조방법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부터 그 방법을 알고 있었고, 만들어줄 생각도 없었다.

 

 "그 뭐였냐? 그 동물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됐는데."

 "동물이요?"

 

 루베가 뜸을 들이자 금정이 끼어들었다.

 

 "오리너구리."

 "아, 맞아. 오리너구리! 오리너구리에 학목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항체가 폭발적으로 만들어지거든. 그걸 정제하면 돼. 자세한 건 마루로 돌아가기 전에 문서로 만들어줄게."

 

 우 박사는 다시 루베를 올려다봤다.

 

 "그러면 지금 새던 교도소에 들어간 백 사장은,"

 "백 사장이라고 하지 마! 안 그래도 속은 게 분해 죽겠는데."

 "아무튼 그 사람은 1년 동안 교도소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고 갇혀 지내야 하나요?"

 

 루베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우 박사에게 물었다.

 "1년? 무슨 소리야?"

 "저번에 분명히 5년 형을 받고 1년이 남았다고,"

 "아, 그것도 내가 조금 잘못 전달했나 보네. 15년 형을 받았고 11년이 남았어."

 

 루베의 비열한 미소로 인해 우 박사의 몸이 얼어붙었다.

 

 "애초에 너희들이 여기 오기 전부터 의아하게 생각했어. 백민관이 제정신이었다면 여기까지 제 발로 찾아올 일이 없거든. 그 작자, 연구 참여도도 제일 높지 않은 주제에 논문에는 제1저자로 들어가려고 고집피우는 인간이거든. 재주는 곰이 부리게 하고 돈은 자기가 벌고 싶어하는 딱 그런 류의 인간이지."

 

 루베의 입술에 한이 서려있었다.

 

 "그런 사람이 자기가 걸리지도 않은 바이러스 치료제 얻자고 배 타고 기차 타고 택시 타고 여기까지 직접 찾아와? 그렇게 귀찮은 짓을? 그럴 리가 없지. 아무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한 방 먹인 거 같아서 속이 다 후련하네."

 

 금정은 어느새 루베의 오른편에 서있었다. 루베와 금정이 우 박사와 2대1로 대립해있는 모양새였다. 금정은 우 박사를 노려보다가 이내 루베를 바라봤다.

 

 "루베 씨, 제가 루베 씨 보고 싶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루베는 금정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걱정 마. 이제 떨어질 일 없으니까."

 

 우 박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신고해봤자 카쟝은 금정의 탈옥을 도운 공범이었다. 탈옥을 도와준 죄도 작지 않으니 교도소 신세를 피할 순 없었다. 더 나아가 우 박사 본인도 공범으로 찍힐 가능성이 충분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느끼자 우 박사는 무기력해졌다. 그녀는 초점 잃은 눈으로 루베와 금정을 쳐다봤다. 그런 우 박사를 앞에 두고 루베는 사랑스런 얼굴로 금정과 눈을 맞추었다.

 

 "금정 씨,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금정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우리 강아지는 어디 있어요? 간댕아!"

 

 루베는 그런 금정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금정 씨 걱정 마. 간댕이는 내일부터 금정 씨랑 놀아야 하니까, 오늘 건강검진 받으러 갔지."

 "고마워요. 역시 루베 씨예요."

 

 금정은 감동하며 루베의 왼손을 꼭 쥐었다.

 

 "금정 씨는 이제 걱정 할 거 하나 없으니 어서 씻고 맘 편히 쉬고 있어."

 "알겠어요. 금방 씻고 올게요."

 

 우 박사는 투명인간이 되어 멍하니 서있었다.

 

 

 ***

 

 

 카쟝의 볼로 싸늘한 바람이 스쳤다.

 

 '세 번째 날이다.'

 

 전구 빛이 카쟝의 눈꺼풀을 찌르는 통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어렵게 뜬 눈으로 보이는 낯선 천장. 카쟝은 그제야 자신이 2층 침대 위라는 것을 자각했다. 밑 1층 침대에서도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아오 눈 부셔라~!"

 

 다른 수감자가 눈 비비며 멀뚱거리는 동안, 교도관들은 철창들을 두드리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챙! 챙! 챙!

 

 "야! 16036번! 얼른 안 내려와!"

 

 옆방 수감자의 죄수번호였다. 카쟝의 죄수번호는 87078번이었다. 정확히는 금정의 번호였다. 카쟝은 부랴부랴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 1층을 사용하는 이웃이 아침인사를 건넸다.

 

 "형씨, 잘 잤어? 요샌 코도 안 골고 잘 자네?"

 

 카쟝의 시야로 대머리의 사내가 들어왔다. 정수리 앞쪽에 나있는 콩알만 한 점이 자꾸만 눈길을 끌었다.

 

 "오늘도 힘내 보자고!"

 

 그는 카쟝의 하나 뿐인 룸메이트였다. 교도소에서 가장 힘든 요소이기도 했다. 그 사내는 하루 종일 입을 안 다물었다. 금정이 설명했던 것보다 훨씬 수다쟁이였다. 심지어 카쟝이 대꾸하지 않아도 꾸준히 자기 할 말을 하는 인물이었다.

 

 "배고프다~. 오늘 아침은 무엇일라나?"

 

 10분 이상 침묵하면 죽기라도 하는 것 마냥 입술모터를 중지시키지 않았다. 덕분에 알고 싶지 않은 정보도 수동적으로 암기가 되었다. 카쟝의 입장에선 교도소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옹달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장점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성가심'이라는 단점이 훨씬 컸다.

 

 철컥-

 

 금속음이 열리며 문이 열렸다.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카쟝은 자신의 룸메이트와 함께 방을 나와 줄을 섰다. 그들은 곧 식당으로 향했다.

 

 "아, 배고파."

 

 룸메이트의 이름은 '하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강도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고 말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카쟝도 그것과 비스무리한 일을 했기에 귀가 트였다. 은행을 털었는지 보석상을 털었는지 궁금하던 참에 하언이 알아서 술술 불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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