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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RB 프로젝트(2)
작성일 : 22-02-26 14:17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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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몇 마디만 하면 모두가 잠잠해질 거야.”

 “...한데?”

 

 우 박사에 낮은 목소리에 흑사는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했지?”

 “뭐가 필요한데?”

 

 그제야 흑사는 싱긋 웃었다.

 

 “나야 뭐, 직업이 도둑이니까, 돈이 최고지만. 당신과 거래를 하자니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돈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 다른 걸로 거래를 하고 싶은데?”

 

 우 박사는 성난 얼굴로 흑사를 노려봤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지하 3층 실험실의 열쇠.”

 

 우 박사의 오른쪽 눈썹이 1cm가량 올라갔다.

 

 “거긴 실험체 보관소잖아? 당신한테 열쇠가 있으면 뭘 어쩔 생각이지?”

 “내가 찾는 사람이 거기 있을 수 있거든. 지금 흑사단이 회사를 헤집는 이유도 그렇고."

 

 우 박사는 그 사람이 누군지는 하나도 관심 없었다. 그저 조용히 수술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열쇠만 주면 잠잠하게 만들 수 있어?"

 “어차피 저 소리 전부 회사 곳곳을 들어가려고 방범장치를 부수는 소리야. 내가 원하는 걸 얻으면 방범장치를 폭파시킬 까닭도 없지.”

 

 어느새 우 박사의 메스는 민관의 엉덩이까지 닿았다. 정말 한 획으로 깔끔하게 절개가 되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수술도를 수직으로 빼냈다. 흑사는 그제야 우 박사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우 박사, 어차피 오늘 수술만 끝나면 지하 3층 자체가 필요 없잖아? 원하면 내가 부하들한테 청소라도 시키지.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거래란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지하 3층의 존재 이유는 오늘의 수술을 위해서였다. 우 박사는 장갑을 벗었다. 이제 카쟝의 등을 가를 차례였다. 그는 보조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새 장갑으로 갈아 꼈다.

 

 “마취제 투여했지?”

 “네. 마취제 투여했고 환자 상태도 양호합니다.”

 

 쿠구궁!

 

 잊을 만하면 묵직한 소음이 들렸다. 집채만 한 거인이 지상에서 줄넘기를 하나 싶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이미 무대 앞 의자에는 썰렁했다. 고위 인사 중 절반은 비상 사다리 앞에 줄서있었고, 절반은 승강기를 통해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하려했다. 이제 무대 주변엔 온전히 연구원들과 흑사뿐이었다.

 

 "쳇."

 

 우 박사는 메스를 들기 전 뜸을 들였다. 그녀는 메스를 들었다가 놓기를 두세 차례 반복했다. 우 박사는 이내 뜻을 굳힌 듯이 얼굴을 돌렸다. 그녀는 민관의 생징후를 모니터하던 막내 연구원을 불렀다.

 

 “저 자한테 지하 3층 마스터키 줘.”

 

 막내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흑사에게 다가갔다. 지하 3층의 마스터키가 연구원으로부터 흑사에게 전해졌다. 흑사는 냉큼 열쇠를 낚아챘다.

 

 “누구한테 있나 했더니만 당신한테 있었군.”

 

 막내 연구원은 아무 말도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좋은 선택한 겁니다. 10초만 늦었어도 강제로 뺏어갈 생각이었습니다.”

 “당장 당신네 부하들부터 조용히 시켜.”

 

 흑사는 대답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보조 연구원은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구시렁거렸다.

 

 "도둑 녀석이 3층엔 왜 간다는 거야?"

 "걱정 마. 거기엔 훔칠 것도 없으니까. 원숭이를 훔치겠어, 애들 피를 훔치겠어."

 

 우 박사는 메스를 등에 꽂기 전에 MRI영상을 요구했다.

 

 "이 사람 MRI영상 나왔어?"

 

 막내 연구원은 의료영상 프로그램을 들어갔다.

 

 "네. 영상 나왔습니다!"

 "그럼 좀 틀어봐.”

 

 이번 주문도 막내 연구원의 몫이었다. 막내는 대형 스크린에 카쟝의 MRI영상을 띄웠다.

 

 “어?”

 

 막내 연구원은 화면을 잘못 봤나 싶어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그녀의 눈은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잘못 열었나?"

 

 그녀는 영상을 닫고 다시 카쟝의 MRI영상을 열었다. 하지만 영상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뭔데? 무슨 일인데?"

 

 나머지 연구원들도 하나둘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곧 그들도 입이 쩍 벌어졌다.

 

 "다들 준비 안하고 뭐해?"

 

 이상한 낌새를 느낀 우 박사도 화면을 올려다봤다.

 

 "...이게... 왜?"

 

 모든 연구원들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화면 속엔 실험대에 누운 카쟝의 MRI영상이 올라와있었다.

 

 “...망했다.”

 

 연구원 중 한 명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영상 속 카쟝에 몸에는 뜻밖의 물체가 들어있었다.

 

 “인공심장이 대체 왜 들어있는 거야...?”

 

 물음과 동시에 지하 4층을 흔들던 굉음이 멈췄다. 거인이 줄넘기를 멈추자 온 세상이 소리를 잃은 듯했다. 한 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뚝.

 

 설상가상으로 지하 4층의 모든 불이 꺼졌다. 정전이었다. 다행히 수술기구들은 자가 발전기에 의해 재가동이 되었다. 하지만 무대 위를 제외한 지하 4층은 아직도 어둠 속이었다.

 

 삐빅- 삐빅-

 

 초침이 30번 움직이는 동안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생징후 측정기의 미세한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다.

 

 띵-

 

 고요한 지하 4층에 승강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립니다.]

 

 지하 4층에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승강기에서 내린 사람은 방금 지하 3층을 다녀온 흑사였다. 그는 내리자마자 주위를 훑어봤다. 그의 예상대로 지하 4층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사이에 관객은 전부 나갔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우 박사와 연구원들에겐 관객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길 잃은 강아지처럼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흑사도 함께 그 모니터를 보았다.

 

 "아, 다른 사람이랑 착각했구나?"

 

 우 박사는 그의 어조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당신, 알고 있었지?"

 

 흑사는 싱긋 웃었다.

 

 "당연하지."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고위 인사들이 다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왜냐하면 저기 누워있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우 박사는 누워있는 남자와 승강기 앞에 서있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당신... 카쟝이었어?”

 "10년 만에 인사드립니다. 우 박사."

 

 10년 전, 눈앞에서 놓쳤던 실험체가 눈앞까지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 상황이 맞질 않았다.

 

 “흑사도 아닌 주제에... 소란은 어떻게 멈춘 거야?”

 “아, 그거?”

 

 흑사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 손에는 리모컨이 들려있었다.

 

 “이 리모컨만 누르면.”

 

 쿠궁! 쿵!

 

 천장에서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하 3층에 고성능 스피커를 설치해놨거든. 지면에 대고 지하 4층을 향해 설치했더니 땅까지 울릴 정도더라고.”

 “그럼 흑사단이 건물을 부수고 있다고 한 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다만 지금은 경찰과 대치상태지만.”

 

 흑사단은 명장제약을 강탈하려고 돌진했다. 그들의 1차 목적은 카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미리 대기했던 경찰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이야앗!”

 

 남성 연구원이 느닷없이 카쟝을 향해 몸을 던졌다.

 

 쿠당탕-!

 

 카쟝은 간단히 다리만 걸어 그를 넘어뜨렸다. 그는 넘어져서도 카쟝을 노려봤다.

 

 “온종일 이 수술만을 위해 준비했는데!”

 

 따지고 보면 장장 20년 동안 오늘의 수술만을 위해 연구해온 것이었다. 그 노력을 한 번에 뒤엎은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카쟝이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나쁜 새끼!”

 "누가 나쁘다는 거야? 연구에 이용하려고 10년 전에 날 억지로 만든 게 당신들인데."

 

 카쟝의 말에 도발된 나머지 연구원도 카쟝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20년 넘게 연구만 했던 사람과 10년 동안 침입과 탈출을 반복했던 카쟝은 운동신경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카쟝은 허리춤에서 전기 충격기를 꺼냈다.

 

 “미리 사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닥쳐!”

 

 맨 앞으로 달려오던 연구원이 왼 주먹을 휘둘렀다. 카쟝은 오른편 하단으로 살짝 피하며 상대 옆구리에 전기를 흘렸다.

 

 “끄헉.”

 

 상대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쓰러졌다. 쓰러진 연구원을 넘어 다른 연구원이 덤벼들었다.

 

 부웅-

 

 그는 카쟝에게 의자를 휘둘렀다.

 

 "어우."

 

 카쟝은 손쉽게 피했다. 반면 그 연구원은 의자를 휘두른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홀로 나자빠졌다. 카쟝은 전의를 상실한 상대를 넘기고 다음 상대를 찾았다.

 

 “으으....”

 

 그 뒤에 나타난 막내 연구원은 손에 수술도를 들고 있었다. 흉기가 굉장히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뼈까지 드러날 정도였다.

 

 “흐....”

 

 그녀는 덤벼들지 못하고 온몸을 후들거렸다. 칼을 쥔 두 손은 부르르 떨었다.

 

 “서로 피곤해지니까 그만합시다.”

 

 카쟝의 한 마디에 막내 연구원은 다리의 힘이 풀렸다. 그녀는 칼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한 사람, 우 박사였다.

 

 “역시 도둑 새끼는 치사스럽기가 짝이 없네.”

 

 ‘진짜’ 카쟝은 ‘가짜’ 카쟝이 누워있는 실험대를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 칼질은 하지 않았군.”

 

 우 박사는 민관 앞에 서있었다. 이미 수술은 실패였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민관의 등을 봉합해주기 위해 차분히 봉합사를 들었다. 카쟝은 눈길을 돌려 민관을 내려다봤다.

 

 “백민관도 아주 고약한 사람이야. 남의 생명을 빼앗고, 지금은 남의 젊음까지 빼앗으려고 했으니.”

 

 우 박사는 말없이 첫 바늘을 넣었다. 그녀는 빠른 손놀림으로 봉합을 진행했다.

 

 “우 박사,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또 그 잘난 거래를 하려고?”

 “당신은 그저 연구를 계속 하고 싶을 뿐이잖아?”

 

 우 박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카쟝은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직감했다.

 

 “우 박사님.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떨까요?”

 

 갑작스런 카쟝의 존칭에 우 박사는 그를 바라봤다. 카쟝은 말투뿐이 아니라 표정도 진지해졌다.

 

 “이제 우 박사님은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 어떤 것이든 하셔도 됩니다. 당연히 다른 연구원 분들도 함께 하시는 거구요.”

 “풋.”

 

 우 박사는 코웃음 쳤다.

 

 “야 이 도둑놈아.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그야....”

 

 카쟝은 연구원 5명을 쓰윽 둘러봤다.

 

 “...따지고 보면 저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백민관 아닙니까.”

 

 연구원 모두의 시선이 카쟝에게 꽂혔다.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카쟝의 발언에 모두들 어처구니없는 낯을 보였다. 우 박사는 대꾸도 않고 봉합을 이어갔다. 쓰러져있던 다른 연구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카쟝은 거래를 이어갔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강일호와 나의 존재, 또 그 존재의 이유가 알려진다면? 생명을 경시했으니 이번에도 동물보호협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에요. 우 박사 당신은 출소하자마자 범죄에 가담했으니 전보다 더 큰 형량을 받을 테고요.”

 

 여전히 우 박사는 봉합을 이어갔다. 깊숙이 절개를 한 탓에 피부 깊은 곳부터 차례로 봉합해야 했다.

 

 “겨우 그거 하나 때문에 내 동업자를 포기하라고? 보통 미친 게 아니네.”

 “동업자라고요? 머리는 좋은데 기억력이 안 좋으신가요. 당신이 동업자라고 부르는 백민관이 동물보호협회에 고소당했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떠올려보세요. 여기 누워있는 사람은 모든 죄를 우 박사 당신에게 뒤집어 씌웠어요.”

 

 우 박사는 반박할 수 없었다.

 

 "백민관은 자신의 젊음을 위해 남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사람입니다. 당신도 10년이란 세월을 뺏기지 않았습니까?"

 "그건 내가 이 연구의 총책임자니까...."

 "아뇨.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던데요. 여기서 진행한 모든 연구의 대표자는 백민관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젊음, 명예, 그리고 부를 얻기 위해 당신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이용? 백민관은 나에게 최고의 연구 환경을 마련해줬어. 넌 뭘 할 수 있지?”

 

 대답은 승강기 쪽에서 돌아왔다.

 

 “최소한 동료는 버리지 않습니다.”

 

 리브의 음성이었다. 옷차림은 만신창이었지만 눈빛은 영롱하게 빛났다. 카쟝은 우 박사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우 박사님, 오늘 수술이 세상에 밝혀지면 당신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깟 교도소 한 번 더 가는 게 두려울까봐?”

 “아뇨. 교도소가 아닙니다.”

 “박사님, 현혹되지 마세요!”

 

 막내 연구원은 소리를 질렀다. 카쟝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허튼 소리가 아닙니다. RB project의 내용이 밝혀지면 그 실험체에 대한 사실도 드러나게 됩니다.”

 “동물보호협회에서 고소할 거란 소리를 할 거면 하나마나야.”

 “아뇨. 제 말은, 흑사의 귀로 들어갔을 경우입니다.”

 “흑사?”

 

 흑사란 이름은 우 박사의 주의를 끌기 충분했다. 그녀가 아무리 연구 외에 관심이 없더라도 흑사의 이름 정도는 익히 들어왔다.

 

 "지하 3층에 갇혀있던 수많은 아이들은 모두 이 연구를 위해 납치됐더군요. 전부 달구 아이들이고요."

 "겨우 그거 알아보려고 3층 열쇠를 달라고 한 거였어?"

 "문제는, 그 아이들 중 하나가 흑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자식이 실험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흑사가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세요."

 

 꿀꺽.

 

 막내 연구원의 침 삼키는 소리가 공기를 흔들었다. 카쟝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우 박사 당신은 물론이고 이 연구에 참여했던 모든 연구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지워지겠죠.”

 

 우 박사는 주변에 쓰러져있는 연구원들을 돌아봤다.

 

 “흑사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그러니 그가 진실을 모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카쟝의 반복된 설득이 우 박사의 마음을 흔든 듯 싶었다. 그녀의 눈은 고장 난 가로등처럼 껌뻑거렸다.

 

 “그럼 그 사실을 덮을 방법은 있어?”

 “당연히 있죠.”

 “그 방법이 뭔데?”

 “간단합니다. 모든 죄를 카쟝이 뒤집어쓰는 겁니다. RB project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흑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아들을 납치한 사람이 저라고 여길 겁니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저를 평생 쫓아다니겠죠.”

 

 스윽.

 

 그 순간 카쟝의 뒤로 한기가 서렸다. 그들 말고 다른 존재가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이런 쥐 새끼.”

 

 철컥.

 

 “안 돼!”

 

 탕-!

 

 총성과 함께 불꽃이 시선에 잡혔다. 불꽃에 비친 사람은 장 비서였다. 어느새 지하 4층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그러나 곧 장 비서의 모습이 가려졌다. 카쟝의 앞으로 커다란 벽이 생긴 탓이었다.

 

 푹. 쿠당탕.

 

 “리브!”

 

 리브는 장 비서가 장전하자마자 카쟝의 앞으로 몸을 던졌다. 동시에 리브의 옆구리로 통증이 느껴졌다. 온몸의 피가 옆구리로 쏠리는 느낌과 함께 내장을 난도질 당하는 고통이 찾아왔다.

 

 “으아아악!”

 “젠장!”

 

 장 비서는 총알을 다시 장전했다.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을 카쟝이 아니었다. 그는 화약 냄새를 따라 달려갔다.

 

 철컥.

 

 장 비서가 장전을 마치기 무섭게 카쟝이 왼 주먹으로 비서의 손을 쳐냈다.

 

 탕-!

 

 총성은 천장을 향해 울렸다. 뒤이어 카쟝은 오른손에 쥔 전기 충격기를 장 비서의 가슴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장 비서는 허리를 뒤로 꺾어 공격을 피했다. 그는 회피하자마자 오른발로 카쟝을 밀어냈다. 거리를 벌려 총알을 재장전하기 위함이었다.

 

 “성가시네.”

 

 장 비서는 서둘러 장전을 했다. 이에 질 새라 카쟝은 뒷발에 힘을 주어 잽싸게 달려들었다.

 

 “훗. 단순하군.”

 

 카쟝이 공격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장 비서는 날렵하게 권총을 휘둘렀다. 장전하는 시늉만 하면서 카쟝이 접근하길 기다린 것이었다.

 

 탁!

 

 비서는 카쟝의 오른손을 힘껏 쳐내고 팔꿈치로 카쟝의 가슴을 찍었다. 그 타격으로 카쟝은 전기 충격기를 놓쳤다.

 

 “헛!”

 

 충격기는 구석으로 굴러갔고 되찾아 오기엔 장 비서의 권총이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다. 카쟝은 그대로 장 비서의 허리를 잡고 그를 넘어뜨렸다.

 

 쿵!

 

 두 사내가 넘어지며 작은 지진이 생겼다. 그 지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카쟝은 손날로 장 비서의 오른 손목을 내려쳤다.

 

 “악!”

 

 장 비서는 총을 놓쳤고, 총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카쟝은 총을 멀리 쳐냈다. 장 비서는 멀어진 총을 잡기 위해 발버둥쳤다. 반면 카쟝은 남은 힘을 다해 장 비서의 양팔을 속박했다.

 

 “뭐야?”

 

 갑작스런 마운트 포지션에 장 비서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신장으로 보나 체중으로 보나 장 비서가 카쟝보다 우위였다. 체중으로 누르려는 카쟝의 바람과는 달리 장 비서의 저항은 예상보다 거셌다.

 

 '이 자와 맨몸으로 싸우면 전혀 승산이 없겠어.'

 

 하지만 전기 충격기와의 거리는 10m, 권총과의 거리는 5m.

 

 '권총은 장전하는 동안 공격당하기 쉽고, 충격기는 너무 멀어.'

 

 장 비서는 로데오 황소처럼 거칠게 몸을 흔들었고 카쟝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었다.

 

 '젠장!'

 

 카쟝이 눈을 돌려 권총의 위치를 찾는 와중에 중상을 입은 리브가 눈에 들어왔다.

 

 "리브...."

 

 그는 옆구리를 꽉 압박한 채 겨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출혈이 심해지기 전에 얼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카쟝은 리브를 도와주기는커녕 자기 몸 하나 지키기도 버거웠다.

 

 “으아아아!”

 

 장 비서는 괴성을 지르며 카쟝을 힘으로 밀어냈다.

 

 휘익.

 

 장 비서는 카쟝의 압박을 풀고 반대로 카쟝을 넘어뜨렸다. 이젠 장 비서가 공격할 차례였다. 전세를 역전하자 장 비서는 쉴 새 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카쟝은 가드를 올렸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점점 힘이 부쳤다. 비서는 카쟝의 두 팔이 부러질 때까지 주먹을 내리찍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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