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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작성일 : 22-02-24 23:51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7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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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그동안 카쟝이 단독으로 도적질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민관은 살짝 뜸을 들였다.

 

 “하지만 그 많은 일을 혼자서 해왔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카쟝은 혼자 도적질을 해온 게 아닙니다.”

 

 참석자들은 새 장난감을 만난 고양이마냥 흥미로운 시선을 보냈다. 민관은 장난감을 살살 흔들었다.

 

 "그럼 누가 있었느냐? 뒤에서 그를 도와주던 사람이 있었죠. 조력자 말입니다."

 

 학구열이 높은 임현규는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그 사람도 수배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미 체포했습니다."

 

 현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바로 민관이 원하던 반응이었다.

 

 "정말입니까? 그 자는 어디 있습니까?"

 "이 자리에 데려왔습니다."

 

 현규는 두리번거렸다.

 

 "이 자리요?"

 "네. 제 비서가 수고해줄 겁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출입문에서 장 비서와 리브가 등장했다. 장 비서는 수박만한 팔뚝으로 리브의 오른팔에 팔짱을 끼고 걸어왔다. 리브는 샤워와 환복을 마쳐 말끔한 모습이었다. 리브의 좌상과 타박상은 감색 상하의에 가려졌다. 얼굴은 커다란 마스크로 가려져있어 눈만 드러났다. 그런 리브의 모습은 영락없는 흉악범이었다.

 

 “이쪽으로.”

 

 민관의 인도에 따라 비서는 리브를 단상으로 올렸다. 리브는 타박상으로 온몸이 쑤셨기에 아무 저항 없이 강단으로 올라갔다. 참석자들은 흥미와 무서움이 섞인 눈길로 그를 노려봤다. '카쟝의 동료'라는 타이틀이 그들의 경계심을 한껏 자극했다. 그 중에서도 임현규의 동공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이 자가 정말 카쟝의 동료입니까?"

 "맞습니다. [카쟝 Inside] 같은 기사를 접했던 분들은 카쟝이 항상 단독범행을 일으킨다는 고정관념을 가지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카쟝도 그러길 바랐겠죠."

 "저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계획 짜고, 혼자 준비하고, 혼자 범행하고, 혼자 뒤처리까지 다했다는 게 정말 말이 안 되거든요."

 

 맞장구치는 현규를 제외한 고위 관료들도 입이 근질근질해보였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경제부 장관이었다.

 

 "저 자는 어떻게 체포했죠?"

 "제가 카쟝에게 현상금을 건 다음, 다른 도적단이 생포해서 제 앞으로 데려왔습니다."

 "허허. 용감한 시민상이라도 줘야겠네요."

 "그렇죠. 저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저 가면은 벗겨도 되는 겁니까?"

 

 민관은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특별히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 데려온 겁니다."

 

 투자자들을 위한 일종의 쇼였다. 백민관은 최고의 연구가이자 최고의 사업가였다. 카쟝의 동료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돋우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민관의 입장에선 관심과 신뢰를 얻기 위해 리브를 이용하는 셈이었다. 임현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여기 오길 잘했네요!"

 

 그 흥분에 보답하듯 민관은 리브가 있는 오른편으로 걸어갔다. 리브도 덩치만은 장 비서 못지않았다. 참석자의 눈엔 카쟝의 행동대장이 아닐까 싶은 몸집이었다. 다른 행동대장과의 차이가 있다면 근육 대신에 지방이 있다는 점.

 

 장관들은 마른 침을 삼켰고 현규는 상기된 얼굴로 두 손을 비볐다. 민관은 거침없이 리브의 마스크를 쥐었다. 그는 리브의 마스크를 벗기기 직전, 또 한 번 말문을 뗐다.

 

 "여러분, 혹시 7년 전 ‘정부 도청 사건’ 기억하십니까? 정부의 모든 고위 관료들이 단 한 사람에게 도청을 당했던 사건 말입니다."

 

 임현규는 박수를 짧게 쳤다. 이런 모임에서 호응은 항상 그의 담당이었다.

 

 "맞아요. 한때 난리였죠. 그것 때문에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심각한 침해를 당했죠."

 "그때 그 해커가 잡혔었나요?"

 

 참석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디선가 잡혔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죽었다는 소문만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민관은 그들과 시선을 쭉 마주쳤다.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조사해보니 사망자로 처리가 되어있더군요. 시체도 못 찾았고 다른 뚜렷한 증거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는 겁니까?“

 

 민관은 대답 대신 리브의 마스크를 꽈악 쥐었다.

 

 "여러분. 7년 전 정치인들을 해킹했던 범인, 진원호입니다."

 

 민관은 마스크를 단번에 벗겼다. 10명의 관객 앞에 리브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현재 카쟝의 동료이기도 하죠."

 

 리브는 시선을 내린 채 땅바닥만 응시했다. 앞줄의 인사들은 리브의 얼굴이 보이도록 고개를 최대한 내린 뒤 올려다봤다. 장 비서는 즉시 오른손으로 리브의 턱을 올려 얼굴 정면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민관은 큐레이터처럼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여러분들 보이십니까? 저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루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범죄자 진원호가 이렇게 살아있었습니다. 심지어 카쟝의 범죄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맞장구 쳐주는 데는 임현규 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정말이지, 백민관 씨 아니었으면 이 자가 아직도 판을 치고 다녔겠어요.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하네요."

 

 경제부 장관이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카쟝은 언제 잡을 수 있습니까?"

 

 진부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민관은 검지만 우뚝 세웠다.

 

 "1주일."

 

 임현규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1주일 내로 잡는단 의미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달구에선 도적단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찾아다니고, 마루에서는 경찰들이 그를 쫓고 있죠. 심지어 우리에겐 이렇게 미끼도 있습니다."

 

 민관은 리브 쪽을 물끄러미 돌아봤다.

 

 "제 추측에, 현재 카쟝은 분명 마루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곧 제 발로 제 앞에 올 겁니다."

 "확신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카쟝은 이 친구가 없으면 계획을 진행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여우의 뒷다리를 자른 셈이죠. 결국 빠른 시일 내에 이 친구를 찾아야 할 테고요. 틀림없이 이곳으로 올 겁니다. 오게 될 경우, 카쟝은 남에게 끌려오느니 자신이 걸어오는 방법을 택할 겁니다."

 

 민관은 자신만만했다. 동료가 지하 3층에 감금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카쟝이었다.

 

 “저기,”

 

 드디어 총리가 손을 들었다. 그는 30분 뒤에 일정이 있어 한시바삐 자리를 떠야했다.

 

 "그럼 더 좋은 소식이란 건 뭡니까?"

 "좋은 타이밍입니다. 안 그래도 바로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민관은 손짓으로 비서를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리브를 밀어 넘겼다.

 

 "잘 가둬놔."

 "알겠습니다."

 

 민관과 관객들은 리브가 승강기를 타고 감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시작해볼까요?”

 

 지금부터가 이 모임의 메인 이벤트였다. 민관은 지체하지 않고 리모컨을 꺼냈다. TV가 천장에서 민관의 정수리까지 내려왔다.

 

 "모두들 화면을 주목해주시겠습니까?"

 

 화면으로 넓은 방이 나타났다. 지하 3층 천장 구석에 걸린 CCTV였다.

 

 "화면 속의 사람들이 보이십니까?"

 

 화면에 나온 곳은 연구실 중 하나였다. 성인 몇몇과 다수의 아이들이 한 방에 모여 있었다. 성인은 가만히 앉아있는 반면 아이들은 연구실을 놀이터 삼아 신나게 뛰어다녔다. 장관들은 말없이 화면만 바라봤다.

 

 "화면에 나온 인원은 30명, 현재 회복실에 있는 인원은 76명. 총 106명입니다."

 “106명....”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리고 10년 전 실험체까지 전부 합치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경찰이 우 박사를 체포한 계기가 되었던 초대형 실험이었다.

 

 “512명입니다.”

 

 장관들의 얼굴로 미소가 스쳤다.

 

 “이 중 실패율은 0%, 부작용도 0%. 즉, 절대 문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 박사는 10년 넘게 한 연구에 몰두했다. 바로 인간의 뇌와 척수를 다른 인간에게 이식하는 일. 우 박사와 연구원들은 이 연구를 위해 20년 가까이 헌신했다. 비로소 오늘에야 대량실험 100%의 성공률을 기록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끼리만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유전자가 동일한 사람에게만 이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우 박사의 실험에선 부모-자식 간의 이식은 98%대, 형제-자매 간의 이식도 95%대의 성공률을 보였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특성상, 100%가 아니고선 실용화 단계로 가는 절차마다 제동이 걸렸다.

 

 “한마디로, 계획된 상황에선 완벽한 실용화가 가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임 시장은 박수를 쳤다.

 

 “이렇게 또 과학계가 한 단계 진보하네요.”

 “아닙니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더 있습니다.”

 “실패할 걱정도 없는데 산이 있다고요?”

 “우선 이 연구 자체가 불법이었으니, 이 연구를 통해 만든 기술도 합법화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명장제약은 10년 전 동물보호협회에 고발당해 곤욕을 치렀다. 회사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진 초대형 동물실험이 누군가에 의해 드러난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실험 개체만 30000마리. 동물 보호협회는 분노했고 명장제약 앞에서 몇날며칠 시위까지 했다. 총책임자로 밝혀진 우 박사는 결국 무자비한 동물실험을 책임지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 일 이후의 모든 동물실험에는 동물 수, 횟수 등의 제한이 생겼다.

 

 만약 민관이 신기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면 동물보호협회에서 동물실험에 관한 의심을 품을 게 분명했다. 이번에도 수많은 동물로 실험을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 걷잡을 수 없는 소동이 발생하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으로선 국가에서 동물실험의 제한을 풀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동물보호협회에게 대항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신기술이 합법화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물론 인체로 실험을 했던 사실은 끝까지 숨겨야했다.

 

 “합법화만 된다면 여러분에게 크게 보답을 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차차 고려해보겠네.”

 

 총리의 한 마디에 장관들은 모두 끄덕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이 연구에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이식술의 합법화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각자의 지위에서 힘을 모으면 합법화시키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때 과학부 장관이 손을 들었다.

 

 “그 점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학목 바이러스 건만 확실히 끝내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그 쪽은 잘 마무리되고 있습니까?”

 “당연하죠. 이제 학목강 부근에선 2개월 내로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못 볼 겁니다.”

 “다행입니다. 근데 앞으로 그 부지에 대규모 이식전문센터를 지으려면 큰 자금이 필요할 텐데요.”

 “제가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신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총리는 손가락 마디만큼 자란 턱수염을 더듬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자금을 슬슬 모아놓으라고 오늘 모임을 진행한 건가.”

 “이미 512명이라는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쌓여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이 연구의 진가를 여러분의 눈앞에 보여드리겠습니다. 투자를 더 할지 말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오늘의 모임은 앞으로 진행될 뇌-척수 이식센터 개발의 일환, 즉 쇼케이스였다. 백민관은 영악한 사내였다. 100번 설득하는 것보다 눈앞에 보이는 1번의 성과가 그들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민관의 말을 들은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감이 아주 충만합니다. 이식센터에 드는 돈이 한두 푼도 아닐 텐데, 진가를 두둑이 보여주셔야 할 겁니다.”

 

 다른 장관들과 시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위이잉-

 

 승강기는 명장제약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갔다.

 

 ‘신속하게 처리하고 나온다.’

 

 그는 오른쪽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손으로 동전만한 물체가 잡혔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요긴한 준비물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30층입니다.]

 

 문이 열리며 사장실 출입문이 시야로 들어왔다.

 

 ‘침착하자.’

 

 승강기에서 내려 로비로 몇 걸음 나아가자 사장실 앞에 서있던 자가 말을 걸었다.

 

 “강 과장님,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덩치로 보아 백민관의 경호팀 중 한 명이었다. 몇 걸음 더 나아가니 왼편 가슴팍에 [경호팀장 하현석]이란 이름표가 보였다.

 

 ‘사장실을 지키는 건가? 누가 지키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사장님에게서 호출이 와서 올라왔습니다.”

 “사장님은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30분 뒤에 다시 오시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백민관은 오전 10시부터 명장제약 아래층부터 차례차례 순찰을 돌았다. 카쟝도 그 시간을 이용하려 지금 올라온 것이었다. 당연히 장 비서도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 자는 백민관 뒤만 졸졸 쫓아다니니까.’

 

 계획상 사장실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래야 빈집털이가 백민관의 개인 컴퓨터에 접근하기 훨씬 수월했다.

 

 “그럼 잠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카쟝은 무작정 사장실로 들어가는 손잡이를 잡았다. 경호원이 굳은 얼굴로 다가왔지만 카쟝의 손은 냉큼 손잡이를 돌렸다.

 

 턱.

 

 ‘잠겨있어.’

 

 카쟝은 눈을 내려 손잡이를 확인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열쇠를 넣어야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카쟝이 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경호원이 팔로 그를 저지했다.

 

 “사장님이 안 계시는 동안엔 아무도 사장실에 못 들어가십니다.”

 

 카쟝은 고민했다.

 

 '이 사람만 없으면 시도해보겠는데.'

 

 파수꾼이 보는 앞에서 들어가면 의심을 살 게 뻔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카쟝은 주위를 슬쩍 훑었다.

 

 ‘역시 지키는 사람은 저 자 하나뿐이군. 비서는 확실히 없고.’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아마 20분 뒤에 돌아오실 겁니다.”

 “그럼 시간에 맞춰 다시 오겠습니다.”

 

 카쟝은 태연하게 승강기로 돌아갔다. 그의 손은 승강기 버튼을 눌러 3층 연구소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그때였다.

 

 철퍼덕.

 

 카쟝은 자리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몸은 부들부들 떨었다. 경호팀장은 깜짝 놀라 카쟝에게 달려왔다.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ㅇ... 약....”

 “약이요?”

 

 경호팀장은 불현듯 강일호가 심장이 약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카쟝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아... 아스피린....”

 “아스피린이요?”

 

 카쟝은 가슴을 부여잡고 식은땀을 흘렸다. 경호팀장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사장실 앞 로비에는 소파와 테이블만 있을 뿐 아무 약도 없었다.

 

 “아스피린이 있을 만한 곳이....”

 

 벌써 카쟝의 눈알은 반쯤 뒤집혀있었다. 제약회사 연구원이 약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경호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헐레벌떡 사장실 앞으로 뛰어갔다. 그는 서둘러 비밀번호를 눌렀다. 곧이어 안주머니에서 비상용 열쇠를 꺼냈다. 사장실에 상비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딸깍-

 

 사장실이 열리고 경호팀장은 벽에 걸린 선반으로 다가갔다.

 

 “아스피린... 아스피린....”

 

 한참 눈을 굴린 끝에 가장 아래층에서 아스피린을 찾았다. 그는 아스피린을 들고 사장실 밖으로 나왔다.

 

 “과장님, 여기 아스피린! 어?”

 

 아무도 없었다.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호원은 승강기 앞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셨지?”

 

 그는 눈을 올려 승강기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새 승강기는 3층에 도착해있었다.

 

 “3층으로 가셨네.”

 

 경호팀장은 갸웃거리더니 머쓱한 얼굴로 사장실로 돌아왔다. 그는 약품 보관함을 열고 아스피린을 제자리에 둔 뒤 다시 밖으로 나섰다.

 

 "곧 죽을 것 같던 양반이 어떻게 내려갔데?"

 

 딸깍-

 

 사장실은 다시 닫혔다. 이어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잠기자 사장실은 다시 정적으로 가득찼다.

 

 "후."

 

 그 고요함의 끝에 사장실 침대가 부스럭거렸다. 침대 밑에서 카쟝의 머리가 빼꼼 튀어나왔다. 그는 고개만 내민 채 주위를 돌아봤다.

 

 '운이 좋았다.'

 

 카쟝은 경호원이 잠시 로비를 비우도록 긴급 상황을 연출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호원은 친절하게도 사장실까지 열어주었다.

 

 '좋아. 들어오긴 했는데.'

 

 그의 시야로 천장 구석의 CCTV가 보였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30층에 설치된 CCTV는 경비팀의 소관이 아니었다. 30층의 감시카메라는 오로지 백민관의 소관이며 그만이 볼 수 있었다. 사장실은 백민관의 사적인 공간이었기에 다른 장소에서 감시나 기록을 하도록 용납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경비실에서는 카쟝을 발견할 수 없었다.

 

 '소리 없이 이곳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면 백민관이 침입을 눈치 챌 가능성도 제로야.'

 

 눈치 못 챈다면 감시카메라를 확인할 리도 없었다. 카쟝은 시계를 봤다.

 

 '이제 15분 정도 남은 건가?'

 

 충분한 시간이었다. 카쟝은 까치발로 소리를 죽이며 책상에 접근했다. 책상 위엔 카쟝이 찾던 백민관의 컴퓨터가 놓여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카쟝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전원]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화면이 켜졌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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