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골드 맨숀
작성일 : 22-02-23 11:20     조회 : 74     추천 : 0     분량 : 790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진입은 성공했다. 빨리 끝내자.'

 

 카쟝은 발소리를 죽이고 화장실 문으로 다가갔다. 문 밖은 여전히 고요했다. 정적이 깨지지 않도록 차분히 문을 연 카쟝은 침실을 둘러봤다.

 

 '다른 가족은 없군.'

 

 예상대로였다. 임현규 시장은 공공연한 독신주의자였다. 일중독인 그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무(無)성애자로 칭했다. 리브가 조사한 내용도 그 사실과 일맥상통했다. 임현규가 3년 넘게 시장을 하는 동안 그의 침실을 사용한 사람은 단 한 명, 시장 자신 뿐이었다. 이성 뿐만 아니라 동성 지인마저도 그와 한 숙소를 쓴 적은 없었다.

 

 ‘거리는 4m 정도 되려나.'

 

 5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침대가 놓여있었다. 혼자 쓰기엔 넓은 침대였지만 그렇다고 둘이 쓰기에는 살짝 아쉬운 사이즈였다. 카쟝은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슥-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주사기였다. 주사기 외면에는 익숙한 이름이 까맣게 쓰여 있었다.

 

 [학목 바이러스]

 

 ‘더 이상 기다릴 수 만은 없어.’

 

 치료제가 어디 있는 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카쟝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백 사장이 스스로 치료제를 꺼내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루시 대표인사가 바이러스에 걸려야겠지.’

 

 카쟝이 선택한 인물은 마루시장 임현규였다. 임 시장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백민관은 꼼짝 없이 치료제를 배포해야 했다.

 

 ‘그럼 좀 더 신속히 움직여볼까.’

 

 카쟝은 주사기 뚜껑을 열어 날카로운 바늘을 꺼냈다. 바위에 찔러도 들어갈 법한 예리함이었다. 일발 장전을 마친 카쟝은 살금살금 문지방을 넘었다.

 

 드르렁-

 

 임 시장은 작게 코를 골고 있었다.

 

 드르렁~ 피유우~

 

 카쟝은 코골이 박자에 맞춰 숨을 내뱉었다. 카쟝의 발걸음은 생쥐처럼 고요하며 고양이처럼 날렵했다. 시장의 침대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바이러스만 주입하면 돼.’

 

 카쟝의 오른손은 주사기를 쥔 채 시장과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시장과의 거리는 2m. 두 발짝만 더 나아가면 임 시장의 코앞이었다.

 

 ‘시장님. 중간에 깨시면 안 됩니다.’

 

 한 발짝.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 카쟝의 망막으로 시장의 얼굴이 맺혔다. 시장은 앞으로 벌어질 일은 꿈에도 모른 체 꿈속을 헤매는 중이었다.

 

 한 발짝.

 

 이제 카쟝과 시장의 얼굴은 30cm도 되지 않았다. 카쟝은 머무를 여유가 없었다. 얼른 계획을 처리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마지막으로 카쟝은 얼굴을 내려, 곤히 자고 있는 과녁을 확인했다. 그의 눈동자에 임현규의 얼굴이 비쳤다. 틀림없이 임현규가 맞았다.

 

 ‘시장님 아주 잘 주무시고 있군요.’

 

 그는 미동도 없는 시장을 확인하고 주사기를 시장의 팔뚝으로 가져갔다.

 

 ‘조금 따끔하실 겁니다.’

 

 시장의 팔뚝으로 주사바늘이 서서히 접근했다. 바늘에 반사된 첨예한 달빛이 카쟝의 눈을 콕콕 찔렀다. 하지만 카쟝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드르렁~ 피유우~

 

 이제 손목만 꺾어도 바늘이 피부를 뚫을 거리였다. 바늘 끝으로 동그란 방울이 맺혔다.

 

 스륵.

 

 ‘어?’

 

 소리는 밑에서 났다. 무언가가 카쟝의 발목을 휙 감쌌다. 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내렸다.

 

 ‘뭐지?’

 

 그의 발목 주위로 뱀 같은 그림자가 똬리를 틀었다.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발목으로 힘이 꽉 들어갔다. 그는 재빨리 뒷걸음질 치려 했다. 하지만 두 다리는 진흙에 빠진 것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틱.

 

 스위치 누르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환해졌다. 그의 머리 위에 있던 전등에 불이 들어온 것이었다. 마치 카쟝을 위한 깜짝 파티 같았다. 카쟝은 눈부심에 눈을 찡그렸다.

 

 ‘어떻게 된 거지?’

 

 카쟝은 조명 아래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그제야 굵직한 두 팔이 침대 밑에서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음을 발견했다.

 

 “뭐야?”

 

 카쟝은 있는 힘을 다해 오른발을 당겨 그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 자유로운 오른발로 왼발을 감싼 손을 힘껏 밟았다.

 

 “아앗!”

 

 침대 밑에서 비명이 들렸다. 이윽고 카쟝의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

 

 “진짜 카쟝이잖아?”

 

 카쟝은 음성을 쫓아 출입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실 문 앞엔 장정 2명이 서있었다.

 

 ‘침대 밑에 있는 사람까지 합치면 3명인가.’

 

 장정 중에서 키 큰 대머리 남성이 앞으로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왔네?”

 

 카쟝은 다시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임 시장은 침대 반대편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저, 저 녀석 손을 봐봐! 조금만 늦었어도 나한테 바이러스를 넣었을 거야! 어서 잡아!”

 "흠, 내가 올 걸 대비하고 있었나?"

 

 카쟝은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자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임 시장은 소리쳤다.

 

 “이래서 백 사장이 경호원을 붙여준 거였어!”

 

 임 시장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은 백민관이 보낸 사내들이었다. 민관은 진즉에 카쟝의 계획을 꿰고 있었다. 치료제를 찾기 위해 그가 어떤 일까지 벌일지도 미리 계산해둔 것이었다. 카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도주로를 검색했다. 하지만 탈출이 쉬워 보이진 않았다.

 

 "이러면 곤란한데...."

 

 잠시 후면 시청을 지키던 경비원들까지 싹 다 몰려올 것이 분명했다.

 

 “이거, 빠져나갈 길이 없겠어.”

 “당연하지. 꼴좋다, 카쟝. 감히 나한테 학목 바이러스를 넣으려고 해?”

 

 임현규는 손으로 총을 만들어 캬장을 겨눴다. 하지만 카쟝은 그를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라고 생각했다면 아예 시청에 들어오질 않았겠지.”

 

 카쟝은 싱긋거리며 출입구 쪽으로 까딱까딱 손짓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친구들! 들어오라고!”

 “뭐, 뭐야? 친구?”

 

 현규와 민관의 경호원들은 일제히 출구를 바라보았다.

 

 “카쟝 녀석이 누굴 불렀다고? 경비들은 뭘 한 거야?”

 

 그들은 카쟝이 초청한 불청객을 찾았다. 맨 뒤에 있던 경호원은 조심스레 출구로 다가가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출입구에선 적막만이 그들에게 인사할 뿐이었다.

 

 “누가 왔다는 거야?”

 

 쉬이익-

 

 갑자기 침실 한 가운데부터 바람 새는 소리가 퍼졌다. 정확한 근원지는 카쟝 쪽이었다. 경호원들은 일제히 카쟝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카쟝의 전신은 연막으로 덮이고 있었다.

 

 “속았다!”

 “또 저 짓거리를!”

 

 임 시장은 TV에서 보았던 학목강에서의 범행이 떠올랐다. 그는 카쟝이 자신으로 변장하여 범죄를 저지른 뒤, 연기에 숨어 도주했다는 사실에 분노했었다. 그 당시 그는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창고에 갇혀있었기에 한나절이 지나서야 구출되었다. 그때부터 카쟝의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갈았다.

 

 “카쟝 녀석이 연막 안으로 숨기 전에 잡아!”

 “예!”

 

 시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들은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카쟝 잡아라!"

 

 동시에 카쟝은 자세를 낮춰 연막에 몸을 숨겼다. 경호원들은 카쟝을 잡기 위해 뿌연 연기를 휘저었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침실의 모든 물체가 장애물이 되었다.

 

 우당탕퉁탕-

 

 불안해진 임 시장은 하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잡으라고!”

 “예! 알겠습, 헛!”

 "아이쿠!"

 

 경호원끼리도 서로 걸림돌이 되는 신세였다.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마당이었다. 누가 누굴 잡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 것도 안 보여!"

 “일단 누가 환기부터 시켜!”

 “알겠어. 에잇!”

 

 와장창-!

 

 경호팀장이 연기를 제거하기 위해 거실 창을 깼다. 그 사이에 카쟝은 화장실 창문으로 나와 이미 옥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대용량 연막이니 1시간은 환기시켜야 할 거다."

 

 카쟝은 재빨리 난간에 로프를 걸었다.

 

 "그래도 예상 범위의 일이라 다행이지. 자칫하면 큰일 날 뻔했어. 근데,"

 

 하지만 줄을 타고 내려가면서도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백 사장은 어디까지 예상했던 거지?"

 

 꼭대기 층에서는 아우성이 계속되었다.

 

 “카쟝 녀석 어디 있는 거냐!”

 "숨지말고 어서 나와라!"

 

 시장의 경호원들은 여전히 큰 목소리를 냈다. 카쟝이 고개를 올려보니 아직도 뿌연 연기가 침실 창문으로 새어나왔다. 멀리서 봤다면 불이 났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 녀석 어디 갔어?”

 “침대든 장롱이든 샅샅이 뒤져봐!”

 "이 녀석들아! 남의 집 창문을 부쉈으면 도둑이라도 제대로 잡던가!

 

 애초의 목적을 완벽히 달성하진 못했으나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카쟝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백 사장... 생각보다 내 행동을 잘 예측하잖아... 이거 기분이 영 좋지 않은데?"

 

 카쟝은 자신의 머릿속이 민관에게 해킹 당한 기분이었다.

 

 ***

 

 

 임 시장이 ‘카쟝이 탈출했다’라고 눈치 챘을 때 카쟝은 학목강 구석에서 보트를 꺼냈고, ‘카쟝을 놓쳐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카쟝은 달구시에 닿아있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해."

 

 위험한 상황은 벗어난 카쟝이었으나 마음은 한시도 편하지 않았다. 마루 시청에서 나와 학목강을 건너 달구시에 도달할 때까지 카쟝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백민관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야.’

 

 최근 일들을 따져봤을 때 민관은 카쟝보다 카쟝의 생각을 더 잘 읽는 듯했다.

 

 “좋지 않아.”

 

 집으로 향하는 중에도 카쟝은 자신이 밟아온 행적을 곱씹었다. 5분을 걸어가면서 지난 5년간의 자취를 차례차례 나열하고 있었다. 잡념에 빠질 여유는 단 1초도 없었다.

 

 “역시 [카쟝 Inside] 때문인가?”

 

 카쟝은 자신의 행동을 더 이상 백민관이 내다보게 놔둘 수 없었다.

 

 “당분간 연재를 중단해야겠어.”

 

 카쟝은 복귀하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도 오늘 일로 백민관에게 하나의 경고를 보낸 셈이야. 차마 무시할 수는 없겠지.”

 

 1시간 전, 카쟝은 마루시장에게 학목 바이러스를 주입하려 했다.

 

 “이제 마루시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여길 거야.”

 

 카쟝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이제 민관도 좋든 싫든 치료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사기에 들어있던 건 ‘학목 바이러스’도 아니었다. 학목 바이러스라는 '이름표'를 단 영양제였다. 임 시장이 주사에 맞았다면 평소보다 개운하게 잠에서 깼을 게 분명했다.

 

 "물론 임 시장은 바닥에 버려진 주사기를 보고 헐레벌떡 백민관한테 연락하겠지만."

 

 카쟝도 치료제를 찾겠다고 임 시장을 사지로 몰아넣을 위인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목숨은 그 사람 자신이 주인이었다. 카쟝은 도둑질한 물건을 가로채지 본래 그 사람의 것은 노리지 않았다. 그것이 카쟝의 신념이었다. 따라서 카쟝이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백민관에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눈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나도 나지만 백민관 쪽도 슬슬 골머리가 앓을 거야."

 

 잠시 후 카쟝은 달구시 끄트머리에 위치한 그의 빌라 근처에 도착했다. 그는 마지막 골목을 남기고도 끊임없이 곁눈질했다.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돼."

 

 이젠 카쟝 쪽에서도 백민관이 어디까지 계산해놨는지 따져봐야 했다. 다행히 달구까지는 미행이 붙지 않은 듯했다.

 

 “리브한테 백민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부탁해야겠어.”

 

 카쟝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연락이 없네?”

 

 달이 정수리를 지나고 나서야 오늘 집에만 있었을 리브가 떠올랐다. 임 시장에게 선물 하나 주고 오겠다는 말만 달랑 남기고 집을 나선 카쟝이었다.

 

 “보나마나 소파에서 퍼질러 자고 있겠지.”

 

 마지막 골목만 꺾으면 카쟝의 보금자리였다.

 

 “얼른 들어가서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겠어.”

 

 카쟝은 마지막까지 뒤를 힐끗거리며 골목을 돌아섰다.

 

 “어?”

 

 카쟝의 걸음이 멈췄다.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이 굳었다. 미행꾼이 붙어서가 아니었다. 백민관이 나타나서도 아니었다.

 

 “집....”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집이었다. 골목을 지나온 카쟝과 마주친 집은 평소의 골드 맨숀이 아니었다.

 

 “집이....”

 

 카쟝과 리브가 살던 2층 전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검은 도화지 위에 빨강, 노란 물감을 너저분하게 칠한 빛깔이었다. 문제는 빛과 함께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루시장 침실의 마지막 모습과 흡사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카쟝은 쟁여놓은 연막이 터졌나 싶어 잽싸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갈수록 석양빛 불꽃이 내부에서부터 선명히 뿜어졌다. 틀림없는 화재였다.

 

 쨍그랑!

 

 열기를 참지 못한 창문이 산산조각 났다.

 

 “리브!”

 

 화재 현장을 보니 불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카쟝은 불나방처럼 집으로 돌진했다.

 

 "지금 빨리 구해야 해!"

 

 계단으로 올라가니 활짝 열린 현관문은 검은 연기로 꽉 막혀있었다.

 

 “리브! 어디 있어?”

 

 카쟝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안으로 진입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문이라는 문은 전부 열려있었고 불꽃은 사방에서 튀어 올랐다.

 

 "리브!"

 

 하지만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카쟝은 피부가 쪼그라드는 통증을 참아가며 집안을 뛰어다녔다.

 

 "리브! 어디 있어! 대답 좀 해!"

 

 카쟝은 혹시나 리브가 안 보이는 구석에 쓰러져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방을 둘러보는 순간 그게 헛된 걱정이라고 느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문이 사라진 냉장고, 나무 판자가 되어버린 옷장, 그리고 다리를 잃은 책상이었다.

 

 "집 안 전체를 허물어버렸잖아."

 

 화재랑 관련 없이 누군가 가구들을 때려 부쉈다. 가구들을 깡그리 부숴놓은 덕분에 사람 하나 숨을 자리도 없었다.

 

 “리브!”

 

 몇 번을 뒤졌지만 리브는 집안 아무 데도 없었다. 리브의 존재는 연기와 함께 홀연히 사라져있었다. 카쟝은 불현듯 또 한 명의 골드 맨숀 거주자, 강정희가 떠올랐다.

 

 "강 할머니!"

 

 카쟝은 부리나케 옆집으로 뛰어갔다. 카쟝은 그녀가 집에 없기를 바라며 그녀를 불렀다.

 

 “할머니!”

 

 정희는 지금 무직 상태였기에 이 시간에 집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카쟝은 일단 문을 열려고 했다.

 

 철컥.

 

 "문은 또 왜 잠겨있어?"

 

 카쟝은 잠겨있는 문고리를 발로 부쉈다. 부서진 문을 젖히고 내부로 진입하니 거실 구석에 한 사람이 보였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강 할머니가 쓰러져있었다. 카쟝은 놀란 눈으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강 할머니!"

 

 상처는 없었다. 그러나 낯빛이 심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연기에 질식한 모습이었다. 아무 움직임도, 의식도 없었다. 카쟝은 서둘러 그녀를 어깨에 짊어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숨은 붙어있으셔."

 

 카쟝의 귀로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맑은 공기를 마시도록 만드는 게 최우선이었다. 카쟝은 허벅지가 터지도록 달려 집과 떨어진 잔디밭에 강 할머니를 곤히 눕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카쟝은 다시 골드 맨숀으로 향했다. 고개를 들어 2층을 보니 그 사이에 불길이 더욱 강렬해졌다.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카쟝은 숨도 쉬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한 번 더 올라갔다

 

 "뜨거워!"

 

 건축자재들까지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카쟝은 머뭇거림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어디 있더라?"

 

 카쟝은 필요한 물건들을 손에 들었다. 분장 도구, 통장, 그리고 리브의 USB까지.

 

 타닥.

 

 천장벽에서 주먹만 한 불씨가 떨어졌다. 불똥은 곧장 카쟝의 어깨로 떨어졌다.

 

 “읏!”

 

 카쟝은 불씨를 털었지만 이미 화상을 입은 뒤였다.

 

 "더 있다가는 집과 함께 익어버리겠어!"

 

 카쟝은 다른 방도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집을 깡그리 수색했지만 리브는 어디에도 없었다. 카쟝은 또 다른 불씨를 주의하며 마지막으로 주위를 훑었다.

 

 "저건 뭐지?"

 

 벽과 기둥 곳곳에 검은 벽돌 같은 물체들이 붙어있었다. 아까는 리브를 찾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카쟝은 초점이 또렷해지면서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됐다.

 

 "폭탄이다."

 

 그 물체가 폭탄임을 알게 되자 카쟝은 더욱 급해졌다.

 

 "제길."

 

 카쟝은 재빨리 창문 밖으로 탈출했다.

 

 콰과광-!

 

 카쟝이 1층 바닥에 발을 대기 무섭게 위쪽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카쟝은 깜짝 놀라 빌라를 올려다봤다. 골드 맨숀은 한 입 베어 먹은 호빵처럼 반절이 사라져있었다.

 

 "역시 폭탄이잖아."

 

 카쟝이 서있던 2층 방은 이미 무너져 내려 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결국 다 사라졌어."

 

 하지만 빈손은 아니었다. 그의 오른 옆구리엔 리브가 평소에 쓰던 노트북이 있었다. 주머니엔 리브가 소중히 여기던 발명품 몇 개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물건만 겨우 챙겼을 뿐이었다. 카쟝은 어떤 이유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지?”

 

 리브는 온데간데없고 집은 아직도 불타고 있었다. 불길은 사그라들 기미 없이 밤새 타오를 기세였다. 머릿속으로 많은 이들이 스쳐갔지만 결국 카쟝의 머리를 가득 메운 것은 오직 한 사람이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사람 뿐이야.”

 

 카쟝은 눈 앞이 깜깜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야?"

 

 카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강 할머니에게로 걸어갔다. 강정희는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곧 구급차가 왔고 카쟝은 할머니를 구급차에 태우고 자신도 동승했다. 응급 구조사는 그녀의 질식 상태를 확인하고 곧장 응급치료를 시작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9 바이러스 치료제 2022 / 3 / 5 80 0 7888   
48 속셈 2022 / 3 / 4 66 0 7987   
47 91312(2) 2022 / 3 / 4 63 0 7891   
46 91312 2022 / 3 / 3 63 0 8095   
45 교도소의 삶(2) 2022 / 3 / 3 72 0 8121   
44 교도소의 삶 2022 / 3 / 3 64 0 7760   
43 수수께끼의 답 2022 / 3 / 1 67 0 7781   
42 습격 2022 / 2 / 28 70 0 7820   
41 브리핑 2022 / 2 / 28 74 0 8031   
40 조평환의 집 2022 / 2 / 27 73 0 7888   
39 루베의 연구소 2022 / 2 / 27 75 0 8078   
38 임명식 2022 / 2 / 26 66 0 7852   
37 미네민 2022 / 2 / 26 63 0 7866   
36 해결책 2022 / 2 / 26 70 0 7916   
35 카쟝 Inside 2022 / 2 / 26 64 0 7833   
34 RB 프로젝트(3) 2022 / 2 / 26 71 0 7801   
33 RB 프로젝트(2) 2022 / 2 / 26 77 0 7852   
32 RB 프로젝트 2022 / 2 / 26 70 0 7923   
31 결전의 날(2) 2022 / 2 / 26 74 0 7779   
30 결전의 날 2022 / 2 / 26 78 0 7793   
29 예고장 2022 / 2 / 26 62 0 7823   
28 사장실과 카쟝 2022 / 2 / 25 72 0 7836   
27 2022 / 2 / 24 67 0 7806   
26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2022 / 2 / 24 79 0 7822   
25 지하의 비밀 2022 / 2 / 24 67 0 7803   
24 강정희 2022 / 2 / 24 87 0 7886   
23 권성환 2022 / 2 / 24 81 0 7858   
22 골드 맨숀(2) 2022 / 2 / 24 71 0 7861   
21 골드 맨숀 2022 / 2 / 23 75 0 7900   
20 Lab 000 2022 / 2 / 22 77 0 7965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