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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12화)
작성일 : 19-10-09 21:51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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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하루가 멀다않고 윗선에서는 지지부진한 사건 수사에 대해 질책이 내려왔다. 언론에서도 매일같이 수사 부진에 대해 질타를 했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수사는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매주 한 번 중앙지검에서 열던 수사회의를 두 번으로 확대했지만 결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 가까이 흘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원래가 사람들의 기억은 시간과 정비례해서 잊혀져가기 마련이었지만 하루하루를 힘들게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사건의 수사보다 살아가는 일이 더 급한 현실이었다.

  여론에서도 조금씩 사건에 대해 기사화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윗선에서도 강력반에 대한 질책이 조금은 약해졌다. 정 의장 피살 사건은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덕분에 사건을 담당하는 강력반 형사들에게는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정 의장 피살 사건이 민 반장이나 강력반 형사들의 기억에서도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민 반장은 박 형사와 같이 정 의장 피살 현장을 다시 찾았다.

  사건 현장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지만 민 반장은 처음 와보는 장소인 것처럼 낯설음이 느껴졌다. 도로 주변의 가로수와 잡풀들이 좀 더 무성하게 자란 것 외에는 없었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몰랐다. 도로에는 여전히 정체에 가깝게 차들의 홍수가 이어지고 있었다.

  “박 형사!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

  “글쎄요……. 현장 검증에서 놓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

  박 형사는 이미 수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샅샅이 뒤진 현장을 왜 다시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 의장 사건 때문에 그동안 밀린 잡무로 오늘도 야근을 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한가롭게 현장 검증을 다시하며 보낼 시간이 없었다.

  “그렇지? 근데 범인들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하늘로 솟았나?”

  “에이 반장님도. 다니엘 크레이그도 아니고……. 땅 밑이라면 몰라도 하늘은 아니죠.”

  “다니엘 크레이그?”

  박 형사가 다니엘 크레이그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었다.

  “007 주연배우 모르세요?”

  그제야 민 반장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누군지 떠올랐다. 얼마 전에 그가 출연한 철 지난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두서너 편 본적이 있었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민 반장은 문득 이제 자기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 반장도 예전에는 발음하기 어려운 외국 배우나 가수 이름도 입에서 척척 나왔던 시절이 있었다. 젠장. 그 자식 이름이 다니엘인지 미카엘인지 내가 알게 뭐야. 그가 왜?

  “그가 왜?”

  “아니 뭐, 영화에서는 하늘이나 물속이나 거침없이 활약하니까……. 그냥 빗댄 말이죠.”

  민 반장은 박 형사의 어이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순간 민 반장의 머릿속에 반짝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이나 물속도 거침없이 다닌다면 땅 밑인들 못 다닐까…….

 

  민 반장은 도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시원한 한강과 둔치에 만든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생각보다 차가운데도 공원에는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았다. 공원 한 편에 편의점도 보였다. 공원 외곽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도로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즐기고 있었다.

  “저 공원은 어떻게 갈 수 있지?”

  공원과 사건 현장 사이에는 왕복 8차선의 자동차 전용도로가 가로막고 있었다. 박 형사가 손가락으로 도로변에 늘어서 있는 신반포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신반포 아파트 이면도로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토끼굴로 들어가면 되죠.”

  ‘토끼굴?’

  “올림픽대로 밑을 지나가는 지하 통로가 있는데 폭이 좁아 흔히들 토끼굴이라고 부르죠.”

  민 반장이 팔짱을 끼고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도로 갓길 끝으로 걸어가서 아파트의 이면도로를 유심히 살폈다. 박 형사는 그런 민 반장의 행동을 지켜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장 주변을 건성으로 둘러보았다.

  초동수사 때에도 찾지 못한 단서를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찾는다고 없는 단서가 나올까 싶었지만 민 반장의 행동이 진지해 보여 더는 불만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민 반장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사진 몇 장을 꺼냈다. 이미 수도 없이 보았던 죽은 정 의장의 피살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의 정 의장은 우측 측두골 부위에 총을 맞았다. 총알은 비교적 큰 각도를 이루며 비스듬하게 머리를 관통했다.

  이 점이 수사회의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범인이 피해자와 나란히 달리면서 총을 쏘았다면 총알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큰 각도를 그리며 비스듬하게 관통하는 궤적을 그릴 수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승용차의 높이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비스듬한 궤적이 남으려면 최소한 피해자보다 30센티미터 정도는 높은 위치에서 총을 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런 경우는 범인이 서 있거나 범인의 차가 SUV차량 이어야 한다는 추론이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사들은 과연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차안에 탄 피해자들을 그렇게 정확하게 맞춘다는 것은 아무리 명사수라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들이었다.

  또 하나는 차의 창문에는 외부에서 가한 어떠한 충격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은 창문이 열려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 의장이 창문을 열고 달릴 확률과 그 열린 창문으로 범인이 정확하게 목표물에 명중시킬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한다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거론된 것이 일단 정 의장의 차를 세운 다음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가설이었다. 실제 정 의장의 차는 차선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멈춰져 있었다. 이것은 차가 멈춰진 상태에서 김 기사가 총에 맞았다는 것을 뜻했다. 운전 중에 총에 맞았다면 달리던 관성 때문에 꽤 긴 거리를 지그재그로 달린 뒤에 멈췄을 것이다.

  이 가설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이 가설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불빛도 어두운 밤에 빠르게 다가오는 정 의장의 차를 세운다는 것이 무리가 있어 보였다.

  언제 정 의장의 차가 지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범죄가 상식적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단서하나 남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처리한 범인이 많은 목격자를 만들 확률이 높고,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큰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밤에는 밝은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달려오는 차의 형태를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정 의장의 차를 알아봤다 해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달리던 속도가 있어 아무리 급하게 차를 세운다 해도 이미 수십 미터는 지나친 뒷일 것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또 있었다.

  설령 범인이 어떤 방법으로든 정 의장의 차를 세웠다 해도 흔적도 없이 문을 강제로 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동차의 문은 달리면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 있어 외부에서 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정 의장이 스스로 차문을 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밤늦은 시간에 스스로 차문을 열어준다는 것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늦은 밤에 낯선 사람이 달리는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어달라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경계심을 갖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면식범일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형사들의 의견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은 범인들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행 후 어떤 경로를 택하든 주위의 CCTV에 걸리지 않고 현장을 빠져 나갈 방법은 없었다.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지기 전에는…….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혹시 범인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범죄 현장까지 오갔다면 가능할 일이었지만 이것 역시 형사들의 시각에서는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범행 현장은 자동차 전용도로라 걸어서 온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뿐 아니라 기동성과 은밀성에서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다.

 

  박 형사는 사진을 손에 쥔 채 민 반장을 쳐다보았다. 도무지 민 반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민 반장이 팔짱을 끼며 박 형사에게 물었다.

  “사진을 보면 범인은 피해자보다 높은 자리에서 총을 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이 가설은 수사회의에서도 일치된 의견이었으니까……. 문제는 이 도로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고, 접근해도 저렇게 빠르게 달리는 차를 세울 수도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던 것 기억나나?”

  “그럼요. 그 날 그 문제 하나 가지고 수사회의가 한 나절을 허비하지 않았습니까?”

  박 형사의 목소리가 다소 뚱했다. 민 반장은 수사에 열의가 없는 박 형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차 형사를 데리고 나올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내색을 하진 않았다. 박 형사도 자기 나름대로의 수사 방식이 있는 것을 내 방식과 맞지 않다고 불평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 형사는 박 형사대로 민 반장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해주면 좋겠는데 민 반장은 절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선문답 같기도 한 질문과 질문이 이어지길 수차례하고 나서야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만약 범인이 오토바이를 탔다면 어땠을까?”

  “오토바이요?”

  박 형사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갑자기 웬 오토바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봤다. 오토바이……. 확실히 오토바이는 같은 도로에 서있다면 승용차보다는 높은 위치일 것 같았다. 범인이 오토바이에 앉은 상태에서 총을 쏜다면 피해자에게서 나타난 것과 비슷한 입사각이 될 것 같았다.

  박 형사는 민 반장의 예리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 형사에게 민 반장은 볼수록 이해 할 수 없는 존재였다. 동기들은 본청이나 경찰서의 요직을 맡고 있는데 아직도 일선 강력반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능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 능력은 경찰서 내에서 누구도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을 보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오토바이는 어디로 사라진 거죠?”

  박 형사는 CCTV를 검색할 때 오토바이를 본 기억이 없었다.

  “저기로…….”

  민 반장이 손가락으로 토끼굴을 가리켰다. 토끼굴을 통해 공원으로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도 보였다. 공원 한 쪽에 설치되어 있는 주차장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면, 오토바이를 타고 토끼굴을 이용해 출입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근데 여기에서 어떻게 토끼굴로 간다는 거지?

  “반장님! 설마 오토바이를 타고 이 도로를 가로질러 넘어 갔다는 말인가요?”

  박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무리 차량이 뜸한 늦은 밤이라고 하지만 중앙의 녹지를 가로지르고 몇 차선을 건넌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하겠는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저리로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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