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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이런 깊은 빡침이라니!
작성일 : 17-12-04 10:24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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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문술사는 모처럼 생긴 이번기회가 자신의 술법연구에 도움이 될 거라며 나름 기대한 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십삼호에게 모진 말을 한 문남천이지만, 만약이라도 문제를 일으켰다가는 오히려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이다.

 

  ‘강시들은 대법과 환골탈태를 거치며 대부분 아니, 전부 다 머리가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란 말인가? 으으, 이렇게 하다가는 문책을······.’

  문술사는 십삼호에 대한 의욕과다로 인한 참사로 머리가 훤해졌다.

  안 그래도 머리숱이 적어 속이 훤히 다 보이는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자 얼마 안남은 머리카락마저 우수수 떨어진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강시들을 연구하고 바친 세월이 암만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차근차근히 되짚으며 날이 새도록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시각은 해시(11시)를 넘어 자시(12시)를 향하고 있었고, 십삼호는 고개를 들어 좌우를 둘러봤다. 대부분 잠을 자지 않고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강시들은 의식적으로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음식도, 잠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체가 가진 특성상 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큼만 있으면 충분했다.

  강시들 사이에서 중간쯤에 누운 십삼호는 답이 없는 고민에 빠졌다.

 

  ‘내, 내가 지금 하는 마, 말보다 무심코 머릿속에서 튀, 튀어 나오는 다른 말이 더 편하고 친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무리 생각을 하려 노력해도 꽉 막힌 두꺼운 벽에 가로막혀 도통 알 수 없어 멍한 느낌이 들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기억이 복잡하게 떠오르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게 뜬눈으로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하던 십삼호로 불리는 강현은 동이 터오는 묘시(6시)가 되자 술사들의 지시로 심법수련을 시작했다.

 

  심법은 천인무영(天絪無盈) 심법으로 천인지검을 익히는데 있어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심법이다.

  강시는 몸 자체가 무기이며 마병기인데 무슨 검술 수련이야 말 하겠지만, 강시라고 해서 완전 무적은 아니고, 거기다가 검술을 배우면 훨씬 살상력과 효용성이 높아지기에 검술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강현은 어찌되었든 술사들의 명령에 심법수련을 했고, 두시진이 지나서 각종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나자 또 다른 수련을 위해 누군가 십삼호를 불러 세웠다.

 

  “십삼호. 나를 따라와라.”

  “네.”

  그는 강현에게 검법을 가르칠 교관이었다.

 

  황호(晃虎)는 밀궁에서 가장 연배가 오래된 검법 교관이었다. 그런 그가 재능 있는 후기지수가 아닌, 강시를 가르치게 됐으니 그의 자부심이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었다.

 

  장로원에서 내려온 명령이라 거절치 못하고 강시를 맡게 된 황호는 오랜 세월 같이한 애검을 쓰다듬었다.

  쓰다듬는 그 팔뚝의 자잘한 검상만 봐도 그간의 역경을 알고도 남음이다.

 

  ‘후우, 나도 이젠 퇴물로 전락하는가!’

  이젠 궁에서 자신을 퇴물로 여긴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밀궁에서 검술 교관을 시작한지 어느덧 오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이제 쉴 법도 하건만, 자식도 진즉에 죽고 없어 검술을 가르치는 것을 낙으로 삶고 살아 왔기에 검을 놓기가 어려웠다.

 

  교관으로 있는 동안 많은 뛰어난 검수들을 길러냈고, 그 중에서 몇몇은 자신과 같은 교관이 되기까지 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법.

 

  그래도 일반 강시가 아닌 최고의 자혼 강시를 가르치며 남은여생을 보내라는 밀궁의 깊은 뜻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황호는 앞에 서있는 자혼 강시인 십삼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탁기가 없고 맑았다. 강시에겐 아까울 정도로 무공을 익히기에 더없이 좋은 눈을 가진 것이다.

 

  “십삼호. 본인은 황호 교관이다. 앞으로 너에게 검진과 함께 밀궁의 검법을 가르칠 것이다.”

  “검진! 검법?”

  “그래. 우선 검법에 대해 가르칠 것이다. 잘 새겨듣도록 해라.”

  한쪽 귀부터 검상이 턱까지 내려온 황호 교관이 천인지검의 일검식인 천인추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천인지검은 모두 일곱 가지 검식으로 되어 있다. 그 첫 번째 검식인 천인추혼은 상대의 혼백을 일검에 쫒아낸다는 검식으로 초식 하나하나에······.”

  천인추혼에 관해 설명을 하고 난후 뭔가 내용이 이상했다.

 

  ‘가만, 혼백이 잠든 강시인 십삼호가 혼백을 쫒는 천인추혼이라 뭔가 이상하군.’

  황호는 잠시 든 잡념을 지우며 설명을 이었다.

  천인지검의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지만 내용은 알듯 말듯 했다.

 

  “십삼호, 가지고 있는 검을 들어라.”

  “예, 교관님.”

  강현은 의문도 잠시 교관의 명에 검을 들어 천인지검의 수련에 들어갔다.

 

  “천인추혼!”

  “천인추혼!”

  황호가 앞서 천인지검의 일식인 천인추혼의 초식들을 시연하자 강현도 따라하며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휘리릭, 쉬익

  술시(9시)가 다 될 때까지 강현은 흙먼지에 옷 색깔이 바뀔 정도로 바닥을 청소하듯 구르며 수련을 했다.

  강시들은 술사들의 교육을 받으며 나날이 지식을 채워갔지만, 그것만으로 검식의 오의를 깨우치기에는 시간도, 지성도 부족했다.

 

  그걸 알면서도 가르칠 수밖에 없는 검법 교관들은 답답한 노릇이었다.

  십삼호를 앞에 세워 둔 황호 교관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늘을 올려다보고 깊은 장탄식을 토해냈다.

 

  “허어어, 내 평생 이런 깊은 빡침이라니!”

  어쩜 이리도 못 알아듣는단 말인가. 한없이 몰려드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 쥐며 울부짖었다.

 

  어쨌거나 이것도 일종의 내면 수련이거니 생각하고, 자신에게 부여받은 십삼호라 불리는 강시를 열심히 가르치기 시작했다.

 

  십삼호가 초식의 뜻을 이해 못해 검술을 가르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도 황호는 오랜 세월을 교관으로 지내온 연륜이 말해주듯 검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나갔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을까?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신의 검법을 곧잘 따라했고, 초식의 깨달음에 있어서도 강현이 다른 강시들보다 앞섰다.

 

  천인지검의 검식을 대련을 통해 검을 섞어가며 몸으로 체득시키는 중이었다. 그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는 걸 경험상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호는 십삼호에게 검술을 가르치다 보니 일반 검수들을 가르칠 때와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오호라! 십삼호. 제법인데, 그럼 어디 이것도 한 번 막아봐라!”

  -쉬잇, 쉬쉬쉭

  허공을 가르고 십삼호와의 간격을 빠르게 좁히며 천인지검의 두 번째 검식인 천인비기의 초식을 섞어 펼쳤다.

 

  ‘어떻게, 해야 하지?’

  교관의 검을 같은 천인비기의 초식으로 맞대응했다. 그게 짧은 순간에 강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촤창! 카각

  수비를 도외시한 같은 초식의 공격이었지만, 수준을 달리하며 검법을 구사하는 검로를 아직 십삼호는 막을 수 없었다.

 

  -스캉

  교관의 검이 팔을 스치고 지나갔음에도 쇳소리만 날뿐 혈흔도 상처의 흔적도 없었다. 그걸 아는 황호는 사정없이 십삼호를 밀어 붙였다.

  다섯 시진에 걸친 검법교육을 끝낸 황호는 전과는 다른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잘 가르쳤나. 아아, 난 아직 죽지 않았어!’

  그건 십삼호의 검술이 생각 외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현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내게 검법에 관해서도 설명을 하는 듯 했으나, 잘 알아듣지도, 이해하기도 힘들구나. 그런데 왜 천인지검의 검법이 익숙한 느낌이 들지.’

  강현은 알지 못했다. 기세훈 궁주가 술법을 통해 본인의 내력과 함께 무공의 지식도 전해준 것을 말이다.

  그렇게 강현의 검법교육은 황호 교관이 열정을 가지고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가르쳐 나갔다.

 

  오늘도 황호는 술사들의 교육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십삼호가 다가오자 바로 연무장에 데려가 수련을 시작했다.

 

  “십삼호. 오늘은 천인일해에 대해 수련을 할 것이다. 천인일해는 천인지검의 여섯 번째 검식으로서 한 번의 발검으로 바다를 가른다는 뜻이다.”

  참 이상했다. 천인지검을 배우면 배울수록 검식의 묘리가 은연중에 떠오르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 전부터 알고 있는 듯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음, 지금 안 것인가? 아니면, 그전에 알고 있었던 것인가?’

  처음 황호 교관이 시키는 대로 아무의심 없이 따르던 강현은 언제부터인가 검식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계속해서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나, 여전히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황호 교관이 검법을 가르치는 자혼 강시인 십삼호는 무림으로 떨어진 뒤, 자벽환수 대법으로 인해 기억을 잃고 강시가 된 나강현이었다.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황호는 십삼호가 다른 강시들에 비해 말귀가 어두운 점이 흠이었지만, 검술을 깨닫는 것이 빠른 편이라 처음과는 달리 점점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중간에 배술사에게 이런 얘기를 전했을 때, 술사는 궁주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관의 보고에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수상함을 느꼈지만, 무공을 가르치는데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하루는 배수문 술사가 강시들의 수련과 교육에 관련된 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모두들 강시들의 수련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와중에 모이라고 한 것은 강시들의 수련 전반에 걸쳐 회의를······.”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어느덧, 강시들의 수련이 일 년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문제점이나, 보완할 것에 대해 회의를 하려고 모인 것이었다.

  배술사의 물음에 각자의 느낀 점을 말하였다. 의견을 종합한 결과 대체적으로 지금까지의 자혼 강시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회의를 마친 배술사는 곧바로 법사를 찾아가 아뢰었다. 보고를 받은 법사는 그간의 성과에 크게 고무되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을 치하했다.

  법사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도 언젠가는 법사의 자리에 앉으리라는 꿈에 부푼 배수문은 강시들의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는 법사의 명을 전달했다.

 

  어느덧, 없어진 제일전대를 대신해서 새로이 제일전대로 편제된 강시들의 수련도 일 년 하고도 반이 훌쩍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문남천은 이제 제법 말귀를 곧잘 알아듣는 십삼호에게 짬을 내어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강시에게 굳이 글까지 가르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다른 술사들은 가르치지 않았지만, 문술사는 짬을 내어 틈틈이 강현에게 글을 가르쳐 나갔다.

 

  왜냐하면, 아무리 강시라고 무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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