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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자혼강시 십삼호
작성일 : 17-12-01 10:33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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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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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함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침까지 흘리며 잠시 정신 줄을 놨던 배술사는 기지개를 늘어지게 켜며 눈을 떴다.

 

  “흐아아암! 잠시 깜박했군.”

  요즘 들어 중요한 대법 때문에 업무 강도가 빡세 몸이 축날 정도로 고되었다. 대법을 관장하다 과로사하는 술사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이쯤에서 몸을 사려야 했다.

 

  정신이 어느 정도 맑아진 술사는 대법에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결계의 이상 유무를 점검한 뒤에야 안심하고 제조창을 나섰다.

 

  술법원 산하 약제실에서는 해광문 술사가 궁주의 시연통에 들어갈 중요약제를 배합하는데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정도의 약제면 궁주의 무공회복은커녕 몸이 버티지 못하고 녹아 버리고 말 것이다. 만약 몸이 견디어내면 가능할지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으니······.’

  며칠간에 걸쳐 만들어진 약제를 가지고 해광문은 강시제조창으로 들어갔다.

 

  제각각 시연통에 담겨 제련중인 강시들을 지나쳐 맨 끝에까지 가서 마지막에 놓인 궁주가 들어앉은 시연통 앞에 멈추어 섰다.

 

  “이봐. 약제를 이리 가져와 차례로 부어라.”

  “예. 술사님.”

  새로운 약제가 시연통에 잘 섞이게 해광문은 정성스럽게 천천히 저었다. 육안으로 바닥이 확인될 정도로 시연통의 맑은 약물이 새로운 약제가 들어가자 곧바로 검푸르게 변해갔다.

 

  특이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해술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제길, 냄새 한 번 지독하군.’

  -폭, 폭, 폭

  큰 거품이 생겼다가 이내 터지기를 반복하는 시연통을 지켜보다 할 일을 다 마친 해술사는 제조창을 빠져나와 경과보고를 위해 배술사를 찾아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으으음, 여기가 어디지! 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거지?’

 강현은 눈을 떴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걸어도 온 사방이 태곳적의 암흑이라도 될 만큼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조차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대체 얼마만큼을 갔는지 짐작도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가도 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무엇도 나타나지 않아 점점 심신이 지쳐 더 이상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멀리서 아주 작게 시작된 빛이 조금씩 커지더니 눈이 부실 정도의 빛으로 변했다.

 

  -화아악

  ‘으음, 눈이 너무 부셔 뜰 수가 없구나.’

  그 빛은 더욱 커지더니 순식간에 온몸을 집어 삼켜버렸다.

 

  강현이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깨어있는 건지, 잠을 자는 건지 구분도 안 되었다.

  암흑만큼이나 적막한 가운데 갑자기 강현의 귓가에 두런두런 말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강제로 떠졌다. 누군가가 눈꺼풀을 잡고 말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 조금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스르륵

  강현의 의식은 또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아득히 먼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침햇살이 창으로 들어오는 상천각의 내실통로를 눈처럼 새하얀 장삼에 금실로 화려한 꽃이 수놓인 옷을 입은 여인이 안쪽으로 사뿐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인이 수석장로 집무실 앞에 멈춰 서자 시비가 안에다 아뢰었다.

 

  “수석장로님. 자하수사께서 오셨습니다.”

  “들라 해라.”

  장무연의 집무실을 찾은 여인은 법사인 자하수사였다.

  안으로 들어간 자하수사는 화사하게 눈웃음을 치며 예를 올렸다.

 

  “수석장로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시요. 법사.”

  “예. 수석장로님.”

  장무연은 법사인 자하수사와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나누다 자혼 강시의 진척상황이 궁금해 물었다.

 

  “강시들을 제련하느라 노고가 많아. 그래 그건 언제쯤 끝이 날 것 같은가?”

  “아마도 예정대로라면 열흘 후쯤입니다. 수석장로님. 호호호호.”

  법사는 칭찬을 받기 위함인지 허벅지까지 살짝 보이며 농염한 눈빛으로 진한 애정의 눈길을 보냈다. 이에 장무연은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넌지시 물었다.

 

  “험험, 마침 좋은 차를 준비해둔 것이 있는데 들겠나?”

  “예. 장로님.”

  둘은 안쪽에 마련된 내실로 자리를 옮겨서 은밀한 대화와 몸짓을 나누기 시작했다.

 

  자혼 강시 제조창은 한참 작업인원들이 술사들의 명령을 받으며 제련을 끝낸 자혼 강시들을 깨우기 위해 옮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열세 번째의 자혼 강시를 시연통에서 꺼내 탁자에 눕힌 배술사는 금침대법을 시행했다.

 

  주인이 정해지면 호환망혼 대법을 시행하겠지만 현재는 주인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기에 술사들이 강시를 부리는데 용이하게 실혼대법을 시행하는 중이였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남겨놓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후우! 중노동이 따로 없구먼.’

  대법을 시행하려고 금침을 든 배술사의 손이 일순간 멈추었다.

 

  ‘꿀꺽.’

  눈앞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궁주에게 시술을 하려고 금침을 꺼내 든 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이젠 돌이킬 수 없으니 나도 어쩔 수 없다.’

  -푹

  망설이며 허공에서 멈췄던 손은 다시금 움직이며 시술에 들어갔다. 이로써, 밀궁은 궁주로 알고 있는 강현을 포함해 모두 열셋의 새로운 자혼 강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다음날. 강시의 제련이 끝나자 수석장로 일행이 제조창을 찾았다.

  장무연은 한쪽에 정렬된 강시들을 둘러봤다. 일급강시들이라 그런지 한눈에 봐도 대단하고 느낌이 남달랐다.

 

  ‘흐음, 궁주가 맞는 것 같긴 한데······. 뭐 그런대로 괜찮겠군.’

  그중에 마지막 하나의 강시를 주시하며 어딘가 얼굴이 좀 달라졌다 생각되었으나 이내 생각을 접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강시가 되면 신체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장무연이 눈을 빛내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법사. 이번 자혼 강시들은 특별히 더 신경을 쓰도록 하시오. 중원입성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니까 말이야! 크하하하.”

  “존명!”

  그날을 위해 준비된 강시들에 크게 만족한 장무연은 대놓고 제조창이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밀궁은 중원으로의 이전 준비와 함께 새로이 탄생한 강시들의 수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무공수련은 엄선된 교관들이 하나씩 맡아서 전담을 했고, 나머지 교육은 술사들이 도맡아서 가르치기로 결정됐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전 강시들에 비해 수련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수석장로의 특별명령에 취한 조치였다.

  궁주의 식솔들이 대대로 내려오며 무공과 심법수련을 목적으로 사용하던 천사동. 마지막으로 천수검과 환요가 소궁주와 호위전대들을 가르치던 장소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자리를 비운 아무도 없는 이곳에 한둘이 아닌, 열셋이나 되는 인원이 한쪽에 도열해 있었다.

  이들은 다름이 아니라 전에 있던 호위전대의 상실로 부족해진 무력을 위해 이번에 새롭게 편제된 일급 자혼 강시들이었다.

 

  술법원의 술사들이 나타나서 교육을 위해 도열해 있는 강시들을 하나씩 데리고 모처로 이동했다. 다 떠나고 난 자리에 하나만이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나는 누구지!’

  강현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문남천 술사는 짧게 운기조식을 하고 간단한 요기를 한 뒤 거처를 나섰다.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기대에 부풀어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걸어가며 오늘부터 자신이 하게 될 일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이다.

 

  저 앞에 천사동이 보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천사동이었다.

  천사동 안으로 들어가니 자신이 맡게 될 마지막으로 남은 강시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흠, 저기 있군.’

  강시의 인식표에는 이름 대신 숫자가 쓰여 있었다.

  자신이 가르칠 강시를 지긋이 쳐다봤다. 그랬더니 강시도 따라서 쳐다본다.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다.

 

  “음, 이름 대신에 십삼이라고 쓰여 있구나.”

  자혼 강시로 새로 태어나도 보통은 전에 쓰던 이름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궁주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가 없자 궁에서는 대신 숫자를 붙였다.

  문술사는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참으로 기구한 삶을 살았구나 하고 생각 했다.

 

  “그래. 전에 너의 삶이 어떠했든 간에 강시로 새롭게 살아가야 하니, 모든 것을 잊어라!”

  강시로 되면서 기억은 모두 잊었지만, 문술사는 강시로 태어나 험한 무림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 한마디 한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문술사는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을 한 다음 술법을 걸자 강시가 된 강현도 따라서 자신과 눈을 맞추었다.

 

  “다하훤 이길 생고 로으앞 제이 는너.”

  ‘누구? 무슨 말을, 머리가 아, 아프고 어지럽고 눈이 빙······.’

  술법에 걸린 강현은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술법을 마친 문술사는 교육을 위해 십삼호를 데리고 천사동을 벗어났다.

 

  술법원에서 오랫동안 강시들의 교육을 해오고 있는 다른 술사들과는 달리 문술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교육을 위해 필요한 문건이나 기타 자료들을 술사들에게 구해주고, 준비하고 연구하는 게 그의 주된 일이었다.

 

  실제 가르친 경험은 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해온 바를 정리해서 최선을 다해 가르칠 작정이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라 처음부터 하나하나 문자와 말부터 가르쳤다.

 

  처음부터 십삼호가 자신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기초적이지만 지식을 물먹은 솜처럼 빨아들이자 문술사는 신이 나서 혼신을 다해 더욱 정열적으로 가르쳤다.

 

  그러기를 얼마쯤 지났을까? 어느 시점부터 오히려 배움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고 생각한 문술사는 무언가 안 풀리는 모양인지 주먹 쥔 양손이 떨리고 있었다.

 

  -부르르르

  “끄응······, 십삼호 이걸 그냥. 어이구 속 터져! 이거 몇 대 줘 박을 수도 없고.”

  앞에 있는 십삼호를 물끄러미 보다가 울화가 치민 그는 원망어린 눈길을 보냈다.

 

  ‘무슨 말, 말을 하는 건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도통 모르겠다. 그리고 왜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내가 뭘?’

 

  그랬다. 강현은 강시들이 받는 자벽환수 대법을 받게 되어 기억을 잃었지만, 잠재의식 속에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언어와 새로 배우는 언어가 충돌하며 생기는 현상을 알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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