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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흑사의 시험
작성일 : 22-03-05 01:01     조회 : 76     추천 : 0     분량 : 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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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 있을 땐 화장도 했는데 여기선 화장을 고치기는 고사하고 아예 하질 못하니 답답하네요...]

 

 카쟝은 우 박사가 이 글을 읽고 카쟝의 의도를 이해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다시 한 번 얼굴을 보길 간절히 바랍니다. 교도소를 들어올 때 필요한 물건도 있으니 꼭 챙겨오세요. 없으면 못 들어옵니다...]

 

 벽이 평평하지 않아 글씨가 삐뚤빼뚤이었다. 하지만 편지글에는 카쟝의 바람이 한껏 담겨있었다. 물론 그 바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단어는 없었다.

 

 [...리브의 현재 상태도 한 번만 알아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편지의 마지막 줄이었다. 더 적고 싶어도 적을 공간이 없었다. 편지엔 치료제에 대한 기대와 자신의 바람, 그리고 리브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었다. 카쟝은 종이를 벽에서 뗐다. 그의 손에는 글자가 빽빽이 뭉쳐있는 편지지 한 장이 들려있었다.

 

 “종이 1장만 더 주지.”

 

 편지 한 통 당 주어지는 편지지는 1장뿐. 그렇기에 그 안에 모든 내용을 넣어야했다. 억지로 우겨 넣은 내용들로 인해 편지지에는 단어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내용은 이쯤이면 됐고. 검토 한 번만 해보고 보내볼까?"

 

 카쟝은 문득 이 편지가 [카쟝 Inside] 이후 첫 장문의 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많은 감정들이 카쟝의 얼굴로 스쳐지나갔다.

 

 '솔코라인으로 온 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잖아.'

 

 "형씨! 소식은 들었지?"

 

 하언이었다. 그는 카쟝이 편지를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었는지 기어코 입을 열었다.

 

 "무슨 소식이요?"

 "데일이 곧 교도소를 난장판으로 만들 거래!"

 

 데일은 게적그룹의 두목이었다. 그런 그가 "정확히 일주일 뒤에 새던 교도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라고 선전포고했다는 소문이 이틀 전부터 돌았다. 워낙 가십거리가 없던 교도소였기에 그 '쑥대밭 소문'은 산불처럼 번져나갔다. 그 탓에 게적그룹원들도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기세가 등등해졌다.

 

 "데일님이 5일 뒤 우리를 여기서 구원해주실 거야."

 

 조금 의아했던 것은, 게적그룹은 흑사단과 달리 무분별한 폭력을 일삼지 않았다. 하언을 통해 들었던 게적그룹은 가해를 최소화하는데 특화되어있었다. 도주 경로를 짧게 만들기 위해 건물을 무너뜨린 적은 있었지만 살생을 위해 무너뜨린 적은 없었다. 정해진 목표만 탈취하면 무의미한 피해를 만들지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는 도적단이었다. 교도소를 쑥대밭으로 만들 이미지는 아니었다.

 

 하언은 게적그룹원보다 더 호들갑이었다.

 

 "이 교도소에 게적그룹 사람들이 많이 잡혀있어서 데일이 화가 단단히 났나봐!"

 

 게적그룹은 규모로 봤을 때는 솔코라인에서 가장 거대했다. 그 덕분에 어떤 목표이든 간에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그런 게적그룹이 움직인다는 소문은 수감자들의 입을 타고 전파되기에 충분히 달달했다.

 

 당연히도 그 소문은 첫 수용실부터 마지막 수용실까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수용실이든 운동장이든 평소보다 소곤거리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그랬다. 심지어 수감자 중에는 지금이라도 그룹에 들어갈 수 없냐며 게적그룹원에게 부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데일이란 사람이 저도 데리고 나가주면 좋겠네요."

 

 카쟝의 말에 하언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그러게 내가 게적그룹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라고 했지? 데일이 바보도 아니고 네가 뭐가 좋다고 구해주겠냐? 널 구해줄 까닭이 없다고."

 

 하언은 카쟝이 들고 있던 펜을 뺏어들고는 왼쪽 어깨에 송곳니를 그렸다. 송곳니 문신은 게적그룹의 증표였다.

 

 "탈옥을 위해 열심이시네요."

 "그래야지. 그래야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러가지."

 "가족들이요?"

 "아니, 가족들 말고... 아니, 됐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나도 나갈 거야."

 

 하언은 억지로 대화를 끊었지만 카쟝도 눈치가 아예 없진 않았다.

 

 "그때 그 소녀를 만나고 싶은 거죠? 약국 앞에 있던 소녀."

 "알 거 없어! 어쨌든 난 여기서 벗어날 거야."

 "근데 저번에는 마음만 먹으면 여기 나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카쟝의 기습질문에 하언은 잠시 벙어리가 되었다. 하언은 그림에 집중하는 척했고 그 사이 그의 어깨에 날카로운 송곳니 하나가 생겼다.

 

 “모양이 약간 어색한데요?”

 “괜찮아. 데일님이 가까이서만 안 본다면 분간 못할 거야.”

 

 데일이 30m 밖에서 하언의 문신을 본다면 너도 얼른 오라며 손짓할 정도는 됐다. 하언은 자신의 문신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휴, 이 정도면 얼추 된 것 같고. 이제 점심 먹을 준비를 해볼까?"

 

 하언의 말대로 곧 점심시간이 되었고 두 사람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한 두 사람의 피부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식당은 평소보다 온도가 올라가있었다. 열기가 이곳저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게적그룹원들의 상기된 얼굴이 보였다.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덩달아 다른 수감자까지 들떠있었다. 카쟝은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씹었다.

 

 “딱 예상했던 분위기네요.”

 

 카쟝은 목을 길게 빼고 오늘의 메뉴를 확인했다.

 

 “오늘은 튀김이랑 우동... 이 정도면 특식인데요?”

 

 식당 여기저기서 게적그룹원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일주일 후면 이것보다 더 맛있는 것들을 먹을 거라고, 하하!”

 “이런 맛대가리 없는 음식도 이제 그만 보겠어.”

 

 카쟝이 지금까지 본 그들의 모습 중 가장 즐거워보였다. 희망이라는 글씨가 그들의 만면에 비쳤다.

 

 카쟝이 줄을 기다리고, 음식을 받고,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도 그들은 하하호호 떠들어댔다. 다른 수감자가 떠들면 천둥처럼 화내던 교도관들도 게적그룹원들의 수다에는 아무 간섭도 하지 않았다. 카쟝은 식당의 분위기를 파악하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았다. 그때였다.

 

 휘익-

 

 오늘도 어김없이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게적그룹원 중 하나가 숟가락에 밥을 얹은 뒤 건너편 대각선에 앉은 '91312'를 향해 날렸다. 밥알 덩어리는 투석기로 쏘아올린 돌덩이처럼 날아 '91312'의 왼팔 옆에 떨어졌다. '91312'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숟가락으로 국을 떴다.

 

 “아이~ 아까비~.”

 

 그 그룹원은 다시 밥을 장전했다. 그리고 다시 투하.

 

 휘익-

 

 이번에는 밥이 '91312'의 된장국으로 들어갔다. 게적그룹원은 소리쳤다.

 

 “골인! 좋았어!”

 

 '91312'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다른 반찬으로 수저를 돌렸다. 그는 자신을 향한 포격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에서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룹원은 이번엔 주변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목표를 예고했다.

 

 “내가 이번엔 머리를 맞춰볼게!”

 

 휘익-

 

 그가 날린 밥알들이 정확히 '91312'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게적그룹원들은 환호했다.

 

 “역시 스나이퍼는 뭐가 달라도 달라.”

 

 '91312'를 맞춘 그룹원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V를 그렸다. 그 순간이었다.

 

 휘익-

 

 밥 덩어리 하나가 허공을 날았다.

 

 툭.

 

 그 덩어리는 손으로 V를 그리던 그룹원의 코를 정통으로 맞췄다. 그 그룹원은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91312'를 노려봤다. '91312'는 가만히 숟가락을 뜨고 있었다.

 

 “이게 어디서 감히!”

 

 그 그룹원은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로 일어났다. 밥을 맞은 아픔보다 모두의 앞에서 받은 쪽팔림이 그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는 그대로 테이블을 넘어서 '91312'에게 질주했다.

 

 “넌 오늘 내 손에 뒤졌다.”

 

 그는 '91312'에게 몸을 던졌다. 밥을 먹던 '91312'는 갑작스런 접근에 당황했지만 즉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체급차이가 명확했기에 게적그룹원의 공격은 간단히 막혔다.

 

 휙-

 퍽!

 

 '91312'는 상대를 바닥에 매다꽂았다.

 

 문제는 그 뒤로 그룹원의 동료 대여섯 명이 다같이 덤벼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탕을 발견한 개미떼처럼 '91312'에게 달려들었다.

 

 "저 새끼 조져!"

 

 그제야 교도관들도 그들을 말리기 위해 사건의 현장으로 분주히 달려갔다. 그렇게 게적그룹과 '91312' 사이에 교도관까지 끼어들었다.

 

 “와~!”

 

 그 싸움판은 다른 사나이들의 끓는 피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달아오르던 식당은 피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터졌고, 곧바로 식당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른 게적그룹원들도 식판들 던지고 일어섰다. 그들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을 향해 발길질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에게 박치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어차피 곧 자유인데 교도관들 눈치 볼 필요 없지!”

 

 상황이 그렇게 되자, 게적그룹이 아닌 이들까지도 흥분을 참지 못하고 서로 붙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식당에선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음식을 던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카쟝도 가만히 앉아있을 순 없었다. 그는 간장 옆에 딸려있던 고추냉이를 왼손바닥으로 한 움큼 쥐었다. 카쟝은 그대로 '91312' 쪽으로 달려갔다. 그 곳엔 게적그룹원과 교도관들이 한데 엉겨있었다.

 

 “이 새끼 계속 밟아!”

 “그만해! 이 녀석들아!”

 

 카쟝은 가장 뒤에 있던 사람부터 공략했다. 그는 최외곽에 서있던 게적그룹원의 뒤로 다가갔다. 카쟝은 왼손을 들어 그룹원의 눈을 눌렀다. 고추냉이의 매운 향이 그의 눈으로 사정없이 들어갔다.

 

 “악! 내 눈!”

 

 카쟝은 그대로 왼편에 있던 교도관의 뒤로 다가갔다. 그는 교도관의 모자를 벗겼다.

 

 “뭐야!”

 

 교도관이 돌아보려하자 카쟝은 즉시 왼손을 들었다. 그는 교도관의 눈에도 고추냉이의 매운 맛을 선사했다.

 

 “으악! 따가워!”

 

 '91312' 주위의 사람들은 한 명씩 눈을 부여잡고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5명을 더 제치고 나서야 '91312'의 얼굴이 보였다. 그 덩치의 사내는 반항하지도 않으며 웅크리고 있었다. 카쟝은 다른 게적그룹원의 눈에도 고추냉이를 주입했다. 그러나 소란은 거기까지였다.

 

 탕!

 

 가장 구석에 있던 교도관이 허공에 총을 쐈다. 비디오를 정지시킨 것처럼 모든 이가 멈춰 섰다.

 

 “다들 동작 그만!”

 

 소동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점심시간도 그대로 끝이 났다. 한 숟갈도 뜨지 못한 수감자들이 수두룩했지만 화난 교도관 앞에선 입을 내밀 수도 없었다. 모든 수감자들은 곧바로 수용실로 이동되었다. 교도관은 수감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 소동으로 인해 오늘 예정되어있던 운동시간은 취소되었다. 운동시간동안 수용실에서 시간 보내!”

 

 운동시간이 없어졌기에 하언도 수용실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었다. 카쟝과 하언은 모두 침대에 누웠다. 곧 하언이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렁~

 

 카쟝은 침대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하언이 자는 모습을 확인했다.

 

 “거 참, 빨리도 잠드네.”

 

 카쟝은 조심스럽게 상의 안쪽에서 손바닥만 한 물건을 꺼냈다. 교도관의 모자였다. 첫 교도관을 쓰러뜨릴 때 가로챈 것이었다.

 

 ‘이건 일단 침대 밑에 숨기고.’

 

 카쟝은 바지주머니에서 뭔가를 또 꺼냈다.

 

 “휴, 뭉개지지 않았어.”

 

 그의 손에 물컹한 촉감이 느껴졌다. 껌이었다. 그 껌에는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교도관의 지문이었다. 식당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동안 획득한 지문이었다. 카쟝은 그 껌을 침대 옆 조그마한 공간에 숨겨놓았다.

 

 ‘우선 필요한 것들은 다 얻어냈군. '91312'씨께는 죄송하게 됐어.’

 

 

 ***

 

 

 “경비는 어땠나? 권일용 사장이 작년부터 사설 경비원을 늘렸다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 거의 50명 가까이 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무장시키기도 했고요. 뭐, 결국 우리가 다 쓸어버렸지만요.”

 

 청사는 가슴을 한껏 부풀렸다.

 

 “그래. 오늘은 성과가 좀 나왔나?”

 “자동차 회사 사장이라서 금고에 돈이 쌓여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겨우 열었는데 종이쪼가리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런가.”

 “돈은 은행에 보관하는 타입인가 봅니다. 그래도 창고에 있던 스포츠카 50대를 빼돌리는 건 성공했습니다. 오 교수님 덕분에 창고를 뚫는 것도 쉽게 처리했고요. 흑사님 것도 따로 한 대 빼서 개조하는 중입니다.”

 

 청사는 오 교수와 함께 오늘의 실적을 흑사에게 보고하는 중이었다. 행동대장 청사와 설계사 오 교수가 한 팀으로 움직이면 무서울 게 없었다. 청사의 무자비함은 경비원들의 온몸을 떨게 만들었고, 오 교수의 주도면밀함은 경찰들이 현장에 닥치기 전에 신속하게 도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뚜벅. 뚜벅.

 

 세 사람의 대화에 한 사람이 더 참가했다.

 

 “치료제 정상 추출 끝냈습니다.”

 

 닥터하였다. 그는 오리너구리로부터 학목 바이러스 항체를 대량으로 추출하고 오는 길이었다. 심각하게 보고를 듣던 흑사의 얼굴이 구름이 걷힌 듯 밝아졌다.

 

 “흑사단 전원에게 주입할 수 있는 분량이 나온 건가?”

 “그렇습니다. 이미 준비까지 다 해놨습니다. 추가로 추출하는 항체들은 냉동실에 따로 저장해놓고 있습니다.”

 “좋아. 이제 바이러스 때문에 골머리 앓을 일은 없겠어. 닥터하 고맙네.”

 

 닥터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흑사는 고개를 청사 쪽으로 돌렸다.

 

 “좋아. 이제 달구시 방방곡곡에 소문을 내. 흑사단에 입단하는 사람에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를 지급하겠다고.”

 “흑사단을 키우려는 생각이십니까?”

 “큰 일을 하려면 큰 힘이 필요하지.”

 “큰 일...이요?”

 

 흑사가 '큰 일'이라고 표현한 범죄는 여태껏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자연재해와 맞먹는 피해의 범죄는 되어야 '큰 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까닭에 청사는 소풍을 떠나기 전 날의 아이처럼 표정이 환해졌다. 최근 들어 대형범죄가 그리웠던 그였다. 청사는 콧구멍까지 씰룩거렸다.

 

 “알겠습니다. 달구시 하수도까지 소문이 울리도록 크게 퍼뜨려보겠습니다.”

 

 흑사는 다시 닥터하를 바라보았다.

 

 “카쟝의 동료 녀석은 상태가 어떤가?”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치료제의 부작용이라든지 이런 건 없었겠지?”

 “예.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기색은 전혀 없습니다.”

 

 청사는 들뜬 가슴을 말리지 못한 채 말했다.

 

 “치료제도 우리가 개발했겠다. 이제 쓸모도 없어졌는데 조용히 처리할까요?”

 “아니, 그것보다는.”

 

 흑사는 흥분한 청사를 진정시키며 질문했다.

 

 “그 카쟝 동료 녀석. 예전에 해커라고 하지 않았나?”

 “네. 그렇습니다.”

 “이제 흑사단도 상황이 호전되었고 앞으로 할 일도 산더미니, 그 녀석도 쓸모가 좀 있겠어. 그 녀석을 여기로 데려와주겠나?”

 

 흑사의 명령을 받은 단원들은 쏜살같이 리브를 데려왔다. 리브는 저번처럼 두 사람에 의해 끌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저번과 차이가 있었다. 리브는 자신의 두 다리로 멀쩡히 들어왔다. 그의 자립은 그의 몸이 완벽히 회복되었음을 나타냈다. 흑사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를 관찰했다.

 

 “확실히 약효가 있군. 곧 죽을 것 같던 자가 며칠 만에 이렇게 쌩쌩해졌으니 말이야.”

 

 리브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흑사는 그를 이리저리 관찰했다.

 

 “처음 봤을 때보다 살이 좀 빠졌군.”

 

 세 달 전과 비교했을 때 리브의 몸무게는 30kg가 빠져있었다. 평소에 즐겨먹던 도넛은 보지도 못했고 식사도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주니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했다.

 

 “전보다 낫네.”

 

 하지만 살이 빠졌다고 해서 외모가 멀끔해진 건 아니었다. 급격한 체중감소로 인해 리브의 볼은 촛농이 흘러내리듯 축축 쳐져있었다. 눈동자는 초점 없이 흐리멍덩했고 머리도 군데군데 빠져있었다. 리브는 고개를 들었다가 흑사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곧이어 흑사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이름이 뭐였지?”

 “리브...입니다.”

 

 흑사는 리브를 바라봤다.

 

 “그래, 리브. 당신이 예전 주특기가 해킹이었다지? 그걸 이용해서 재미 좀 봤다고 들었는데. 간략히 얘기 좀 해주겠나?”

 

 리브는 자신을 향한 흑사의 시선과 흑사단원들의 존재로 한껏 긴장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대화 한 마디 없이 그를 독방에 가두고 밥을 손톱만큼 줬던 이들이었다. 심지어 몸이 쇠약해져 죽어가는 그에게 바이러스를 주사한 것도 그들이었다.

 

 리브는 두려웠다. 자신을 파리목숨 취급하는 그들과 같이 있기 버거웠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리브는 입술만 우물우물할 뿐 섣불리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대신 말을 꺼낸 사람은 리브의 오른편에 서있던 오 교수였다.

 

 “이 자가 예전에 마루시 장관급들을 상대로 해킹을 이용한 전적이 수두룩합니다. 카쟝이 마음껏 소란을 일으킨 것도 알고 보면 전부 이 자 덕분이죠.”

 

 리브는 여전히 우물쭈물했다.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군.”

 

 흑사는 그런 리브를 보다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건넸다.

 

 “우리는 너를 해하려는 게 아니야. 너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그런 거야. 편하게 얘기하면 돼.”

 

 리브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초콜릿을 받았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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