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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속셈
작성일 : 22-03-04 01:53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7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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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는 저래도 실력은 엔간한 장정보다 낫습니다. 싸움도 잘하고 총 다루는 솜씨도 능란합니다.”

 

 미네민은 흑사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좌측으로 눈길을 돌렸다. 흑사는 그런 미네민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다시 청사를 불렀다.

 

 “오늘 낙찰한 예술품 리스트랑 낙찰 받은 참가자 명단 정리해서 나한테 가져와. 특히 ‘항구의 눈물’을 낙찰 받은 사람은 무조건 알아와. 가장 갖고 싶었는데 놓친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항구의 눈물’은 왜 입찰을 더 안 부른 거지? 대체 누구를 시켰길래 그걸 뺏겨?”

 “죄송합니다. 제가 참가시킨 부하였습니다. 경매가 너무 과열돼서 가격이 높게 뛰는 바람에 더 올리면 혼날까 두려웠답니다.”

 “그래서 입찰을 못했다고? 그냥 해도 됐을 것을. 오늘 경매품 중에서 가장 원하던 작품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일단 나가서 얘기할까. 경매장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진 않군."

 

 흑사는 다시 경매장 밖으로 발길을 옮겼다. 청사는 그의 옆으로 민첩하게 붙었다. 흑사는 경매장 내를 마지막으로 쓰윽 둘러보고는 문을 닫았다.

 

 “나머지 장관들 집은 빠짐없이 수색해봤어?”

 “예. 어제까지 해서 각 집마다 보냈던 정찰팀이 돌아왔습니다. 현재 본인 집에 있는 장관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들 시내 호텔이나 군사시설 근처에 따로 숙소를 차렸더라고요. 집안 가구들도 비싼 건 싹 다 챙겨갔습니다. 아마 중요한 물건들은 전부 가져갔겠지 싶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흑사단 상태는 좀 어떤가?”

 “어제 총격전으로 부상당한 단원이 200명가량 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도 60명 가까이 추가되었습니다.”

 "감염자 격리는 제대로 시키고 있지?"

 "예. 격리는 확실히 시키고 있습니다만 전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바이러스가 골치군. 명장제약 쪽에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나?”

 “예. 별다른 소식은 없습니다.”

 “치료제가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결국 거짓말이었던 건가.”

 “자기네 동료가 우리한테 잡혀있는데 거짓말을 했을까요?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걸렸는데 아무 조치를 취하질 않는 걸 보면 이상하긴 하네요.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백민관의 오늘 스케줄은 뭐였지?”

 “오늘도 뭐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아, 오전에 하나 동물원을 들러서 예방접종을 지시하긴 했습니다.”

 “예방접종? 명장제약에서 그런 일도 했었나?”

 “아니요.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처음이라... 우리 쓸 치료제를 달라고 했더니 동물이나 살리려고 해? 그 동물원에서만 한 건가?”

 “백민관이 방문한 동물원은 그곳 하나뿐이지만 접종은 총 5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5곳에서? 마루시에 동물원이 전부 몇 개지?”

 

 청사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말문이 막혀 머리를 긁적이다가 뒤돌아봤다. 그는 미네민에게 동물원의 개수를 아는지 입모양으로 물어봤다. 미네민은 조용하게 손가락 일곱 개를 폈다. 청사는 자신 있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마루시에는 동물원이 7군데 있습니다.”

 “7군데 중에 5군데만 예방접종을 했다는 거군.”

 “예. 그렇습니다.”

 “닥터하는 어디있지?”

 

 닥터하는 흑사가 가장 신뢰하는 의사였다. 흑사단의 대장급 인물들을 전담하는 의사이기도 했다.

 

 “이 시간이면 숙소에서 쉬고 있을 겁니다.”

 “연락해봐.”

 “연락이요?”

 “연락. 지금 당장. 급하니까.”

 

 청사는 휴대폰을 꺼내 닥터하의 번호를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들리는 동안 흑사가 청사를 바라봤다.

 

 “이거 하나만 물어봐. 명장제약의 예방접종과 바이러스 치료제와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는지.”

 

 곧이어 닥터하가 청사의 연락을 받았다. 청사는 오늘 백민관과 명장제약이 행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일과 바이러스 치료제가 상관이 있을까요? 네, 흑사님이 여쭤보셨습니다."

 

 청사의 설명이 끝나자 닥터하에게서 답변이 들려왔다. 청사는 "예.", "아.", 그리고 "그렇군요." 이 세단어만 번갈아 사용하며 대화를 진행했다. 5분간의 통화가 끝나고 청사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흑사는 청사를 넌지시 쳐다봤다.

 

 "닥터하의 의견은 어떻지? 이게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하나?"

 "닥터하님께서 말하길, 어떤 동물의 경우엔 바이러스를 죽이는 물질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 뭐냐... 행체? 생체였나? 아무튼 그것을 실험하려고 동물원에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행체?"

 "그... 저도 이해를 잘 못했지만, 무슨 동물은 학목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그 행체인지 생체인지라는 게 나와서 죽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게 특정 동물에서만 자연적으로 나온단 말이지?"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신기하군. 닥터하가 이해시키느라 진땀 좀 뺏겠어."

 "근데 저는 의문인 게 명장제약 정도면 작은 회사도 아니잖아요?연구소도 있고요. 회사에서 실험해도 되는데 굳이 동물원까지 갈 이유가 있었을까요?"

 

 청사의 의견도 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침묵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자 뒤에서 조그만 목소리가 들렸다.

 

 "예전에 명장제약에서 동물실험을 비밀리에 하다가 들킨 적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동물보호협회에서도 고발했고요."

 

 침묵 속에서 들리는 미네민의 음성은 선명했다. 그녀의 말에 반응한 사람은 청사였다.

 

 "맞아요. 그래서 몰래하느니 아예 예방접종을 하는 척하면서 대놓고 실험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네요."

 

 흑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혼잣말을 뱉었다.

 

 "역시 이 시점에 허튼 일을 벌일 백민관이 아니지."

 "어떻게 할까요?"

 "예방접종을 했던 동물원과 하지 않은 동물원을 조사해 와. 각 동물원에 있는 동물 종류 위주로. 그러면 어떤 동물이 백민관의 타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겠네요. 당장 조사해오겠습니다."

 

 청사는 뒤돌아 미네민을 바라보며 엄지를 올렸다.

 

 

 ***

 

 

 "...그렇습니다."

 

 성 비서의 말을 들은 일호는 의자에 털썩 기댔다. 흐트러진 그의 자세는 망연자실한 마음을 대변했다.

 

 띵-

 

 밖에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30층에 도착한 것이었다. 다급한 걸음소리. 이윽고 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그게 사실이야?"

 

 우 박사가 다짜고짜 사장실로 들이닥쳤다. 그녀는 오리너구리로부터 항체를 추출하기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온 것이었다. 일호는 그녀의 시선을 차마 마주칠 수 없었다. 우 박사도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일호는 성 비서에게 손짓했다.

 

 "성 비서, 잠시 자리 좀 비켜주게. 우 박사와 대화 좀 나눠봐야겠어."

 

 성 비서는 사장의 명령에 따라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사장실엔 일호와 우 박사 둘 뿐이었다. 방금 전 성 비서가 가져온 소식은 그들의 희망의 불씨에 눈보라를 불어넣었다. 우 박사는 머리를 흔들더니 일호를 바라봤다.

 

 "그러면 동물원이 싹 다 털린 거야?"

 "다 데려가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바로는 다섯 종의 동물만 털어갔다고 해요. 오리너구리도 그 중 한 마리고요."

 "그게 싹 다 털린 거지 뭐야. 우리 입장에선 오리너구리가 없으면 동물원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누군가 마루시의 동물원을 침입하여 동물들을 납치해간 것이었다. 그 괴한들이 침입한 동물원은 다섯 곳으로 명장제약이 들렀던 동물원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들은 각각의 동물원에서 5종의 동물을 싹쓸이하듯 가져갔다. 그 5종에는 오리너구리도 포함되었다.

 

 아직 경찰들이 조사 중이지만 성 비서의 말에 의하면 진즉이 도적단의 소행이라고 판명 났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동물원 CCTV에 어젯밤의 사건이 전부 녹화되어있었다. 동물 납치범들은 지난밤에 동물원 정문을 차로 들이받고 무단으로 침범하여 들어갔다. 그들은 특정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마취 총을 쏜 뒤 1시간도 채 안 되어 그 많은 동물을 도둑질해갔다.

 

 "그럼 오리너구리는 한 마리도 안 남았다는 거지?"

 "그렇죠."

 

 이번 도둑질에선 무차별 납치가 아닌 특정 동물을 골라 동물원을 수색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결국 다섯 곳의 동물원에서 같은 종의 동물들이 납치되었다. 계획범죄임이 틀림없었다.

 

 "지금쯤이면 뉴스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겠어요."

 

 우 박사가 먼저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었다. 뉴스 채널로 돌리니 역시나 동물원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좌측 상단에는 '하나 동물원을 포함한 동물원 5곳이 도둑맞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화면에 나오는 동물원들은 곳곳에 담장이 무너지고 철창들도 부서져있어 집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몇몇 동물들은 어째서인지 동물 우리 밖으로 나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범행수법과 사용한 도구들로 봤을 때 달구시 도적단의 소행임이 분명했다. 도적단이 이렇게 동물을, 그것도 대량으로 납치해간 적은 또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TV 속에서 인터뷰하는 동물원 직원들은 하나 같이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일호는 한숨을 쉬었다.

 

 "하필 우리가 갔던 곳들만... 이거 괜히 우리가 의심을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도적단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보단 이제 치료제를 만들 방법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문제지."

 

 오리너구리가 사라졌으니 모든 준비가 허사가 되었다. 더 이상 우 박사가 연구실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뉴스 방송은 다음 소식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어이없는 소식의 연속입니다. 지난 밤 한울 대학교를 비롯한 3개 대학 연구실과 에이광 연구소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그들이 노린 것은 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훔쳐간 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기계였다고 합니다. 혈액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하는 기계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경비가 허술한 새벽시간을 틈 타 침입했다고 합니다. 또한 4곳에서 똑같은 기계를 도난당한 것으로 보아, 경찰에서는 이 사건을 동일한 일당의 소행으로 여기고 수사 중입니다."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일호와 우 박사는 동시에 한 도적단을 떠올렸다. 현재 동물원과 연구소를 동시에 노릴 집단은 하나뿐이었다.

 

 "흑사단의 짓이야. 우리의 계획을 눈치 챈 거야."

 "정말 어떡하죠? 흑사단이라면 훔쳐간 걸 가로챌 수도 없잖아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러니까요.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일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튕겼다. 그는 마른 침을 두어 번 삼키더니 우 박사를 쳐다봤다.

 

 "일단 이렇게 하죠. 이번 기회에 우리 회사에서 전 세계에 있는 오리너구리를 사들이죠."

 

 우 박사의 표정이 굳었다.

 

 "동물협회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아니죠. 오리너구리가 흑사단 손에 들어간 건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명분이 생긴 거예요. 오리너구리를 직접 사서 피해 입은 동물원에 분양한다고 알리는 거죠. 동물원 입장에서도 이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고요. 밀수도 아니고 타당한 이유로 동물은 데려오는 거니 동물보호협회도 성내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그저 오리너구리를 예방접종만 시키고 나서 동물원으로 보내준다고 발표하면 돼요. 그러면 우리는 몇 주 동안 그 오리너구리들을 합법적으로 데리고 있을 수 있어요. 표면적으로는 명장제약의 2차 동물보호 캠페인이 되는 셈이죠."

 

 우 박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현실성 있는 얘기네. 그럼 나는 원래 하던 준비를 그대로 진행하면 되겠어."

 "그렇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죠."

 

 그들의 논의는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우 박사는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을 일호에게 간단히 보고했다. 일호는 그제야 미간의 주름이 펴졌다.

 

 "좋아요. 준비도 마지막 단계니까 이대로라면 아직 늦진 않았어요."

 "오케이. 난 마무리하러 가볼게."

 

 우 박사는 일호의 미소를 뒤로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아까 전 30층에 도착했을 때와 비교되는 여유로운 걸음이었다. 그녀는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녀는 유유히 입장했다. 보통 30층에서 승강기를 타는 사람은 많아야 두 사람이었다. 일호와 성 비서를 제외한 직원이 개인적인 일로 30층까지 올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우 박사가 승강기에 타는 경우엔 십중팔구 그녀 혼자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승강기 내부를 주의깊게 둘러봤다. 우 박사는 자신이 엘리베이터에 홀로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문이 닫힙니다.]

 

 곧 승강기의 문이 닫혔고 그녀는 비상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3층]을 눌렀다. 승강기는 그 즉시 고속으로 하강했다.

 

 띵-

 

 문이 열리고 우 박사는 지하 3층에 내렸다. 지하 3층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녀의 눈앞으로 실험실을 가장한 실험체보관소가 나란히 줄지어있었다. 우 박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목적지는 지하 3층에서도 가장 깊숙한 공간이었다. 그곳은 그녀가 하루 3번,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에 들르는 장소였다. 평소 같으면 식판을 들고 찾아갔겠지만 오늘은 빈손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가장 구석진 방 앞에 섰다. 그 안으로 흐리멍덩한 두 눈동자가 보였다.

 

 "백 사장."

 

 우 박사는 멍하니 앉아있는 백민관을 불렀다. 백민관은 너무나 평온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우 박사는 좌우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카쟝은 아직도 교도소에 갇혀있고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아. 강일호는 한동안 치료제에 정신이 팔려서 여유가 없을 거야."

 

 우 박사는 말을 마치고 민관을 응시했다. 민관의 낯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우 박사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니 당분간 당신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도 소홀해질 거야."

 

 우 박사는 주문을 마친 마법사처럼 민관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봤다. 백민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그의 눈동자가 선명해졌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

 

 

 카쟝은 조심스럽게 목 주위를 더듬었다.

 

 ‘살짝 헐거워졌어.’

 

 그는 금정의 얼굴을 본 뜬 마스크의 테두리 부분을 확인했다. 고양이 발바닥처럼 탱탱하던 마스크의 탄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애초에 일주일만 사용하리라 예상하고 제작한 가면이었다. 그렇다고 허접하게 만든 건 아니었기에 넉넉잡고 한 달은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한계였다. 이대로 간다면 내월 말엔 마스크로서의 소명을 다 할 것이 분명했다.

 

 마스크를 수정하고 싶어도 그의 손엔 변장도구가 없었다. 교도소에서 대체재를 얻어 보려했지만 적합한 재료가 없었다. 마스크는 서서히 주름지는 게 느껴지고 테두리는 너덜거리기 시작했다. 카쟝의 가면이 벗겨지고 정체가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냥 가면을 벗고 잘못 들어왔다고 해볼까?’

 

 그러나 교도관들은 카쟝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심문할 테고, 카쟝의 죄는 드러날 것이며, 교도소 전체의, 어쩌면 세상 전체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제 발로 교도소로 들어와 갇힌 도둑 카쟝.]

 

 ‘그런 수치를 당할 수는 없지.’

 

 이제 진지하게 탈옥방법을 강구해야할 시간이었다. 카쟝은 그동안 교도소의 빈틈을 찾으려 이리저리 관찰했다. 하지만 쉽사리 길이 보이지 않았다. 뚜렷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카쟝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목을 따라 움직였다.

 

 ‘일단 우 박사한테 변장도구를 몰래 넣어달라고 해야 하나?’

 

 지금의 가면이 언제 찢어질지 몰랐다. 아니, 가면 수정은 둘째 치고, 교도관으로 변장할 수만 있다면 탈출을 향한 통로가 꽤 넓어졌다. 카쟝의 두뇌도 교도관들의 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특정 교도관을 흉내 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카쟝은 이내 생각을 접었다.

 

 ‘변장도구를 몰래 들일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최소한의 변장도구만 챙긴다고 해도 서류가방 크기였다. 수감자들에게 오는 편지나 택배는 금속 탐지기를 지나야하며, 교도관들이 뜯어보고 샅샅이 분해까지 했다. 그 후에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그때서야 수감자에게 전해지는 방식이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 건물을 탈출할 방법부터 찾아보자.’

 

 그의 눈앞에 수용실을 막고 있는 철창이 보였다. 매일 아침이면 수감자들이 식당으로 갈 수 있도록 교도관들이 그 문을 열어줬다. 문을 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날의 담당 교도관이 복도 끝에 있는 센서에 지문을 찍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그 복도 전체의 철창이 열렸다. 다시 말해, 교도관의 지문과 출입 비밀번호만 알아내면 이 수용실의 문을 개방할 수 있었다.

 

 ‘지문과 비밀번호를 얻어내는 게 문제지만.’

 

 철창을 지나게 되면 이 건물 자체를 벗어나는 건 누워서 떡 먹기였다. 건물 통로 입출구마다 철문이 가로막긴 했으나 교도관의 지문을 찍으면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철창을 열기 위해 사용했던 교도관의 지문을 재활용하면 해결이었다.

 

 이 건물의 탈출이 곧 탈옥의 성공이냐? 그건 절대 아니었다. 카쟝은 제 발로 들어왔던 2개의 울타리를 다시 넘어가야했다.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무원증이 필수였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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