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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교도소의 삶(2)
작성일 : 22-03-03 21:44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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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건물 사이에 꼬맹이 한 명이 쪼그려 앉아있더라고? 근데 보니까 애가 말라 비틀어져서 뭔가 불편해 보여. 그래서 다가갔지. 가서 어디 다친 데가 있는지 물어봤지. 근데 그 어린 소녀가 온몸을 오돌오돌 떨고 있지 뭐야? 내가 또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바로 앞에 약국이 있더라고? 그래서 약국에서 약이라도 사다 먹으라고 했지. 근데 돈이 없다고 약을 못 산다네? 그래서 내가 대신 사주려고 약국을 들어갔는데! 글쎄 그 약이 15만 환인 거야. 심지어 약사가 내 모습을 보더니 나한테는 안 팔겠다고 하네? 그 당시에 내가 뭘 입고 있었더라? 그냥 반바지에 런닝구 입고 있었지. 그게 이상한 복장이야? 이상하진 않잖아? 하여튼 그건 그렇고 그런 상황이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잖아? 물론 15만 환이 없기도 했지만 아무튼 화가 나더라고. 내가 외상으로 해달라 했더니 그것도 거절하더라? 그래서 약사한테 턱주가리 한 대 맞기 전에 약 내놓으라고 했지. 그랬더니 약사놈이 힘으로 안 될 거 같으니까 치사하게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네? 그러고선 약사가 신고하려고 수화기를 들더라? 그래서 내가 바로 그 수화기를 내동댕이쳐버리고 그 약사한테 좋은 말로 할 때 약 내놓으라고 했지. 그제야 순순히 내놓더라.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한테 약을 줄 수 있었지. 뿌듯하더라. 그리고 아이가 고맙다고 인사하길래 머리 한 번 쓰다듬고 작별인사 했거든? 근데 애가 골목 끝으로 사라지자마자 경찰 사이렌이 저 멀리서부터 울리더라고. 도망? 안 갔지. 사실 나 쫓으러 오는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 근데 내 앞에 서더라고.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난 소녀의 생명을 구한 거니까."

 

 그렇게 하언은 7년형을 받았다.

 

 하언은 자신이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를 자랑스럽게 밝혔다. 카쟝은 이 이야기도 벌써 2번째였다. 하언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이야기에 비하면 그나마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같은 이야기더라도 들을 때마다 내용에 뭔가가 자꾸 첨가되는 걸로 보아 허언증도 살짝 있는 듯했다. 심지어는 이런 말까지도 했다.

 

 "형씨,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나가는 건 식은 죽 먹기야."

 

 하언은 자신이 인맥이 넓다는 점을 항상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조금만 힘을 쓰면 바깥에 있는 지인들이 힘을 써주기 때문에 여기서 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고 자신했다. 근데 또 완전히 거짓말 같지는 않은 것이, 하언은 교도관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수감자로서는 정말 드문 일이었다. 다른 수감자들에게는 얼음처럼 차가운 교도관들이었지만 하언과는 인사를 주고받을 정도로 다정했다. 하언의 수다가 교도관들에게는 잘 먹히는 모양이었다.

 

 "교도소는 내 손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형씨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 해."

 

 하언이 교도관과의 인맥을 이용하는 경우는 본인을 위해서 뿐만은 아니었다. 그는 교도관들과의 친분을 이용하여 외부물품을 유통하는 일도 담당했다. 교도소 밖의 물품을 교도관이 몰래 사다 주면 하언이 그것에 2~3배 되는 돈을 지불하는 방법으로,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였다. 껌, 초콜릿, 그리고 담배까지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것들은 전부 유통했다. 정가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에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러나 교도소에서의 지루한 일상을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수감자들에게 그 정도의 비용은 아깝지 않았다. 다른 수감자들 입장에서는 하언과 친분을 쌓아야 그 혜택을 만끽할 수 있었기에 그와의 연을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었다. 카쟝은 이 정도 친화력이면 사회에서 뭘 하든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하언의 설교는 계속되었다.

 

 "교도소에서 편하게 사는 방법은 딱 2가지야. 모두와 친하게 지내든지, 아니면 모두를 밑에 두든지. 난 모두와 친해지기를 택한 셈이지. 물론 후자를 택할 수도 있었지. 어? 못 믿는 눈치네? 자, 나를 잘 봐. 원래 교도소는 표정으로 먹고 들어가는 법이거든."

 

 하언은 눈썹을 씰룩씰룩거리며 애써 화난 표정을 지었다.

 

 "네. 무섭네요."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도 하언의 입은 쉬질 않았다. 어찌 됐든 카쟝은 교도소에서 금정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불필요한 말을 삼갔다.

 

 '일주일만 잘 참으면 돼.'

 

 하언의 말도 90% 이상 흘겨들었다. 문제는 교도소 특성상 하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잠에 들 때까지 일과시간을 빼고는 좋든 싫든 그와 마주쳐야 했다.

 

 "흠, 오늘은 어떤 노래를 틀어볼까?"

 

 하언은 일과시간에 라디오 DJ를 맡고 있었다. 출역시간이나 운동시간에 교도소 전체에 노래를 틀어주는 역할이었다. 다른 일과에 비해 편한 임무였기에 모범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람만 할 수 있었다. 무려 하언이 입소한 지 2주일 만에 획득한 최고의 보직이었다. 이 또한 그의 친화력이 큰 영향을 끼친 덕이었다.

 

 "하언 씨, 근데 노래가 죄다 멕아리 빠지는 것만 나오던데요?"

 

 카쟝의 핀잔에 하언의 얼굴은 억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건 내가 틀고 싶어서 트는 게 아니야. 시끌벅적한 음악은 교도관들이 막는단 말이야. 다른 수감자들 흥분할까봐 댄스, 힙합, 그리고 락조차도 금지야."

 "아, 전 또 하언 씨가 클래식 음악만 들려주길래 부드러운 감성의 소유자인줄 알았네요."

 "여기선 너한테만 밝히는 거지만, 내 몸은 온통 록 스피릿으로 가득 차있어."

 

 하언은 자칭 록 마니아였다. 그는 양손으로 기타 치는 시늉을 했지만 카쟝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이제 곧 일과시간이네요."

 

 카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도관들이 일과 시간임을 알렸다.

 

 "일과시간 5분 전! 다들 나와서 한 줄로 서!"

 

 카쟝과 하언도 출역을 나갔다. 하언의 경우는 방송실로 향했고 카쟝은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작업장으로 갔다. 카쟝은 그곳에서 죄수들이 입는 옷을 만들어야 했다.

 

 "자, 자, 다들 위치로 가고!"

 

 지도반장의 지도에 따라 수감자들은 제각기 자리를 잡았다. 작업장에는 지도반장을 포함한 20명 정도의 남성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 재봉틀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았다.

 

 "자, 2시간 뒤에 잠깐 쉬겠어. 그때까지 쉬지 말고 집중해! 시작!"

 

 그의 명령과 함께 작업이 시작되었다. 규칙적인 재봉틀 소리가 작업장을 채웠다. 지도반장은 작업장을 쓱 둘러보더니 구석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오늘도 혼자 쉬네.'

 

 카쟝은 의아했다. 지도반장도 수감자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반장의 왼쪽 가슴에 '78912'라는 죄수번호가 떡하니 붙어있었다. 어제도 오늘과 같은 상황이었다. 누구는 4시간 내내 작업을 하는데 누구는 의자에 앉아 유유히 잡지를 읽고 있었다. 카쟝은 조용히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지도반장인데 감독하는 거 같지도 않고 놀기만 하잖아요. 왜 아무도 저 사람한테 뭐라고 안 하는 거예요?"

 

 옆 사람은 재봉틀을 멈추고 카쟝을 쳐다봤다. 그는 턱수염을 손가락만큼이나 기른 남자였다. 그는 카쟝을 타이르듯 속삭였다.

 

 "당신, 여기 사정을 잘 모르나 본데. 함부로 그런 말 하면 안 돼."

 

 카쟝은 그의 태도에 당황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자 수염의 사내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지도반장 저 사람, 게적그룹에서 길석 형님 밑에 있었대."

 "게적그룹이요?"

 

 게적그룹은 카쟝이 배를 타고 솔코라인으로 오는 동안 만났던 도적단이었다. 그들의 이름을 여기에서 또다시 듣게 된 것이었다.

 

 그때였다.

 

 "야! 거기 첫째 줄! 잡담 하지 마!"

 

 지도반장은 카쟝과 수염 달린 말동무를 향해 소리쳤다. 순식간에 작업장 전체가 고요해졌다. 수염의 사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옷을 꿰맸다. 카쟝도 그를 따라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재봉에 집중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났고, 수감자들은 휴식시간 10분 전부터 일을 끝내고 한숨 돌렸다. 아직 손이 익숙하지 않은 카쟝도 시간이 지나면서 작업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다행히 휴식시간 전에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휴식 시간이 되자 작업반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앞으로 10분 동안 휴식시간이다! 아직 할당량 못 채운 사람은 쉬는 시간 동안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조용히 쉬고 있어.”

 

 지도반장은 명령조로 휴식을 알렸고 그대로 책상에 누웠다. 카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너 명의 수감자들은 아직 옷감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휴식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렸다. 카쟝은 그들을 도와줘야 하나 싶었으나 다른 수감자들은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정말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른 수감자들은 낙오자들을 무시한 채 각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지도반장의 위압감 때문인지 크게 떠들진 못하고 속닥거릴 뿐이었다. 카쟝도 수염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에 게적그룹 사람들이 많아요?”

 “당연하지. 여기 태반은 다 거기 출신일 걸? 그래서 더 조심해야 돼.”

 

 수염의 사내는 한 마디를 하면서도 눈동자를 좌우로 수차례 움직였다. 아무래도 그는 게적그룹의 그룹원이 아닌 듯했다.

 

 “어? 새 일감 들어온다.”

 

 창문으로 옷감을 들고 오는 교도관들이 보였다. 눈에 선명한 일거리가 보이자 수감자들은 한숨을 쉬었다. 교도관은 작업장으로 들어와 지도반장의 책상에 옷감을 올려놨다.

 

 “쉴 땐 쉬더라도 이건 오늘 안에 다 만들어야 하는 거 알지?”

 “옙! 알겠슴다.”

 

 지도반장은 교도관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교도관들은 그의 태도에 만족하며 다시 복도로 나섰다. 원래는 교도관이 작업장에 서서 수감자들을 감독해야 했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그 일을 지도반장에게 위임했고 본인들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지도반장은 완장도 찼고 교도관도 없으니 더욱 의기양양해질 수밖에 없었다. 교도관이 복도너머로 사라지자 지도반장은 앞줄에 앉아있던 2명을 불러냈다.

 

 "거기 둘. 이리 나와봐."

 

 '18721'번과 '36521'번. 한 눈에 봐도 두 사람 모두 지도반장보다 나이가 많아보였다. 하지만 태도는 정반대였다. 두 사람은 지도반장 앞에 서서 사장을 만난 신입사원처럼 굽신거렸다.

 

 “야, 어서 일 분배하자.”

 

 두 사람은 지도반장의 명령 하에 움직였다. 그들은 좌측부터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수감자 한 명당 일정량의 옷감을 분배해주었다. 곧 카쟝의 책상에도 옷감이 놓였다. 아까보다 훨씬 적은 양이었다. 수염의 사내는 옆에서 미소 지었다.

 

 “이번엔 꽤 빨리 끝낼 수 있겠는데?”

 

 카쟝은 의아했다.

 

 ‘정말 이것만 하면 된다고?’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2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양이었다. 카쟝은 눈을 돌렸다. 아직 분배되지 않은 옷감이 산더미였다.

 

 '그럼 저건 누가 해?'

 

 분배하던 두 수감자는 그 옷감을 나눠주다가 마지막 책상 앞에 섰다. 가장 구석 책상에는 덩치가 꽤 큰 남자가 앉아있었다. 분배자들은 남은 옷감을 모두 마지막 책상 위에 올렸다. 그에게 그것을 전부 하라는 표현이었다. 전체 옷감의 1/3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카쟝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들을 관찰했다. 덩치 큰 남자는 코도 주먹만 하고 입도 커서 전체적으로 하마를 연상시켰다. 죄수번호는 '91312'.

 

 ‘어쩌려고 저 남자한테 일감을 몰아준 거지?’

 

 명백한 시비였다. 두 분배 담당자는 히죽거렸다. 카쟝은 덩치의 사내를 보다가 그 둘을 보았다. 그 둘은 앞 사내의 주먹 한 방이면 잠시 영혼이 나왔다 들어갈 것처럼 왜소했다. 하지만 그들은 믿는 구석이 있는 지 미소를 유지한 채 자리로 돌아갔다.

 

 그 순간 '91312'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업장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 덩치가 확연히 드러났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고 몸무게도 카쟝의 2배는 될 것 같았다. 카쟝은 그의 다음 행동이 궁금했다.

 

 스윽-

 

 덩치의 사내는 책상에 놓인 일감을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를 들었다. 그는 그대로 지도반장에게 직행했다.

 

 턱.

 

 그는 손에 든 일감을 지도반장의 책상에 올려놨다. 지도반장은 도끼눈을 떠 그 사내를 올려다봤다.

 

 “뭐야. 네 일감을 왜 나한테 줘?”

 

 하지만 덩치의 사내는 대꾸도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지도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그는 책상에 놓인 옷감을 전부 손에 들고 덩치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덩치는 그의 접근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재봉할 옷감을 책상에 올려놨다. 그런 그를 보는 지도반장의 입에서는 분노가 새어나왔다.

 

 "네가 날 아주 우습게 보는구나?"

 

 지도반장이 덩치에게 다가가는 사이 몇몇 수감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곧 무리를 지어 덩치를 둘러쌌다. 지도반장은 가장 앞에 서서 '91312' 수감자를 내려다봤다.

 

 "야. 뒤질래?"

 

 '91312'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도반장은 코웃음 쳤다.

 

 "그래. 원하는 대로 해줄게."

 

 지도반장은 옷감을 덩치의 면상에 힘껏 던졌다. 그와 동시에 주위의 사내들이 '91312'에게 몸을 던졌다. 한 무리의 사내가 팔과 다리를 휘둘러 한 남성을 구타했다. '91312'는 온몸을 웅크린 채 무차별 폭행을 맞기만 했다. 카쟝은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 사태를 말려야 할 것 같았다.

 

 꽈악.

 

 수염의 사내가 카쟝의 소매를 잡았다. 카쟝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야! 교도관 떴다."

 

 망을 보던 수감자가 짧게 소리쳤다. 교도관이 소란을 들은 듯했다. 교도관이 복도를 뛰어오는 소리에 소동은 급히 일단락됐다. 수감자들을 자리로 돌아갔고 지도반장은 볼에 흐르는 땀를 닦으며 웃었다.

 

 "별 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덩치의 사내는 바닥에 쓰러져 있고 그의 주위로는 수많은 옷감들이 난잡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 사이 교도관이 작업장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야?"

 

 지도반장이 웃으며 답했다.

 

 "아무 일도 아님다. 잠시 뭐 좀 고치느라 요란스러웠슴다. 시끄럽게 만들어서 죄송함다."

 

 교도관은 주위를 빙 둘러봤다. 그의 시야로 '91312' 죄수가 보였다. 그는 바닥에 누운 채 미동도 없었다. 교도관은 지도반장을 봤다.

 

 "그래. 다른 문제는 없고?"

 "네. 없슴다. 작업은 정해진 시간 내에 반드시 끝내겠슴다."

 "그래. 그러면 마무리 잘 하고."

 

 카쟝은 당황스러웠다. 교도관은 분명히 바닥에 쓰러진 '91312'를 보았다. 덩치 때문에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그 수감자를 외면했다. 덩치의 사내가 교도관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는 아닌 듯했다. 교도관들이 돌아가자 지도반장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자, 다들 작업 시작하자고! 어서 끝내고 쉽시다."

 

 작업장의 다른 이들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을 재개했다. 그제야 수염의 사내도 카쟝의 소매를 놓아주었다. 족쇄가 풀린 카쟝은 서슴없이 덩치의 사내에게 걸어갔다. 그 사이 '91312' 수감자는 허리를 들어 몸을 일으켰다. 카쟝은 그의 주변에 떨어진 옷감들을 주워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옷감 중 절반 이상이 카쟝의 품에 들려있었다.

 

 "이건 제가 할게요."

 

 카쟝이 옷감을 들어 올리는 동안 덩치의 사내는 카쟝을 스쳐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쟝이 옷감을 들고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도 그 수감자는 바닥만 멍하니 바라봤다.

 

 "야, 그걸 가져오면 어떡해?"

 

 수염의 사내가 카쟝을 다그쳤다. 카쟝의 말동무는 카쟝의 결정에 안절부절못했다. 반면 카쟝은 웃으며 답했다.

 

 "어차피 한 명이라도 작업 못 끝내면 전체 다 꾸중 듣잖아요. 꾸중 안 들으려고 도와주는 거라고 치면 되죠."

 

 더 이상 여유는 없었다. 이전까지 재봉하는 방법을 충분히 익혔기에 카쟝은 능수능란하게 작업했다. 하지만 일감은 이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나름 손이 빠르다고 자부하던 카쟝도 마감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옷을 다 만들 수 있었다. 작업을 마치고 나온 카쟝은 눈마저 침침해진 것을 느꼈다.

 

 "피곤해."

 

 그렇게 노동의 시간을 마치고 수감실로 돌아가니 언제나처럼 룸메이트가 침대에 앉아있었다.

 

 “형씨, 오늘은 별 일 없었고?”

 

 그는 이야깃거리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카쟝을 쳐다봤다. 카쟝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런 카쟝의 태도를 파악한 하언은 카쟝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춤거려? 무슨 일인데?”

 

 카쟝은 계속 머뭇거렸다. 하언은 답답했는지 침대에서 일어섰다.

 

 “형씨, 이 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내가 몇 군데만 들쑤시면 다 밝혀지게 돼있어. 괜한 궁금증 만들지 말고 어서 얘기해봐.”

 

 카쟝은 그대로 말을 삼킬까도 싶었다. 하지만 하언이라면 이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쟝은 결국 입을 열었다.

 

 “작업장에서 지도반장과 다른 수감자들이 한 사람을 폭행했어요.”

 

 하언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충격 받았구나?”

 “정말 아무 이유도 없었어요. 일감을 많이 주고서는 그 사람이 못하겠다고 일감을 돌려주니까 그런 행동을 취하더라고요.”

 “너무 신경 쓰지 마. 여기서는 그런 일이 다반사니까.”

 “다반사라고요?”

 "이 교도소 특성상 폭력 전과로 들어온 사람들이 수두룩해서 말이지. 다들 심지만 없었지 시한폭탄 같은 존재야."

 “그런가요?”

 "그리고 내 추측이 맞다면 그 폭행에 가담했던 사람은 게적 그룹원이었을 거야."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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