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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카쟝 Inside
작성일 : 22-02-26 14:20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7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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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그 초상화는 카쟝이 훔친 것입니까?"

 "범인은 확인 중입니다."

 "지난 밤 경비원의 목격담에 의하면, 회사에 아이들이 있었다는데 카쟝과 관련이 있는 일입니까?"

 "아이들은 흑사단의 단원이라고 추정됩니다. 흑사단이 물러나면서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아, 어젯밤 흑사가 아이들에게 도적질을 명령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이 소나기처럼 쏟아졌지만 모든 대답의 결론은 "카쟝의 출현 여부조차도 확실치 않다."였다. 기자들도 카쟝에 대한 질문은 지쳤는지 방향키를 돌려 백민관에 대한 질의를 했다.

 

 "백민관 사장님은 오늘 왜 안 나오신 겁니까?"

 "사장님은 현재 다른 스케줄이 있으십니다."

 "그 스케줄이 무엇입니까?"

 "그건 말씀해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로는 어젯밤에 장관급 인사 20명이 명장제약에 출입했다던데 사실입니까?"

 "답변해드릴 수 없습니다."

 "말하면 곤란한 비밀스러운 모임인 겁니까?"

 "저는 모르는 일이라 답변을 안 한 겁니다."

 

 질의응답시간은 끝으로 다다를수록 점점 답답해져갔다. 기자들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지만 원 이사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형세였다. 효인은 그 자리에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강상일보 기자팀을 남기고 강당을 나섰다.

 

 "잠깐 명장제약 건물에 들어갔다 오겠네."

 

 그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명장제약 로비로 향했다. 오랜 만에 카메라를 들자니 신입 시절이 생각나며 살짝 설레기도 했다.

 

 "이런 기분 오랜만이네."

 

 현재 효인은 편집장이기 때문에 현장에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그가 명장제약까지 오게 된 까닭은 며칠 전 카쟝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카쟝은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에서 1월 1일에 명장제약회사 로비로 오면 마지막 [카쟝 Inside]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오효인 본인이 직접 취재를 온 연유도 그와 같았다.

 

 "편집장님, 같이 가시죠."

 

 그의 옆엔 신입 기자 한 명이 붙어있었다. 이름은 권현후. 이제 몇 안 남은 강상일보의 젊은 인력이었다.

 

 "그래. 권 기자, 빨리 오게나."

 

 며칠 전, 강상일보가 카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강상일보 대부분의 기자들이 짐을 쌌다. 엊그제부터 편집장 책상엔 사표서가 백과사전 두께로 쌓였고 사무실은 마감시간의 카페처럼 텅텅 비었다. 절반 가까운 직원들이 자진 퇴사했고, 남아있는 직원들로는 강상일보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강상일보에서 제대로 된 신문을 출간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은 카쟝과 백민관의 이야기로 겨우 기사를 때울 뿐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취재거리도, 기자들도 마땅치 않았다.

 

 "편집장님, 여기로 들어오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명장제약 출입문으로 들어서던 현후가 물었다. 효인은 묵묵히 회사 내부 사진을 찍었다.

 

 "그냥, 사진이나 찍어놓을까 하고 왔지."

 “사진을 찍는 의미가 있나 싶어서요. 무슨 일이든 간에 다 끝난 상황 같은데요?”

 

 그의 말처럼 명장제약회사는 휑했다. 휴일이라 회사 직원이 없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폐허처럼 느껴지는 외형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라고는 효인처럼 명장제약회사의 곳곳을 사진으로 담는 기자 세 명이 전부였다.

 

 “오늘 공휴일이라서 직원 인터뷰도 못할 겁니다.”

 

 현후의 입에선 부정적인 의견만 흘러나왔다. 하지만 효인도 동감이었다. 그저 카쟝과의 약속 때문에 들어와 봤을 뿐, 아직까지 카쟝의 생존 여부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정처 없이 명장제약 로비를 서성거렸다.

 

 ‘그래도 카쟝이 부른 이유가 있을 거야.’

 

 효인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이내 그는 로비 중앙을 카메라로 찍었다. 로비 1층에 붙어있던 백민관의 초상화는 깔끔하게 뜯겨나갔고 대리석 바닥은 이곳저곳 깨져있었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핏자국은 어제의 총격전을 상기시켜줬다.

 

 "브리핑은 끝났나 보네요."

 

 강당에서 울려 퍼지던 마이크 소리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명장제약 대변인도 어제 생겼던 사건을 새벽부터 1시간 동안 정리하려 했으니 정신없었을 거야. 지금쯤 지쳐서 주저앉았겠지."

 “편집장님.”

 “응?”

 “무슨 소리 안 들리십니까?”

 

 우웅-

 

 정적이 감돌던 로비에서 난데없이 기계음이 들렸다. 두 사람은 눈길을 돌려 구석을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은 엘리베이터에 닿았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30층에서 누군가 내려오나 봐요.”

 

 미세한 진동과 함께 승강기의 작동이 느껴졌지만 현후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띵-

 

 [문이 열립니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선 대여섯 명의 사람이 내렸다. 다들 연구복을 입고 있어 성별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터덜터덜 걷는 걸음과 퀭한 눈은 좀비를 연상시켰다.

 

 "다들 밤이라도 샌 건가?"

 

 갑작스런 등장에 두 남자는 자리에 멈춰서 미어캣처럼 그들을 지켜봤다. 좀비들은 기자들을 발견하자 발걸음을 옮겨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행색을 본 현후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저 사람들 옷에 묻은 거, 피 아닌가요?"

 "이 회사의 연구원들 같군. 내가 가서 확인해보지."

 

 효인은 주저 없이 성큼성큼 접근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들 중 다섯은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헐거운 양복을 입고 있었다. 효인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6쌍의 다크 서클이 효인의 얼굴로 향했다.

 

 "누구시죠?"

 

 효인도 그제야 그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 둘과 남자 넷으로 추정되는 무리였다. 효인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강상일보의 오효인 기자입니다.“

 

 그 무리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연구원이 답했다.

 

 "기자님이시구나. 안 그래도 기자님을 찾고 있었는데."

 "저를 찾고 계셨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기자님들을 찾았다는 뜻인데...."

 "아...."

 

 효인이 할 말을 못 찾고 있는 사이, 로비의 다른 기자들도 그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들은 재빨리 동료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기자들은 특종 냄새를 맡는 데는 기가 막혔다.

 

 “...진짜라니까. 빨리 명장제약 로비로 와.”

 

 하루 전 명장제약은 안전상의 이유로 모든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켰다. 오늘은 전 직원이 쉬도록 공지를 내렸다. 따라서 어젯밤부터 현재까지 회사에는 경비인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 나오는 연구팀은 어제 있었던 장관급 비밀 모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명장제약 연구팀이 나왔다고?"

 

 1분도 안 되어 50명 가까운 기자들이 로비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주차장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찰나에 연구원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었다. 기자들은 촬영 장비를 어깨에 짊어진 채 부랴부랴 달려들었다. 어찌나 서두르던지 뛰어오면서 질문하며, 동시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젊어지는 기술을 개발했다던데요. 정말입니까?"

 "어제 그 새로운 기술을 시연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비밀리에 고위 인사들만 초청했다고 하던데요. 어디까지가 진실입니까?"

 

 그들의 질문은 확신에 차있었다. 지하 4층을 방문했던 손님 중 누군가가 어제의 시연회를 살짝 흘린 것이 분명했다.

 

 '고위 인사? 시연? 젊어지는 기술? 설마 RB project를 말하는 건가?'

 

 효인은 도통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다른 언론사들과 담을 쌓은 데다가 주요 기자들까지 죄다 퇴사해버리는 바람에 그런 솔깃한 정보가 있을 리가 없었다.

 

 강상일보 기자팀은 엉겁결에 기자단 맨 앞줄에 서서 명장제약 연구팀과 마주했다. 권현후도 이 기회를 놓칠 새라 재빨리 카메라를 꺼냈다.

 

 "대답해주세요!"

 

 연구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기자단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백민관 사장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연구팀의 첫 대답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여기 있습니다."

 

 대답은 연구원들 사이에서 들렸다. 이어서 연구원들 뒤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몸이 불편한 지 다른 연구원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왔다. 헐렁한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양복은 평소에 백민관이 즐겨 입던 복장이었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키, 체격이 백민관과 상당히 흡사했다. 계속 보다보니 얼굴도 매우 닮아보였다. 백민관의 대학생 사진을 꺼내면 그 속에 보일 법한 외모였다.

 

 "제가 백민관입니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햇살이 무색해질 정도로 강렬한 빛이 청년의 얼굴로 쏟아졌다. 그 청년은 눈부심을 참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백민관이 TV에서 보여주던 미소였다.

 

 “정말로 젊어지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어느새 명장제약 1층은 언론인들로 인산인해였다. 백민관이 등장했다는, 게다가 젊어졌다는 소식에 마루시의 언론사들이 총출동한 것이었다. 기자들은 창병처럼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취재기자들도 너도나도 앞다퉈 카메라를 내밀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소리로 효인의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벌써 로비는 아수라장이었다.

 

 "아직 믿기지가 않는데요. 어떤 기술로 젊어지신 건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백민관이라고 칭한 남자는 연구원 중 가장 뒤에 서있던 여인을 가리켰다.

 

 "이번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인 우나영 박사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이 분께서 해주실 겁니다."

 

 효인의 좌측에서도 셔터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권 기자는 이 순간을 1초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딱따구리처럼 움직였다.

 

 "안녕하십니까."

 

 우 박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보고서를 가슴 위로 들었다. 얇은 책 두께의 보고서였다.

 

 "저희는 20년 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젊어지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4시간에 걸친 수술을 통해 백민관 사장님을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보고서 중 일부를 기자들 앞에 들었다.

 

 "여기 검사결과도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 서있는 남자는 정수리부터 발뒤꿈치까지 37조 개의 모든 세포들이 백민관 본인입니다."

 

 보고서 하단에는 '유전자 일치도: 100%'란 글자가 진하게 쓰여 있었다. 또 한 번 셔터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백민관의 회춘을 축하하는 박수갈채였다.

 

 "어떤 기술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 박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았기에 극비입니다. 기술이 좀 더 단순화되고 안정화되면 차차 공개하겠습니다."

 

 기자 한 명은 백민관을 향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이번 일로 명장제약 주가가 더 상승하겠습니다."

 "하하하."

 

 민관은 한 번 더 온화한 웃음을 띠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젊어진 몸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글쎄요...."

 

 백민관은 로비 중앙을 쓰윽 둘러보았다.

 

 "...일단 초상화부터 새로 맞춰야겠네요."

 "젊은 사장으로서 첫 일정은 무엇입니까?"

 

 민관은 잠깐 뜸을 들인 뒤 답했다.

 

 "우선 우 박사님의 권유대로 회복기간을 좀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효인도 그 청년을 뚫어져라 관찰하다보니 백민관이 도로 젊어졌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주름이 사라지고 살이 좀 빠졌지만 틀림없는 백민관이었다.

 

 '넓은 이마부터 쳐진 눈까지 백민관을 빼다 박았어.'

 

 효인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백민관도 고개를 돌려 효인을 쳐다봤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뭐지?"

 

 효인은 민관의 낯이 익었다. 백민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처음인데도 굉장히 익숙한 기분이었다. 백민관은 효인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기자 분들 이렇게 회사 로비까지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백민관은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가볍게 숙여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그의 시선 끝은 효인을 맴돌았다. 효인도 그제야 그 눈빛을 기억해냈다.

 

 "역시, 꽤나 대단한 걸 훔쳤군."

 

 효인은 마지막 [카쟝 Inside]를 보고 있었다.

 

 

 ***

 

 

 마루시 한복판에 위치한 문빈타워. 문빈타워는 150층을 자랑하는 건물로, 마루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마루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기도 했다. 1층부터 10층까지는 쇼핑몰, 11층부터 꼭대기까지는 각종 사무실과 주거시설로 쓰이고 있었다.

 

 그 많은 층 중 65층에는 깔끔하게 만들어진 소형 회의실이 있었다. 오늘, 1월 2일, 그 65층 회의실에는 넓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10명의 장관들이 빙 둘러 앉아있었다.

 

 법무부 장관 조평환

 보건부 장관 구인희

 교육부 장관 표형구

 과학부 장관 최언웅

 국방부 장관 김달성

 교통부 장관 송혜성

 환경부 장관 강희철

 외교부 장관 심은섭

 경제부 장관 원환섭

 

 장관들은 파티에 참석한 것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앉아있었다. 장관들이 모인 적은 명장제약에서 비밀리에 모였던 이후로 처음이었다. 오늘의 모임도 명장제약의 일과 관련이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대화내역을 따로 기록하지 않는, 비공식 장관회의였다.

 

 보통 장관회의라고 하면 대통령의 소집으로 이루어지지만 오늘은 대통령도 자리하지 않았다. 장관들끼리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만든 자리였다. 사석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들은 편한 친구를 만나듯 인사를 나눴다.

 

 "심 장관 오랜만이군."

 "오랜만이라뇨. 그날 보셔 놓고서는. 원 장관님도 참."

 

 참가자 중 대부분은 이틀 전 명장제약 지하 4층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나머지 사람은 그날 일정이 있거나 도적단이 부담스러워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초에 백민관의 초대장을 받지 못한 이도 단 한 사람 있었다. '그 장관'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백민관이 결국 그 기술을 성공했나 보군. 난 그저께 급한 일이 생겨서 일찍 자리를 뜨는 바람에 마무리를 못 봤어."

 “급한 일은 무슨. 건물 무너진다고 후다닥 잘만 도망치던데.”

 “아이, 사람 참, 표현을 해도 후다닥이라니.”

 “뭐 부끄러워할 게 뭐 있어? 솔직히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어? 없잖아?”

 “맞아. 솔직히 다들 자기 살자고 바빴지.”

 “아무튼 결과적으론 다 잘 풀린 거 아니야?”

 

 그 말이 나오자 마법처럼 모든 대화가 중지되었다. 동시에 장관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보건부 장관 구인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 모임을 만든 주최자이기도 했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 축하하려고 만든 자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명장제약과 관련하여 축하할 일이 생겼습니다."

 "축하할 일이라면 공장 건인가?"

 “맞아. 달구시에 복제인간 공장도 만든다고 하던데. 그건 잘 되어가고 있나?”

 

 장관 10명이 모이다 보니 다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그 근방에 공사장 인부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며? 방해꾼도 없으니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겠지."

 “그래. 우리가 투자한 돈이 얼만데, 돈을 허튼 데 쓰지 않는 이상 이번 년도 안으로 완공될 거야.”

 "투자액만 치더라도 초대형 공장을 만들고도 남을 텐데."

 

 모든 주제가 그들을 만족시켜주었다. 그 만족감은 씨앗이 되어 모든 장관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단 한 사람, 노동부 장관 김상언만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상언 씨, 인상 좀 펴. 어차피 당신도 우리와 한 배를 탔다고.”

 

 상언은 장관들 중 유일한 달구 출신이었다. 대통령이 달구 시민들의 민심을 잡기 위해 직접 임명한 환경부 장관이었다. 백민관의 비밀시연회 초대장을 받지 않은 유일한 장관이기도 했다.

 

 “저기 앉은 강희철 장관 봐봐. 할머니가 달구 출신이었지만 싹 다 잊고 잘 지내잖아. 누가 보면 대대손손 마루 사람이었던 걸로 알겠어?”

 “아니, 이 양반이 그 얘기는 또 왜 꺼내?”

 

 희철은 정색하며 혜성을 노려봤다. 반면 상언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다른 장관들과 대통령의 속셈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비록 대통령이 없는 자리였지만 대통령이 왔었어도 그들과 웃으며 대화를 했을 게 뻔했다.

 

 이 자리에서 달구시를 손톱만큼이라도 신경 쓰는 사람은 상언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상언의 입장에서는 놀랍지도 않았다.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언도 이런 자리에 참석하기는 탐탁지 않았다.

 

 그가 이 자리에 온 목적은 단 하나였다.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관들의 속셈을 파악해야 하며 달구 시민을 위해서 제어기가 되어야 했다.

 

 장관들은 상언의 존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곧 학목 바이러스가 달구 전체에 퍼질 테지. 흑사단도 자연스럽게 소멸될 거야.”

 "바이러스가 경찰보다 낫네."

 

 상언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근데 그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는 개발되고 있긴 합니까? 도적단 아닌 사람들도 죽어가고 있던데요.”

 

 그 질문을 듣고 구인희가 다시 일어났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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