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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예고장
작성일 : 22-02-26 00:19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7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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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인은 대답 없이 고개만 아래위로 움직였다. RB project는 ‘Re-Birth project’의 줄임말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활동이었다. 문서를 읽다 보면 백민관이 이 연구에 얼마나 열과 성을 쏟아 부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자가 이제 무슨 일을 꾸미려는 지도 눈치 채셨겠네요.”

 

 백민관은 인간의 신체에 다른 이의 뇌-척수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진행도 이제 완성단계고 실용화를 앞두고 있었다. 연구 내용에는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도 기록되어있었다. 이덤은 그 희생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 사진에는 동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까지 있었어요. 아주 처참한 몰골로.”

 “봤습니다. 어린 아이까지 실험에 넣었더군요.”

 

 카쟝이 어제 봤던 아이도 그 중 하나였다. 마침 이덤도 그 얘기를 꺼낼 참이었다.

 

 “충격적이었죠. 그럼 가장 처음에 나왔던 아이도 기억하십니까?”

 “당연합니다. 인간으로 임상실험을 마치고 실용화를 위해 처음 선택된 실험체였죠. 10살짜리 아이라서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없는 것으로 봐서 죽었거나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죽은 건 아닙니다.”

 

 보고서에는 체온, 혈압, 맥박 등 아이의 생징후가 기록되어있었다. 생징후가 모두 정상이었기에 실험체로서 적합하다는 설명까지 적혀있었다. 하지만 다른 실험체와 달리 실험 결과에 대한 데이터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효인은 ‘그 아이의 생사를 네가 어떻게 아냐?’라는 눈빛을 보냈다. 보고서에는 아무 내용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덤도 그의 얼굴을 읽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어린 꼬마가, 저입니다.”

 

 효인은 생각 외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덤은 효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분명히 제 어릴 때 모습입니다.”

 “그럼 이덤 씨도 등에 꿰맨 자국이 있습니까?”

 “아뇨. 확인해봤는데 그런 자국은 없었습니다.”

 

 효인은 빈 잔에 물을 따랐다.

 

 “그럼 실험에 사용됐다는 근거도 없이 주장하시는 겁니까?”

 

 이덤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무래도 제가 실험 도중에 탈출했던 것 같습니다.”

 

 카쟝은 그 실험사진을 보고 깨달았다. 자신이 악몽에서 봤던 상황은 ‘꿈’이 아닌 ‘기억’이었다. 반면 효인은 아직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확실한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이하게 겹치는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 문서에 나온 실험대를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가끔씩 제가 거기에 누워있는 악몽을 꿨습니다. 또 저번에 명장제약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불쾌한 기시감도 느꼈고요. 심지어 저에게는 일란성 쌍둥이까지 있습니다.”

 

 'RB project'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가장 완벽한 성공률을 자랑하는 케이스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였다.

 

 “마지막으로....”

 

 이덤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백민관이 저를 잡으려고 기를 쓰는 점까지.”

 

 이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효인은 이번에도 덤덤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지금껏 제가 연락하던 사람이 카쟝이라니....”

 

 효인의 말투에는 높낮이가 전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고 있다면 그냥 안부 인사하나보다 생각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대화는 다시 이어졌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오 선생님."

 "아닙니다. 제가 한 건 카쟝 씨가 했던 일을 세상에 전달한 것뿐입니다."

 

 카쟝은 입술을 모았다 벌리기를 반복했다. 효인은 그의 의중을 떠보았다.

 

 "하실 얘기가 더 있으신가보군요."

 

 카쟝은 효인이 내려놨던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네.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카쟝이 오늘 효인을 직접 만난 이유였다.

 

 "이번 부탁이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카쟝은 잔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 연락이기도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백민관은 도망친 실험체인 저를 잡으려 안달이 나있고 저는 그런 백민관의 만행들을 폭로하고 싶습니다. 제 예상대로라면, 저와 백민관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이 싸움이 끝납니다."

 

 카쟝의 입술에는 독이 서려있었다. 집도 불타고 리브도 붙잡힌 지금에선 물러설 곳도 없었다. 효인도 카쟝의 눈동자에서 비장함을 포착했다.

 

 "어떤 부탁입니까?"

 "이틀 뒤 강상일보에 기사 하나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사례는 어떻게든 해드리겠습니다."

 

 카쟝은 가방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효인은 그 쪽지를 받자마자 펴서 내용을 확인했다.

 

 “이 메시지를 기사에 넣어달라는 거군요.”

 “거절하셔도 됩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죠?”

 “제가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붙이던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공중에서 뿌리던지 해야겠죠. 조금 번거로워도 감수해야죠.”

 “후....”

 

 효인은 숨을 길게 뱉고선 쪽지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카쟝을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엔 곤란과 난처함이 비쳤다.

 

 "이번 부탁은 너무 위험합니다. 우리 회사의 존폐와 직결되는 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언제든 거절하셔도 됩니다. 아니면 원하는 사례가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효인은 깊은 숨을 쉬었다. 그는 다시 쪽지를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이번 일도 계획부터 실행까지 기록해놓을 겁니까?"

 "만약 성공한다면... 쓸 겁니다."

 "그럼 사례는 [카쟝 Inside]의 마지막 회면 충분합니다. 독자들도 그것을 원할 겁니다."

 

 강상일보의 생명줄이던 [카쟝 Inside]였다. 카쟝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이었다.

 

 "알겠습니다. 새해 첫 날 아침에 명장제약 1층 로비로 오시면 됩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공백이지만 1월 1일이면 빽빽하게 쓰여 있을 겁니다."

 

 카쟝은 전보다 확신이 없는 말투였지만 지금 당장은 그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효인은 그 동안 카쟝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간단합니다. 세상의 모든 도둑들을 없애고 싶습니다.”

 

 카쟝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오효인은 살짝 입을 열려다가 말았다. 카쟝도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렸다.

 

 “물론 저도 도둑입니다. 하지만 더 큰 도둑들을 처단하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핑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진심입니다.”

 "달구에도 도둑은 많은데 유독 마루 사람들만 노리는 이유가 있습니까?"

 

 효인은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카쟝은 담담하게 답했다.

 

 "제 도둑질이 마루시를 향해있는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간단합니다. 마루시 인사들이 저지른 부정한 방법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가 한 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달구 시민들은 점점 굶어 죽어가고 있고요. 달구 도적? 흑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도적들도 끼니를 때우는 것이 월급의 전부입니다. 도적단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의식주를 누리고 있죠. 그들이 훔치고 다루는 돈은 마루 사람들의 그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됩니다. 일단 큰 틀부터 잡아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부를 재분배할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겼죠."

 “그럼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건 백민관도 도둑이라는 뜻입니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하는 자들은 모두 도둑입니다. USB에 담긴 내용 보시지 않았습니까. 백민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쟝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아주 큰 도둑이죠.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카쟝은 할 말을 모두 마치고 효인을 바라봤다. 효인은 카쟝의 눈길을 피하며 구석 옷장에서 겉옷을 챙겼다. 더 이상 연회장에 남아있을 까닭이 없었다.

 

 "파티도 점점 끝나가는데 전 이만 강상일보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시죠."

 "아 그리고."

 

 효인은 연회장을 나서기 전, 카쟝을 불렀다. 카쟝은 무슨 말이 남았나 궁금해서 쳐다봤다.

 

 "흑사를 조심하세요."

 "흑사요?"

 

 이미 흑사에게 리브를 빼앗긴 카쟝이라 그 이름만 듣고도 눈빛이 싸늘해졌다.

 

 "지금 흑사가 당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아니, 저를 왜 노립니까?"

 "당신이 흑사의 아들을 납치했다...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언론계에 돌았던 소문이었다. 소문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이제는 기정사실화가 되어있었다.

 

 "달구에서 아이들이 50명 넘게 사라졌고 그 중에는 흑사의 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루의 경찰들은 그게 당신의 소행이라고 결론지었고."

 

 효인은 카쟝의 얼굴을 봤다.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구나."

 

 카쟝이 겁을 먹을 거란 예상과 달리 그는 후련한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백민관과 한시라도 빨리 만나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카쟝은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가볍게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모습너머로 카쟝의 앳된 모습이 살짝 비쳤다.

 

 

 ***

 

 

 "흐하하핫!"

 

 백민관은 허리가 끊어져라 박장대소했다. 그 탓에 걸대에 걸린 혈액 팩까지 덜렁거렸다.

 

 "사장님. 수혈 중이니 잠시만 진정을...."

 

 백민관의 주치의는 난처한 얼굴로 흔들리는 혈액 팩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민관은 들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침대가 아닌 놀이기구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카쟝 이 녀석, 머리를 쓴다는 게 고작 이 정도였어?"

 

 웃음의 원인은 그의 손에 있었다. 민관의 손은 강상일보를 들고 있었다. 강상일보의 앞 쪽이 펼쳐져있었고, 그 페이지 전체엔 검은 바탕에 커다란 흰 글씨가 메워져있었다.

 

 [일시: 12월 31일]

 [시간: 오후 11시]

 [장소: 명장제약회사]

 [저에게서 훔쳐간 것을 돌려받으러 가겠습니다. 카쟝.]

 

 그 밑에는 조그맣게 두 문장이 더 쓰여 있었다.

 

 [그리고 저도 명장제약의 소중한 것을 훔쳐가겠습니다.]

 [추신: 저를 잡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언제든 환영합니다.]

 

 오늘 저녁 강상일보에서 마루시 전역에 발행한 신문이었다. 강상일보의 입장에선 너무나 대담한 기사였다. 사실상 강상일보가 카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기사였다.

 

 강상일보는 광고주에게 광고비를 받았고 그에 따른 광고를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오효인은 강상일보가 마루시에서 사장될 위험을 각오하고 그 기사를 실었다.

 

 기사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마루는 발칵 뒤집혔고, 강상일보는 마루 사람들의 막대한 질타를 받았다. 강상일보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윤리적인 신문사로 낙인이 찍혔다. 먼발치에서 강상일보만 노리고 있던 하이에나들은 먹잇감의 상처가 보이자 쉴 새 없이 물어뜯었다.

 

 [도둑과 손을 잡은 언론사]

 [윤리정신 없는 언론사]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힘을 얻었던 언론사]

 

 수입 면에서만 본다면 전례 없는 판매량을 기록한 강상일보였다. 신문은 퇴근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마루 전역에 퍼져 안 본 시민이 없을 정도였다. 어른들 사이에선 카쟝의 기사가 대화거리로 뻔질나게 사용되고 아이들은 만화책 보듯 기사를 읽었다.

 

 뉴스에서도 백민관과 카쟝을 선과 악의 구도로 표현했다. 그와 함께 명장제약과 강상일보에 대한 이야기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도둑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의로운 회사'와 '도둑에 협력했던 비열한 회사'로, 시민들의 마음은 벌써 명장제약의 손을 들어주었다.

 

 시민들이 왈가왈부하는 동안 명장제약의 사장은 침대에서 아이들의 피를 수혈 받고 있었다.

 

 "무슨 범행 예고장이라도 되는 거야 뭐야?"

 

 민관은 여전히 폭소를 멈추지 못했다.

 

 "내가 이 녀석 머릿속을 훤히 꿰고 있다고 했지? 이 녀석 계획이 눈에 선해."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자기한테 현상금이 걸려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거지. 내가 예언을 해볼까? 31일에 카쟝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카쟝을 잡기 위해 이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릴 거야. 카쟝은 그 복잡한 인파에 숨어서 회사로 들어오겠지. 사람들이 회사를 뒤지며 카쟝을 찾는 동안 카쟝은 지하 3층으로 갈 테고. 사람들끼리 얽히고설킨 사이에 부하를 데리고 유유히 탈출한다는 시나리오겠지. 자신의 부하가 어디에 갇혔는지도 알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제어하느라 자신을 못 찾을 거라 생각할 거야. 결국 그게 큰 착각이었단 걸 깨닫고 후회하겠지만."

 

 민관은 제스처를 섞어가며 카쟝의 속내를 추리했다. 민관에게 있어서 카쟝의 예고장은 집 나갔던 강아지가 몇 시 몇 분에 돌아올지 알려주는 쪽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장 비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셔도 괜찮겠습니까?"

 

 술술 말하던 민관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지금 나한테 조언하는 건가?"

 "죄송합니다."

 

 장 비서는 아차 싶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백민관의 기분이 선물 받은 아이처럼 즐겁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꾸중이 비수처럼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당연히 대비는 해야지. 철창을 나갔던 실험쥐가 돌아온다는데 다시는 못 빠져나갈 덫을 만들어 놔야지. 하핫! 내가 장담했던 거 기억하지? 제 발로 올 거라고. 마음 같아선 쌍수 들고 반기고 싶네."

 "뭐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준비해놓겠습니다."

 "필요한 거? 어, 있지. RB Project에 후원해줬던 귀빈들 전부에게 연락해. 31일에 밤 11시까지 명장제약 지하 4층으로 오라고. 그날 오면 20년의 성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고. 아주 재미있는 구경이 될 거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연락은 비밀리에 하는 거 잊지 말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덜컥.

 

 갑자기 사장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우 박사였다. 그녀는 RB project를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민관은 수혈 받던 손을 살짝 들어 인사했다.

 

 "어, 우 박사. 안 그래도 부를 참이었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 장 비서가 호출했나?"

 

 하지만 장 비서는 그녀를 부른 적이 없었기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웃음기 가득한 민관과 달리 우 박사의 얼굴은 메마른 땅처럼 굳어있었다. 그녀는 대답도 않고 민관의 침대 앞까지 걸어왔다. 어느 누구도 그녀를 말릴 생각을 못하는 동안 그녀는 민관의 앞에 도달해있었다. 그녀는 민관의 얼굴로 주먹을 질렀다.

 

 "우 박사님!"

 

 늦게라도 장 비서가 막으려했으나 벌써 주먹은 민관의 코앞에서 멈춘 후였다. 우 박사는 주먹을 뒤집은 다음 민관의 눈앞에 폈다.

 

 "이거 누구 거야?"

 

 그녀의 손바닥 위엔 검정 물체가 있었다. 크기나 형태가 영락없는 넥타이핀이었고 그 외에 특이한 점은 없었다. 민관은 그 물체를 빤히 쳐다봤다.

 

 "넥타이핀이잖아? 어디서 난 건지 알아야 주인을 찾아주지."

 

 우 박사의 표정은 한 층 더 딱딱해졌다.

 

 "아직 이해를 못했네. 내가 한가하게 주인 찾아주러 여기 온 줄 알아? 이거 지하 4층에서 나온 거야."

 "지하 4층?"

 "그것도 중앙 실험대에서."

 

 우 박사가 앞으로 있을 시연을 준비하다가 발견한 핀이었다. 시연은 상용화에 앞서 투자액을 모으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었기에 민관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티끌만큼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었다. 시연의 무대가 되는 중앙 실험대에 못 보던 물체가 놓여있으면 시연자가 짜증날 만도 했다.

 

 "아, 뭐야. 그럼 연구원 중 한 명 아니겠어? 핀 하나 가지고 요란은."

 "연구원 중엔 이런 넥타이핀 쓰는 사람 없어. 그리고 이거 그냥 핀 아니야. 핀 모양 카메라야. 영상을 기록하는 장치라고."

 "뭐?"

 

 민관은 당황하여 넥타이핀을 낚아챘다. 그는 핀을 들고 이리저리 관찰했다. 처음엔 검은 색상에 가려져 간과했으나 다시 보니 핀 모서리에 동그란 렌즈가 보였다.

 

 "이게 왜 지하 연구소에 있던 거야?"

 "누군가 지하 연구소를 관찰하고 싶었나 보지."

 "어디 있었다고?"

 "중앙 실험대."

 

 그제야 민관도 우 박사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10년 전, 백민관이 총괄하던 연구에서 실험동물 하나가 회사 밖으로 도망쳤던 사고가 있었다. 문제는, 밤중에 산책을 하던 마루 시민들이 그 동물을 포착했다는 점이었다. 그 실험체는 도시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탈출 장면을 포착한 영상들은 동물보호협회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튿날 아침, 예상대로 동물보호협회는 무리를 이루어 명장제약 앞으로 모였다. 협회의 시위가 3주 넘게 지속되자 성화에 못 이긴 경찰들이 명장제약으로 들이닥쳤다. 경찰은 동물보호협회의 요구에 따라 불법동물실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진행된 조사에서, 한 연구를 위해 명장제약에서 실험한 동물이 30000마리라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로는 그 수의 10배 가까운 동물이 사용되었다. 백민관이 최대한 힘을 써서 경찰 보고서를 수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3만 마리도 적지 않은 수였고, 모든 책임은 수석 연구원이었던 우 박사가 지게 된 것이었다. 그 탓에 우 박사는 10년을 복역했고 10년 전에 마무리했어야 할 RB 프로젝트는 이제야 완성된 것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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