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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30 이미 여러모로
작성일 : 16-10-26 23:51     조회 : 79     추천 : 4     분량 : 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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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라, 오늘도 오셨네요?”

 

 

  주훤은 윤아의 말에 수첩에 뭔가를 적다말고 목례했다. 윤아가 환하게 웃으며 수첩의 내용을 보려고 다가갔는데, 주훤이 다급하게 수첩을 덮었다. 윤아는 그 수첩이 평가단의 평가가 적힌 것이라 생각하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주훤은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윤아를 의아하게 보다가 넌지시 웃고는, 괜찮다고 말했다.

 

 

  주훤이 로제와인에 방문한 것은 지난 주에 이어 3번 째였다. 윤아가 새로 만든 디저트를 가져와 새로 채워 넣을 때마다, 주훤은 기다렸다는 마냥 다가왔다. 그리고는 로제와인의 디저트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만드는 방법은 어떤지에 대하여 물었다. 심지어 어떨 때에는 윤아가 쉬는 시간에 따로 부르기도 했다. 윤아는 크게 불평하거나 귀찮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주훤은 혹시나 이것도 가르쳐 줄까, 라는 생각에 윤아를 불렀다.

 

 

  “이 유자 맛 마카롱은 어떻게 만든 거예요?”

  “아, 이건…….”

 

 

  주훤은 뜸을 들이는 윤아를 쳐다보며 침을 삼켰다.

 

 

  “다른 파티쉐만의 비법이라 쉽게 가르쳐드릴 수 없어요.”

 

 

  주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어쩔 수 없군요.”

 

 

  갑작스럽게 윤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아! 소리가 너무 크다!’라고 외쳤다. 주훤은 윤아를 멀뚱히 쳐다보다, 윤아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밥 안 드셨어요?”

 

 

  윤아는 더욱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훤은 뭔가를 눈치 챈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점심시간이신데 제가 불러서……?”

 

 

  윤아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주훤은 윤아가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잘해주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잘 해주었지만, 뭔가가 계기가 있었다. 지난 주 일요일, 그가 자신에게 열심히 가르쳐 주는 윤아에게 했던 말 이래였다.

 

 

  ‘윤아 씨. 말 편하게 놓으셔도 돼요.’

  ‘아뇨. 아뇨. 주훤 씨도 저한테 말 놓지 않았잖아요. 저보다 3살 위이신데요. 제가 감히 어떻게…….’

  ‘그래도 불편하지 않나요? 저는 윤아 씨가 편한데.’

  ‘저도 주훤 씨가 불편하지 않아요.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평가단과 파티쉐가…….’

  ‘전혀요. 문제없지요. 편한 친구라고 생각해 주세요.’

  ‘정말요? 친구처럼 지내도 되나요?’

  ‘네. 친구처럼 보단 친구가 좋겠죠? 음, 생각이 바뀌시면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주훤 씨 말고.’

 

 

  “그, 그런 표정으로 절 보시지 않아도 돼요! 전 나중에 디너 타임 끝나고 나서 집에서 먹으면 돼요.”

  “이것 참 미안해요. 윤아 씨에게 폐를 끼쳤네요.”

  “아니요. 비싼 셔츠를 배리게 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런치 타임 끝나고 남은 디저트를 먹어도 되고요.”

  “파티쉐가 일하느라 먹는 게 디저트인데, 어떻게 밥으로 디저트를 또 먹어요?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요?”

 

  “뷔페가 6시에 마치니까……, 네. 6시 이후에는 한가해요.”

  “그럼 그 때 저와 저녁 같이 할래요?”

  “네? 저랑요?”

  “네. 저 때문에 매번 제대로 끼니 드시지 않았으니까 제가 살게요.”

  “아뇨, 안 사주셔도…….”

  “내 마음이니까 받아줘요.”

 

 

  윤아는 디너 타임을 마치고 락커에서 화장을 했다. 마지막까지 립스틱을 바르고 난 후, 거울을 통해 옷매무새를 고쳤다. 효린은 윤아가 꾸미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명수와 대현은 그들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윤아야, 오늘 어디가?”

  “응. 밥 먹으러.”

  “누구랑?”

  “음, 아는 남자랑.”

 

 

  대현은 마우스를 쥐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려다가, 윤아의 말에 삐끗하고 말았다. 명수는 마우스가 이상한 곳을 가리키자 대현을 쳐다보았다. 대현이 놀란 표정으로 윤아를 보고 있었다. 명수는 대현이 향한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효린이 윤아에게 물었다.

 

 

  “정말? 남자? 누구? 남자친구?”

 

 

  대현이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아니. 남자친구 아냐. 남자인 친구야.”

  “남자인 친구? 뭐야, 썸 타고 있어? 어……, 대현아, 할 말 있어?”

 

 

  효린은 윤아에게 물어보다 말고 자신과 마주본 대현과 눈이 마주쳤다. 효린이 대현에게 물으니 윤아도 궁금했는지, 뒤로 돌아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 것에 대해 당황했는지, 뒷덜미를 잡고 우왕좌왕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명수는 멍한 표정으로 대현을 쳐다보았다. 대현의 얼굴엔 잔뜩 불안함이 묻어나왔다.

 

 

  ‘이제 네 마음을 의식하겠어?’

 

 

  뜬금없이 단비와 간밤에 했던 통화가 떠올랐다. 대현은 얼굴을 푹 숙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명수가 대현의 등을 짚고 흔들었다.

 

 

  “뭐야? 왜 그래?”

  “몰라. 당황스럽다. 네가 대신 사이트 봐라.”

  “당황스럽다고……?”

 

 

  대현은 한동안 아무런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윤아의 대화에 신경 썼다. 신경 쓰지 않을래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친구일 뿐이야. 아, 시간 늦겠다. 나 먼저 갈게.”

 

 

  대현은 윤아를 볼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윤아를 놓쳤다. 윤아가 간 후에서야 고개를 들었다. 명수는 윤아가 나갔던 문을 바라봤고, 효린은 대현의 모습을 보았는데 조금은 이해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훤의 차 안, 윤아는 갓 조수석에 탔다. 주훤이 왼손으로만 핸들을 잡고 몸을 돌려, 윤아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예약이 7시부터 예약이라서 당장 먹으러 갈 수가 없어요.”

  “괜찮아요. 지금은 배고프지 않아요. 원래 저녁은 7시쯤에 먹잖아요.”

  “그래서 제가 영화 티켓 예매 했는데 먼저 영화 보고 나서 밥 먹도록 해요.”

  “요즘 영화 티켓은 얼마 하죠?”

  “일인당 만 원하죠.”

 

 

  윤아는 숄더백을 열어 뒤적거리다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지갑 안에서 만원을 꺼내 주훤에게 건넸다. 주훤은 멍하게 돈을 바라보았다. 핸들을 잡은 왼손으로 손사래를 치곤, 다시 핸들을 잡았다.

 

 

  “아뇨. 괜찮아요. 제가 오늘 다 쏘니까 부담가지지 마요.”

 

 

  윤아는 몇 번이고 주훤에게 돈을 건넸지만 끝끝내 주훤은 받지 않았다. 윤아는 스리슬쩍 주훤의 눈치를 보다가 몰래 주훤의 재킷 주머니에 돈을 넣었다. 그제야 안도한 듯 창밖을 바라봤다.

 

  그들은 영화관에 도착했다. 주훤은 티켓 기기를 통해 티켓을 발매했다. 윤아는 그 옆에서 영화관의 풍경을 보았다. 6년 만이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이. 윤아가 병원에 있을 동안 영화의 가격은 꽤나 올라 있었고,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다양한 커피숍과 게임기가 있었다. 윤아는 저도 모르게 걷다가 카운터를 보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팝콘과 음료 그리고 나쵸를 사고 있었다. 윤아는 풍겨져오는 팝콘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달콤한 캐러멜 냄새와 짭조름한 치즈 팝콘 냄새가 났다. 주훤은 윤아의 뒤에 서서 매점을 둘러보았다.

 

 

  “먹고 싶어요?”

 

 

  윤아는 생기를 띈 표정으로 주훤을 올려다보았다. 주훤은 윤아의 맑은 눈동자에 어색하게 웃고는 치즈 팝콘과 콜라를 샀다. 윤아는 콜라를 건네받고 고개를 꾸벅였다. 다음에 꼭 밥 한 끼 사겠다고 말하자, 주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파티쉐에 관련한 영화였다. 한 남자가 처음 디저트 뷔페에 들어서 성장해가는 내용이었다. 한 남자는 처음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었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유명한 파티시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는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남자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후유증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다 자신과 함께한 동기의 응원으로 다시 꿈에 일어서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현재 보는 장면은 한 남자가 사고를 당하기 전, 일하던 모습이었다. 영화 속 한 남자는 윗면이 흰색과 갈색이 교차된 브라우니를 자르고 있었다. 조각난 브라우니를 다른 접시에 옮기니 브라우니의 단면이 보였다. 촉촉하게 윤기 있는 브라우니 사이에 초콜릿이 여러 개로 박혀있었다. 윤아는 눈을 크게 뜨며 집중해서 보았다. 주훤은 그런 윤아를 보다가 옅게 웃고는 다시 스크린에 주목했다.

 

 

 -

 

 

  “윤아씨, 영화 어땠어요?”

 

 

  레스토랑에 도착한 그들은 에피타이저인 스프를 먹었다.

 

 

  “최고였어요! 브라우니가 그렇게 맛있게 보인 건 이번이 두 번째예요.”

  “첫 번째는 누가 만들어준 브라우니였나요?”

  “외삼촌이에요.”

 

 

  주훤의 눈은 순식간에 커졌다. 조금은 흥분한 듯 윤아에게 물었다.

 

 

  “외삼촌이라면 로제와인의 사장이자 유명한 파티쉐인 마스터 말하시는 건가요?”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주훤은 아차, 하는 생각에 감정을 추스르고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파티쉐 평가단 멤버이니까요.”

  “아아, 그럼 파티쉐 평가단은 저와 외삼촌의 관계를 알고 있는 건가요?”

  “그럼요. ‘아주’ 유명하지요.”

  “그렇군요. 그럼 좀 더 노력해서 외삼촌께서 부끄러워하시지 않게 해야겠네요.”

  “괜찮아요. 윤아 씨는 ‘이미 여러모로’ 훌륭해요.”

 

 

  윤아가 주훤이 한 말에 대해 정확하게 물어보려다가, 주훤이 갑작스레 말하는 바람에 물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제가 불편하세요? 여전히 존댓말 하시네요. 저 혼자 편하게 반말하기도 그래서 여태껏 존댓말을 하고 있었거든요.”

  “아……, 죄송해요. 제 주위에 연상인 친구를 둔 건 처음이라서요.”

  “뭐, 그렇다면 저도 강요는 하지 않을게요.”

 

 

  그들은 곧이어 나온 스테이크를 조금씩 썰며 먹었다. 윤아는 이러한 환경이 불편했다. 편하게 집에서 먹었던 분위기와 정반대였기 때문이었다. 주훤은 그것을 눈치 챘다.

 

 

  “불편해요?”

  “네. 여긴 처음이라서요.”

  “처음이라고요?”

  “네. 저 혼자 여기 왔더라면 먹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나마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윤아는 주훤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주훤은 윤아가 의심스러웠다. 영화 티켓의 가격을 묻는데다가 영화관에 도착하니 처음 오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스물네 살이나 되었는데도 레스토랑 한 번 와보지 않았다는 게 수상했다. 그런데도 환하게 웃는 윤아의 미소에 잠시 동안이지만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영화를 보면서 저와 주인공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부분이요?”

  “모든 게 다요. 저는 로제와인의 파티쉐였어요.”

  “정말요?”

 

  “지식도 없고 할 재능도 없었는데, 마스터가 절 제자로 받아들였죠. 무슨 마음에 저를 도와주셨는지는 몰랐지만 최선을 다해 저를 가르쳐주셨어요. 1년이 지나 저는 디저트를 몇 가지 만드는 것을 쉽게 해냈죠. 매스컴을 통해 저를 알아주시는 사람도 많았고 팬도 있었어요. 한 때 전성기를 맞이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라 자칫 생명이 위험할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죠. 그런데 치료를 하던 도중 문제가 생겼어요.”

 

 

  주훤은 자신이 썰다 만 스테이크를 내려다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요?”

  “저는 미각을 잃었어요. 아무리 병원에서 나온 밥을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병원 밖에서 음식을 먹어보아도, 제가 만든 케이크를 먹어봐도 맛을 느낄 수 없어요.”

  “그럼……, 지금은요?”

  “마찬가지예요. 솔직히 저 이 스테이크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주훤은 스테이크를 바라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윤아의 미소에 이끌려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윤아는 매우 놀란 상태였다. 주훤은 윤아의 표정을 보다가 급하게 수습을 하고, 다른 화제로 돌렸다.

 

  그들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시내를 둘러보았다. 옷가게에서 옷을 보기도 하고, 윤아에 이끌려 상점의 물건을 구경하기도 했다. 주훤은 윤아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다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윤아가 가자고 하는 곳은 대부분 학생들이 주로 가는 곳이었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윤아를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내의 변두리 골목이었다. 윤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가다가 멈칫했다. 주훤은 갑자기 멈춘 윤아에게 맞추지 못해, 결국 윤아와 부딪혔다. 윤아는 여전히 뭔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주훤 역시 그 시선을 따라갔다. 어느 작은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는 사람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윤아는 포장마차를 한동안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놀랐다. 저 포장마차는 아주 어릴 적에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윤아는 기억 속의 남자 아이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아이……?

 

 

  그들과 어묵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윤아는 조금 더 기억을 하려 애썼지만 그 후로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주훤이 어묵 먹고 싶냐고 말하자, 윤아는 몸을 돌려 주훤과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아니라고 말했다.

 

 

  “윤아 씨?”

 

 

  머리가 아파왔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 아이의 뒷모습이 자꾸만 윤아의 머리를 괴롭히듯 찔렀다.

 

 

  “윤아 씨.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파요?”

  “아니요. 이제 가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아,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그들은 주훤의 차에 탔다. 주훤은 윤아가 포장마차를 본 이후로 아무런 말이 없는 바람에, 머릿속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으려 애썼다.

 

 

  “주훤 씨.”

  “네, 네?”

 

 

  갑자기 자기 이름이 불리자, 주훤은 놀라며 백미러를 통해 윤아를 바라보았다.

 

 

  “주훤 씨가 저에 대해 과거를 말한 이유는 우리가 친구니까 그런 거 맞죠?”

  “네? 네. 당연하죠. 윤아 씨가 제 친구니까 과거 하나 쯤은 알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

 

  “저도……, 사고를 당했어요. 6년 전,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화재가 났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제가 보는 앞에서 피했는데, 저는 처음 보는 상황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너무 뜨겁고 무서워서 몸이 굳어버렸죠. 결국 불길에 휩싸였지만 몸에 그을린 자국도 화상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가 생겼어요. 잠깐이라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무서워서 케이크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장애 증상이 너무 심해서 결국 정신 병원에서 6년이란 생활을 보냈어요.”

 

  “그런 일이…….”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마냥 어색해요.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어요. 스마트폰이라는 게 생겨났고 SNS라는 매체가 생겨났죠. 바뀐 건물들도 많고 그마나 알던 사람들도 모두 제 곁을 떠났어요. 저는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주훤 씨가 친구라고 처음 말해줬을 때 굉장히 기뻤어요. 그렇지만 아직 어색해서 자꾸 존댓말을 하게 돼요. 제 친구는 세 살 많은 주훤 씨이니까요. 그래도 조금만 더 노력해서 친근하게 부르도록 노력할게요. 오늘 같이 저녁 먹자고 해서 고마워요.”

 

 

  윤아는 주훤에게 넌지시 웃었다. 주훤은 할 말을 잃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며 운전했다.

 

 

  “저도 고마워요. 윤아 씨.”

 

 

  윤아는 차에 내려 주훤과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향했다.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 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윤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을 보았다. 대현이 테라스에서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어, 난데. 프랑스는 살만 하냐?”

  -당연하지. 여기서 사람들 나 좋다고 난리다. 어때, 윤아는?

  “이미 여러모로 훌륭하던데? 너무 착해서 탈이야.”

 

 

  ‘호구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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