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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UNKNOWN 3
작성일 : 17-11-25 20:53     조회 : 18     추천 : 1     분량 : 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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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뭘 하면 된다고?”

  전담청 수사동 엘리베이터 안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속뜻이 풀풀 풍겨나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김연과 9반 반장 이지운은 지금 전담청 본관 인근의 수사팀 건물 지하에 위치한 심문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저 녀석을 심문하는 걸 도와달란거야. 일단 러시아인인데, 입을 열고 있지 않아서. 러시아어 할 줄 알잖아? 혹시라도 아는 녀석이면 더 좋고.”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하느냐고.”

  툴툴거리는 김연을 이지운이 차분한 목소리로 달랬다.

  “청장님이 너 한가하다고 하셨어.”

  그러나 전혀 달래지지 않은 듯, 김연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가하진 않거든. 제기랄 이건혁 이 미친놈이.”

  “좋은 분이야.”

  “악덕 상관이지. 이건 계약 위반이야. 계약직에게 정규직 업무까지 시키는 거라고.”

  “너 계약직 아냐. 15반 반장아. 연봉 3600에 4대 보험에 인센티브까지 받는 계약직이 세상에 어딨냐.”

  “아무튼 난 너랑 다르게 경찰 출신도 아니라고. 이건혁 이 개새X.”

  “그렇게 함부로 청장님에게 쌍욕하고 돌아다니지 마. 주위 시선 안좋아진다고.”

  “뭐 어때. 듣는 사람도 없는데.”

  “난 사람이 아니냐.......”

  수사를 맡은 9반의 이지운 반장. 대체로 무난한 성격이라는 평을 듣는 그는 전담청 반장들 중에서 김연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에 도착했다.

  “쓸데없이 지하를 깊게 파놨단 말이야.”

  “넌 참 쓸데없는 게 불만이고. 김연.”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그들은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코너를 돌아 복도로 들어서고 잠시 후, 문이 하나 나왔다.

  이지운 반장은 그 옆의 지문 인식기에 왼손 엄지를 대며 짐짓 과장스럽게 말했다.

  “자, 그럼 우리 반 애들이 얼마나 일을 잘했나 볼까?”

  “퍽이나.”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김연과 이지운은 그 안으로 들어섰다.

  심문실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한쪽에서만 반대편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였다. 그 너머엔 이번 사건에서 생포된 테러리스트 한명과 심문을 맡은 대원 둘이 철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면하고 있었다.

  김연과 이지운은 녹음, 녹화 시설 등의 설비들이 늘어져 있는 테이블 앞에 놓인 철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둘다 눈살을 찌푸리며 유리너머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음......”

  “어때? 아는 얼굴이야?”

  “용병이면 모든 용병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

  그들은 철제의자에 앉아 심문 장면을 지켜보았다. 사실 지켜볼만한 것도 없었다. 테러리스트는 대원들의 질문에도 끈질기게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저 무표정으로,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는 그는 너무나도 침착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은 부질없이 흘러가고 잠시 쉬는 시간. 심문을 진행하던 대원들이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고 나왔다.

  “수고했어.”

  그 짧은 치하를 들은 대원 중 하나가 투덜거렸다.

  “아유....... 저놈 저거 그냥 검찰로 넘기죠? 다른 놈들 깨어나면 심문하고.”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지. 일단 나가서 바람 좀 쐬고와. 여긴 우리가 보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두 대원이 몇시간 만의 휴식을 즐기러 나가고, 이지운은 답답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여전하군...... 그래도 세상 많이 좋아졌어. 체내기로 정보만 있으면 각성자 신상정보를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으니. 안 그러면 저 녀석 이름부터 묻고 있었겠지 역시 PMO가 어찌되었건 이럴 때는 쓸모가 있다니깐.”

  PMO. 대전 전후로 세력을 확장한 PMC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관리기구이다. 그리고 그 상임 이사회. 총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3차 대전 이전부터 영향력을 확대해온 용병(PMC), 군벌, 군수기업 등을 거느린 거대 세력이었다.

  한편 김연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그래봐야 G5놈들 밑 닦아주는 도구지.”

  공식적으로는 PMO 상임이사회, 비공식적으론 G5라고 불리는 각 세력. 그 총수들은 3차 대전이 끝난 후 기존 패권 국가들의 붕괴와 약화를 틈타 현재 세계 각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패권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PMO에서 수집하고 제공하는 데이터는 용병 고용에 관심이 있는 자에게는 훌륭한 카탈로그가 되어주며, 이번 사건과 같이 용병이 연루된 범죄사건에서는 중요한 수사 자료가 되어주기도 한다.

  “G5놈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거라면 테러에 용병이 흘러들어오지도 않겠지. PMO는 그냥 인력시장이라니까.”

  김연이 G5를 비아냥거리고 이지운은 거기에 느긋하게 대답했다.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쁜거라고 생각하지 뭐. 껍데기만 남은 UN대신에 세계평화를 지키고 계시니”

  “아, 물론 그렇지. UN을 껍데기로 만든 장본인이 G5놈들인 건 잠시 잊자고,”

  이지운은 시종일관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잠시 쳐다보더니 한숨을 쉰다.

  “아무튼, 아까 넘겨준 자료는 봤어?”

  “그래. 이 새끼야. 넌 무슨 홈쇼핑 쇼 호스트냐? 뭐? 그냥 심문만 도와달라고? 그냥 용병이라고? 장난하냐? 이런 걸 맡겨?”

  “미하일 체르노프, 전직 ‘타스하’소속 병사라도 지금은 그냥 용병인 것 맞잖아? 거짓말은 안했어.”

  ‘타스하’란, 바로 그 G5의 일각이자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세력이었다.

  “이 개......”

  “설마 쫄았냐?”

  “.......”

  “역시 타스하 짓일까? 3년 전 탈퇴 이후 생계를 위해서라도 무언가 한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말야. 그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라... 혹시 이번 일을 위해서 몰래 빼놓았다가 투입한건 아닐까?”

  이지운의 추론이었다. 그러나 김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PMO가 제공하는 자료는 용병일, 전투나 범죄에 한정되지. 저 녀석이 시골에서 농사라도 짓고 있었다면 아무것도 없어도 이상할 건 없어.”

  “그건 알아. 그래도 놈들은 언제나 태평양 쪽이 가려우니까 슬슬 한반도를 원해도 이상할 건 없을 것 같아서 한 소리야. 제일 깡패 같은 놈들이기도 하고.”

  그 반론에 김연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깡패는 맞지만 바보는 아냐. 그리고 그 놈들의 친절한 이웃인 난징당도 바보가 아니지. 그따위 저급한 어그로를 끌었다간 공공의 적이 된다는 건 아이신도 잘 알거야.”

  “그런가?”

  “G5 놈들이 그렇지 뭐. 세계구급이라 그런지 오지랖도 세계구급들이시지. 작년에 브라트가 그리스에 찝적대다가 X될 뻔한 걸 잊은 거냐? 재작년엔 난징당과 아크바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붙을 뻔했지?”

  그 말에 이지운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유리 너머의 심문 현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김연 역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침묵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김연이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 이해가 안 돼.”

  “조금 자세히 이야기 해줄래? 너같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거든?”

  김연은 한번 이지운을 흘겨보다니, 등받이에 등을 기대는 평소의 자세로 말하기 시작했다.

  “용병이란 것들은 이들은 애초에 돈 받은 만큼만 일하는 계약직이다. 건국동맹 멤버들도 명분자체가 개막장이라서 그 정도의 충성심이 있을 리가 없는데, 하물며 용병들이?”

  공간조작 능력자까지 동원해서 테러에 가담하고, 전투가 벌어지는 공장에서, 소이탄을 포함해서 폭탄을 여러 개 터트려가며 뛰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용병들의 정신 상태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김연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듯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나는 가능성은 두 가지. 하나는, 용병들과 재건동맹은 계약을 맺었지만 손발이 맞지 않았다.”

  “손발?”

  이지운은 성실하게도 그 중얼거림에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연은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재건동맹은 자살테러를 생각했지만 그걸 용병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결국 용병들은 운 없이 휘말렸다.......가 되겠지. 꽤 흔한 일이야 이건. 하지만 이것도 두 가지 의문점이 남아서.”

  “그게 뭔데?”

  “뭐 삼류용병들이 이런 일에 고용되는 것 역시 흔한 일이지만, 삼류든 사류든 대규모로 고용할만한 자금이 재건동맹에게 있을 리 없다는 것. 게다가 거기에 텔레포트가 가능한 공간조작계가 끼어있다면 더욱 불가능하지.”

  “흐음.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폭발 직후, 나중에 텔레포트로 나타난 놈들은 당황한 기색하나 없이 움직였어. 즉 그 텔레포터가 소속된 조직, 혹은 그 본인들이 계획한 일인거지.”

  “그래서 결론이 뭔데?”

  “그 말은, 단순한 고용관계가 아니고 그 난잡한 폭발은 재건동맹이 생각한 것이 아니란 거지.”

  “외부세력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누가?”

  “그걸 찾으려고 지금 이러고 계신 것 아니셨어요? 너무 날로 드시려고 하시네요. 수사과 과장 이지운 반장님.”

  “비꼬지마라. 너 이거 남의 일 아니거든? 너도 전담청 반장이거든? 그래서, 네 의견이 뭐냐고.”

  짜증섞인 이지운의 독촉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 듯 김연은 놀랄 정도로 차분하게 자신이 판단한 바를 말했다.

  “각성자들이 폭탄을 두르고 뛰어들 정도로 높은 충성을 바칠만한 카리스마가 있고, 비밀리에 저렇게 많은 각성자를 동원할 만한 능력이 있으며, 한반도 주위 정세에 관심을 가질 만한 집단이라면 꽤 좁혀지지?”

  “설마, 아니, 잠깐만....... 네 말은 G5라고? 아까는 아닐 거라며?”

  “그거야 상식적인 판단으론 그렇다는 거고, 일단 드러난 것만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야.”

  “.......”

  고개를 조금 숙이고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긴 이지운. 그리고 김연은 시선을 심문실의 미하일 체르노프에게 고정시킨 채 다시 말했다.

  “아무튼, G5중 하나라고 가정하고, 그 중 한반도에 관심가질 놈들로 추려보면 다시 확 줄어들지.”

  이지운이 고개를 돌려, 긴장한 목소리로 거기에 반응했다.

  “타스하, 난진당....... 얼티밋 원인가?”

  이지운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연.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간다. 서로 으르렁 대는 놈들이 지금 당장 다른 세력이 움직일 빌미를 준다? 훨씬 온건한 세력 확장 시도도 서로 목숨 걸고 막으려하는 것들인데?”

  “G5 간의 충돌이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인데.”

  “.......”

  김연은 침묵에 잠겼다.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그는 유리너머의 테러리스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야? 김연? 뭐해?”

  “......야 이지운.”

  “응?”

  “내가 도와줄까?”

  갑자기 적극적으로 자신이 나서겠다고 말하는 김연을 보며, 의아한 듯이 지운이 물었다.

  “방금 전까지 툴툴거렸잖아? 왜 갑자기?”

  “좀 불안해서 말야. 이 나라가 망하면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가야 하거든.”

  “나야말로 불안한데.”

  “왜? 이상한 짓은 안해. 그냥 유도심문을 좀 해볼까하거든.”

  “점점 더 불안해지는데.”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건 안 해.”

  “뭔 생각하는 줄은 아냐?”

  김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지운을 흘겨보았다.

  “네 빈약한 상상력으론 끽해야 고문정도 생각하고 있겠지.”

  “후....... 좋아. 하지만 난 정말로 책임 못진다?”

  “오케이.”

  김연은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네 부하들이 돌아오기 전에 성과를 내보도록 할게.”

  “......책임 문제가 아니고, 진짜로 사고는 안쳤으면 한다.”

  “두들겨 패지만 않으면 되는거지 뭐.”

  사악하게 히죽이며 대답한 김연은 심문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테러리스트, 미하일 체르노프는 여전히 묵묵히 테이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연은 그 앞의 의자에 앉아 러시아어로 말을 걸었다.

  “안녕? 타스하의 탈주병 새X야.”

  “.......?”

  모국어를 들을 줄은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상대가 잠시 움찔한다. 그러나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미하일.

  “아이신이 월급을 조금 짜게 주었나? 하지만 막상 그만두니 그것도 아쉬워졌나봐? 이런 헛짓거리에 가담한 걸 보면.”

  “......”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미하일. 그러나 김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일단 아이신도 명색이 PMO 이사, 그리고 넌 PMO등록 용병이지. 어찌 됬건 그쪽에 공식적으로 항의서한을 보내면 그놈도 보겠지?”

  “큭큭큭...... 이젠 싸구려협박인가?”

  드디어 입을 연 미하일. 그런 것은 두렵지 않다는 듯, 자못 당당한 태도였다. 하지만 김연은 그의 눈이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말할 줄 아는구나? 그전까지는 계속 입 다물고 있더니, 아이신이 좀 무섭긴 무섭지?”

  “헛된 수고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한마디 해준 것 뿐이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봐?”

  “어차피 타스하는 3년 전에 정식으로 탈퇴했다. 이제 상관없다고. 그쪽도, 나도. 그 미치광이가 내게 뭘 어쩔 권리나 구실은 없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미하일이었다. 그러나 김연은 같잖다는 듯이 히죽 웃을 뿐이었다.

  “흠....... 정말로 아이신도 그렇게 생각할까?”

  “??”

  “울란바토르 참변, 알지? 2년 전에 타스하 내부의 반란군이 울란바토르에서 일으킨 학살.”

  “그게 뭐?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이를 악물고 김연을 노려보는 미하일이었지만 김연은 그저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 내막도 아나? 아이신 총수가 열심히 숨겼던 그 내막.”

  “뭐?”

  김연은 이제 턱을 괸 채, 여전히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놈들도 명목상으로는 반란이 아니라 탈퇴였지. 실제로 타스하에게 그걸 반란으로 규정할 권리는 없었어. 당시의 타스하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연합체였으니까. 그러니까 ’너‘도 가볍게 ’탈퇴‘ 할 수 있던 거고.”

  “.......그래서?”

  “하지만 아이신은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고 대외적으로는 반란으로 규정했지. 그리고 거기에 태클을 걸 만한 난징당은 아크바르와 으르렁대느라 거기에 신경쓰지 못했고, 결국 PMO규정이고 나발이고 놈들은 꼼짝없이 반란군이 되었어.”

  “.......”

  미하일은 굳은 표정으로 김연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김연은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히죽거렸다.

  “여기에 그 반란군 놈들이 구실까지 주었지. 친 타스하였던 군벌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울란바토르 학살을 일으켰으니. 그 뒤는 알겠지?”

  “.......”

  대답하지 않는 미하일. 그러나 김연은 그 눈이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김연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하일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몽골고원에 반란군 6만의 시체로 된 지층을 만들었지. 이후는? 아이신의 지배력이 더 강화되었지. 타스하 내부에서 누구도 아이신에게 개기지 못하게 되었거든.”

  “.......”

  “6만도 그러할 진대 너라고 다를까?”

  “나.......나는 이미 탈퇴했어.”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은 김연은 다시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말했지. 울란바토르 참변 때도 마찬가지 였다고.”

  “하지만....... 나는 타스하를 적대한 것이 아냐!”

  마침내 평정을 무너트린 미하일이 소리쳤다.

  “하지만 타스하를 엿먹일 재료로는 충분한 짓을 저질렀지. 타스하와 엮일 수 있는 네가, 하필이면 타스하와 인접한 지역에서 테러를 벌였으니.”

  “나, 나는......”

  이제 미하일은 명백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G5의 수장 놈들은 하나같이 편집증환자 수준으로 세계를 훝어 보고 있으니 아마 너에 관한 것도 알고 있을지 몰라. 이정도 대사건이니 관심을 가질 법도 하고. 설마 몰랐다고 하진 않겠지? 네가 저지른 짓의 여파를.”

  “......”

  “그리고 G5 중 타스하와 특히 사이가 나쁜 얼티밋 원이나.......난징당, 브라트에서....... 오, 이런. 세상에 아이신 놈. 아크바르빼고는 전부 사이가 나쁘잖아? 이걸 가지고 타스하에게 시비를 걸 놈들이 넘쳐나는 걸?”

 “.......”

  “이거 이거, 아이신이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이건 좀 피하고 싶겠어. 빠르게 사건을 덮고 싶겠지. 말이라는 건 언론을 통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철저하게 막고 싶을 거야. 물론 마찬가지 이유로 널 함부로 건드려 의혹을 키우고 싶진 않겠지만.......”

  과장된 어투로 호들갑을 떠는 김연을, 미하일은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 그 전에 말야. 이건 내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물어보는건데.”

  “.......뭐지?”

  “네 가족은 어디 살아? 부디 우랄산맥 서쪽이면 좋겠어. 브라트의 직접적 영향권 내라면 아이신이 무턱대고 쑤시기 힘들테니까.”

  “.......!!”

  미하일 체르노프의 동요가 이제 더 격해졌다. 그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김연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마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묻는 듯한 그 시선에, 김연은 목소리를 부드럽게 고치고 말을 걸었따.

  “여기서 하나, 거래를 제안하지.”

  “뭐? 무슨 거래? 네 말대로라면 가망 없는 것 아닌가? 네놈들이 그들을 막을 수 있어?”

  “적어도 PMO에 보낼 서한에 타스하 관련 어쩌고는 슬쩍 뺄 수 있어. PMO, 그리고 그 위의 G5가 바보는 아니니 조사하면 알겠지만, 역시 바보는 아니니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걸고 넘어지지 않을 거야. 이건 PMO의 관리부실이 드러난 일이기도 하니까.”

  김연은 그렇게 말하며 빙긋빙긋 너무나 화사한 웃음을 짓는다.

  “타스하를 걸고넘어진다는 거야 뭐 그게 드러났을 때 이야기 아니겠어? 또한 우리 측에서 선처를 호소할 수도 있고. 당연히 언론에 ‘전직 타스하’ 운운하는 일도 없을 거고 말이야. 아이신도 그 정도라면 정식 국가가 정당하게 체포한 자를 암살하려는 모험을 하진 않을 거야.”

  “.......”

  “그게 너와 울란바토르 군벌 놈들이 다른 점이야. 브라트와 난징당을 믿고 타스하를 공격한 놈들과, 탈퇴한 후 생계곤란으로 아무 일이나 막 받았을 뿐인 너의 차이지.”

  미하일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김연은 그에게 다시 한 번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채근했다.

  “자....... 어쩔래?”

  “.......나, 나는.......알, 알았어. 원하는 것을.......”

  책상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던 미하일 체르노프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미소를 짓는 김연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때, 미하일 체르노프의 표정에 무언가 다른 것이 끼어들었다.

  “어?”

  의아함을 담고 있는 소리, 거기에 김연의 눈썹이 아주 잠깐 꿈틀한다.

  “응?”

  김연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미하일 체르노프는 김연을 뚫어져라 살펴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는....... 어디선가........만나지 않았나?”

  “뭐라고?”

  “분, 분명 4년 전.......”

  “그럴 리 없을 걸.”

  거기에 돌아오는 것은 낮고, 차분한 웃음기까지 띄고 있는 목소리.

  그러나 그 얼굴을 본 미하일 체르노프의 얼굴이 굳어지고, 숨이 가빠진다. 그리고 그는 시선을 책상에 처박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아, 아니야. 착각했나보군.......”

  “그래. 그렇겠지.”

  김연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착각이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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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번째 만남 2 2017 / 11 / 3 34 2 7207   
2 두번째 만남 1 2017 / 11 / 3 84 2 7976   
1 프롤로그 (2) 2017 / 11 / 3 355 3 6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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