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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11
작성일 : 17-11-09 14:02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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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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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유는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갔다.

 이 더운 날씨에 네 명의 뱀파이어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걸어가는 게 신기할뿐이었다.

 덥지도 않나…. 하고 중얼거리자 그 중얼거리는 소리를 용케 들은 라티안스가 지유에게 다가왔다.

 

 “많이 더운가?”

 

 “네…? 네……. 좀 많이 덥네요. 여러분들은 안 더우세요?”

 

 지유의 말에 라티안스는 새하얀 팔을 내밀었다.

 뜬금없는 라티안스의 행동에 지유는 의아한 얼굴로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라티안스는 마치 팔을 잡아보라는 듯 팔을 지유 쪽으로 더 뻗었다.

 지유는 자신의 쪽으로 쭉 뻗은 팔을 살짝 만져봤다.

 

 “차가워…….”

 

 “우리는 인간과 다르게 체온 조절이 되거든.”

 

 “부럽네요…. 전 엄청 더운데.”

 

 “많이 더우면 잡고 있어도 괜찮아.”

 

 라티안스의 호의에 지유는 잡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덥석덥석 팔을 잡기에는 좀 부끄러운데…. 하지만 팔을 잡으면 매우 시원해서 더위가 좀 가실 것 같았다.

 고민하던 지유는 찌는 듯한 더위에 못 이겨서 결국 라티안스의 팔을 잡았다.

 

 “그럼 조금만…. 잡고 있을게요.”

 

 “그렇게 하도록 해.”

 

 지유는 자신이 잡고 있는 새하얀 피부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잡고 있는 팔은 시원한 것에 비해 얼굴은 뜨거웠다.

 차가운 팔을 잡고 있으니까 더위가 가셔야 하는데 어째 더 뜨거워진 듯한 기분이다.

 

 “지유, 얼굴이 빨간데 괜찮나?”

 

 “네? 네네, 전 괜찮아요.”

 

 “정말로?”

 

 라티안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손을 들어 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손이 뜨거운 얼굴에 닿자 시원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갑자기 새빨갛게 변한 지유의 얼굴을 보자 역시 라티안스는 지유가 무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힘들면 조금 쉴까?”

 

 “아, 아뇨! 얼른 가야 한다면서요. 그, 저희가 만나려고 하는 분 이름이 뭐였죠?”

 

 “샤티입니다.”

 

 “샤티 씨가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산다고 하셨잖아요. 저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순 없죠!”

 

 “그래도 얼굴이 빨간데…. 뜨겁기도 하고.”

 

 “그건…. 라티안스 씨의 손이 너무 차가워서 그래요!”

 

 “그런 건가? 정말 괜찮은 거 맞지?”

 

 “그럼요. 괜찮아요.”

 

 지유는 붉어진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라티안스는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바라봤으나 그냥 넘어갔다.

 그래도 해줄 수 있는 걸 해주자 생각해 차가운 자신의 손을 지유에게 내밀었다.

 

 “잡고 있어. 차가워서 더운 게 좀 가실 거야.”

 

 “…감사합니다.”

 

 “많이 더우면 말하고.”

 

 “네…….”

 

 “그대가 쓰러지면 더 큰 일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웃는 얼굴에 지유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유는 당황해서 서둘러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앞으로만 걸어갔다.

 잡고 있는 손이 차가웠지만 어째 손바닥 안에 땀이 찬것만 같았다.

 손바닥 안이 간질간질거렸고, 심장도 두근두근 뛰어댔다.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 거야!’

 

 지유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손을 통해 라티안스에게 들키면 어쩌나 싶었다.

 그만큼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유는 땅바닥을 보고 있던 시선을 슬쩍 들어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라티안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심통이 났다.

 자신만 이렇게 두근거리는 것 같아서, 나만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전혀 내가 화낼 일이 아니잖아.’

 

 그래. 라티안스가 두근거리든 말든 자신이 상관 할 것이 아니었다.

 라티안스는 그저 자신이 더워하니까 차가운 손을 빌려준 것뿐이었다.

 그러니까 라티안스가 한 것은 단순한 선행일뿐이다.

 선행을 베풀면서 두근거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내가 두근거리는 게 이상한 거지….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 걸까?’

 

 지유는 여전히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뛰는 심장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려운 것은 질색이었다. 뭔지 모를 감정 역시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지유는 지금은 이 감정의 정체를 깨닫는 것보다는 얼른 샤티가 살고 있다는 곳에 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정체 모를 이 간지럽고 폭신거리는 감정은…. 나중에 알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뜨거운 뙤약볕 아래, 지유와 네 명의 뱀파이어는 쉴 새 없이 걸어야 했다.

 슬슬 해가 저물어갈 때쯤 그들은 겨우 샤티가 산다는 마을 앞까지 도착했다.

 

 “저 마을이군.”

 

 “있을지 없을진 모르겠습니다만, 가보지 않으면 모르겠죠.”

 

 “그래. 저기 사는 이들이 샤티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을로 들어간다, 다들 로브를 써.”

 

 라티안스의 말에 세 명의 뱀파이어는 로브를 쓰기 시작했다.

 지유도 로브를 쓰기 위해 라티안스에게 로브를 달라 말하려고 했으나, 말을 하려던 것은 무산이 됐다.

 라티안스가 자신에게 로브를 씌워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유는 자신이 해도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이미 로브를 다 쓴 상황이었다.

 지유의 로브를 씌워준 뒤 라티안스는 자신도 빠르게 로브를 썼다.

 

 “다 썼으면 가지.”

 

 “네.”

 

 로브로 온몸을 가린 덕에 지유는 빨개진 자신의 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자각이 없이 베푸는 친절에 자꾸만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얼굴만 봐서는 차가운 바람이 휭휭 불 것 같이 생긴 남자가 다정하게 구니까 적응이 안 돼서 그런 거다.

 저 붉은 눈이 자신을 향할 땐 가볍게 웃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거다.

 

 ‘그러니까 내가 두근거리는 건 다 라티안스 씨 때문이야.’

 

 지유는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이 제발 진정하길 바라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은 꽤 번창한 편이어서 물건을 사는 사람도, 물건을 파는 사람도 많았다.

 시끌벅적한 마을을 따라 걸으며 라티안스는 주변을 살폈다.

 

 “뱀파이어들이 많군. 이래선 판단하기 어려워.”

 

 “찾는 건 무리일까요?”

 

 “여기서 샤티가 어디 있는지 알려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그럼 뱀파이어가 좀 없는 쪽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저쪽 길목이라던가….”

 

 “저쪽이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군.”

 

 지유는 영문 모를 대화를 나누는 세 명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샤티를 찾는데 어째서 인기척 하나 없는 길목으로 들어가는 거지?

 라티안스가 길목으로 들어서자 지유의 궁금증은 한 번에 풀렸다.

 라티안스의 발밑에서 검붉은 기체 같은 것이 모이더니 한순간에 사방으로 펴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라티안스가 무엇을 느꼈는지 다시 그 검붉은 기체를 흡수했다.

 

 “북쪽, 작은 여관건물. 거기에 있다.”

 

 “방금 그걸로 알아낸 거예요?”

 

 “맞아. 내 힘이라고 할까.”

 

 “굉장히 편한 힘이네요…. 이 힘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마을 전체를 돌아다녀야 했잖아요.”

 

 “별거 아니야. 이 정도는……. 내가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이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샤티가 어디 있는지 알았을 거야.”

 

 “그, 그래도 굉장하다고요!”

 

 지유는 어째서인지 라티안스가 시무룩해졌다고 생각해 그의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대단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은 그 정도도 하지 못한다는 둥, 덕분에 더 걸어 다니지 않아도 돼서 좋다는 둥.

 할 수 있는 한의 칭찬을 쏟아붓자 도중부터는 라티안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도중부터 칭찬하는 데 열중해서 라티안스가 웃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지유의 입에선 계속 좋은 말만 나왔다.

 

 “알았으니까 그만해도 괜찮아.”

 

 “어, 제 말 안 믿으시는 거죠? 듣기 귀찮아서 그냥 넘기려고 그러시는 거죠?”

 

 “그런 게 아니야.”

 

 “진짜요?”

 

 “정말.”

 

 투덕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뒤에서 쫓아가는 세 명의 뱀파이어는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아무래도 제일은 모르는 척을 하는 거겠지. 생각하며 세 명은 각기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그래도 로드가 밝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걸 지유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부하였다. 그러므로 로드에게 저렇게 쉽게 말을 걸거나 칭찬을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다.

 그저 로드께서 이 시련을 넘겨주시길. 조금 더 강한 마음을 가지시길 바랄 뿐이었다.

 우리가 뒤에서 그저 강해지길 바라는 것과 다르게 저분은 저렇게 금방 로드의 곁으로 간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녀가 조금 부럽군요.”

 

 “아, 베일리도 그 생각했어? 나도 똑같은 생각 했는데.”

 

 “하여간 바보들.”

 

 “그러는 브리지트도 같은 생각을 했으면서.”

 

 “맞아, 발뺌하지 마.”

 

 세 명은 두 사람의 뒤에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키득거렸다.

 그렇게 웃고 장난치는 것도 한순간. 샤티가 있다는 북쪽의 작은 여관 건물 앞에 도착하자 모두 진지한 얼굴이 됐다.

 처음으로 만나는 첫 뱀파이어. 어쩌면 힘을 빌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이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거겠지. 지유는 자신에게까지도 전해져오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한참을 건물만 바라보던 라티안스는 뒤를 슬쩍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있어.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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