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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20 화. 문자로 피어나는 사랑
작성일 : 17-07-13 21:12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6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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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20 화. 문자로 피어나는 사랑

 

 

 

 성환은 퇴근길에 딸이 가장 좋아하는 숯불구이 집에 들러 통닭 한 마리를 샀다.

 

 살찌기 좋은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가끔 자신과 맥주 한 잔을 하면서 말동무도 해주고, 안주로 사온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세희의 모습에 절로 흐뭇했다. 그냥. 딸 가진 아버지로서의 이유모를 뿌듯함이랄까.

 

 자신이 혼자 술을 마시거나, 기분이 울적한 날이 있으면. 언제 알았는지. 쪼르르 달려와, '아빠! 나두!! 나두!!' 하며 옆에 앉아 헤헤거리는 귀엽고 기특한 딸이었다.

 

 딸 없는 아빠들한테 자신의 딸 자랑을 하면 '나도 딸 하나 놓을 걸 그랬다.'나 '며느리 삼게 소개 시켜달 라'는 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그였다.

 

 어릴 적부터 애교가 많은 우리 딸. 오늘따라 유난히 더 보고 싶고, 같이 맥주 마시고 싶구나.

 

 못 본지 며칠 되지 않았건만. 그는 그의 딸이 자신의 품을 떠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걸까.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빨라졌다.

 

 

 

 달칵-

 

 "아빠 왔다~ 세희야. 우리 딸 좋아하는 숯불구이 통닭 사왔지! 살찐다고 사오지 마라고 했는데 그냥.. 오늘따라 우리 딸이랑 술 먹고 싶네."

 

 그의 애정이 뚝뚝 흐르는 다정한 부름에도, 집 안에서 들려오는 세희의 목소리는 없었다.

 

 불길하다.

 

 자신이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는 얼굴로 '아빠 잘 다녀와' 하며 자신을 배웅해줬던 딸인데. 못 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애가 반응이 없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세희 엄마도 안 보이네.

 

 그는 불안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내를 불렀다.

 

 "여보! 좀 나와 봐. 세희 아직도 퇴근 안 했어?"

 

 끼이익-

 

 안방 문을 열고 나온 시은의 얼굴이 죄 지은 사람 마냥 쭈뼛쭈뼛.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 하는 상태로 입을 열었다.

 

 "왔..어요?"

 

 "응. 당신은 세희가 지금 어디 있는지 걱정도 안 돼? 어떻게 여태까지 태평하게 있을 수가 있어? 시간이 몇 시야!"

 

 그의 여리고 예쁜 소중한 딸이 잘못 되었을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으로 아내를 쳐다보다 감정이 격해져서 한 번도 질러본 적 없는 소리를 질렀다.

 

 시은이라고 태평하게만 있었겠나. 그가 이틀 전에 그렇게 나간 이후로 그녀는 딸과 함께 열심히 이사 준비를 했다. 가구들은 오피스텔에 다 있다고 하니 짐만 싸면 되는 거였지만.

 

 이제부터는 혼자 살게 될 딸이니 각종 호신 도구부터 여러 가지로 세심하게 준비를 시켜 보냈더랬다.

 

 그게 토요일. 오늘 오전의 일이었다.

 

 세희가 말한 것처럼 치안도 최고였고 주변에 공원도 있어 여자 혼자 살기에는 최고였다. 딸을 데려다주며 '아빠는 걱정하지 마. 엄마가 생각해둔 게 있어' 라며 다독여주고 왔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내려니. 딸을 지극히 아끼는 남편이 받을 상실감이 염려되어 쉽지가 않다.

 

 "그게.. 세희 오늘 아침에 짐 싸서 나갔어요."

 

 

 

 쿵-

 

 어디로? 왜?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나갔다니? 나 없는 사이에 둘이 싸웠어? 둘이 싸워도 걔가 집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황망하게 서서 들고 있던 닭 봉지마저 툭 하고 떨어뜨린 그가 조금 안쓰러운 마음에 시은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차피 해야 할 말이니 더 미루지 말자.

 

 "당신도 알죠? 세희가 옛날부터 독립 시켜 달라, 혼자 살게 해달라고 했던 거. 마침 세희네 회사 선배가 해외로 발령 나서 살던 오피스텔을 처분하려다 1년 동안 살 생각 있냐고 묻길래. 세희가 원해서.. 그러라고 했죠. 아, 물론 여자 선배구요."

 

 아아. 나의 딸은 갔습니다.

 

 그렇게 붙잡아두었던 나의 딸은 나의 품을 떠났습니다.

 

 "왜 나랑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보낸 거야? 내가 우리 딸 시집보내는 것도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데. 이건 너무 빠르잖아!"

 

 "당신이 이럴까봐 내가 얘기 못 했어요. 화나게 했다면 미안해요. 그리고..."

 

 시은은 잠시 뜸을 들였다. 간만에 하는 말이라 두근거렸다.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

 

 

 

 "오빠.."

 

 "응.. 응?!!!"

 

 "우리 간만에 옛날 분위기 내 봐요. 내가 와인 사다 놨어. 세희가 없으니 눈치 볼 필요 없잖아?"

 

 시은의 말에 성환은 잠시 멈칫했다. 아내가 얘기하는 바가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아는 그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래도 싫지는 않은 터라. 살포시 그의 허리에 감겨오는 시은의 가녀린 몸을 소중히 끌어안았다.

 

 "흠흠..! 다 늙어서.. 주책이야."

 

 "훗. 오빠도 괜히.. 좋으면서."

 

 "그리고. 세희 있는 데는 당분간 안 가르쳐 줄 거예요."

 

 딸이 독립해 나갔다는 충격은 잠시 접어두고. 시은이 이끄는 대로 안방으로 걸어가던 그의 표정은 울상으로 변했다. 장소는 당연히 알려주겠지 했었는데. 철벽 보안이 따로 없다.

 

 게다가, 이미 나간 딸. 잡으러 나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오랜만에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있어야지.

 

 그렇게 그들의 안방은 서서히 닫혀갔다.

 

 

 

 

 

 ***

 

 

 

 

 

 "읏차!"

 

 세희는 오피스텔에 들고 온 그녀의 짐을 이제 막 다 푼 참이었다. 몇 개 되지 않는 짐이지만. 풀어서 적절한 장소에 정리 해두는 일과 그녀의 취향에 맞춰 사온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세심하게 집 안 이곳저곳에 배치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소품도 좀 많아야지.

 

 남의 집이라서 인테리어는 그녀의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세희가 선택한 차선책은 인테리어 소품들이었다. 그녀의 회사 선배, 세진이 오피스텔을 잠시 부탁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조금씩, 몇 푼 안 되는 돈을 들여 소품들을 모았다.

 

 세희는 완성된 자신만의 공간을 쭈욱 둘러보았다.

 

 처음에 세진의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일반 오피스텔인 줄 알았다. 선배가 주변 환경에 대해 설명해줄 때 눈치 챘어야 하는 건데. 그곳은 1인 가구를 위한 작고 소박한 오피스텔이 아니었다.

 

 크기도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보다 몇 배는 더 넓었고. 인테리어도 보통이 아니었다.

 

 요즘 고급스러운 오피스텔이 유행이라던데. 이곳은 아마 그 중에서 으뜸일 것이다.

 

 선배는 어떻게 해서 이런 큰 집을 사셨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레로 구석구석 박박 청소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1년 동안 살아야 할 내 집. 내 공간. 잘 부탁해.

 

 

 

 청소를 마치니 시간이 8시가 넘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끼니마저 거른 상태였다.

 

 아직 식재료가 쌀 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식재료들로 반찬을 만드는 일은 내일 하기기로 하고. 그녀는 물을 담은 주전자에 불을 올렸다. 이럴 때는 컵라면이 최고지!

 

 후루룩 거리며 컵라면을 먹던 그녀는 컵라면을 들고 우물거리며 창가로 다가갔다.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이 바로 보여서 좋았다. 집 좀 정리되면 공원 구경하러 가야지. 근데 왠지 저 공원.. 익숙하다..?

 

 익숙한 듯한 공원에, 세희는 기억을 더듬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 그녀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그녀가 있는 오피스텔과 45도 위치에 100 미터 거리를 두고 있는 거대한 오피스텔이 떡 하니 버티고 서서 그 위용을 만천하에 뿜어내고 있었다.

 

 저 건물만 없었다면 이 오피스텔의 전망은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딱 봐도 이 오피스텔보다 몇 배 더 큰 창과, 어렴풋이 살짝 들여다보이는 내부가 호텔 저리 가라였다.

 

 전망은 커녕 남의 집 사생활이나 보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세희의 머릿속에서 저 건물을 레고 블럭을 집어올리듯 뽑아버리는 장면이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탁 트인 시원한 야경을 벗 삼고 싶었다.

 

 

 

 후루룩 후루룩.

 

 그녀는 컵라면을 먹으며 창가에 서서, 자신의 층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반대편 오피스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오피스텔도 만만치 않은 곳인데. 저런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따뜻한 라면 국물이 속에 들어와 몸을 풀어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무렴 어때. 공원만 잘 보이면 되지.

 

 깊은 서울 속 오피스텔 누가 살고 있나요♬

 

 

 

 

 

 ***

 

 

 

 

 

 어떤 사람이 살고 있기는.

 

 옹달샘을 먹고 사는 토끼가 아닌.

 

 강지원이 살고 있지.

 

 세희가 열심히 컵라면을 먹으며 밖을 구경하는 동안.

 

 지원은 소파에 누워 세희 생각이 한창이었다.

 

 어제 도진이 그녀에게 그렇게 접근한 것을 보고 처음으로 깊다고 믿었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일 뻔 했다.

 

 도진에게도 화가 났지만 세희는 왜 그 상태 그대로 있었던 건지. 평소에 나한테 욱하던 대로 한방 날려줄 수는 없었나?

 

 설마. 그 놈 얼굴 잘 생겼다고 어찌할 틈도 없었던 건가?

 

 그리고.

 

 박재희.

 

 아무리 생각해봐도 세희와 자주 점심을 먹고 매일 붙어 다니는 직원은 박재희가 유일한 것 같았다.

 

 지난번에 로비에서 그 둘을 본 이후에도 가끔씩 회사에서 그들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몇번 있었는데.

 

 며칠 전의 일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차를 타고 회사로 들어가던 그의 코앞을 스쳐지나간 그 둘.

 

 스쳐지나가던 그 짧은 순간이 그에게는 길게만 느껴졌었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연인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잘 어울리는 그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귀는 사이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본 세희는 재희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보통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면 행복해 하는 감정이 얼굴에 떠오르지 않나? 파티나 각종 자리에 나가서 봤던 여자들만 해도. 그녀들이 편하게 알고 지내는 남자들과 있을 때 세희와 같은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뭐지..? 내가 괜한 추측을 하고 있는 건가?

 

 세희는 어떨지 몰라도. 반대로, 그가 본 재희는 남자로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지원은 사랑을 해보지 않아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이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도진이 자신의 사랑을 얘기할때 보여준 그 눈빛과, 재희가 세희를 바라보던 눈빛의 느낌이 흡사했다.

 

 무슨 사이지?

 

 궁금했다.

 

 사귀는 사이..가 맞나..?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메시지 창을 띄웠다.

 

 [뭐 해요? 박재희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뽁. 뽁. 뽁.

 

 아니야. 이게 아니야.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와 재희의 관계에 대해 물으려던 그는 작성해두었던 글을 지워버렸다. 이렇게 보내버리기에는 너무 뜬금없고 쓸데없는 참견 같았다.

 

 지원은. 말이 좋아 재희에 대해서 묻고 싶었던 것뿐이지.

 

 요즘 가끔씩 그녀가 그의 머릿속에 불쑥불쑥 튀어올 때가 있었다. 가볍게라도 웃는 모습, 오물오물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모습 등등. 오늘도 그녀가 생각이 난 그의 진심은 그녀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없을까 싶어, 문자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저번에 그녀가 먼저 문자를 준 이후로,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문자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사인 자신이 먼저 문자를 해도 되는 걸까,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답지 않은 소심한 걱정으로 포기해버렸다.

 

 하지만 더는 못 물러나겠다. 일 처리 하나는 깔끔하고 신속한 내가. 뭐가 무서워서 고민만 하고 있는 거지? 그냥 한번 보내면 될 일인데.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문자를 준다는 부끄러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그냥 사람이 아니라, 지원이 마음을 열기 시작한 세희라서 그렇다. 그녀를 향한 설렘에 그가 여러 번 망설이고 주저한다는 것을 이 남자는 절대 모를 것이다.

 

 그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일어나 앉아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짧지만 중.요.한 문자 한 줄을 작성 했다.

 

 

 

 왜?

 

 그가 보낸 문자 한 통의 파장이 이 둘의 연애 사에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되니까!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지.

 

 뭐 하고 있을까?

 

 [뭐 해요?]

 

 띠링~

 

 이번엔 웬일인지 빛의 속도로 답장이 왔다.

 

 [저 이사 했어요. 그래서 짐 풀고 정리 한다고 여태까지 낑낑 대고 있어요. 사장님은 뭐 하세요?]

 

 두근두근.

 

 빨리 온 답장에,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뭐 하냐는 물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뭐라고...

 

 [주말이라서 고양이랑 소파에서 놀고 있어요. 아, 지금은 고양이가 소파 밑으로 내려가 버렸네요. 저는 지금 세희 씨랑 문자하고 있죠.]

 

 

 

 풉.

 

 세희는 컵라면을 정리하고 와서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자신과 문자를 하고 있다고 솔직담백하게 답장해 준 그의 문자에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구나.

 

 짐 정리를 하느라 피곤해서 일찍 잘까 했는데. 뜻밖에도 그의 문자로 기분이 좋아졌다. 사장님 나이스 타이밍~!!

 

 [고양이 키우세요? 우와~ 저 동물 되게 좋아해요. 지금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면 안돼요?]

 

 [사진요? 어쩌죠.. 제가 사진 찍으려고 하니까 싫다고 도망가네요.]

 

 그것은 뻥이었다.

 

 지원이 스마트폰의 기능을 모를 리가 없었다. 터치 한번이면 카메라 기능이 실행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한 번도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내본 적이 없었다. 일방적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업무와 관련한 내용들을 받아만 봤지.

 

 흔하디흔한 무료 문자 앱 구경은 커녕, 핸드폰에 주어지는 기본 문자 기능으로 사진을 전송 해보지도 않았다. 이걸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은 부끄럽고, 자폭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레온을 방패로 삼았다.

 

 레온이 한글을 읽을 줄 알았더라면, '주인이 썸에 눈이 멀어 날 팔아 먹었다냥!'이라며 팔짝팔짝 뛰었을 것이다.

 

 [에이~ 아쉽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보여주시기예요?]

 

 [네.]

 

 

 

 지원은 뭔가 아쉬웠다.

 

 이대로 뚝하고 문자를 끝내버리기에는 2% 부족했다.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와 계속 있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다.

 

 자신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그는 기분 좋은 이 분위기를 벗 삼아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한 통을 더 보냈다.

 

 [세희 씨, 내일 잠시 나오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내일 주말인데요.]

 

 [네. 주말 근무 해야죠. 오전 10시까지 회사 앞으로 나와요. 갈 데가 있어요.]

 

 그는 그녀와 놀러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그녀의 모습이 자꾸 심장을 두드린다. 그는 그녀와 조금 더 자주 어울려 볼 생각이다. 이 감정이 뭔지 알아야겠어.

 

 그는 내일 그녀를 만날 생각에,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로 그들은 조금 더 문자를 주고받았더랬다.

 

 그들은 몰랐다.

 

 세희가 직원도 아니요 동료도 아닌 '여자'로서 그의 집에 찾아갈 날이 언젠가 온 다는 것을.

 

 첫 만남이 개와 원숭이처럼 서로를 못 잡아먹어 난리였던 그들이. 한 시라도 곁에 없으면 허전하기만 한 애틋한 연인이 될 줄 어느 누가 꿈에라도 상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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