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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만약, 도망치고 싶어진다면...
작성일 : 17-07-25 03:59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1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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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는 점점 깊게 잠드는 듯 했다.

 

 

 

 

 꼭 안고서 고른 숨소릴 내는 그를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뿌듯해졌다. 적어도 내가 , 그에게 이 정도의 효용은 있구나 싶어서-

 

 길게 자란 앞머리 , 나는 손을 살짝 뻗어서 그의 앞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짝 찡긋거린다.

 

 

 

 콧잔등에 생기는 찡그린 주름까지도 귀엽다. 오물오물- 꿈에서 뭐라도 먹고 있는걸까-

 

 

 입을 오물오물 거린다. 뭐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때는 완전 애기네-....... "

 

 

 중얼거린다 ,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이 사람 곁에.... 오래도록 있을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옆에서- 이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 볼수 있을까?..................

 

 

 

 

 기다란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것 같다. 가지런한 눈썹- 그리고 흰 피부-... 뺨에 상처가 자주 나서- 얼굴에도 흉터가 남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이도 얼굴엔 흉터가 남지 않은 듯 하다-머리를 짧게 자른 걸 못 본듯 하다. 예전엔 이마에 흉터라도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전에 묶으면서 보니까 이마가 매끈했다. 그럼 그런것 때문은 아닐텐데......

 

 

 머리를 살짝 살짝 건드리다 자신도 모르게 귀를 쳐다본다. 그의 귀는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왠지 나비처럼 손대면 툭 날아가버릴거 같은 모양새라고 해야 할까.... 귀에는 아주 희미하게 자국이 있다.

 

 전에 귀걸이를 했었던 모양이다... 꽤 여러개의 자국이 있다 손가락을 대어본다-.....

 

 차갑다- , 이 사람의 귀의 온도가 매우 낮게 느껴진다.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 팔이 따스하게만 느껴져서 나도 그만 , 졸음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아주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

 

 

 

 나는 하임이 고른 숨소릴 낼 때까지 기다렸다.

 

 

 

 어떻게 이렇게 여자가 무방비하단 말인가.... 잠- 잘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데-.... 이 여자야 말로 천하태평이다- 나는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면서 하임이 잠든 얼굴을 지켜본다.

 

 너무 피곤해서 졸음이 밀려오려던 찰나-, 이 여자가 손을 뻗어서 내 앞머릴 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그녀의 봄같은 손길을 느꼈다. 그녀가 맘이 편해지도록- 내가 푹 잤다고 믿을수 있도록..

 

 너무 안타까운건.... 이 여자가 마치 내가 있을때 내내 긴장하기라도 했었던 것 처럼-... 내가 잠들었다고 느끼자

 

 숨을 , 내가 깨어서 있을 때 보다도 좀 더 편하게 쉬는것 처럼 느껴졌다는 거다.

 

 

 소리가 더 편안하게 들렸다......

 

 그녀는 긴장을 풀었다. 비로소-

 

 내 앞에선 내내 긴장하고, 있었던 것 처럼

 

 

 내 얼굴에 닿는 그녀의 솜사탕 처럼 가볍고 , 달콤한 손길을 난 그저.... 느끼면서- 그녀가 날 잠들었다고 생각하게끔

 

 자는 척, 장단을 맞췄다.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맘이 아팠다. 내 귓바퀴에 나 있을, 예전의 흔적을

 

 쓰는 그녀의 가벼운 손길- 내 눈꺼풀에 와 닿는..... 따뜻하기 그지 없는 눈빛.....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그녀는 자신도 졸음이 밀려 온건지 잠이 들었다.

 

 나는 그제야 눈을 떴다.

 

 나는 그녀를 그저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작은 새처럼 내 팔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

 

 

 

 

 이런게 왜 이렇게 힘들까... 힘들일이 아닌데- 다 끊어내고 다 버리고 그냥 , 이 여자랑 살면 안되는 걸까?

 

 

 

 

 

 

 나는...

 

 

 그녀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이젠 심장이 좀 편안하게 뛰는 것 같은데..... 심장이 미칠듯 뛰는 사랑도 사랑이지만

 

 고동칠 때 마다 찢어지는 심장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닐순 없다.

 

 

 

 

 그녀의 얼굴을 마음에 새긴다. 시간을 들여서...... 이 얼굴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내 눈에 언제나 새길수 있길

 

 기도한다.

 

 

 

 

 

 나는 늘 신을 증오했다.

 

 

 신을 미워했었다. 내 기도따윈 절대 들어주지 않는 그를

 

 

 

 나는 처음 수없이 기도했다. 수없이 많은 기도를 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들어주지 않았다. 혹은 들어주면서도 너무나 많은 제약을

 

 

 주었다.

 

 

 

 단 한번도 단 하나의 기회도 순순히 주질 않았다.

 

 

 

 

 

 미워했었다. 내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가 버린 그를 원망했었다. 그렇게 나는 물 속에만 있었다.

 

 숨따위 쉬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 그대로 안에 있었다. 꼼짝하지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

 

 

 

 신이 나를 미워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신은 나를 ,버려두고 계셨으면서 마치 줄곧 신경쓰고 있었던 것 처럼

 

 이 여잘 내게로 보냈다. 당돌하고 말 한마디 지는 법이 없고

 

 솔직하고 용감한 , 이 여잘 내게 보냈다.

 

 

 

 마치 내 이야기가 이제야 귀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나만 있던, 아주 오래도록 얼어있던 물 위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처음 나는 눈이 부셔서 물 밖으로 고개 자체를 내밀기를 망설였다. 그 차갑고 얼어붙을것 같은 물 속이

 

 겁나지도 않는지 저 여자는 선뜻 내 손을 잡았고.... 언제나 돌아갔고 또 늘 돌아가려고 했던 나를

 

 끝내는 물 가에 앉혔다.

 

 

 돌아가지 말았으면 한다고..... 내 손을 잡아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나는 팔을 살짝 풀고 그녀의 머리를 편하게 베게에 기댈수 있게 했다.

 

 그녀는 베게로 파고들었다. 나보다 훨씬 편한듯이

 

 

 이젠 베게도 질투가 날 지경이다.

 

 

 

 

 

 아직도 볕이 좋았다. 이대로 있자니 왠지 그녀의 곁에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내 눈을 잡았다. 그녀의 얼굴은 지나치게 천진해 보였다.

 

 

 

 

 

 아까처럼-

 

 

 

 분위기를 잡고 다가서도 , 그녀가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 아주 잠시 그랬단걸 알았는데도

 

 

 나는 맘이 쓰렸다. 그 정도로 그녀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내 자신을 내가 잘 모르겠다.

 

 컨트롤이 잘 안된다. 나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이 여자는

 

 내 모든것의 상식을 벗어난다.

 

 자꾸만 나를 다른 길로 인도한다.

 

 가보지 못한 , 한번도 상상 못한 길로....

 

 

 

 이제껏은 대체 어떻게 막아 왔는지 , 한동안은 낮의 행동이 후회되어 죄책감이 밀려와 밤에 잠따위 잘수 없겠지만 그 또한 피할 생각이 없었다.

 

 

 충실하게-

 

 

 

 그게 나에게 주어진 죄책감이라면- 장하임은 몰라도 된다 그 상처는 나만 받으면 되니까 나만 알면 되니까-

 

 

 

 그녀는 아기 토끼마냥 코를 씰룩거렸다.

 

 귀여워.......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아주 찬찬히- 나를 겁없이 건진

 

 이 용감한 소녀를.....

 

 

 

 정말, 무방비해-

 

 아니면 날 전혀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던가...

 

 

 

 

 나는 살짝 원망의 맘을 담아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주 살짝 볼에 입을 맞췄다. 입술에 퍼지는 뜨거운 햇살같은 온기-

 

 

 

 그 온기는 가슴까지도 녹여버리는 것 만 같다.

 

 

 

 사랑을 하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더니..... 정말 그렇군

 

 지혁은 살짝 미소지었다.

 

 

 

 

 그녀는 애교 있게 찡그렸다. 깬거 같진 않았다. 나는 조용히 문을 밀어 닫고 거실로 나섰다.

 

 

 

 

 

 거실은 내가 언제나 느꼈듯이 황망했다.

 

 까망이가 우아하게 내 앞을 가로질러 걸어 갔을 뿐이었다.

 

 까망이 녀석은 꽤 컸는데도 사람의 손을 타는 법이 없었다.

 

 간단한 것들만 해 놓으면 가구를 긁는 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녀석은 나른하게 움직이며 가끔, 아주 가끔 내게 와서

 

 

 머리를 툭툭 비비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것 말곤 아무런 번거로운 일도, 하지 않았다.

 

 동물조차도 내 곁에 서서는 완전히 편하게 자신을 풀어놓지 않는구나.. 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로소 자신이 잔다고 생각하고 나서야 - 숨을 좀 편히 내쉬던 장하임을 떠올리며

 

 약간의 미안함이 밀려왔다.

 

 

 

 내 다리에 와서 아는 체 하는 까망이를 쓰다듬으며 쇼파에 앉았더니 , 앉아마자 전화가 울려왔다.

 

 

 

 내 벨소린 아니었다. 낯선 벨소리.... 자세히보니..... 하임의 전화였다. 메인에는 세진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이름이 써져 있었다.

 

 

 

 

 전화는 계속 울렸다. 이 전활 받아야 할까? 하임이.... 화 낼까? 그렇지 않을까?

 

 

 .............

 

 

 

 

 

 무슨일일까- 그때 그녀는 전활 했지만 이 사람의 전화가 꺼져 있었다고 했다. 궁금해지는건 어쩔수 없잖아...

 

 

 나는 한숨을 내 쉬고 내 다혈질의 기운을 탓했다.

 

 

 머리와 달리 손은 버튼을 거침없이 눌렀고-

 

 그리곤 전활 받았다.

 

 

 

 

 

 

 

 "여보세요?"

 

 남자의 목소린 전보다 한참 굳어있었다. 까슬한 목소리- 그랬겠지.... 이 사람을 탓 할순 없다.

 

 

 

 탓을 굳이 하려면 나를 탓해야지 , 누굴 탓 할수 있겠는가...

 

 

 

 

 나는 솔직하게 장하임이 이 남잘 단칼에 놓을수 있기를 맘으론 바랬다.

 

 '나'만 생각하자면 그랬다.

 

 우린 이미 아주 많은 것들을 놓아버렸으니까......

 

 

 

  말로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랬다 . 적어도 친구라면 소중히 여기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 혼자 남아보니 그 외로움을 난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위해서 한 말이기도 했다.

 

 

 

 

 그녀에겐 나 말고도 자신만을 위한 '내 편' 이 필요할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하임이니?"

 

 

 

 아주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나는 겨우, 대답을 했다.

 

 내 목소린 낮고 조용했다.

 

 

 "............ 접니다. 하임이는 전화를 못 받을것 같아서요....."

 

 

 전화기 반대편에서는 살기를 띈 목소리가 날라왔다.

 

 

 

 

 "....... 당신 , 심지혁입니까?"

 

 .......

 

 

 

 

 

 남자는 화가 많이 나 있는것 같았다. 괜한 짓을 했다.

 

 받지 말았어야 했나?

 

 그래도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 있는것 같았다.

 

 

 

 

 

 

 그렇다고 잠시 자릴 비웠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것은, 내 마음이 허락칠 않았다.

 

 편협하다면 편협한 , 쫀쫀하다면 쫀쫀한 ... 그런 마음에서 였다.

 

 

 

 장하임을 배려한다면 그래선 안됬는데..

 

 

 

 

 

 ".....네 심지혁입니다."

 

 

 

 

 

 

 

 전화기 넘어로 한숨쉬는 그의 울분에 가득 찬 숨소리가 들렸다.

 

 

 

 "...... 당신이 왜 , 하임이 전활 받죠?"

 

 

 

 

 ".........."

 

 

 

 

 

 "물었습니다- 당신이 왜 하임이 전활 받느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그 말에 지혁도 슬슬 화가나기 시작했다. 지혁이 잠시 소프트하게 생각했던 것은 죄책감때문이기도 했다.

 

 하임을 자신이 뺏은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이 남자와 관계없이.... 선택은 하임의 몫이었다.

 

 

 

 

 "제가 당신에게, 대답해야 합니까?.... 누차 말했던것 같은데요-하임이한테 물으라고.... 그리고 그런식으로

 

 강압적으로 하임이한테 굴지 마시죠-........ "

 

 

 

 

 

 "강압이라뇨?"

 

 

 

 

 

 

 남자는 날카롭게 반문했다. 이를 바짝 드러내고 있었다.

 

 

 

 

 "말투가 그렇게 들리네요- .."

 

 

 

 

 남자는 전화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어쩔수 없지 뭐 이런 한숨이 아니었다. 노기를 띈 한숨소리였다.

 

 

 

 

 

 

 "그때는 상관 없는 일 처럼 하시더니- 그 사이 많은일이 생긴 모양이네요 심지혁씨-"

 

 

 

 

 남자의 목소린 이성을 잃은 것 처럼 느껴졌다. 그때처럼 형식적인 예의조차 차리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러면서 비꼬기 까지 하니까.... 나는 화가나는걸 느꼈다.

 

 

 덩달아 내 목소리도 싸늘해졌다.

 

 

 

 

 "하임이한테 사랑을 핑계로 책망하실거라면... 그만두시죠- 당신이 하임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그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는 일이죠,

 

 

 물론 나도 억지스런 짓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당신이 어떤사람이든

 

 하임이에게 좋은 친구인건 확실하고-

 

 

 그녀가 그런 친구를 잃는건 저도 싫으니까요- 대화 꼭 하세요 막을 생각, 없으니까-

 

 그러나 그 전에 당신이 냉정을 좀 찾아야 할것 같네요- 그 정도 시간을 기다리면서 이렇게 냉정을 잃을 정도였다면

 

 

 고백부터 하는게 현명했을 텐데... "

 

 

 

 

 

 나는 참지 못하고 속에 담아놓은 이야길 하면서 , 나도 바보같이 빈정거리고 말았다...

 

 남자의 화에 불을 붙이는걸 뻔이 알았지만 참질 못했다.

 

 

 남자는 무서운 목소리로 되 물었다.

 

 

 "전화를 받은게 당신인데.. 내가 화를 감출 필요가 있나?...

 

 

 나도 내 나름대로의 순서와 스텝이 있었다고-

 

 당신이 중간에 불쑥 끼여들꺼라고-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지.. 하임이는 순진하지- 또 사랑에 빠지면,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낙천적이야-

 

 사랑에 그만큼 데이고도 사랑을 믿지- , 이제 하임이도 해피앤딩을 맞을 자격이 있는것 아닌가?

 

 내 직감은 꽤 정확하거든-

 

 

 

 당신은 하임이를 절대로... 행복하게 해 줄수 없어-"

 

 

 

 

 

 

 남자의 마지막 말은 가슴을 망치로 때린 것 만큼 차갑게 내 가슴에 파동을 일으켰다.

 

 

 

 

 내면에서 늘 불안했던 어떤걸 콕 집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두려움......

 

 그 칼은 너무나도 날카로웠고 내 심장 끝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남자는 예의를 내려놓고 내게 말을 직접적으로 걸어왔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러기에 당신이 쥐고 있는게 너무 많아- 보기만 해도 알겠더군-

 

 아무것도 놓기 싫으니까 하임이한테 그냥 막 다가설수가 없었던거 아닌가?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 아냐- 따뜻한 척은 할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코 따뜻해지지 않아-

 

 당신의 본질을 - 고작 20분 남짓도 안되는 대화만 해봐도 난 알겠던데... 하임이는 그런 점에서

 

 정말 눈이 낮아- 그렇게 차가운 것에서 달아나고 싶어했으면서 또 고른게 당신이라니.........."

 

 

 

 

 남자의 끝 말은 거의 탄식에 가까웠다. 나는 내 눈이 냉기를 띄는걸 느꼈다.

 

 

 나는 계속 참지를 못했다. 냉정하지 못해지는 건 내가 밀리고 있다는 걸

 

 대변하고 있는 거나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하임이가 , 사랑하지도 않는 당신을 사랑이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당신이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하는 그 당당함이 의심스럽군- 자신감이 과하군-

 

 당신은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야- 장하임이 행복하려면.. 그래 난 부족한 사람이지- 부정하지 않아-

 

 

 인정하지- 나보다 좋고 다정한 사람이 세상에는 많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당신은 좋은 선택인것 같은가?

 

 지나친 자신감이군-

 

 

 당신이 장하임을 오랜 시간 안건 사실이겠지, 하지만 그 여자의 내면에 대해선 당신은 몰라- 당신은 그 여자가 낙천적이지 않아졌다고 했지

 

 지난 사랑때문에 어두워졌다고- 그건 당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드러낸거나 다름없어-

 

 장하임은 지난 사랑때문에 시련을 겪었지, 그것만은 분명하지만- 어두워 지진 않았어-

 

 단지- 깊이가 생겼을 뿐이야- 오히려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졌지- 그런것도 눈치채지 못한 당신이-

 

 

 대체 장하임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할수있지?

 

 빛같은 여잘 어두워졌다고 얘기하는 당신이-

 

 

 밝은 곳에서만 있어서 빛의 간절함이 어떤건지도 모르는 당신이 어둠에게 얼마나 빛이 간절한지

 

 안다고 할수 있나?"

 

 

 

 

 내 목소리는 매끈했지만 한없이 차갑게만 들렸다. 이를 드러내고 물어뜯기 직전의 심정으로 나누는 대화였다.

 

 

 

 

 "당신은 몰라- 알수도 없고

 

 

 그래서 그녀의 가치도 모르지.... 어둠에게 빛은 목숨같은 거야, 놓칠수도 놓치고 싶지도 않은

 

 유일한 빛이지....... "

 

 

 

 남자가 전화기 저편에서 천천히 냉정을 찾는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내 감상적인 면을 너무나 드러냈나 싶어서 좀 놀랐다.

 

 잘 모르는 사람과 나눌만한 대화의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하임이의 가치를 나도 모를거라고 생각치 마- 난 결코 포기하지 않아- 포기할 일도 없고

 

 포기할 생각도 전혀 없으니까.... 하임이랑 대화하게 해 줘- 당신이 독재자 타입인건 알았지만

 

 왜 대변인 행동까지 하고 있지?"

 

 

 

 

 남자는 몹시 목소리가 딱딱하고 차가워졌다. 그때의 그를 상상하기도 쉽지 않을만큼.....

 

 

 

 "그녀한테 전하지 전화 왔었다고-"

 

 

 

 내 대답에 그는 무섭게 일갈을 했다.

 

 

 

 

 " 당신과도 대화가 분명히 필요할거야-..... 그래 우선은 하임이 한테 묻지-

 

 

 

 하지만 당신도- 나에게 분명히 시간을 내 줘야 할거야- 의심나면 하임이한테 물어봐-

 

 나는 그 정도의 대답은 받을 자격,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곤 인사나 예의 없이 전화는 뚝 끊겼다.

 

 

 

 

 

 

 나는 잠시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전활 내려놓고서 가슴에서 나는 예리한 소리들을 감당했다.

 

 

 그것은 오래된 기계의 비명처럼 들렸다. 마음이 복잡해지는 소리가 나는 무척이나 싫고 , 싫었다.

 

 

 

 입술을 살짝 깨문다. 모든일이 이토록 쉽지 않은 혹독한 운명이 싫어서-

 

 

 

 

 나만 그래야 하면 상관 없는데.... 내가 누구를 안던

 

 누구를 품던 누구를 가슴에 담아내던지

 

 내 , 상처가득한 모양으로 그녀를 규정지어야 하는 이 운명이 너무나 가혹해서.....

 

 

 이제 그녀도 해피앤딩을 맞을 자격이 있는거 아니냐던 남자의 목소리가 가슴에 스며든듯 사라지지 않는다.

 

 머리를 감싸쥐고 낮게 신음을 흘리는데-

 

 

 뒤에서 기척이 그제야 느껴졌다. 나는 고갤 돌렸다.

 

 

 

 그곳엔 그녀가 자주 띄우지 않는 잔뜩 안쓰러운 눈빛을 한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머릴 쓸어올렸다. 말 없이 나를 그저 쳐다보면서-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입술만 깨물 수 밖에 없었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화가 난게 아닌가 했는데, 화가 난것 같진 않았다.

 

 지체할것 없이... 내가 먼저 사과했다.

 

 

 "미안해- 전화가 울리는데..... 안 받았어야 했는데- 받고 싶었어.... 솔직히 그랬어-

 

 궁금증이 일었어- 당신한테 다 맡기겟다 그래놓고는 ..... 내가 ..."

 

 

 내 눈을 보는 그녀는 투명한 눈길로 나를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자제 못했어- 미안해-"

 

 

 

 나는 겨우 사과를 끝마쳤다.

 

 

 그녀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부드러운 갈빛 머리가 내 공간의 향기를 머금고 내게 둥실 풍겨왔다.

 

 그녀의 향기와 내가 쓰는 향기가 섞이자- 나는 가슴속에 미묘한 만족감이 떠올랐다.

 

 

 

 

 어이없고 몹시 유치하게도- 그랬다. 지금은 혼나고 있는 입장인데도-

 

 

 

 

 "괜찮아요- 제 전활 안 챙긴건 제 탓이지만......그래도 당신도, 세진이를 자극할 이유는 없잖아요? ,괜히 그런 소릴 한게 좀 화났을 뿐이에요

 

 

 얘기하기가 점점, 어려워 지겠네요 점점 더-

 

 그래도 당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또 들었으니까- 잘 알겠어요-"

 

 

 

 그녀는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이게 무슨 감정인지 , 아직은 모르겠기도 하네요- 세진이가 뭐라던가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그럴 필요 없는데 약간 뾰족해지고 말았다.

 

 

 

 "그 사람이 먼저 날 자극했어- 몹시 화를 내더군-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은 안다고...

 

 예전에 나눈 대화까지 끌어들이고- 당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게 요지였지... 끊임없이 말하니까

 

 

 좀 신경질이 났어... 나를 잘못된 선택이라고 끊임없이 그 사람이 되 짚었으니까..

 

 

 

 모르는 일은 아니지- 난 당신한테 부족한 사람인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불쑥 끼어든 거라고 하더군- 내가 끼어든거라고- ... 전엔 , 그래도 예의가 깍듯했는데

 

 아니 지나치게 예의가 넘쳤지.. 그렇지만 이번은 달랐어

 

 이성을 잃었더라고- 화를 몹시도 냈어- 그러면서 당신과도 이야기 할 거고 - 뒤엔 나랑도 이야기 할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던데...."

 

 

 

 

 내 말에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사과했다.

 

 그녀도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끝이 튼 입술을...

 

 

 

 

 "미안해요-... 원랜 좀 침착한 앤데...... 그 뒤로 내가 아주 오래- 전활 안했으니까... 좀 섭섭한 감정도 있었을거구...

 

 당신이 받아서 , 더 그런 것도 있었을 거에요-.... "

 

 

 

 "탓하지 않아- 나 때문에 그런거니까-....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내가 그 사람이었더라도.... 그런데 그 사람이 화 내는걸 순순히 들어 줬으면 됐을껄 ... 거기에 따박따박 대답한 내가

 

 나쁜 놈인거니까-"

 

 

 

 

 

 그녀는 쓸쓸하게 웃었다

 

 

 

 "왜 이렇게 순순히 인정해요-.... 그러니까 나만 나빠지는거 같은데.."

 

 

 

 나도 웃었다... 그녀를 따라 쓸쓸한 얼굴로-

 

 

 

 "말도 안돼..... 당신은 하나도 안나빠.... 내가 나쁘지....... 한가지 있다면 나쁜 나같은 놈을

 

 좋아하는 당신의 안목 하나지...."

 

 

 

 그녀는 놀란듯이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곤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

 

 

 "세진이가 그러던가요?..... "

 

 

 "...... 아냐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그녀는 혼자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만나봐야 겠네요..... 더 이상은 세진이한테도 고문이고.... 당신에게도 상처만 될 거 같으니까..

 

 애초에 이렇게 했어야 했어요... "

 

 

 

 

 그녀는 입술을 다시 못살게 괴롭히고 있었다.

 

 괴로워 보였다. 그걸 애써 숨기고 있는 거 같았지만

 

 

 나는 원래도 예민한 사람이었다. 모를수가 없었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 보는 법이니까-

 

 

 예민한 내 자신이 미웠다. 차라리 모르면 좋을텐데. 눈치 못챈다면 훨씬

 

 내 마음만은 편할텐데..

 

 

 

 "저녁에 올게요... 걱정말고 초조해 말고, 집에 있어요.. 알았죠?"

 

 그러더니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았다.

 

 "내 마음을 여기 다 두고 , 그러고 가는 거니까..... 믿어줘요 알았죠?"

 

 

 

 

 두번이나 알았냐며 확인을 하고는 그녀는 웃는 낯으로 집을 나섰다.

 

 

 

 

 

 그녀가 나선 후- 아직도 드는 볕을 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길수 밖에 없었다.

 

 눈을 감는 순간마다 깜빡이며 감는 순간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듣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차가운 곳에서 달아나고 싶었는데.. 결국 간 곳이 당신이라니... 라던 그 말...

 

 그 말이 가슴에 새겨질 만큼 오래 나는 그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

 

 

 

 

 

 세진은 하임의 만나자는 메세지를 보고 그녀가 만나자고 한 까페로 나왔다.

 

 

 까페의 구조는 특이했다.

 

 

 

 

 마치 개인 독실처럼 칸막이가 나누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그녀 답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험한 소리 하기도 망설여 졌을테고,

 

 

 

 이런 배려로 , 배려인데 .. 내 맘이 아파 가슴이 뭉게지게 만드는.... 그녀 다웠다.

 

 

 

 세진은 전의를 상실했다. 이런대서 만나자고 하는 건

 

 아에 맘은 결정을 이미 내렸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걸어가는데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내 스스로도 못 봐줄 만큼 - 엉망이었다.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와-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

 

 

 그리고 윗 주머니에서 삐죽 나와있는 담뱃갑

 

 

 나는 손으로 황급히 머리라도 가라앉혀 보고자 머릴 쓸었다.

 

 

 그러다 그만두었다.

 

 대체 무슨 소용일까.......

 

 

 

 

 비치는 자신이 더 없이 쓸쓸하게 웃었다.

 

 울지 못하니 웃었다.

 

 

 

 

 

 

 하임은 단정한 차림새로 먼저- 앉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손가락으로 잔을 살짝살짝 쓸면서......

 

 

 며칠만에 만나는 하임은 내 망상인지 몰라도 조금 야위여 보였다.

 

 

 

  그러나 내 몰골이 더 심했던듯-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 전화 했었는데... 전화 꺼져 있더라- 어제.."

 

 

 그녀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때완 많이 달랐다. 그때처럼 얼어 있지도 말을 못하지도 않았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한 거였다. 전활 기다리기 싫어 전활 꺼두고선 .... 전화를 켰을때 남아 있는

 

 

 꺼진 사이에 들어온 전화의 흔적.... 그걸 보고 전화했던 거였다.

 

 

 

 

 

 

 심지혁이 받을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설마 그럴꺼라곤 예상 못했으니까-

 

 

 

 

 "......."

 

 

 

 

 

 

 "..... 대충 이야기 들었어... "

 

 

 

 

 

 

 "......"

 

 

 

 

 

 

 "왜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알고싶겠지........"

 

 

 

 

 

 

 "......"

 

 

 

 

 

 "너를 잃고 싶진 않았어... 세진아....... "

 

 

 

 

 

 

 하임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에 내 가슴은 잘게 조각나는것만 같았다.

 

 비릿했다. 입에서 느껴지는 맛이 그랬다.

 

 

 나의 시간들이 무너져 내렸다. 내 지난 모든 시간들이

 

 품은 것이라곤 그녀 하나뿐이었던 그런 , 시간들이....

 

 

 

 

 

 "아니.. 아직도 잃진 않았다고 그렇게 믿고 싶어.... 여전히 넌 내 편이라고.....

 

 여전히 넌 날 가장 이해해주는 친구라고.... 그렇게 믿고 싶어...

 

 

 그래 그런건 나뿐일지도 몰라.. 그럴거야 아마....."

 

 

 하임이는 고갤 푹 숙였다.

 

 

 

 죄인처럼-

 

 

 내가 그녀를 좋아한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거였지.. 그녀를 이렇게 고개 숙이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는데....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겠지.... 나밖에 모른다고 탓하고 싶겠지.....

 

 

 그런데..... 나 아직도.....너를 잃을 자신은 없어.............. 솔직히 그래....... 그래서 대답할수가 없었어

 

 너를 어떻게 설득할수 있겠어....... 말하면 너를 잃을것 같고 말 안하고 기다리게 하면서도 내내.... 그랬어....."

 

 

 

 

 

 -

 

 

 

 

 

 세진이의 얼굴은 초췌하기 그지 없었다. 내 말을 듣고도 세진이는 별 말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차라리 내게 욕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그러면 맘이 조금이라도... 홀가분해 질까?

 

 

 죄책감도 오롯이 감당하는게 오히려 세진이에 대한 예의인데-

 

 벌써부터 그런생각이 드는 나 자신을 난 그저 속으로 다그쳤다.

 

 

 

 

 하지만 세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잠들어 있다가... 그의 전화 통화소리에 잠을 깼다.

 

 

 그의 목소리 너머로 들리는 세진이의 소리는 내가 들어본 적 없을 만큼

 

 무섭게 들렸다. 그 앞에서 작약은 밀리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소신있게 제 할말을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안그러면 좋을텐데...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작약이 남에게 나를 위해서 자신을

 

 그만큼이나 드러내는 걸 보면서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몹시 치사한 짓이었지만 그랬다.

 

 

 

 

 한마디로 나는 혼돈이었다.

 

 

 모든것이

 

 

 

 

 세진이를 위해서건 작약을 위해서건 나는 솔직하게 세진이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 세진이를 잃게 된다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야 했다.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되면서... 포기했다고 단언할수도 없으면서.......

 

 

 

 

 작약이 없었다면... 내가 세진이의 고백을 선뜻 받아들였을까 나는 고민했다. 아주 오래 생각해봤지만

 

 

 

 

 쉽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세진이를 그런 눈으로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주 오래 전에

 

 

 없어져 버렸으니까... 내 추한 모습을 다 보여준 세진이가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단 것까지도 난 좀 창피했다.

 

 

 

 

 세진이는 내 편이었다. 어찌되었건 내가 어떤 모습이었건 언제나 나를 지켜준 내 편

 

 

 

 

 그런 그를 밀어내야 하는 내 감정은 몹시도 아팠다. 잃을 준비는 여전히 안 되어 있으니까...

 

 창피하게도 눈물이 밀려왔다. 세진이가 가장 힘들텐데 가장 고통스러울 텐데

 

 

 어이없게도 흐르는 건 내 눈물이었다.

 

 

 

 

 내 눈물을 보고야 세진이는 그제야 바짝 마른 입술을 뗐다.

 

 

 

 "그 사람이..... 좋아?"

 

 

 비아냥 거리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묻는 질문으로 들렸다. 목이 콱 메였다. 나는 차마 대답할 용긴 없어서 고갤 끄덕였다.

 

 세진이는 잠시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 내게 되 물었다.

 

 

 

 

 "그 사람이랑..... 오래 갈 자신, 있어?"

 

 

 

 

 자신이 있냐고? 오래 가고는 당연히... 당연히 그러고는 싶다. 그러나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분명히 아니다....

 

 

 

 나는 그래서 대답을 못하고 미적거렸다.

 

 

 

 세진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대답을 들을 생각이 아니었다는 듯 까쓸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동안... 말 안한건 미안했어........ 오래됐어 그런 생각한지..... 언제였는지도 모를 만큼......

 

 

 솔직히... 이탈리아로 갔던 건-... 도망이었어....... 너에게 김도하가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어.... 그놈 오래 만났잖아-

 

 결혼하고 사는 .. 널 볼 자신이 없었던 거였어..... 도저히 그러진 못하겠더라고..

 

 

 

 고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보고 살 자신이 더 없더라.. 널 많이 좋아했지만.. 니가 좋아하는게 그 사람이니까..

 

 괜찮을 꺼라고... 혼자서 그렇게 결심했었어...

 

 

 

 니가 이탈리아로 왔을때...... 니가 그렇게 무너져 있지만 않았다면,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생각을 하는 상태였다면... 아마 그때 고백했을거야-

 

 

 하지만 너한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어..... "

 

 

 

 

 

 그까지 말을 하고는 세진이는 아주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래 그것도 핑계일지도 몰라- 니가 달아날까봐 겁이 났었어.... 너는 나를 오빠처럼 믿고 있었잖아...

 

 

 내가 널 도우는 게 혹은 도운게.... 너를 좋아해서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진 않았어-

 

 그것만은..... 순수하게 널 도운거니까....... - 그 남자랑 그렇게 될 줄 .... 그래 몰랐어 하지만 니가 그 사람한테

 

 

 마음을 쓰고 있단걸 눈친 챘었어... 그러고 나니 좀 초조해 지더라고.......

 

 

 그때 너희 집에 허락없이 들어갔다가..... 봤어 , 너 그사람이랑 돌아오는 것도.... 니가 중얼거리는 것도.....

 

 들었어- 듣고 싶지 않았고 들을 의도도 없었지만 ......

 

 

 그랬어....

 

 

 그래서 그냥 말해버렸지..... 말하면서도 내겐 쇼크였어...

 

 

 니 반응도.... 상처받는 너도...... 예상했는데도 그랬어... 적어도 .... 그렇게 이야기 할 생각은 아니었거든......

 

 너... 공부 더 하게 해주고 싶었어... 너 이탈리아 갔을때 참 좋아했잖아.....도와주고 싶었어.... 그래서 같이 돌아갔으면... 했었어..

 

 

 그래서 이번에 한국에서 하는 작업도 오케이 한 거였어.... 너에게 조급하게 강요할 생각따위... 없었어

 

 

 그게 가고 난 후든... 혹은 가기 전에든... 니가 준비가 된 거 같으면 말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결국 순간의 충동으로 난 강요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네..."

 

 

 

 

 그는 살짝 고갤 숙이고 씩 웃었다. 거짓말이 뻔한 웃음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도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봤어.... 당장은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않을거야..

 

 예기치 못한 일이지만.... 잠정 휴학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되 짚어봐도 있지.......

 

 

 역시 너를 ... 포긴 못하겠더라... 포기해야지 생각도 하도.. 지금도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장은 안그래.. 못 그러겠어... "

 

 

 

 

 

 못 알아 듣는 바가 아니었다. 나도 그랬다. 세진이에게 냉정하게 거절하고

 

 

 세진이를 잃어야 되는데...

 

 도저히 잃을 자신이 없었다.

 

 

 

 세진이는 내 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한 사람이었다. 나의 과거 현재 모든걸 알고 있는 사람...

 

 나를 모를 수가 없는 사람..

 

 

 

 

 우린 서로... 그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겹쳐져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공유한 기억이 공유한 시간이 공유한 공기가...

 

 

 너무나 많았다.

 

 

 

 "그러기엔..... 넌 당연한 , 내가 살아가면서 사랑할.... 당연한 사람이 되 버렸거든

 

 툭 잘라낸다고 잘라낼수 있는게 아니더라... 그만큼 너를 오래 좋아했나봐..........

 

 그러니까 약속해...... 한가지만... 약속해줘... 그럼 내 감정이건 뭐건 상관없이 넌 나를 잃지 않을거니까...

 

 약속해줘.."

 

 

 

 

 세진이는 고갤 숙이고 내게 말했다. 그가 울고 있는건지 뭔지... 난 알수 없었다. 내 눈물때문에 그는 흐릿하게 보였다.

 

 

 

 

 "만약......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 지면...... 도망치겠다고...... 그게 언제가 되든 상관 없어-

 

 도망쳐야 겠다고 생각이 들면.... 예전처럼..... 나한테 도망치겠다고.......

 

 나한테.... 전처럼...... 죄책감 따위 느끼지 말고 도망치겠다고..... 내게 오겠다고.....

 

 약속해줘....."

 

 

 

 

 "..........."

 

 

 

 

 대답할수가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그럴수도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아주 멋진 사람이고 굳이 나를 위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속상했다. 이 속상함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는 내 대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 여지를 주면 니가 날 못 떠날 테니까.. 그렇게 힘든 일 시키고

 

 싶지 않다는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는것 같았다.

 

 

 

 세진이는 그랬다.

 

 

 

 내 생각을 다 읽어버리는 애였다. 마음속의 아주 깊이 숨겨놓고서 말해도

 

 말보단, 오히려 숨겨놓은 내 마음의 것을 먼저 읽어버리는 애였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한번 더 말했다.

 

 

 "약속해줘...... 내게 그런 ... 약속이라도 해줘......... 만약, 내가 너보다 먼저 마음 정리가 되면.......

 

 그땐 친구로써 널 도와줄게....

 

 그 자리에 있어줄게......

 

  언제라도 ... 상관 없어...... 그러니까....

 

 약속해줘.... 니가 다치거나 도망칠 곳이 필요하면....

 

 그건 나라고.... 그냥 약속해줘 하임아....... "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이 나 때문이란걸 믿고 싶지 않았다. 나보다 착한 내 친구- 언제나 합리적이라서

 

 감정적인 나를 , 늘 지켜주던 세진이는 나 때문에 지금 울고 있었다. 약속해도 될까? 괜한 기대감만 주는 거 아닐까?

 

 

 희망고문 아닐까?

 

 

 

 내 맘의 의혹을 또 먼저 들은 듯 세진이는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내게 대답해왔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 들은 것 처럼-

 

 

 

 

 "....... 괜히 기대하지 않을꺼야... 너를 아니까..... 그러니까... 죄책감 느끼지 마-

 

 대답해줘...... 제발....."

 

 

 

 

 세진이는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결국 대답했다.

 

 

 

 

 "그래.... 약속할께..... 그럴게...."

 

 

 

 내 목소린 떨렸다. 대답하고 나니 마음속에 죄책감이 덮쳤다.

 

 

 

 

 그러고 나니 작약 생각이 났다. 작약은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서 내게 온 건지...

 

 

 이제야... 예상이 됐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깨우쳐졌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죄책감의 무게는 지독하게 무거웠다. 가슴이 뻐근할 정도의 슬픔

 

 

 밀려오는 지독한 자괴감의 향기도...

 

 

 

 그리고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가 났다는 것에 대한, 익숙해 질리 없는 고통...

 

 

 

 

 세진이는 그 말을 듣고서야, 내 대답을 듣고서야 웃었다. 언제나 그가 가장 슬플때면 거짓말로 늘 웃었듯이

 

 

 

 

 "우선은.... 너만 생각해..... 남이 다칠것 까지 생각하지 말고... 너만 생각해.......

 

 그리고... 넌 날 잃을 일 없어..... 이대로 니가 나에게로 영원히 오지 않아도-

 

 

 언제나.. 언제까지나 넌 날 잃지 않을꺼야 바보야...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세진이는 그 말을 하고는 웃었다. 나는 고통스러웠다. 그가 웃지 않았으면 차라리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슬픈 웃음보다야 그게 나을것 같았다.

 

 

 그는 언제 그랬냔 듯 사람좋은 웃음을 띄었다. 눈으론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마음이 참을수 없이 따끔거려왔다.

 

 이 복잡한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 끊임없이 이해심 만을 바라는 내 자신을

 

 

 

 증오하였다.

 

 

 

 그저 그렇게 입술만 꽉 깨물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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