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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91312(2)
작성일 : 22-03-04 00:56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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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형씨나 그 벙어리는 그럴 만한 재력이 없잖아?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거지."

 

 하언은 그 점을 명심시켰다.

 

 "그러니까 그 벙어리 도와주지 말고 그냥 다른 사람들 행동을 물 흐르듯 따라서 해. 자연스럽게 말이야."

 

 꼬마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하언의 말투에 카쟝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 형씨 생각해서 하는 소리니까 고깝게 생각지 말고 새겨들어."

 "알겠어요."

 

 카쟝은 마지못해 고맙다고 했다.

 

 "근데 하언 씨, 입이 심심해서 그런데 껌 있어요?"

 "호오, 껌이야 있지. 근데 돈은 있고?"

 "지금은 없는데...."

 "그럼 지금은 못 주는데...."

 

 카쟝은 섭섭했지만 그것이 교도소의 생리였기에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었다.

 

 툭.

 

 카쟝의 앞으로 껌 한 통이 떨어졌다. 갑작스런 껌의 등장에 카쟝은 고개를 들었다. 하언이 싱긋 웃었다.

 

 "마침 주머니에 하나가 있기도 했고. 형씨가 내 룸메이트이기도 하니까 특별히 외상으로 해줄게. 대신 아까 내가 말한 것처럼 그 녀석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

 

 카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껌을 주웠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편에선 '91312'에 대한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정말 희한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그 희한한 '91312'와 재회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운동시간이 되자 카쟝은 운동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언처럼 오후 일과가 따로 있는 수감자들은 일터로 나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수감자들은 전부 운동장으로 나가야했다.

 

 카쟝도 당연히 운동장으로 나왔고 간단히 몸을 풀며 맨몸 운동을 했다. 그렇게 열이 달아오르던 와중에 운동장 구석에서 그 덩치의 사내를 발견했다. 그는 운동시간 시작부터 30분 가까이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하루에 1시간만 주어지는 운동시간이었다. 어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땀을 흘리고 더 근육을 키우기 위해 죽어라 운동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광합성을 하는 해바라기마냥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큰 덩치가 그렇게 미동도 없으니 흡사 팔다리가 달린 바위 같았다.

 

 "쟤 뭐하냐?"

 

 반대편에서 3명의 남자가 비아냥거리며 그 사내를 향해 설렁설렁 걸어갔다. 게적그룹이 분명했다. 이 교도소에서 시비를 걸더라도 믿을 구석이 있는 자들은 모두 게적그룹 소속이었다. 목적지는 누가 봐도 그 덩치의 사내. 게적그룹은 그를 한시라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91312'에게 현상금이 걸려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세 남자가 '91312'의 앞에 닿자 어김없이 시비가 시작되었다.

 

 "어이, 벙어리. 운동하러 나왔으면 운동을 해야지. 그러고 있을 거면 왜 나왔어?"

 

 자세히 보니 그 중 한 명은 작업장에서 봤던 지도반장이었다. 하지만 '91312'는 별명인 벙어리답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 안 들리는 척하는 거 봐."

 "빽도 없는 주제에 목이 아주 뻣뻣하네?"

 "우리가 안마 좀 해줄까?"

 

 세 남자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한 사내를 자극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아무도 말리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카쟝이 시선을 돌려 보니, 오히려 감시를 하던 교도관들도 웃으면서 그 상황을 구경했다.

 

 "하언의 말이 사실이었어."

 

 카쟝은 시선을 원위치하여 덩치의 사내를 봤다. 그 순간 그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앞에 서있던 3명도 흠칫 놀랐다. 자신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거구가 일어나니 긴장할 법도 했다. 팔뚝도 세 사람의 것을 합친 것보다 두꺼웠다.

 

 '저 팔로 저 사람들 안고 힘 꽉 주면 팍 터질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91312'에게선 싸울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냥 자리를 옮길 뿐이었다. 아무래도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햇살이 너무 세져서 그런 듯했다. 덩치의 사내가 그늘로 걸음을 옮기자 게적단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또 겁 먹고 딴 데로 튀려고?"

 "저번처럼 두들겨 패줄까?"

 

 방금 전까지 쫄았던 자신들의 모습을 보상이라도 받아야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덩치의 사내는 개의치 않고 다리를 움직였다. 세 남자는 꿋꿋이 그를 막아섰지만 결국 그의 어깨에 밀려 한걸음 물러났다. 작업장 지도반장은 코웃음 치며 덩치의 어깨를 잡았다. '91312'는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또 싸움이 일어날 수 있었다.

 

 카쟝이 그들 사이로 뛰어든 것은 그때였다.

 

 "헛둘, 헛둘, 다들 운동하러 나왔는데 얼른 운동합시다."

 

 카쟝은 그들의 주위를 조깅하며 박수를 쳤다.

 

 "이야, 계속 뛰는 데도 발이 안 아파요. 이 운동화 나쁘진 않네요."

 

 운동화 파는 괴짜 장사꾼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세 남자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했다.

 

 "뭐야? 이거 순 미친 놈 아니야?"

 

 긴장은 순식간에 풀렸고 세 남자는 카쟝을 광대 보듯이 바라봤다. 덩치의 사내는 어느새 저만치 먼 곳으로 이동해있었다. '91312'를 막아섰던 세 사람도 김이 빠졌는지 원래 운동하던 곳으로 돌아갔다.

 

 카쟝은 그들이 멀어질 때까지 계속 운동장을 달리다가 서서히 벙어리에게 다가갔다. 팔을 뻗으면 닿을 곳까지 접근했지만 그 사내는 어김없이 카쟝을 무시했다. 그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카쟝은 먼저 대화를 열었다.

 

 "말 못한다고 무시하는 인간들은 진짜 혼 좀 나야 돼요."

 

 묵묵부답.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입이 카쟝 앞에서 열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카쟝은 꿋꿋이 대화 아닌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는 동물 밀수로 들어온 금정이라고 해요."

 

 카쟝은 자연스럽게 오른팔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그 오른팔은 허공에서 아무 동반자도 찾지 못했다.

 

 '이 정도면 벙어리가 아니라 귀머거리 아닌가?'

 

 무안해진 카쟝은 팔을 접고 그 사내의 옆에 앉았다.

 

 "오늘 날씨 좋죠?"

 

 카쟝도 고개를 들어 시선을 하늘로 올렸다. 그렇게 문득 바라본 하늘은 생각보다 푸르렀다.

 

 "진짜 좋네?"

 

 하늘은 인적 드문 호수처럼 맑고 투명했다. 그렇게 운동시간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하늘만 바라보았다. 20분가량이 지나고 카쟝과 '91312'는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수용실로 돌아갔다. 수용실로 돌아가니 카쟝의 룸메이트가 예상대로 난리를 부렸다.

 

 "그 작자랑 가까이 지내지 말라니까 이번엔 아주 붙어있었더만?"

 

 운동시간에 있었던 일을 어디선가 들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난 다 안다니까?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그랬던 거야?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거야?"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접근해본 거예요."

 "그러다가 게적그룹 눈에 띄면 형씨도 피곤해져. 여차하면 나한테까지도 피해가 온다니까?"

 "알겠어요. 이제 곧 저녁시간이죠? 배가 출출하네요."

 

 하언은 자신의 말을 흘려듣는 카쟝을 노려봤다.

 

 "형씨, 갑자기 이상해졌어."

 "뭐가요?"

 "원래 촐싹대긴 했지만 그래도 남 눈치는 잘 봤는데 말이야."

 

 하언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반면 카쟝은 긴 하품을 내뿜으며 하언의 눈을 피했다.

 

 "알았어요. 앞으론 조심할게요.“

 

 

 ***

 

 

 [하나 동물원]

 

 마루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물원이었다. 동물의 종류부터 개체수까지 많았기에 살아있는 교과서 그 자체인 장소였다. 그 하나 동물원 입구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2층 건물 매표소를 충분히 가릴 만큼 거대한 플래카드였다.

 

 [명장제약 동물 무료예방접종]

 

 명장제약에서 동물보호 캠페인을 실시하며 가장 먼저 시행한 행사였다. 툭 하면 동물보호협회에게 비판 받던 명장제약이었기에 이번 기회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기자들도 매표소 앞에서 명장제약의 선행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서있었다.

 

 아직 개장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잠시 후 명장제약의 이름이 걸린 버스가 2대 도착했고, 그 안에서 5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하차했다. 명장제약 직원들과 수의사들은 입장객들에게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 동물원엔 온 것이었다. 그들은 4팀으로 나뉘어 동물원 내부를 돌았다. 예정대로 동물들에게 백신을 놓기 위해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명장제약에서 이번 행사를 철저히 계획한 만큼 접종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그 덕분에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엔 동물원의 절반이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일호가 있었다. 일호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기자들은 수차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일호는 애써 신경 쓰이지 않는 척하며 지휘를 맡았다.

 

 “자, 이제 2팀은 조류 동물원, 3팀은 작은 농장으로 갑시다.”

 

 일호가 2팀과 함께 조류 동물원으로 향하는 동안 그의 옆으로 우 박사가 다가왔다. 우 박사는 챙이 넓은 썬캡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백신을 접종하러 오는 사람치고는 특이한 패션이었다.

 

 그 패션의 표면적인 이유는 햇볕을 맞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더 주된 이유는 언론에 노출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녀는 이미 10년 전 한 차례 크게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기자의 카메라는 트라우마로 뇌리에 깊게 박혀있었다. 그 까닭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을 가리고 일호의 옆으로 접근했다. 연예부 기자가 봤다면 ‘백민관의 피앙세’라는 명칭으로 특종을 쓸 수 있을 법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화를 열었다.

 

 “접종할 동물은 얼마나 남았어?”

 “4팀만 한 군데 더 돌면 끝나니까 1시간 내로 마칠 겁니다. 우 박사님네 1팀도 어서 마무리해야죠.”

 “걱정 마. 우리 쪽은 1시간 안에 무조건 다 끝나니까.”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죠?”

 “확실히 준비한 만큼 바람처럼 잘 처리되고 있지.”

 

 일호는 좌우로 눈동자를 굴리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나저나 항체가 생길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일주일이면 충분해. 길어야 이주일이고.”

 

 두 사람은 앞만 보고 걸으며 말을 하지 않는 듯이 무표정하게 걸었다. 그 사이 둘은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까지 흑사단이 기다려줘야 할 텐데요.”

 “그건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보다도 항체가 달구 시민들한테 나눠줄 양이 될지 모르겠네.”

 “이 행사를 동물원 5곳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니까 부족하진 않을 거예요. 이번에 이 방법이 통한다면 계속 생산해야죠.”

 “알겠어.”

 

 우 박사는 용건만 간단히 마치고 다시 1팀이 있는 소동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 박사가 1팀으로 돌아가는 사이, 저 멀리서 4팀이 열대동물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일호는 팔을 들어 그들에게 다음 장소를 가리켰다.

 

 “4팀은 대동물관으로 이동합시다.”

 

 일호는 모든 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접종 팀들을 진두지휘했다. 일호가 직접 고용한 수의사들도 하나 동물원을 휘저으며 생쥐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백신을 놓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실제 백신을 주입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오리너구리의 경우엔 달랐다. 우 박사가 지휘하는 1팀은 오리너구리를 찾아가 따로 준비해온 주사기를 꺼냈다. 그 주사기에는 독성을 제거한 학목 바이러스가 담겨있었다. 오리너구리에게 바이러스를 넣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것이 1팀의 목적이었다. 일호가 이번 캠페인을 벌인 가장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오리너구리의 항체만 있다면 학목 바이러스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계산상으로는 오리너구리 한 마리당 3회 주사 분량의 항체를 뽑을 수 있었다. 즉 달구시민 3명에게 항체를 주입할 수 있었다.

 

 하나 동물원의 오리너구리는 80여 마리. 마루시 전체 동물원의 오리너구리는 30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음 주엔 1000명 분량의 항체가 만들어졌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일호도 이 방법이 먹힌다면 오리너구리를 대량으로 구입하든 몰래 복제하든 해서 항체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백민관 사장님, 안녕하세요!”

 

 하나 동물원의 원장이 일호에게 허리를 숙이며 다가왔다. 2시간 전 명장제약 버스가 동물원에 도착했을 땐 어디 있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그였다. 백민관이 직접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모양이었다.

 

 “사장님. 정말 영광입니다.”

 

 동물원장은 일호에게 악수를 청했다. 일호는 여유롭게 악수를 받았다. 일호보다 20살은 많아 보이는 남성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일호에게 아부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일호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원장은 여전히 허리를 살짝 숙인 채 일호를 올려다봤다. 원장은 실제 백민관보단 젊었지만 일호에겐 아버지뻘 되는 나이였다. 일호는 그런 원장을 보고 있으려니 영 부담스러웠다.

 

 “원장님. 편하게 계세요. 이러면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동물원장이 일호를 올려보는 얼굴에서 존경과 신기함이 흘러내렸다. 그의 입장에선 자기보다 늙었지만 젊어 보이는 백민관에게 오만가지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그러면 오늘만 백신을 맞으면 당분간은 안 맞아도 되지요?”

 “아, 동물에 따라서는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맞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저희 쪽에서 알아서 착착 진행하겠습니다. 마음 푹 놓고 계세요.”

 

 사실 일주일 뒤에 다시 올 필요는 없었다. 온다면 단 한 가지 목적뿐이었다. 오리너구리들에게서 혈청을 추출할 계획이었기에 뱉은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어련히 잘 해주시겠죠. 전 항상 사장님만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동물원장은 그제야 허리에 무리가 왔는지 허리를 쭉 폈다. 그때 오른편에서 우 박사와 1팀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호는 고개를 돌려 우 박사를 바라봤다. 우 박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미션을 완료했다는 의미였다. 일호는 동물원장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일단 오늘 접종은 거의 다 마쳤나 보네요. 저희는 슬슬 마무리 작업을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

 

 

 짧은 순간에도 경매판은 수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동그란 숫자판과 빠른 움직임은 쪼그마한 게들이 갯벌을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80억 나왔습니다. 85억 있습니까?"

 

 긴박한 순간에도 경매사의 입은 멈추질 않았다. 쉬는 시간만 없었다면 그의 입술은 일찍이 부르텄을 것이었다. 노련한 경매 참가자들은 자신의 번호를 보이기 위해 팔만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들은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딱 적당한 높이까지만 경매판을 들어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마치 팔만 흔드는 마네킹이었다.

 

 “95억 나왔습니다.”

 “100억 있습니까?”

 

 맨 뒷줄에 앉아있던 노신사가 판을 들었다.

 

 “100억 나왔습니다. 105억 있습니까?”

 “105억. 자, 더 이상 없습니까?”

 “105억 환, 정말 없습니까?”

 “105억 환, 없습니까?”

 

 경매사는 낙찰봉으로 경매대를 두드렸다.

 

 땅-

 

 “고애수 화백의 '백연', 131번 분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이었다. 경매 참가인들은 마지막 작품을 놓친 아쉬움을 뒤로하고 외투를 주섬주섬 챙겼다. 이번 경매를 맡았던 경매사는 단상에서 나와 참가자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경매사 하득선이었습니다.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총 21개. 그 중 19개가 낙찰이 되었다. 낙찰률은 90%. 평소 80%에 머물렀던 낙찰률에 비하면 상당히 잘 나온 셈이었다. 득선은 가슴 깊이서부터 성취감이 떠올랐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경매 참가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득선은 경매장 정문까지 나와 그들 한 명 한 명을 정중하게 배웅했다. 마지막 참가인까지 경매장을 나서고 득선은 경매장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경매장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공기가 차가워졌다. 휑한 경매장에 하득선 홀로 서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흑사님."

 

 득선은 그 음성을 따라 뒤돌아봤다. 청사가 서있었다.

 

 “여기선 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흑사의 눈이 맹금류의 발톱처럼 날카로워졌다. 흑사의 눈동자는 위아래로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경매장에 아무도 없길래 저도 모르게 그랬습니다."

 “그리고 여긴 성스러운 경매장이야. 최소한의 격식은 갖춘 복장으로 차려입어.”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누구야?”

 

 청사의 뒤에 서있던 미네민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청사는 미네민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제 새로운 직속부하입니다.”

 “낯선 얼굴이군. 앳되게 생겼는데.”

 

 청사는 지난 번 범행에서 자신의 직속부하 둘을 잃었다. 그 범행에서 청사 본인의 목숨까지도 위태로웠다. 하지만 미네민의 도움으로 그는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네민도 그 일을 계기로 청사의 신뢰를 듬뿍 얻었다. 청사는 그 뒤로 그녀의 능력을 확인했고 그녀를 직속부하로 임명한 것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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