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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46화 비무
작성일 : 22-01-28 20:04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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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비무

 

 몽과 보옥 그리고 금소영은 저잣거리를 걸으며 이것저것 즐겁게 구경을 하느라 분주했다. 보옥은 구경을 하면서도 금소영이 몽을 힐긋거리며 가끔 홍조를 띠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여인이라면 몰랐겠지만 아직 많이 어린데다, 자신이 아끼는 금소영이 그러자 보옥은 그런 소영의 모습이 귀엽게만 여겨졌다.

 

 ‘풋! 귀여워.’

 

 보옥과 몽 그리고 소영은 여러 가지 과일과 야채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닭 염소 등의 동물들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을 사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돌아다녔다. 어려서부터 귀한 음식을 많이 접하고 자란 보옥은 길거리의 음식들이 그리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몽과 소영은 이것저것 맛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죽이 참 잘 맞았다. 몽이 음식을 씹느라 입을 우물거리며 소영에게 물었다.

 

 “맛있다! 그치?”

 

 몽의 말에 소영도 입을 우물거리고 홍조를 띠며 말했다.

 

 “네! 정말 정말 맛있어요. 헤헤.”

 

 “그런데 혹시 뭐 재미난 구경거리는 없을까?”

 

 단순히 물건만 구경하는 것이 지겨워진 몽의 물음에 소영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재미난 게 있긴 있어요.”

 

 “응? 그게 뭐야?”

 

 몽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닭싸움하고, 귀뚜라미 싸움이요. 그리고 귀뚜라미 높이뛰기도 있어요.”

 

 몽은 어렸을 적, 닭싸움과 귀뚜라미 싸움을 구경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것은 몽이 무척 재밌게 봤던 것이기도 했다.

 

 “좋아! 그걸 보러가자!”

 

 몽이 재미난 구경거리를 볼 생각에 신나서 말하는데 보옥이 말리고 나섰다.

 

 “잠깐! 닭싸움이나 귀뚜라미 싸움은 좀 그렇고, 귀뚜라미 높이뛰기나 구경하러 가자.”

 

 “예? 왜요?”

 

 “징그러워!”

 

 보옥 역시 닭싸움이나 귀뚜라미 싸움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날카로운 칼날을 닭의 발에 묶어서 서로 피를 튀기며 싸우는 닭싸움은 너무나 징그러웠고, 귀뚜라미 싸움은 피를 튀기며 싸우는 닭싸움만큼 요란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숨을 걸고 귀뚜라미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단지 사람들의 즐거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기가 싫었다.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몽은 아쉬워했다.

 

 “싸우는 게 더 재밌는데....”

 

 “시끄럿!”

 

 보옥이 소리를 질러 몽의 입을 막았고, 소영은 그런 몽과 보옥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보옥이 소영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도 혹시 닭싸움이나 귀뚜라미 싸움을 구경하고 싶니?”

 

 소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아...아니에요 소단주님! 저는 원래 귀뚜라미 높이뛰기 구경하는 걸 훠얼~씬 더 좋아해요!”

 

 눈치가 빠르고 자신의 기분을 맞출 줄 아는 소영의 과장된 몸짓과 말투에 보옥은 피식 웃었다.

 

 “그래? 자, 가자!”

 

 보옥과 소영이 앞서 걸었고, 몽은 투덜거리며 그녀들의 뒤를 줄레줄레 따라 걸었다. 큰길을 벗어나 사람들이 조금은 뜸한 좁은 골목길을 몇 번 돌아서 가자 제법 너른 공터가 나왔고, 그곳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요!”

 

 소영이 말했다. 소영과 보옥 그리고 몽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귀뚜라미를 가져온 귀뚜라미의 주인들과 귀뚜라미 높이뛰기를 보며 도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몽과 보옥, 소영에게로 쏠렸지만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귀뚜라미 높이뛰기의 방법은 간단했다. 한 번의 경기에 세 마리의 귀뚜라미가 준비되는데, 적당한 높이의 장애물을 놓고, 그것을 뛰어넘는 귀뚜라미가 이기는 방식이었다. 만약 두 마리나, 세 마리 모두 장애물을 뛰어넘을 경우 장애물의 높이를 조금씩 더 높여서 다시 뛰게 했고, 그 반대의 경우는 조금씩 낮게 해서 마지막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은 한 마리가 이기게 되는 방식이었다.

 

 “어때요? 한번 해보시겠어요?”

 

 소영이 보옥에게 물었다. 보옥은 하루 종일 물 쓰듯 펑펑 써도 다 쓰지 못 할 만큼 많은 돈을 챙겨 나오긴 했지만, 도박을 하는데 큰돈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소영의 눈빛이 초롱초롱 한 것이 도박판에 돈을 한번 걸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보옥은 그런 소영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약간의 돈을 소영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걸로 네가 한번 해봐!”

 

 “네? 제가요?”

 

 보옥의 말에 소영이 토끼 눈을 하고 놀라며 물었다.

 

 “그래. 그리고 이기면 다 네가 가져도 돼.”

 

 “정.... 정말요?”

 

 소영이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눈으로 보옥을 향해 묻자, 보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은 즐거운 마음으로 도박판에 들어가서 귀뚜라미들을 살펴보더니 그중 한 마리에 돈을 걸었다. 소영이 귀뚜라미 한 마리에 돈을 걸어놓고선 양손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귀뚜라미를 바라보는 귀여운 모습에 보옥과 몽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간절한 소영의 바람과는 다르게 첫판은 소영이 고른 귀뚜라미가 이기지 못했다. 소영은 조금 전의 생기발랄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에 보옥과 몽은 한 번 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소영에게 보옥이 또 약간의 돈을 건넸다. 그러면서 소영을 향해 말했다.

 

 “얘! 잃어도 괜찮으니까 울기 없기다! 알았지?”

 

 “네?....네.”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소영은 자신이 고른 귀뚜라미가 이기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귀뚜라미들이 바뀌고, 새로운 귀뚜라미들이 경기를 위해 준비되었다. 이번에도 소영은 귀뚜라미들의 다리와 몸통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피고는 한 마리에 돈을 걸고 나서, 또 손을 맞잡고 간절한 눈빛이 되었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소영이 돈을 걸었던 귀뚜라미가 승리했다. 소영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다.

 

 “와~하하하! 이겼어요! 이겼어! 제가 이겼어요!”

 

 “이야~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몽과 보옥은 일부러 과장되게 즐거워하며 함께 기뻐해줬다. 하지만 그것도 한번뿐, 몇 차례의 경기가 지나고 나자 곧 소영은 수중의 모든 돈을 다 잃고 말았다. 소영은 몹시 분했지만, 보옥에게 울지 않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울음을 참고 있었다. 그때 보옥이 소영의 귀에 대고 말했다.

 

 “원래 도박이란 게 다 이런 거야. 결국엔 모두 잃게 되는 거. 그러니까 너도 도박을 너무 즐기면 안 돼 알았지?”

 

 소영은 보옥의 말에 울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대답했다.

 

 “네....”

 

 “자. 받아.”

 

 갑자기 보옥이 제법 많은 돈을 소영에게 건넸다.

 

 “이....이게 뭐에요?”

 

 “조금 전까지 네가 모든 경기에서 이겼다면 받게 되었을 보상. 앞으로 네가 절대로 도박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상으로 줄게.”

 

 “소... 소단주님....”

 

 소영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생각해주는 보옥이 한없이 고마웠다. 그리고 오늘 처음 해본 도박이었지만,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그...런데요?”

 

 “미안하지만, 마지막으로 몇 번만 더 해줘야겠어. 아, 승부는 이미 다 정해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그게...무슨 말씀이세요?”

 

 “음... 지금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지금까지 하듯이 하면 돼. 대신 이제부터는 제법 큰돈을 거는 거지. 자, 어서!”

 

 소영은 이제부터는 절대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하던 보옥이 마지막으로 몇 번만 더 하라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소영은 도대체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보옥이 시키는 일이라 그냥 하기로 했다. 소영은 조금 전 자신이 했던 것처럼 귀뚜라미를 자세히 살피고, 그 중에서 한 마리에 돈을 걸었다. 어린 소영이 제법 많은 돈을 걸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보옥과 소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보옥은 아까부터 귀뚜라미를 이용한 도박판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귀뚜라미가 뛰어오르는 곳 바로 곁에 앉아서 바람을 잡는 사내. 그는 어떤 귀뚜라미에게도 돈을 걸지는 않았지만, 온갖 추임새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매 경기마다 흥분에 들떠서 구경꾼들도 함께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그런 바람잡이들은 존재했다. 다만 보옥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그 사내가 손을 써서 승부를 조작한다는 것이었다.

 

 귀뚜라미에게 판돈이 다 걸리고 나면, 경기를 진행하는 쪽에서 가장 적게 돈이 걸린 귀뚜라미를 그에게 신호로 알려주었고, 그는 그 신호에 따라 특정한 귀뚜라미를 다른 귀뚜라미보다 조금 더 높이 뛰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무공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사내는 귀뚜라미를 더 높게 들어올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보옥의 눈은 결코 속일수가 없었다. 보옥은 아주 미세한 기의 바람이 부는 것을 분명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보옥이 몽에게 속삭였다.

 

 “몽.”

 

 “네?”

 

 “누군가 도박판에서 장난을 치고 있어.”

 

 보옥의 말에 몽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네에? 누가요?”

 

 “저기. 아까부터 요란하게 떠드는 사내 있지?”

 

 몽은 보옥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 사내는 아까부터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었다. 작고 왜소한 체구에 염소처럼 턱수염이 난 사내였다.

 

 “무슨 장난을 친다는 거죠?”

 

 “공력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귀뚜라미가 뛰는 높이를 조절하는 것 같아. 너 저번에 바람의 힘을 썼었잖아?”

 

 “풍백지력(風伯之力)이요?”

 

 “그래. 이젠 그걸로 치맛자락이나 들치지 말고, 저기 귀뚜라미나 좀 높이 올려봐.”

 

 보옥이 저번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놀리자 몽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 진짜! 그땐 익숙하지 않아,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그런거라구요! 그리고 뭐..... 별로 볼 것도 없었으면서.....”

 

 몽의 말에 보옥이 확 인상을 구겼다.

 

 “뭐라구?!”

 

 “아...아니에요. 자, 그럼 지금 쓰면 될까요?”

 

 몽이 얼른 침을 묻혀 손바닥에 풍(風)자를 썼다. 도박판에서는 귀뚜라미 한 마리가 먼저 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이 바보야! 아무 귀뚜라미나 높이 보낼게 아니라, 소영이가 선택한 녀석을 높이 보내야지! 그리고 반대로 저기 염소수염의 사내가 높이 보내려는 귀뚜라미는 아래로 가라앉히고. 어때? 할 수 있겠어?”

 

 몽은 귀뚜라미들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서툴렀던 예전과는 다르게, 백강과 함께 축지법과 오른쪽 팔에 공력을 보내는 것을 계속해서 연습했던 몽에게 이제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판이 시작되었고, 염소수염의 사내는 또 분위기를 잡으며 사람들을 마구 흥분시켰다. 그리고 그는 곧 어떤 신호를 받은 듯 했다. 그는 무공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잡다한 재주를 부리기 위한 공력정도는 운용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귀뚜라미를 슬쩍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살짝 떠오르려던 귀뚜라미가 장애물을 넘으려는 찰나 갑자기 훅 가라앉으면서 장애물로 막아놓은 작은 나무판자에 툭 부딪히며 땅에 떨어져버렸다.

 

 “에이이~”

 

 “어이쿠~ 이걸 어째?”

 

 “와~~~하하!”

 

 그 귀뚜라미에 판돈을 걸었던 사람들의 탄식과 아쉬움에 가득 찬 목소리와, 다른 귀뚜라미에 판돈을 걸었던 사람들의 환호성이 섞여 공터를 가득 메웠다. 다음 차례로 소영이 선택한 귀뚜라미가 뛰어올랐고, 그 귀뚜라미는 가뿐하게 장애물을 넘었다. 소영은 제법 큰돈을 걸었던 판에서 이기자 너무나 기뻤는데, 순간 승부는 이미 다 정해진 거라는 보옥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메아리쳐서 들뜨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소영은 혹시나 싶었지만 다음판도, 그 다음판도 모두다 이겨버리자 보옥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소영은 어떻게 하든 자신이 이긴다는 확신이 들고나자 지금까지 딴 돈을 몽땅 다 걸었는데, 그렇게 딴 돈을 다 걸고, 그렇게 해서 딴 돈을 또 다 걸고 해서 모두다 이겨버리자 그곳에서 도박판을 돌리던 무리들도 거금을 잃고 말았다. 결국 그곳에서 도박판을 돌리던 무리들은 잠시 경기를 중단시키더니,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염소수염의 사내는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어 넋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사람들의 흥을 돋우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곳 한(韓)나라에 도착해서 보옥은 며칠 동안 바깥을 구경 다녔기 때문에 이미 그곳의 사람들은 보옥이 흑영단의 소단주임을 잘 알고 있었다. 도박판을 돌리던 무리들은 처음엔 보옥의 몸종으로 보이는 소영이 돈을 걸었다가 잃자, 보옥이 더 많은 돈을 건네는 것을 보고는 오늘 횡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소영이 단 한 차례도 돈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이기자, 곧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옥성여제라고 불리는 보옥 때문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감히 흑영단의 소단주이자, 마교의 교주와 대등한 실력을 지녔다는 보옥에게 결코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속임수를 보옥이 아마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그냥 조용히 사라지는 게 신상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부랴부랴 짐을 챙기면서 외쳤다.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하겠소!”

 

 그들의 말에 몇 몇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뭣? 야 이놈들아! 매일 해가 서산마루에 걸릴 때까지 하더니, 오늘은 내가 잃으니까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벌써 판을 접냐? 엉?”

 

 주위에서 온갖 야유와 욕설이 날아들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짐을 챙겨서 후다닥 사라져버렸다. 구경꾼들과 도박꾼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사라져갔다. 보옥과 몽 그리고 소영도 그곳에서 벗어나 다시 작은 골목길을 돌아 나와 큰 거리로 향했다.

 

 보옥은 계속해서 기감을 바짝 열고 있었다. 오늘 취선루를 나오고 얼마 뒤부터 따라붙은 세 명의 사내. 그들의 기운을 보옥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보통의 사내들이 아니었다. 천하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흑영단의 소단주 보옥은 그들이 누구인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조금 전 귀뚜라미 경기장의 인파들 속에 섞여 앉아 있던 것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과 같은 거물들이 왜 자신을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는지, 언제쯤 그들이 정체를 밝히고 나설지를 궁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인적이 뜸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려고 그러나?’

 

 보옥은 그들이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나타나려고 그러는 것인가 하고 짐작했지만, 그들은 반대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 인파로 북적이는 곳에서 보옥의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었다. 갑자기 중년의 사내 셋이서 보옥과 몽 그리고 소영의 앞을 막아서더니 그중에 하나가 보옥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이야~ 멀리서 볼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미인이군! 미인이야!”

 

 그의 말에 보옥이 빙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여기서 이렇게 무영각(無影脚) 맹숙 장로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보옥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과, 이미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맹숙은 깜짝 놀랐다.

 

 “음...?”

 

 보옥이 맹숙의 뒤편에 서있는 두 사람을 향해서도 인사를 건넸다.

 

 “무영권(無影拳) 맹곤 장로님과 은암살군(隱暗殺君) 표산 호법님께서도 함께 오셨군요.”

 

 그들은 보옥이 그들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은암살군 표산이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크하하핫! 과연 흑영단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었군 그래! 대단해!”

 

 이번에 북부녹림에서 따라온 장로 두 명과 호법 한 명이 모두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원래는 남부녹림과의 다툼에 이들 중 한명이 갔어야 했지만, 남부녹림에서 야수왕 방웅이 직접 나섰다고 하기에 패력대제 감항도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할 겸, 친구의 얼굴도 볼 겸 해서 직접 그곳으로 떠난 것이었다. 이들이 감항에게 함께 가겠다고 말했지만, 감항은 지금 이곳으로 돌아와 몽을 만날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혼자 퍼뜩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들을 남겨두고 떠난 참이었다.

 

 무영권 맹곤과 무영각 맹숙은 쌍둥이 형제지간이었다. 하나는 어려서부터 권(拳)을 연마했고, 하나는 어려서부터 각(脚)을 연마해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다고 붙여진 별명들이었다. 그만큼 손과 발을 움직이는 속도와 힘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은암살군 표산은 암기의 달인이었는데, 그의 암기는 빛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그는 어떤 물건이든 암기로 이용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죽이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어쩐 일로 이렇게 위명이 대단하신 세 분께서 모이셨는지요?”

 

 보옥의 말에 셋은 잠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영권 맹곤이 앞으로 나서며 보옥을 향해 말했다.

 

 “이 북부녹림의 맹곤이 흑영단의 소단주 옥성여제께 비무를 청하는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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