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기 따뜻한 물 더 드세요. 따뜻한 물이 변비에 좋다네요.”
민호는 물잔을 건네받다 변비라는 말에 괜히 머쓱해진다.
“저, 체한 거지 변비는 아닌데…….”
그녀의 코와 입 주위로 웃음이 맺힌다.
“제가 생뚱맞게 변비 얘길 했네요. 그냥 생각나서요. 변비 때문에 배가 아프진 않나?”
“변비 아닌데요. 먹었던 게 체했을 뿐입니다. 급하게 먹어서 그런 건데.”
오른손으로 사래를 치며 여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더 크게 웃는다.
“아뇨,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닌데. 변비 있는 게 큰 흉은 아니잖아요?”
“그, 그래도…….”
민호의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려고 반응한 것인지 아님 교회에서 건네준 약의 효과 때문인지 모른다. 어쩌면 우연히 두 번이나 마주친 여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얘기를 나누다 긴장했을 수도 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면 통제가 어려워진다. 가슴 아래가 답답해서 상체를 곧게 세우자 긴 울림과 함께 입을 통해 가스가 새어나왔다.
“그그그……끄억끄억……끄어어어억…….”
그 강도가 점점 심해졌지만 민호가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시작하자 끝을 봐야 했다. 최대한 소리를 낮추려고 힘겹게 노력하며 억지로 마무리를 한다. 얼굴 전체에 열이 올라 붉게 변했다. 민호는 여자가 애써 참으려 노력하는 웃음소리를 경직된 채로 들어야 했다. 속으로 삭이던 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막힌 하수구가 한꺼번에 뚫리는 것처럼 밀려나왔다. 그녀는 오른손은 배 위에 두고, 왼손으로는 입을 가리려 애쓰며, 허리를 꺾은 상태로 웃어댔다.
남아있는 뱃속의 가스가 더 이상 새어나오지 못하게 최대한 자제하려 애쓰는 사이에도 약한 소리를 내며 여분이 모두 빠져나온다. 맞은편 여자의 터져 나오는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게 고역이었다. 그녀는 어렵사리 숨을 고르더니 아무 일 없었던 듯 표정을 관리하려고 침을 한 번 삼키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죄송해요. 제가 웃어서 무안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