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방에 두 사람이 각각 자리 앉았다. 미령이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
하는데 성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미령이는 카드나 돌리지?"
원길이 의아하게 봤다.
"모르셨군요. 우리 미령이는 뭐든지 잘해요. 내가 그렇게 가르쳤거든요."
성현은 쌀쌀맞게 비웃었다.
원치 않게 미령은 딜러 입장이 되었다. 문득 원길 뇌리에 두 사람 관계
가 달리 특별한 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미령이 그들 사이에 서 카드를 섞었다. 복잡미묘한 기분에 한숨만 나왔
다.
"정직하게 해. 누구 편 들까 걱정하지 말고..."
성현이 당부하듯 말했다.
오히려 미령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미령이 카드를 적당게 섞었다. 왼쪽에 앉은 원길에게 먼저 카드 석 장을
주고 성현에게 동일하게 줬다. 원길이 석 장 중 카드 하나를 오픈하고 얼
마의 칩을 밀어넣었다.
"call"
성현도 오픈해 보였다.
숫자가 원길이 컸으므로 원길에게 다시 카드를 줬다. 마지막 히든까지 카
드를 나눠주고 일곱장씩 받은 원길과 성현이 오픈하지 않은 석 장의 카드
를 갖고 입씨름을 시작했다.
4,8,J,3..... 성현 앞에 깔린 카드였다.
성현이 건너편에 깔린 4,7,A,3... 카드를 봤다.
원길이 대담하게 앞에 놓인 칩을 다 밀어넣었다.
피식 웃고 성현도 만만치 않을 기세로 밀었다.
"첫 판부터 끝내자시는 겁니까?"
"말했잖소. 목적이 있는 게임엔 지지 않는다고..."
"그래도 그쪽 패를 보니 영 아닌데... 그 수로 뭘 어쩌자고..."
성현은 여전히 비웃었다.
"오픈합시다.."
성현이 먼저 카드 석 장을 보였다.
J, J, 2 ... 세 개의 문자가 같은 쓰리카드였다.
원길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이거 너무 싱겁군요. 서먹서먹해서 만든 자리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
니..."
성현이 호탕하게 웃고는 칩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원길이 성현의 손을 제
지했다. 보라는 듯이 나머지 카드를 내보였다.
"플러쉬...."
원길이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뱉았다.
휘둥그레져서 내보인 패를 봤다. 어지러워 손을 놓은 사이 원길이 칩을
다 가져갔다. 성현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미령을 봤다. 미령은 내 잘못
이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출출한데 식사나 하죠..."
원길이 스스로 휠체어를 끌고 나갔다.
카드를 챙기는 미령에게 성현이 바짝 다가섰다.
"내 성질 건드려서 좋을 거 없을텐데....?"
"누가 할 소릴!!"
미령이 잔뜩 부은 얼굴로 나가버렸다.
성현은 분에 못이겨 챙긴 카드를 벽으로 던졌다. 촤르르르- 카드가 사방
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