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령이 대형 수족관으로 만들어진 레스토랑에서 원길을 기다렸다. 상어,
거북이, 열대어들을 보느라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았다. 소매없는 드레스
로 탄력적인 가슴선이 그대로 비쳤다.
휠체어를 타고 오는 원길이 아내의 모습에 환하게 웃었다. 저렇게 아름다
울 수 있을까.... 저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내 여자란 말인가.... 멀리서
보아도 그 아름다움이 튀었다. 짙은 향기를 뿜는 꽃 같았다. 원길이 그
향을 맡듯 기분좋게 다가갔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뇨... 방금 왔어요..."
원길이 미리 주문해둔 식사를 시켰다.
"회사 일 바쁠텐데 뭐하러 불렀어요?"
"미령씨... 이러는 거 싫어요?"
"그런 뜻 아니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 없어요..."
"고마워요..."
미령이 물컵을 쥐었다. 눈부신 보석이 반짝 비쳤다. 손가락에 끼어 있는
반지는 다이아몬드였다. 원길이 해준 적 없는 반지...... 성현이 선물했
던 모나코 다이아였다.
"못 보던 거네요?"
놀란 미령이 황급히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렸다.
원길이 의아하게 봤다.
"왜요... 내가 보면 안될 반지에요?"
"아니요......"
"괜찮아요.. 조금 섭섭하긴 하네요....."
원길이 서운하게 시선을 돌렸다.
"사... 사촌.. 오빠가 해준 거에요....."
그 말에 오히려 적잖게 놀랬다.
사촌오빠라니.... 사촌 오빠란 사실은 거짓이잖아....
동거남을 사촌 오빠라 여전히 속이고 있다니....
그래도 그렇지. 결혼 전에 만났던 남자가 선물한 반지를 갖고 있다니.
결혼 반지까지 빼 버릴 정도로 미련이 남았나....
원길은 불쾌한 빛을 비췄다. 말이 똑바로 나갈 리가 없었다. 삐딱하게 말
했다.
"사촌 오빠가 부잔가봐요? 친척 동생한테 이렇게 값비싼 선물도 해주
고....."
"기분 나쁘면 뺄게요..."
대답도 듣기전에 반지를 빼서 핸드백 속에 넣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원길 표정이 어두웠다.
"결혼 때 사촌 오빠는 왜 안 왔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궁금했던 걸 다 묻기로 했다.
"왔... 왔었대요... 워낙 사람이 많... 많아서..."
미령이 더듬거렸다.
"사촌오빠랑 자주 연락하나보죠? 그런데 왜 나한테는 여태 소개도 안 해
주는 거에요?"
"아... 원길씨...가 바쁜 거 같아서 미뤘죠..."
"그랬군요...."
미령이 한숨을 쉬고 떨리는 손으로 물컵을 잡았다. 쨍그랑. 그만 손끝에
서 놓친 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히 조각났다. 원길이 가만히 미령을
응시하고 건조하게 말했다.
"난 언제나 미령씨 편이에요... 미령씨도 그랬음 좋겠어요... 내 편이 있
다는 건 행복한 일이거든요..."
미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