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자초한 일이니까 우리 원망하지마!!"
용주골 아가씨들이 미령을 보고 흠짓 놀라긴 했어도 기죽을 거 없다는 투
로 말했다. 미령이 그녀들보다 원길이 더 신경 쓰였다. 원길은 피곤에 지
친 얼굴로 아가씨들을 그만 보냈다. 아가씨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미
령에게 꼴 좋다는 듯 비웃었다.
"당신도 가줬으면 좋겠어요...."
원길이 건조하게 말하고 돌아섰다.
미령이 울먹이고 원길 앞에 무릎 꿇었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서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잘못했어요.. 원길씨... 미안해요... 나 이제라도 용서빌게요... 내 과
거를 알면 당신을 놓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속였던 거에요... 미안해
요.. 정말 미안해요..."
여전히 원길은 냉정했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
"거봐요... 원길씨는 내 과거를 듣고 이렇게 실망했잖아요... 당신을 잃
을까봐 두려웠어요..."
미령이 원길의 손을 꽉 잡았다.
하지만 원길은 그 손을 뿌리치고 휠체어 바퀴를 돌렸다.
"원길씨........"
"나 미령씨 당장 용서 못하겠어요... 이건 미령씨나 나나 시간이 필요해
요...."
울다 지친 미령이 신음을 냈다. 들썩거리는 어깨는 진정되지 못했다.
"그만 가요..."
미령이 허탈하게 일어섰다.
멍하니 회장실 밖으로 나오는 미령을 보고 소라가 웃었다. 남비서가 부축
하러 곁으로 다가갔다. 미령은 괜찮다며 손사레쳤다.
자동차에 올라탄 미령이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강남 아파트로 가주세요....."
겨우 입술을 뻥긋거렸다.
열리는 문으로 성현이 반가워 활짝 웃었다. 눈물이 뒤범벅된 미령이 원망
의 눈빛을 지었다.
"미령아....."
"넌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야!!"
미령이 휘청거리더니 그만 실신했다.
미령을 침대에 눕히고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악몽이라도 꾸는 듯 움찔거
리곤 했다. 성현이 안타까워 닦던 물수건을 놓고 미령의 뺨을 어루만졌
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전복죽을 끓여 미령을 깨웠다.
속눈썹이 꼼지락거리다 미령이 눈을 떴다. 방안을 휘둘러보고서야 성현
이 눈에 들어왔다. 성현을 보자 뿌옇던 게 선명해졌다.
"나쁜 인간...."
"죽부터 먹고 얘기해..."
성현이 미령의 윗몸을 일으켰다.
미령이 사납게 죽그릇을 내동댕이쳤다. 전복죽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냐고? 너 나한테 이정도 밖에 해줄 게 없었어? 왜 그렇게 형편
없니?"
"무슨 말인지 자세히 해야 알 거 아냐!!"
"나 용주골에서 꺼내 올 때 뭐라 했어? 내 몸속에서 창녀를 지워줄테니
잊으라고 했지? 그런데 이제와 네 편이 못되니까 원길씨한테 말하고 싶었
니?"
성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모른 척 하지마! 소라랑 너랑 짠 거 아냐!!"
"그런 적 없어. 내가 왜!"
"유치한 인간들...."
미령이 조롱하듯 웃었다.
"난 몰랐어. 소라 혼자 엉뚱한 짓한 거야."
"어차피 소라도 너가 끌어들인 거잖아... 나쁜 인간..."
미령은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비척대며 일어섰다.
성현이 붙잡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