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길이 다소 지친 얼굴로 금융감독원장을 접견했다. 원장이 원길을 한눈
에 보고 안쓰러워서 고개를 저었다. 원장은 그동안 벌어진 사태를 이해하
기 위해 꼼꼼히 서류들을 살펴봤다.
"그동안 저희쪽에서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찰측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사건 해결이 어려운 가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 사람이 이같은 일을 저지르긴 어렵다고 생각되는
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추측인데... 그 외국인 투자가가 한국 사람이 아닐까 하
는 의심 드는데요..."
"한국 사람이요?"
생각지 못한 말에 원길이 허리를 세워 유심히 들었다.
"이처럼 국내 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건... 정보원 역할을 하는 실체적인
인물은 한국 사람이라고 봐요... 명의만 '푸른 눈을 가진 거머리' 아닐까
요? 그 별명도 그냥 증권가에서 나돌고 있는 소문 뿐이잖습니까?"
한국 사람이라.... 그렇다면 나한테 원한을 가진 사람이라도 있다는 건
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닐거라 단정지었다.
"이번 일로 경영에 어려움이 있겠습니다.. 그렇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하시
면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압니다..."
금융감독원장이 위로의 말을 남겼다.
원장이 가고 원길은 곱씹으듯 생각했다.
한국 사람...
그리곤 검찰청과 연계된 사이버 수사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건너편에서 제대로 못 들었는지 되물었다.
"홍콩 SFC에 투자자문사로 등록된 회사를 조사해보세요. 외국인 행세를
하는 한국 사람이 있나 알아봐요. 그리고 저한테 전화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똑똑.. 들어오는 소라 뒤로 미령이 서 있었다.
"여기까지 왠일이에요?"
원길이 반갑게 맞이했다.
미령이 손에 든 도시락을 내보였다.
"점심 같이 먹으러요..."
소라가 탁자에 얼른 자리를 마련하고 나갔다.
도시락을 열어 새우튀김, 꼬치볶음, 총각김치, 샐러드를 꺼냈다.
회장실에 처음 들어온 미령이 휘둘러봤다.
"언제 이 많은 걸 했어요?"
"한 것도 없어요... 자요..."
젓가락을 뜯어 원길이 꼬치 볶음 하나를 집었다.
"안색이 안 좋아보여요..."
"신경을 좀 썼더니... 괜찮아요..."
"쉬면서 일하세요."
"내가 괜히 미령씨가 걱정 끼치네요..."
"그런 말 마시구요..."
나란히 앉아 반찬을 주고 받으며 맛드러진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