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둘째 날, 일찌감치 부스에 나온 예준은 스마트폰으로 예술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9시부터 30분간 몇 번이나 확인을 했는데도 아직 합격자 발표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도대체 뭐하는 거지?’
회사든 공무원이든 대부분 9시면 업무를 시작할 터인데 합격자 발표날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왜 이렇게 늦장을 부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수 있을까 싶었다.
“여보세요?”
예준은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예술원이죠?”
“예, 맞습니다.”
“오늘 합격자 발표하는 날 아닌가요?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맞습니다. 오늘 발표합니다. 아마 오후에 공지가 나갈 거예요.”
“예?”
예준은 이 사람들이 참 여유롭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 마치고 2시쯤에 공지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합격자분들께는 이미 연락이 갔을 텐데, 혹시 등록번호가 몇 번이시죠?”
“107번요.”
“107, 107번, 정예준 씨?”
예준은 심장이 쫄깃해졌다. 축하한다는 말이 전화기너머에서 들려올 것만 같아 숨을 편히 쉴 수 없을만큼 긴장되었다.
“예! 맞습니다. 정예준!”
“아! 명단에 없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