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원장님.”
“아, 정 선생. 아직 안 갔어요?”
“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뭐죠?”
“다름이 아니라 이번 달 월급을 미리 좀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예?”
지난 달 급여를 준 지 2주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원장은 불편한 표정으로 달력을 쳐다보았다.
“아, 제가 월급을 다 써서 그런 게 아니고요. 갑자기 7월말에 전시회 일정이 잡혀서요.”
“아니 무슨 정직원도 아니고 파트타임한테 선불을 주나요. 월급 미리 받고 안 나오면 어쩌라고.”
“아닙니다.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워낙 중요한 행사라서 그렇습니다.”
“참, 나.”
원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 숨을 푹푹 쉬었다.
“원장님! 한 번만 봐 주세요. 다시는 절대로 이런 부탁 안 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결근 한 번도 한 적 없지 않습니까? 믿으시고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정말 급해서 그럽니다.”
“일단 알았어요. 월요일에 봅시다.”
“예, 원장님. 꼭 좀 부탁드립니다.”
“예준아!”
“어! 병수야”
“뭔 일?”
“나 아트페어 나가려고.”
“어? 그거 안 된다며?”
“응, 그런데 연락이 왔어. 갑자기 자리가 하나 비었다고.”
“정말? 와! 잘 됐네. 그래 뭐 도와줄 일 없어?”
“다른 건 괜찮고, 그림을 좀 옮겨야 되는데 혹시 차 좀 빌릴 수 있나 해서.”
“언젠데? 아버지 차 될 거야 아마.”
“7월 마지막 주 목요일이니까, 아니 목요일부터 시작이니까 수요일에 설치해야 되겠다. 25일 이네. 28일 일요일 오후에는 철거하고.”
“어, 그래. 아버지한테 물어볼게. 그런데 무쏘 괜찮아?”
“응, 제일 큰 게 50호니까 충분히 들어 갈 거야.”
“오케이! 바로 연락줄 게. 그런데 전단지 같은 것도 만들어야 되지 않아?”
“그냥 뭐. 명함 있으면 될 것 같아.”
“그래,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나 국문과 나왔잖아.”
“그래, 알았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