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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방법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11.5

화가, 소설가, 웹툰작가 등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의 꿈을 그려봅니다.

 
제3화
작성일 : 19-11-05 11:03     조회 : 7     추천 : 0     분량 : 3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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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원투용 장대 낚시와 작은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온 예준은 포구를 향해 뛰어갔다. 다행히 밀물 때라 20m 남짓한 작은 방파제에는 바닷물이 충분히 들어와 있었다. 예준은 방파제 바로 앞 낚시점의 문을 열었다. 5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대양’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낚시점이었다. 좁은 공간 구석구석 쌓인 낚시 도구들은 상표의 색상이 희미하게 바래 있었고 먼지가 자욱하게 앉은 음료수와 군것질꺼리들은 유통기한이 한 참 지난 것처럼 보였다.

 “청개비 하나하고 묶음 추 3개요.”

 주인아저씨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종이 곽에 청개비를 담았다. 대양낚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요즘 조과가 어떤지, 어디가 포인트인지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았지만 아저씨의 성향을 파악한 이후로는 예준도 필요한 말만 건넸다. 아무리 낚시용 점퍼나 조끼도 입지 않은 아마추어 낚시인이라 할지라도 손님을 이런 식으로 응대하니 가게가 잘 될 리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주인이 서해의 작은 포구에서 오죽하면 이러고 살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사천원.”

 “저기 소주도 하나 주시구요.”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에 예준은 묶음 추 하나를 빼고 계산을 했다.

 원투용 장대의 원줄에 묶음 추를 단단히 묶은 예준은 종이 곽을 열어 통통한 청개비를 한 마리 꺼냈다. 날선 미늘이 달린 바늘의 끝을 청개비의 입에 쑤셔 넣자 청개비는 힘을 잔뜩 주어 몸통을 흔들어 댔다. 입안에서 나온 시커먼 집게는 낚시 바늘을 밖으로 계속 밀어냈다. 몸에서 나온 미끈거리는 체액이 손가락에 묻어 청개비를 제대로 잡기가 힘들었다. 어찌나 완강하게 버티는지 그냥 녀석의 머리를 뜯어내고 낚시 바늘을 끼워버릴까 생각했지만 물고기들이 축 처진 죽은 청개비를 외면하고 그냥 지나칠 것만 같았다.

 예준은 낚시할 때 사용하는 작은 수건에 엄지와 검지를 쓱쓱 문질러 체액을 닦아낸 후 청개비가 꼼짝을 하지 못하도록 몸통을 단단히 잡았다. 바늘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녀석의 입으로 찔러 넣자 바늘이 단번에 쑥 들어갔다.

 ‘별 것도 아닌 게 용쓰기는!’

 예준은 은색 바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청개비의 몸속으로 바늘을 깊숙하게 집어넣은 후 나머지 두 개의 바늘에도 청개비를 달았다. 살아서 온 몸을 배배꼬고 있는 싱싱한 청개비 세 마리를 보고 있자니 낚싯대를 던지자마자 물고기들이 달려들 것만 같았다.

 

 “많이 잡았냐?”

 병수는 늘 그렇듯 살림망을 제일 먼저 살폈다. 살림망 안에는 용치놀래기 두 마리와 작은 우럭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어이구! 내 이럴 줄 알았다.”

 “왜? 많이 잡았잖아?”

 “어휴, 내가 감 좋다고 말할 때 알아봤어.”

 “야! 그 정도면 소주 10병은 먹는다.”

 “누가 예술가 아니랄까봐 고집 피우는 거 봐봐. 야! 나 같으면 미끼 살 돈으로 순대랑 오뎅 사먹겠다.”

 예준은 병수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청개비와 묶음 추를 살 돈이면 뜨끈한 순대와 오뎅을 안주로 풍성한 술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해장할 라면까지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야! 그래도 이건 자연산이잖아. 자연산 회 아무데나 가서 먹을 수 있냐?”

 “꿈보다 해몽이 좋다. 정말.”

 “야! 이거나 좀 잡고 있어.”

 예준은 낚싯대를 병수에게 건네고 가방을 열어 준비해 온 도마와 칼, 초장을 꺼냈다.

 “장만해 볼까나?”

 해가 사라지자 저 멀리 수평선에 가득 끼어 있던 회색구름이 검게 변했고 하늘과 바다는 시뻘겋게 물들었다. 방파제를 밝히는 작은 가로등 불빛 아래에 자리를 잡은 예준은 열심히 회를 떴다. 작은 나무도마 위에는 용치놀래기의 몸통에서 뜬 회 네 점과 우럭에서 뜬 회 두 점이 놓여 있었다. 예준은 포를 뜬 회를 다시 반씩 잘라 12점으로 만들었다.

 “야! 어지간히 잘라라 씹을 것도 없겠다.”

 “안주를 배부르려고 먹냐? 그거 놔두고 이리 와.”

 병수는 입질을 한 번도 받지 못한 낚싯대를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가로등 밑으로 와서 앉았다. 예준은 젓가락으로 소주 뚜껑을 제거하고 병수의 종이컵에 부었다.

 “한 잔 해. 고생했다.”

 회를 장만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예준은 지금 이 자리가 소설공모전에 탈락한 병수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뱃살을 베어내 등뼈가 훤히 드러난 물고기의 사체 위로 갯강구들이 모여 들었다. 무수히 많은 잔발이 자신들을 밟고 지나다녔지만 물고기들은 두 눈을 멀쩡히 뜬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소주를 두 병이나 비웠는데도 도마 위의 회는 아직 반이나 남아 있었다.

 “진짜 이번에는 될 줄 알았는데.”

 공모전 출품작이 500편을 넘었다. 병수는 자신이 두 편을 출품하여 수상 확률을 배로 높였다며 자랑했었다. 하지만 수상작 명단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로또를 두 장사서 당첨 확률을 높였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무모해 보였지만 로또보다는 훨씬 높은 확률이라며 병수는 내심 기대를 했었다. 예준은 ‘언젠가는 되겠지!’라며 격려를 하려다 그 말을 5년 동안 반복해서 병수에게 했다는 생각에 그만 두었다.

 병수에게 할 말을 생각하던 예준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 병수처럼 부지런하게 매년 출품을 한 것은 아니지만 졸업 후 몇 번 좌절을 하고 나서는 공모전 출품을 아예 접어 버렸다. 수상작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느꼈던 부러움은 점점 자신의 작품이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수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억울함으로 치환되었다. 탈락한 작품을 심사장에서 들고 나올 때의 부끄러움은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다. 그런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는 전문가 그룹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만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내걸 수 있는 현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공모전 출품을 접은 이후로는 특별한 목적 없이 낮에 어린 아이들의 미술을 가르치고, 밤엔 작품 활동을, 그리고 가끔 오늘처럼 노을 진 포구에 앉아 낚시를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19세기말 인상주의 화가 누군가의 삶이었다면 참 멋있게 느껴질 테지만 예준의 현실은 그리 서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깡통을 차고 앉아 행복한 사람은 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문학공모전은 왜 그렇게 오래 걸려? 우리는 출품하면 이틀 만에 바로 발표 나는데,”

 “그러게, 글 쓰는 것보다 발표 기다리는 게 더 힘들다. 진짜!”

 병수는 매년 공모전에 출품 할 때마다 최소 3, 4개월씩 걸리는 심사시간이 늘 불만족스러웠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표를 기다리는 몇 달간은 진득하게 무슨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오랜 시간 당선을 기대하며 지내다가 정작 선택을 받지 못하면 구멍 난 가슴이 치유되기까지 또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내야 했다.

 “야! 도대체 문학적이고 덜 문학적인 것의 차이가 뭐냐? 나는 진짜 모르겠다. 수상작들 읽어봐도 다 거기서 거긴데.”

 “그러게.”

 “깨놓고 말해서 심사위원들하고 궁합이 잘 맞으면 되는 거 아냐?”

 병수의 말에 예준은 무거운 미소만 지었다.

 “따져 보면 다 자기 생각, 자기가 살아 온 이야기 쓰는 건데 그걸 다른 사람이 평가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 자체가 웃긴다. 진짜.”

 “어쩌겠어. 다른 방법이 없는데.”

 취기가 오르자 병수는 잘 정리되지 않은 억울한 감정들을 계속 쏟아 냈다. 예준은 병수의 말에 공감했다. 무엇이 더 예술적인 작품인지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해 보았지만 병수가 내린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준에게 있어 더 문학적이고 더 예술적인 것에 대한 논쟁은 채식주의자에게 왜 꽃등심을 싫어하느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답이 없어 보였다.

 “그만 들어가자. 라면이나 끓여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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