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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4-
작성일 : 19-10-11 15:34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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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그 한 마디 뿐이었지만 경비병은 횡재했다는 듯 고개를 황급히 숙이며 어느새 멀어져가는 현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옆에 같이 있던 경비병이 감탄사를 먼저 날렸다.

 

  “이야~그 현천풍신을 보게 되다니. 이거 꿈은 아니겠지?”

 

  “꿈이 아니네. 현실이 맞아. 우리 호 황국의 최강무력집단인 백천(白天)과 흑천. 바로 그 흑천의 흑풍이라니.”

 

  “어리다더니 정말로 어리구만. 내 딸이랑 두어 살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 같은데 말야.”

 

  “그러고 보니 자네 딸, 요번에 고등학교(高等學校)에 들어갔다고 했던가? 학교 이름이 뭐였지?”

 

  “그 유명한 이휴(怡烋) 있지 않은가. 거기에 장학생으로 들어갔지.”

 

  “아니-장학생으로 말인가?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그 이휴 학교의 장학생으로? 이제 자넨 두 다리 뻗고 시원히 잘 수 있겠구만, 그려.”

 

  “하하하-뭐, 그런 셈이지. 아하하하하-”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경비병들을 뒤로하고 현은 작게 중얼거렸다.

 

  “들어가긴 개뿔이 어렵냐. 더럽게 쉽더만. 뭘 모르는군.”

 

  일부러 들으려던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들려왔기 때문이라 자기합리화를 하며 현은 이내 관심을 끊었다.

  솔직히 알고 있었다. 일부러 들으려하지 않아도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평을 받고 있고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

  말은 현천풍신이니 다시없을 흑천의 풍신이니 어쩌니 해도 조금만 더 깊숙이 돌아본다면 ‘현천광풍(玄天狂風)’이라 부르고 있다는 것쯤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현은 어느 주택가로 들어갔다. 누구 집에 가는 건가 싶었지만 현은 계속해서 걸어갔고 점점 가면 갈수록 그 주택들도 보이지 않더니 급기야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나왔다. 곧게 닦인 주택가 길이 끝날 때쯤엔 산길이 등장했다.

  무슨 지름길이라도 되는 건지 현은 산길 앞에서 다시 하늘을 날아 산의 꼭대기로 추정되는 곳에 내려섰다.

  그곳엔 그를 기다린 건지 아니면 때맞춰 자신의 볼일을 보기 위해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여자는 노란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그냥 지나쳐가는 현을 불러 세웠다.

 

  “유현군, 선생님을 보고도 그냥 가다니 참으로 예의가 없군요.”

 

  정말 짜증난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현은 돌아보며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예, 안녕하셨나요.”

 

  “호호호-유현군. 그거 인사라고 한 건가요?”

 

  “…그런데요.”

 

  “뭐-좋아요. 오늘은 시간이 촉박하니까 넘어가주죠. 하지만 다음에도 그러면 국물도 없을 겁니다. 알았죠, 유현군?”

 

  “……”

 

  “알았냐구요, 유현군.”

 

  “아-예.”

 

  대충 대답한 현은 한 치에 망설임도 없이 가려했다. 선생인 여자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면 아니, 별 다른 얘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 그런데 유현군. 어제도 한 건 했다면서요? 근데 어떻게 학교에는 나오네요? 양양군가? 그 학생 포함 여럿은 아직도…!!”

 

  “하하하-이보세요. 도량수(都量數)씨. 이제 그만 내 일에 신경 좀 꺼주시죠? 그 날 밤을 잊지 못하는 거야 당신 사정이지만 원한다 해도 이젠 내가 싫어서 하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 이제 선생이면 선생답게 하세요. 정 밤이 외로우면 사창가를 찾아가든가. 헌데 내가 주로 가는 곳은 미안하게도 어제 박살나는 바람에 추천은 못해주겠네요.”

 

  도량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숨기지 못하고 어느 새 자신의 귓가에 나직하게 말하는 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계속 듣고만 있었다.

 

  “아쉬워서 어쩐답니까? 그럼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도 소개해줄까요? 그 새끼들 아마 엄청 굶주려 있어서 당신 던져주면 아주, 정말, 엄청, 끝내주게 잘 해줄걸요. 후후-생각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세요.”

 

  마지막 말에 드디어 정신이 뻔쩍 든 건지 도량수는 말을 더듬거렸다.

 

  “그 무…무슨…!”

 

  “훗-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알았나보네요? 그날 밤 내 연락처 갖고 갔잖아요. 뭐-아니래도 어차피 당신은 선생이니까 학교에서 나 찾으면 되겠네요. 아, 그리고 새삼스럽게 그리 정색하며 얼굴이 빨개지니까 참 웃기네요. 그럼 수고.”

 

  현은 혀를 차며 역시 미련이 한 톨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가버렸다.

  도량수는 그런 현을 보며 온몸이 빨개진 것을 달래느라 한참을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겨우 진정시킨 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며 탐욕의 눈빛을 드러냈다.

 

  “……내가 너무 찔렀나. 그나저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갖고 싶긴 한데 말야.”

 

 *.*.*

 

  이휴 학교는 호 황국에서 제일로 알아주는 ‘의지력’의 ‘능력자’들의 제2의 양성소나 다름없는 학교다.

  13살에 입학해서 20살에 졸업하는 7년 과정의 이 학교는 일반인들도 다니지만 그것은 고등과정(高等課程)을 배우기 위한 학교로 따로 배정받아 3년을 배우고 졸업한다.

  ‘능력자’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해서 각각 1급부터 3급이 주어져 진급(進級)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에 뛰어난 능력으로 성적이 좋은 자는 원한다면 월반(越班)을 할 수도 있고 졸업을 아예 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서 현은 ‘능력자’로 고등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것도 거의 마지막 단계의 1급이었다. 대게 고등과정 1급이라 하면 졸업반인데 현은 능력이 무척 뛰어나 월반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현은 걸핏하면 지각에, 조퇴에, 결석했다. 그 삼박자를 맞추는 것에 흑천의 일 때문도 있었지만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기에 그것을 제외하면 무척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꼬박꼬박 시험은 치르기는 하지만 시험 성적도 언젠가부터 위태위태해서 겨우 면하는 정도였다. 실기 편에서 그나마 남은 점수를 채우지만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현이 흑풍임을 아는 것은 비록 교장과 담임뿐이지만 일단 최연소 흑풍이 되었을 때 다른 걸 다 떠나 교장과 담임은 무척이나 기뻐했었다. 해서 알게 모르게 최대한으로 현을 배려하고 신경을 최대로 써주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엇나가면 엇나갔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어제도 그랬다.

  어른들의 세계를 오래전부터 들락거린 것만도 놀랄 지경인데 거기서도 자주 갔다던 단골집을 반이나 날려버렸다. 물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담임인 산업라(山業拏)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눈앞에 서있는 현을 보았다. 어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음을 넘어 당당하게까지 보였다. 더욱 한숨이 나오려는 걸 겨우 삼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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