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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38화)
작성일 : 19-10-21 14:42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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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민 반장의 책상 위에 메모가 놓여 있었다.

  사건 수사지휘를 하는 중앙지검 이수혁 검사의 호출이었다. 정례적인 보고는 이 검사의 사무실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에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전에도 가끔씩 이 검사의 호출이 있었긴 했지만 오늘은 왠지 맘에 걸렸다.

  이 검사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사무실을 들어서는 민 반장을 보고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이 검사는 민 반장이 소파에 앉은 뒤에도 한참 동안 서류를 뒤적이다가 만년필로 서명을 한 뒤 책상 한쪽으로 서류철을 밀어 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민 반장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탁자위에 있던 신문을 민 반장 앞으로 밀었다. 민 반장은 신문을 보지는 않았지만 무슨 내용인지 감이 왔다. 어제 기자들에게 브리핑 하는 사진이 1면에 톱기사로 처리되어 있었다.

  “뭐하자는 겁니까?”

  이 검사는 중앙지검에서 독종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별났다. 특히 자존심이 강해 자기에게 배당된 사건은 꼭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웬만한 베테랑 수사관도 그와 같이 일하기를 꺼렸다. 일단 사건을 맡으면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툭하면 검사실의 간이침대에서 자고 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의 범인 검거율은 거의 100%에 가까웠고, 그에게 찍힌 범인들은 오히려 자수를 하는 것이 형량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우스개 같은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의 그런 성격은 엘리트 집단인 검찰청에서 살아남기 위한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 검사의 탁월한 업무 능력은 오히려 그의 승진에 걸림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모순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의 배경이 그의 능력에 미치지 못한 탓이었다.

  동기 검사들이 대부분 대학교 재학 중이거나 아니면 졸업한 후 바로 사시에 합격한 것에 비해 이 검사는 대학교를 졸업을 한 뒤 2년 뒤에 합격을 했다. 그래서 동기들에 비해 두 살 정도 나이가 많았다.

  또 그는 소위 ‘진골’이나 ‘성골’이라고 지칭되는 우리나라 일류 명문대가 아닌 지방 대학 출신이었다. 자연히 검찰 내에서 선후배가 없었던 그는 연수원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외톨이처럼 지냈다.

  한 번도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얽힌 사적인 조직에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아무도 그를 자기들의 조직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런 검찰 내에서의 보이지 않는 따돌림에 대해 이 검사는 오로지 검거율로 그들을 이기려 했고, 반대로 선후배의 끈끈한 끈을 가진 다른 검사들은 그를 일만하는 검사 동료로만 여겼다. 그런 이 검사가 민 반장의 수사 방식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어차피 오토바이에 대한 정보가 흘러 나간 마당에 감출 이유도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감춰서 괜한 불신만 일으키느니 차라리 이를 적극 활용해 시민들의 제보를 높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민 반장님!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민 반장님이 기자들에게 수사 정보를 알렸다고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를 잘못 봐도 크게 잘못 본겁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왜 내가 그런 사실을 민 반장님이 아닌 신문 보도를 보고서야 알아야 되는 겁니까?”

  이 검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짜증스러움이 잔뜩 묻어났다. 그런 이 검사를 바라보는 민 반장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자기보다 상관이었지만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오라고 하다니. 반발심이 생겼다.

  “그런 사소한 것 까지 일일이 검사님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되는 건가요?”

  자연히 민 반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갈라졌다. 예상치 못한 민 반장의 격한 반응에 이 검사의 두 눈매가 가늘게 찢어졌다. 민 반장은 그런 이 검사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번은 부딪혀야 할 일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경쟁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사지휘가 아니라 수사상황 보곱니다. 사전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잖습니까?!”

  이 검사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민 반장이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자기 직속상관인 서장이 한 약속인 것은 맞았다. 민 반장이 끓어오르는 부아를 삭히며 조용히 물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뭡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을 제대로 하라는 겁니다!!!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말고…….”

  결국 이 검사가 언성을 높였다. 민 반장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제쳐놓고 독단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검사는 이참에 이런 점을 분명하게 민 반장에게 주지를 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언론 플레이도 수사 방법 중 하나 아닙니까?”

  “민 반장님!!! 지금 나랑 말장난 하자는 겁니까?”

  “어차피 서로 알만큼 아는데…….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말씀 드리죠. 검사님이나 나나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이니까 서로 힘 빼는 일은 하지 맙시다.”

  민 반장이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사건 수사 보고서를 이 검사의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이 검사는 그런 민 반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민 반장이 다른 경찰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민 반장 정도의 나이가 든 고참 경찰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연금을 탈 때까지는 경찰 조직에 남아 있기 위해 지휘 검사에게 밉보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민 반장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다.

  수틀리면 그만 두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사에 대해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민 반장이라는 것을 이미 들어 아는 이 검사가 결국에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 뒤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프로파일링은 누가 한 건가요?”

  한참동안 보고서만 읽던 이 검사가 물었다. 아직 약간 목소리의 톤이 높았지만 감정이 실려 있지는 않았다. 이 검사도 민 반장 못지않은 프로였다. 업무에 자신의 감정을 싣는 일은 결코 없었다.

  “경찰청에서 파견한 김수현 경위입니다.”

  이 검사가 김 경위를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였군요……. 민 반장님도 그의 프로파일링을 믿나요?”

  “예. 정확하게 범인에 대한 윤곽을 그렸다고 봅니다.”

  민 반장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 검사가 잠시 민 반장을 쳐다보았다. 민 반장도 자기와 같이 조직 내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외골수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병상린이랄까.

 

  “좋습니다. 수사 방향을 그렇게 정합시다. 우선 전역한 특수부대 출신들과 장교들을 대상으로 면밀히 조사를 진행합시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들이 전역한 뒤 많이 취업한 경호업체 같은 곳도 병행해서 수사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헛소문이 아니구나. 민 반장은 내심 이 검사의 예리한 지적에 감탄하며 이 검사의 생각을 선뜻 받아들였다. 민 반장의 말에 이 검사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싫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스즈키 오토바이의 구매자에 대해 좀 더 면밀히 확인을 해 보시죠. 지금 우리가 확보한 정보 중에서 팩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밖에 없잖습니까? 그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고 봐야겠죠.”

  “예. 지금 김 형사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 인원을 더 투입해 하나라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적절한 이 검사의 지시에 민 반장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씩 서로의 입장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공조가 이루어져갔다.

  “그래요. 민 반장님이 잘 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 변호사의 주변 인물에 대해 좀 더 탐문해 보시죠. 특히 이혼설이 나도는 배우자와 대승그룹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반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검사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문득 민 반장은 그런 그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자기처럼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동료 의식이 스며들었다.

  “검사님…….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 검사가 민 반장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민 반장은 이 검사의 눈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믿음을 보았다. 민 반장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꺼냈다. 이 검사라면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대승그룹의 차 회장에 대해 조사를 했으면 합니다.”

  이 검사가 읽던 보고서를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민 반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민 반장은 이 검사의 얼굴 표정에서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무슨 단서라도 있나요?”

  “아직까지는 그냥 느낌일 뿐입니다.”

  “조심해야 할 텐데요? 대승그룹의 정보 수집 능력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정보기관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다는 평판은 아시죠?”

  “잘 압니다.”

  “만에 하나.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검사가 말을 아꼈다. 아끼는 건지 꺼내기가 힘든 건지 모르지만 민 반장은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잘못된 결과보다는 깨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말씀하시죠. 겁이 나시는 건 아니시죠?”

  민 반장의 말에 이 검사가 흠흠하며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뒤 말을 꺼냈다.

  “그러죠. 민 반장님의 느낌대로 대승그룹에서 실제로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수사의 칼끝이 자기들을 겨냥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아마도 민 반장님이나 나나 자리보전하기도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잘 압니다. 그리고 검사님이 자리에 연연할 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민 반장의 말에 이 검사가 피식하고 웃었다.

  “저는 자리보전보다는 오히려 수사조차 못해보고 내사 종결이 될까 걱정입니다.”

  이 검사도 민 반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수사가 시작되면 대승그룹에서 윗선에 압력을 넣을 것이 뻔했다. 충분히 그럴만한 권력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이 검사가 잘 알고 있었다.

  죽은 박 변호사가 폭로했던 뇌물로비 사건이 유야무야 마무리되었지만 이 검사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그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이 대승그룹의 힘이었고, 검찰이라는 조직인 것이다.

  “좋아요. 난 차 회장에 대해 민 반장의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겁니다. 민 반장님도 내가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없는 거구요.”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민 반장의 솔직한 말에 이 검사가 빙긋 웃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민 반장도 손을 내밀어 굳게 손을 잡았다.

  “대승그룹 관련 수사 진행상황은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도 나와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민 반장님하고 저하고만 아는 걸로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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