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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20화)
작성일 : 19-10-12 23:16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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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며칠 뒤 김 기자는 점심시간에 맞춰 묵향으로 갔다.

  손님이 많은지 종업원들의 행동이 바빠 보였다. 김 기자가 로비로 들어서자 나비넥타이를 맨 지배인이 다가와 간결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말투로 인사를 하며 물었다.

  “예약 하셨습니까?”

  김 기자가 대답 대신 홀 안을 둘러보았다. 홀은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마 방에도 손님들로 가득할 것 같았다.

  “아니요……. 식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사장님 좀 뵈려고요.”

  지배인의 얼굴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사람일지 재빠르게 살피는 표정이었다. 직업적인 행동이 몸에 밴 듯했다. 김 기자는 지배인에게는 볼 일이 없다는 듯이 딴청을 피웠다.

  “실례하지만 어디에서 오셨나요?”

  지배인이 점잖지만 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국제신문 김수빈 기잡니다.”

  기자라는 말에 지배인의 표정이 일순 복잡해졌다. 정중하게 모셔야 할지 아니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되돌려 보내야 하는지 판단이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김 기자는 그런 지배인의 표정 변화를 못 본 척하며 목을 길게 빼고 안쪽을 두리번거렸다.

  지배인의 표정이 더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런 업계에서 일하다보면 기자들이란 그다지 반가운 상대는 아니었다. 미리 약속 없이 막무가내로 오는 기자라면 더욱 더 그럴 확률이 높았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 바쁜 사장을 만나게 했는데 막상 별 볼일 없는 일이거나, 자기 신문에 광고를 내달라는 따위의 거절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지배인의 체면만 구길 뿐이었다.

  “사장님만 잠시 만나보면 됩니다.”

  지배인의 굳어진 표정을 보아서는 쉽게 사장을 만나기에는 틀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사장이 자기를 만나러 나오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버티고 있는 지배인에게 괜히 큰소리를 질러봤자 오히려 자기 꼴만 우스워질 것이 뻔했다.

  김 기자가 일부러 거만스럽고 가볍게 말을 던졌다. 내가 만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윗사람인 사장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치기만 하면 된다. 지배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소란을 피울 목적이었다.

  “사장님은 지금 안 계시는데요.”

  지배인이 나름의 판단으로 김 기자의 앞을 막아섰다.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김 기자는 자신이 던진 미끼를 지배인이 물었다는 것을 알았다. 지배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지배인이십니까?”

  김 기자가 약간 과장되게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지배인의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면서 물었다.

  “이승효 지배인님이시구나.”

  김 기자가 기자수첩을 꺼내 무엇인가를 적었다. 지배인의 얼굴색이 금세 붉게 변했다. 됐어. 이제 한 방만 더 먹이면 된다. 김 기자가 쐐기를 박았다.

  “지배인님은

  지금 나를 막아도 될 만한 위치에 계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지금 나를 막는다면 아마 다시는 이 가게에 계시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김 기자가 지배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지배인의 얼굴에 낭패감이 드러났다. 금방 허세가 드러난 지배인이 마음속에 갈등을 일으키는 눈치였다. 그러나 요령 있게 자신이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해 낸 것 같았다. 연륜이라는 것이 꼭 영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잠시 여기 앉아 기다리시죠…….”

  지배인이 김 기자에게 로비에 있는 안락의자를 권한 뒤 홀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갔다. 김 기자는 담배를 빼물며 홀 안에 있는 손님들을 흩어보았다. 눈에 띄는 정치인들도 서너 명이 보였다.

 

  “우리 지배인을 겁 주셨다고요?”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에 김 기자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묵향의 여주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 김 기자는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뒤 말을 했다.

  “겁보다는 살짝 협박을 줬죠 …….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을 보려면 달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국제신문 김수빈 기자입니다.”

  “호호호호……. 외모는 순진한 모범생 같은데 배짱은 대장부네요.”

  “칭찬으로 받아 들리겠습니다.”

  “그래……. 신문사에서 제게 무슨 용건이 있는 건가요?”

  여주인이 팔짱을 끼면서 물었다. 김 기자는 여주인이 기자인 자기를 말하지 않고 신문사를 들먹인 것을 눈치 챘다. 한마디로 시시한 기자 나부랭이는 상대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여주인의 눈에는 강력반장이나 신문사 기자나 별 볼일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호. 만만찮겠는걸.

  “커피 주문도 되나요?”

  김 기자가 제멋대로 주문을 한 뒤 홀 안으로 걸어 들어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차피 기(氣) 싸움이라면 김 기자도 녹록하지는 않았다. 김 기자는 여주인의 거만한 태도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 여주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 기자를 쏘아 보다가 옆에 서 있던 지배인에게 말했다.

  “커피 한잔 가져 오세요…….”

  여주인이 다리를 꼬며 김 수빈의 앞자리에 앉았다. 옆트임을 한 원피스의 치맛자락이 살짝 들리며 미끈하고 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수빈이 흘낏 자신의 허벅지를 쳐다보는 것을 알면서도 여주인은 다리를 풀지 않았다. 오히려 상체를 앞으로 숙여 은근히 가슴골을 김 기자에게 내비쳤다. 무슨 향수를 쓰는지 잔잔하면서 달콤한 향이 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그 날 멤버가 누구였습니까?”

  주변의 사람들이 들릴 정도로 김 기자의 목소리가 컸다. 웬만한 남자라도 순간적으로 당황해 했을 텐데 여주인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민 반장의 말처럼 정말 만만찮은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 기자도 그런 내색을 비치지 않고 여유롭게 담뱃재를 재떨이에 털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여자 쪽이었다. 이런 바닥에서는 소문처럼 빠르고 무서운 것도 없었다.

  “내가 알려줘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요?”

  “있죠. 말을 안 해주면 난 그냥 내가 판단한 대로 기사를 쓸 겁니다. 그걸 원하시는 것은 아닐 텐데요.”

  “기자님 맘대로 쓴 기사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하나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근데 민정수석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독자들도 추측성 기사라는 것을 알면서 읽을까요?”

  “.........”

  민정수석이란 말에 여주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 기자는 칼을 제대로 찔렀다는 것을 알았다. 빙고! 김 기자는 일부러 커피를 후루룩 소리를 내어 마셨다. 때마침 식당 안으로 들어오던 명품 옷을 걸친 여자가 그런 김 기자를 경망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김 기자가 다시 후루룩 거리며 커피를 마셨다.

  어차피 이 여자의 입에서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은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거침이 없다는 것을 상대에게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잃는 것은 가진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했다. 이제 칼을 완전히 찔러 넣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향이란 이름은 안 나오겠지만 여의도에 민정수석이 갈만한 한정식 식당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 사람들…….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에 관한 것이라면 눈치가 구단인 사람들이지요?”

 

  여주인이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더니 안채로 향했다.

  김 기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인을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여주인은 안채에서도 가장 뒤쪽에 있는 특실로 김 기자를 데리고 들어갔다.

  방안은 둥근 탁자가 놓여 있었고 네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방안의 모든 가구나 집기는 전부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김 기자는 일부러 거칠게 한 손으로 의자를 꺼내 털썩 앉았다.

  여주인이 유리로 된 진열장에서 커티삭을 꺼내 잔에 따랐다. 김 기자가 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부드럽고 진한 몰트위스키의 깊은 향이 코를 자극했다.

  “아직도 커티삭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니…….”

  “며칠 전에는 강력반장이란 분이 찾아 왔고, 오늘은 기자분이 찾아왔으니…….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거겠죠?”

  여주인이 수빈을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김 기자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것 같았다. 알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요……. 그럼 더 이상 비밀은 아니겠네요. 그날 뿐 아니라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는 사람들이죠.”

  여주인의 말로는 그날도 이전의 모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에 미리 주문했던 늦은 식사가 들어갔고, 식사 후에는 술이 들어갔다. 평소에 마시던 외국산 고급 위스키를 마셨다. 여자들이 동석했는지는 굳이 묻지도 않았고 답하지도 않았다. 사건의 실체와는 관련이 없는 일로 여주인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묵향의 여주인도 그 이상은 몰랐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모임 자체가 유별나게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묵향의 여주인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 같았다.

  수확이라면 여주인에게서 회합이 끝난 시간과 멤버들만 확인했다는 점이다. 모임에 참석한 멤버들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죽은 정 의장을 비롯해 현직에 있는 정치인들과 관료들. 가끔씩 이들의 후원 역할을 하는 진보 성향의 기업인이 참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민승그룹의 차 회장이 참석했다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이 정도의 정보는 사실 수사에 별다른 도움이 되질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민 반장에게 묵향에서 알아 낸 사실을 알려주었다. 민 반장이 다소 실망하는 목소리였다.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데…….”

  “어째든 고마워. 정말 내가 한 번 저녁 살게.”

  “고맙긴……. 덕분에 매력적인 묵향 여주인을 봤는데.”

  “근데 민승그룹의 차 회장이 왜 참석을 한 거지?”

  “글쎄……. 별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던데? 가끔 경제인도 참석을 하는 것 같던데? 왜?”

  “아니……. 민승그룹 차 회장은 보수적인 인사라고 알고 있어서.”

  “그러긴 한데. 상대들이 워낙 권력을 가진 실세들이라 차 회장인들 마다할 수 있겠나?”

  민 반장과의 통화를 끝낸 김 기자는 이번 모임이 예약했던 당일 오후에 갑자기 하루 연기됐다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 워낙 바쁜 사람들이니까 약속을 변경할 수도 있으려니 하면서도 뭔가 머릿속에 의문이 남았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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