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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04
작성일 : 19-09-07 21:14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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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래를 바라지도 말았어야 했다. 병이 발견되자 나의 모든 희망찼던 미래들은 헛된 희망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희망차고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던 평범한 삶 또한 잃어버리고 말았다.

 

 미래를 빼앗기고 나니, 나에게 남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난 모든 것을 빼앗겼다. 아무 것도 없다. 나에겐. 미래도 현재도. 미래는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나는 미래를 꿈꿀 수 없었기에 현재 또한 놓아버렸다. 그렇게 나는 그저 할 일 없이 그저 침대 위에서 죽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 순간에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살고 싶었다.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렸는지. 너무나도 화가 나고 억울했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병에는 이유가 없었다. 있다고 해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텅 비어버린 껍데기와도 같은 내 인생을 더욱 어둡게 칠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 안에 갇혀갔다. 제 속을 파멸시키는 병과도 같이. 내 정신 또한 그렇게 내 자신을 파먹었다.

 

 그렇게 나는 미래를 빼앗긴 채로, 감옥과도 같은 병원에 갇혀버렸다. 죽음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병원에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가득한 병원에서 나 혼자 젊었다. 병원 복도를 걸어 다니면 어른들이 다들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시선은 동정이며 연민이며 안타까움에 대한 탄식이겠으나,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 닿을 때면 그 시선들은 공격적인 상처가 되어 나를 찔렀다. 흘끔흘끔 나를 쳐다보는 그 시선이 미치도록 싫었다.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이 낫는 것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것이 나를 더 찢어놓았다. 그들의 시선이 없어도 나는 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들의 시선을 받으면 나는 그보다 훨씬 더 처참한 아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내 자신은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서 한 단계 더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아프고 난 이후부터 내 내면이 급속도로 늙어갔다. 다시는 그 젊음의 생기를 되찾을 수 없을 만큼 재빠르게 늙었다.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의 속은 나의 겉보다 빠르게 악화되어갔다. 죽음을 인지하는 것은 몸보다 정신이 더 빠른 것이었기에. 그렇게 내 내면은 급속도로 늙어갔다. 다시는 그 젊음의 생기를 되찾을 수 없을 만큼 재빠르게 늙었다. 죽음이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정신이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닫는 동안, 몸은 서서히 제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를 공격하였다. 남이 나를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내 안의 세포들이 나를 공격하였다. 자기 자신을 내 안으로부터 무너지게 만들었다. 내 눈은 죽음과도 같이 어둡기만 했다.

 

 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처절하게 무너져 내렸다. 냉정한 의사는 나에게 너무나도 차갑게 내가 처한 현실을 알려주었다. 의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굉장히 돌려서 나의 상태를 설명하였으나, 나는 의사의 얼굴에서 나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을 다 읽어내었다. 의사는 나에게 ‘아직은 괜찮아.’ 라고 하였다.

 

 

 ‘아. 직. 은.’

 

 아직. 이라는 말은 언젠가는 나에게 닥친다는 말이었다.

 

 아픔이. 무너짐이. 깨어짐이. 부셔짐이. 죽음이.

 

 나에게 ‘곧’ 닥친다는 말이었다.

 

 ‘아직’은 나에게 확신을 뜻하는 단어였다.

 ‘아직’은 나에게 ‘곧’ 이라는 말과도 같았다.

 

 나는 그렇게 한 단어, 한 마디에도 무너질 정도로 나약했다. 나의 정신은 그 정도로 위태로웠다. 의사가 나에게 ‘아직은’ 괜찮다고 한 그 날. 나는 모두가 잠든 새벽 베개에 얼굴을 박고는 처절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에게 조차 들리지 않도록. 나는 내 속으로 울었다. 나의 현실이 너무나도 처참해서. 그러나 그러한 현실을 담고 있는 나의 현재보다 내 미래가 더욱 끔찍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울고,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내 안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의사의 말에 내 미래가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나는 미래를 바라지도 말았어야 했다. 헛된 희망에 나는 현재까지 빼앗겼다. 그렇게 나는 희망차고 아름다운 미래를 공상하던 침대에서의 삶 또한 잃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한 순간에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빼앗겼다.

 

 그저 침대 위에서 죽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삶 속에서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만이 나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는데, 그 유일한 나의 희망마저 빼앗기고 나니, 나에게 남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난 모든 것을 빼앗겼다. 아무 것도 없다. 나에겐. 미래도 현재도. 그 모든 것은 더 이상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미래를 빼앗기고, 현재 속에서 도망치고 싶은 나는 그렇게 어둠속에서 과거를 되새겼다. 이런 어둠이 나에게 닥치기 전, 평범하고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그런 삶을.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기에 나의 머릿속에서 단편적인 조각들로만 존재하는 그런 허상을. 나는 매일 밤 그 과거 속에서 뛰어놀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미래에 그런 행복이 주어졌으면 하지만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런 과거 속에서 점점 갇혀만 갔다. 그곳에 있고 싶다. 그곳에 존재하고 싶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 순간 속으로.

 

 그렇게 나는 멍하니 희기만 한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다 포기해버린 텅 빈 눈으로 과거를 되새겼다. 미래는 병에게 빼앗겼고, 현재는 마주하기조차 싫으니,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과거밖에 없었기에. 나는 그렇게 흰 천장에 나의 과거를 그려내었다.

 

 

 

 그곳의 나는 지금과는 다르게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매우 밝게.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모르는 듯 한 얼굴을 한 채로. 그 당시의 나에게, 미래라는 것은 밝은 것이었다.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기대, 희망이라는 것이 가득 차있는 과거의 내 모습은 너무나도 맑고 행복하게 보였다.

 

 그렇게 나는 어둠속에서 과거를 되새겼다. 이런 어둠이 나에게 닥치기 전, 평범하고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그런 삶을.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기에 나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추억들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미래에 그런 행복이 주어졌으면 하지만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그런 과거 속에서 점점 갇혀만 갔다. 그곳에 있고 싶다. 그곳에 존재하고 싶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 순간 속으로.

 

 그러나 나의 현실은 끊임없이 계속 진행되어야만 했기에 나는 아름다운 과거 속에서 그리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나의 뇌 속에 단편적인 기억들로 박혀있는 나의 행복한 과거를 내 뇌에서 뽑아내야할 때마다, 나의 머릿속은 온통 핏물로 가득 차버렸다.

 

 현실을 인지하고 눈을 떠버리면, 아름다운 나의 과거가 내 뇌 속에서 통째로 뽑혀버렸다. 행복한 과거의 단편적인 추억들이 내 뇌에서 뽑혀나갈 때마다 내 뇌는 떼어져 나간 행복만큼 제 사이를 벌여버렸다. 그러자, 곧 그 빈 공간을 채우는 새빨간 피들.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던 내 기억들과 흔적들은 시뻘건 피에 점점 잠식되어 갔다.

 

 그렇게 지독한 현실이 진행될수록 나의 과거는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그 곳에서 뿜어져 나온 핏물이 붉게도 나를 물들였다.

 

 그렇게 나는 과거마저 병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게 내 안으로 차오르는 시뻘건 핏물들. 나는 그렇게 내 안에서 뽑혀져 나가는 행복한 추억들을 그저 힘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핏물은 내 안에서 솟구쳐 올랐다. 몽글거리며 빈 곳으로 차오르던 나의 상처들은 내 안에서 넘쳐흘렀다. 그렇게 서서히 나를 익사시켜갔다.

 

 나의 모든 심적인 것들은 암이라는 끔찍한 변형된 세포가 나의 몸을 공격해서 잠식시키듯이 나의 정신 또한 그렇게 나를 묻어버리려고 하였다. 추억마저 빼앗긴 나에게 더 이상의 해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밤이 찾아왔다. 오늘 밤도 나부끼는 저녁 바람에 내 마음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흔들림을 내비쳤다. 난 그렇게 추억이라고 불리는 과거들마저 빼앗겼다. 그렇게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 째로 뽑혀나가 버렸다.

 

 점점 지워져만 갔다. 내 인생이. 짧다고 하면 짧기만 한 내 인생이. 기억해 내야만 했다. 점차 지워지는 나의 행복한 인생들을. 현재가 너무 끔찍하고 현실이 지옥과도 같아도 나의 과거는 그나마 행복했으니. 생각해내야만 했다. 기억해 내야만 했다. 잊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기록해 두고 싶다. 세상에 남기고만 싶다. 내가 죽어도 남을 수 있도록. 어쩌면 내가 먼저 사라져도 나를 추억할 수 있도록. 엄마가. 그리고 사라져버릴 내 자신을 위해. 그렇게 나를 남기고만 싶다. 아무 것도 아닌 삶을 산 사람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는 나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들을 다 하셨고, 모든 수술들을 다 하시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의사선생님의 덤덤함에서 나의 죽음을 읽었기에, 그 모든 바람은 허상임을 깨닫고 있었다. 나는 내 앞에서 의사선생님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는 엄마를 보며, 엄마도 나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으나 그저 부정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에게 있어 죽음은 그리 멀지 않은 것이었으며 확정된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인생을 의사의 표정에서 읽어대었다. 끔찍이도 싫었다.

 

 내 눈에 의사는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의사가 병을 치료해준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의사는 죽음을 전하는 자였다. 의사의 흰 가운은 저승사자의 검은 도포와도 같은 것이었다. 길게 늘여진 흰 옷에 속아 천사인줄로만 알았으나, 사실은 그저 아무런 해답도 없이 그저 죽음만을 알리는 그런 죽음과도 같은 존재. 나에게 의사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시선과는 다르게 엄마의 시선에서의 의사는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는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하려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속에서 올라오는 현실을 애써 모른 척 하며 내 병이 고쳐질 수 있다고만 믿으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검사실로 들어갔다. 알 수도 없는 두렵게만 느껴지는 무서운 기계들. 나는 병원의 모든 공간을 지나치며 무서운 검사들을 다 해내었다. 그러나 검사가 끝나면 또 다른 검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치료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병은 이미 치료를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기에, 그 모든 검사들은 그저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켜주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기능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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