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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03
작성일 : 19-09-07 21:13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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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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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 와중에,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 틈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눈을 감고서는 연속으로 재생되는 동영상속의 괴로움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순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왔다. 감긴 두 눈으로 들려온 소리는 어린 여자 아이의 목소리였다. 여릿여릿한 목소리는 힘이 없이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은 곧, 죽는다고.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소개에 이어 들리는 한 숨 소리. 억지로 웃어 보이려고 했다가, 제 속을 숨기지 못하고 씁쓸한 한숨 소리가 되어 버린 소리가 내 귀로 떨어져 내렸다.

 

 그 아이는 죽고 싶다고 외쳐대는 사람들 틈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하는 유일한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자신의 죽음 전, 지워지지 않는 공간 속에 자신을 남기고 싶어서 동영상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죽으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겠지만, 이곳에서는 남아있을 거라고 하며. 그렇게 자신이 동영상을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난 그 아이의 말에 놀라 서서히 감겨진 나의 눈을 떴다. 죽어서도 남는다는. 말의 뜻이. 궁금해져서.

 

 뜨여진 내 눈에 처음 담긴 것은 병원침대였다. 희기만 한 침대. 내 시선은 병원침대에서 그 위에 앉아있는 옷으로 옮겨졌다. 옷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환자복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은. 나는 그 옷에 쓰여진 병원의 이름을 읽었다. 희기만 한 빳빳한 옷 위에 수 없이 많이 새겨진 병원의 이름. 병원 옷은 마치 그 아이가 지금 어느 곳에 있는 지를 나에게 끊임없이 알려주려고 하는 듯이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옷에 수없이 많이 새겨 넣고 있었다. 그 모든 병원의 이름들이 나를 향해서 소리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 아이는 괴롭게도 외쳐지는 병원의 이름이 박혀진 옷 속에 갇혀있었다. 그곳에 적혀있었다. 그 아이의 상황이. 나는 옷을 타고 올라 그 아이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 아이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목소리보다는 나이가 있어보였다. 그러나 우리 나이대의 또래와는 다르게 그 아이는 코에 투명한 튜브 같은 것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밀어져 버린 아이의 머리. 우리 나이 또래의 여느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그 아이의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 시선이 아이의 머리에 닿자, 마치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의 머리에 닿은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동영상 속의 여자아이가 자신의 손을 들어 텅 비어버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그 아이는 온 몸으로 아픔을 드러내며 동영상 속에 담겨져 있었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아이의 뺨은 너무 오래 굳어 있었는 듯이 쉽게 입꼬리를 위한 길을 터주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가 억지로 짓는 웃음은 너무나도 어색하게 보였다. 웃음이 지어지지 않는 감정인데 웃으려고 하였다. 그 모습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뜨여지지 않았던 내 눈이 그 아이에 의해 뜨여지고 말았다.

 

 아이는 자신을 환자라고 소개했다. 나이는 열아홉. 나와 동갑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의 나이를 밝히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였다. 생각에 붙잡혀 버린 아이의 눈은 점차 빛을 잃더니 어두움으로 텅하고 비어버렸다. 그렇게 생각보다 오래 아이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참을 저 홀로 깊은 어두움 속에 빠져버린 것 같던 아이가 다시 정신이 돌아왔는지 말을 이었다. 아이는 몸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아마 성인이 되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고 했다.

 

 

 

 봄이었다. 밖은. 그렇게 작은 스마트 폰 세상 속은 봄이었다. 나는 그제 서야 스마트 폰 창에서 눈을 떼고는 창문을 보았다. 그 창 속에 담긴 세상도 봄이었다. 아직은. 아직은 봄이었다. 아이가 말을 이었다.

 

 살고 싶다고. 아이는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지. 죽으면 죽는 거지. 왜 살고 싶은 거지. 나는 그렇게 아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내 머리는 죽음으로 가득 찼기에... 살고 싶다는 감정을 잊은 지가 오래였다.

 

 아이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아이의 말에 몸을 일으켜 세워서는 두 손으로 스마트 폰을 잡고 그 아이의 영상을 보았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슬픔을 말할 때, 우울감에 젖어서는 다들 괴로운 표정을 지었으나, 그 아이만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약간은 씁쓸한 듯 그러나 이미 자신의 현실을 받아드린 듯 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 포기해 버린 그런 표정으로 화면 밖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살고 싶다고 하는 말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 아이의 표정은 간절함도 아니었으며 삶에 대한 의지를 품고 있는 표정 또한 아니었다. 그저 이미 죽음을 받아드린 듯 한 그러한 포기를 품고 있었다.

 

 아이의 눈은 너무나도 초연했다. 이미 자신의 죽음을 받아드린 듯이 보였다. 발악할 만도 하였다. 신이 있다면 신을 원망도 하고, 부모의 가슴에 안겨 두려움과 슬픔을 터뜨릴 만도 하였다. 그러나 아이는 너무나도 초연하게 그저 스마트 폰 창 밖의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자신을 찍고 있었을 카메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존재함을 찍어내었다. 자신이 죽어도 남을. 자신의 흔적을.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이 시선을 내리고는 침대보를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럼, 감사합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다시 검게 물드는 스마트 폰의 화면. 그렇게 아이의 소개가 끝났다. 그곳에 내 얼굴이 비쳤다.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저 끝나버린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이. 지금의 내 머리로는 살고 싶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왜 어찌하여 그 아이는 다들 죽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틈에 껴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걸까. 궁금했다. 다음 영상. 다음 영상을 봐야만 했다. 왜 살고 싶은지. 알고만 싶었다.

 

 그러나 다음 영상은 없었다. 그 아이가 올린 영상은 하나뿐이었다. 다음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혹시 다음 영상을 올리지 못하고 죽은 걸까. 나는 처음 보는 그 아이의 생사가 궁금해져서는 동영상을 올린 날짜를 확인하였다. 날짜는 오늘. 오늘 올린 영상이었다. 아직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끝나버린 영상을 그저 들여다보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 내 얼굴이 비쳤으나 그곳에 나는 없었다.

 

 다음 영상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고 싶다는 말. 살고 싶은 이유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죽고만 싶었기에. 이해되지 않는 그 말의 의미를 묻고만 싶었다. 정말로 궁금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어떤 건지. 무슨 감정인지. 알지 못했기에. 삶의 소중함을 잊을 정도로 나에게 있어서는 삶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었기에. 묻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끝나버린 영상을 내려 보았다. 그러자 영상의 아래에 댓글창이 보였다. 그 아이에게 말을 남길 수 있는. 물어보고 싶었다. 왜 살고 싶은지. 그랬기에 나는 댓글 창을 눌러서는 그곳에 글을 남겼다.

 

 ‘왜 살고 싶은 거야?’

 

 라고. 정말로 궁금했기에.

 

 글을 남긴 뒤에 스마트 폰을 껐다. 동영상을 올린 아이가 빨리 내 질문에 답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고 싶은 이유를 죽고만 싶은 나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곧 죽는다.

 

 대부분 내 나이 대 친구들은 미래를 계획하고 사랑도 하며 행복하게 지낼 테지만 나는 그저 병원에 갇혀서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나는 내가 바로 죽을 거라고 직감했다. 그러나 굳어버린 심장은 의료진들이 되살려줬다. 멈춰버렸던 심장이 다시 연약하게라도 뛰기 시작한 이후 병원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남겨두고 엄마 홀로 향한 의사선생님의 진료실에서는 내 몸에 대한 처절한 사실이 설명되어졌다고 한다. 나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엄마의 울음. 그러나 그 안에서 엄마가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졌을지는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서 다 읽혀졌다. 엄마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와서는 절망했다. 내 앞에서. 나는 병원침대 위에서 문을 열며 나에게로 달려오는 엄마의 얼굴에서 아빠가 돌아가신 날의 엄마를 보았다. 아빠도 예기치 못한 날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 날과의 다른 점은 엄마의 얼굴에 원망이 섞여있다는 점이었다. 엄마는 그토록 사랑하던 아빠를 원망했다. 딸에게 남길 것이 없어서 약한 심장병을 물려주었냐며. 그렇게 사랑하던 아빠에게 울부짖었다. 평생 엄마의 울음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평생.... 이라고 해봤자, 얼마 남지 않았겠지만.

 

 

 

 그 날 이후로 난 병원에 갇혔다. 의사는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너무나도 냉정하고 사실적이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랬으나, 사실이었다. 내가 곧 죽는 다는 사실은. 길어야 고작 몇 개월.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기간이 길었다고 했다. 체육시간에 숨이 찬 것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그런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금방 죽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적어도 아빠 나이 때까지는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공부를 하다가도 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쥐는 것만 같을 때도, 그저 입시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을 뿐이었다. 어쩌면 아빠의 마지막의 충격을 다시 마주해야하는 것이 겁이 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죽어야만 할줄은 몰랐다. 미래를 준비하고 꿈꾸고 싶은 나이에 인생이 끝이 나버렸다. 나는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를 기대하는 시기에, 나는 혼자서 죽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순간에 미래가 무너져 내렸다.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하면서, 해외여행도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보려했던 그 모든 꿈들은 처절하게 깨져버리고 말았다. 내 미래는 죽음뿐이었다. 내가 여행할 수 있는 세계는 없었다. 아니, 죽음을 여행한다고 해야 하나. 나는 졸업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인생을 졸업해야만 했다. 그것이 내게 닥친 현실이었다.

 

 

 

 병이라는 이름 앞에서.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서. 그렇게 나는 내가 꿈꾸고 상상했던 모든 미래를 빼앗겼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오로지 병원 속에서 갇힌 채로 흘러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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