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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8. 잠입(7)
작성일 : 19-11-01 22:27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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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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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들의 포위망을 뚫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라나들과 대치한 수사들은 이런 날을 위해 훈련을 받은 적이 있을진 몰라도, 실전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수년간 전쟁터에서 뛰어다니고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명백했다.

  문제는 도주로였다. 처음에 수도원에 잠입할 때 이용한 하수도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그들이 하수도를 빠져나가는 도중에, 하수도에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일이었다. 심지어 출동한 군대가 하수도 끝에서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라나의 선택은 상당히 대범했다. 지상의 평원을 통한 정면돌파. 대부분 진화작업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아직 여기저기 불타는 들판을 보며 롭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런 미친년을 봤나! 네년이 불질로 놓고 그사이를 지나가라는 게 말이 돼?"

 "애초에 우리가 발각된 제일 큰 원인이 누군데 그래?"

 

  아마 그 강철 거인이 작동한 시점에서 모든게 틀려먹긴 했었다. 그런 덩치큰 녀석이 난리를 피우는데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찌 눈치 채지 못할까? 하지만 폭탄을 터트린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 줄 이유도 없었다.

  뒤따라오는 무장한 수사들과 언제 닥칠지 모를 군대를 피해 시내까지 도주해야 했다. 거기다 다들 탈취한 에테르 장비를 꾸러미를 하나씩 짊어진데다 나이도 40대가 넘었다. 체력적으로도 5, 6킬로 되는 거리를 도보로 안전하게 주파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었다.

  5분 넘게 정신없이 달리자, 적어도 불탄 들판은 지나올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나야 할 길의 2할 정도를 지나온것에 불과했다.

  곳곳에 세워진 에테르 응집기에서 흘러나오는 빛 때문에, 어둠 속에 모습을 숨기긴 어려웠다. 하지만 불에 타지 않은 지역으로 들어서자, 제법 키가 큰 꽃들 덕분에 완전히 모습이 노출되진 않았다. 거기다 수사들의 추적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일렀다. 멀리서 불빛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역시나 출동한 군이 슬슬 라나들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보스! 이대론 따라잡힐거야!"

 "조금만 더 가면 돼!"

 

  라나의 말대로 그들의 진행 방향 쪽으로, 커다란 사각형의 물체가 들판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트럭이었다. 하지만 저 트럭으로 도주해봤자 군의 추격을 따돌리는 건 힘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라나는, 트럭을 향해 달려가며 롭을 불렀다.

 

 "롭! 내가 말한 건 제대로 준비해왔지?"

 "준비는 해왔는데, 이거를 설마...?"

 "잔말 말고 이번엔 좀 내 지시를 따라봐!"

 

  무언가 불만을 말하려던 롭의 입을 다물게 하고서, 라나는 앞장서서 트럭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이 트럭에 도달한 뒤에도 라나는 트럭에 올라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지시는 일행들이 생각한 것과 전혀 거리가 멀었다.

 

 "우선은 다들 장애물이 될만한 것들 옆에서 가능한 몸을 바짝 숙이고 숨어 있어! 롭! 너는 준비해놓은 걸 트럭 아래에다 장치해줘!"

 

  라나의 의도를 금방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다들 그녀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랐다. 트럭 아래로 기어들어 간 롭이 뭔가를 하는 동안, 라나는 운전석 쪽을 확인했다. 운전석에는 누가 올라타 있었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한 구의 시신이 운전사처럼 좌석에 매여져 있었다. 시신의 상태는 마치 영안실에 있던 시체를 가져온 것 마냥, 부패만 진행되지 않았지 죽은 지 며칠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시체가 썩는 냄새 대신 기름 냄새 같은 게 났지만, 라나는 그런 부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운전대은 무언가의 장치로 고정이 되어, 오로지 직진만 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거기다 시신은 발은 엑셀을 꾹 누른 채로 고정이 되어, 차의 시동을 걸고 기어만 바꾸면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싶었다.

 

 "어이! 여긴 준비가 됐어!"

 "좋아! 롭 너도 내가 아까 지시한 대로 숨어 있어!"

 

  롭은 라나의 말대로 몸을 숙이며, 꽃밭의 어두운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라나는 운전석의 문을 닫고 조수석 쪽으로 옮겨갔다. 이들의 추적하는 군 차량의 라이트가 내뿜는 빛이, 지척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트럭의 에테르 수정이 빛을 내며 회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트럭의 라이트가 전방을 비추자, 그것을 본 군 차량의 방향들이 일제히 트럭을 향하며 달려왔다.

  조수석에 앉은 라나가 기어를 바꾸자, 회전 장치의 운동에너지가 바퀴로 전달되었다. 트럭이 서서 앞으로 내달리며 점점 속도가 붙어갔다. 어차피 운전대는 고정된 상태라 라나가 굳이 손댈 필요는 없었다. 그저 빠르게 직진하는 트럭 안에서, 라나는 창문을 통해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역시 군용이 더 성능이 좋네."

 

  라나가 타고 있는 트럭도 기세 좋게 달리고 있었지만, 멀리서 달려오던 군의 차량들이 점점 다가오는 게 보였다. 라나는 혹시나 자신의 행동이 들킬세라, 최대한 트럭에 붙은 채로 창문을 통해 몸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달리는 차량에서 한쪽 팔로만 매달리고 있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기다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라, 트럭은 계속 덜컹대고 있었다. 어차피 뛰어내릴 생각이긴 했지만, 제대로 된 타이밍에 뛰어내려야지, 의도치 않은 타이밍에 떨어질 마음은 없었다.

  라나는 창문에 매달린 채로 최대한 몸을 낮췄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하며, 트럭에서 뛰어내릴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두두두

 

  멀리서 트럭을 향하여 기관총이 사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트럭을 멈추기 위해 무작정 갈겨대는 공격이겠지만, 자칫하면 거기에 맞을 위험이 있었다.

 

 "자자, 몸 사리다 황천길 가겠다, 라나."

 

  라나는 조수석 창문에게 떨어지지 않으려 꽉 붙잡고 있는 자신의 왼손을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이대로 계속 매달려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라나는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한 번 더 한 뒤, 과감하게 조수석 문을 박차고 옆으로 뛰어내렸다.

 

 "크읍!"

 

  멀쩡한 몸으로 굴렀으면 모를까, 겨우 아물기 시작한 어깨의 상처가 다시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라나는 눈물 날 것 같은 고통을 애써 삼키며, 혹여나 뒤따라 달려오는 군 차량에 밟히는 불상사를 피하고자, 열심히 꽃밭 바닥을 기어갔다.

  무장한 군인들을 태운 차량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숨어있는 라나 근처를 빠르게 지나갔다. 그 트럭엔 아무도 살아있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다는 걸 모르는 군인들은, 기관총으로 무자비한 사격을 이어갔다.

  숨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라나는, 몸을 일으키고 동료들이 있는 방향으로 조심스레 달렸다.

 

 -콰앙!

 

  그녀가 동료들과 합류할 때쯤, 멀리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꽃이 높이 치솟아 올랐다.

  자신들이 추격하던 트럭이 갑자기 터졌으니 놀랄 테지. 어떤 의미론 기관총을 열심히 쏴 대준 건 라나로선 좋은 일이었다. 그냥 달리다 터지는 것보다야, 기관총을 맞다가 터지는 게 더 그럴싸했다.

  기관총 공격에 트럭에 실어놨던 폭발물이 터졌고, 그로 인해 수도원 탈주범들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라나로선 잠깐이라도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마울 일이었다. 그렇게 잠깐이라도 추격이 멈춰준다면,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진짜 탈주 계획을 실행하면 됐다.

 

 "그래서 보스. 이제부터 어쩔 생각인데? 이대로 다시 도보로 움직인다고 해도 들킬 가능성이 있잖아?"

 "신호탄이 울렸으니 슬슬 마중 올 거야."

 

  영문을 모르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라나는 놔둔 짐을 다시 챙겼다. 어느새 멀리서 또 다른 차량이 이들을 향해 다가오자 다들 황급히 몸을 숙였다. 하지만 라나는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차의 정면에 달린 라이트의 환한 빛 말고도, 위에 달린 붉은 비상등이 눈에 들어왔다. 라나 일행 등 앞에 모습을 드러낸 차량은 다름 아닌 소방차였다.

 

 "휘유. 이거 참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네. 얼른 움직이자고."

 

  소방차의 운전석에서 소방관 옷을 입은 잭이 고개를 내밀었다. 언제 택시 운전사에서 소방관으로 직업을 바꿨나 싶었지만, 사실 그게 위장이란 걸 모를 사람은 없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한 밥은 어이없는 얼굴로 라나를 쳐다봤다.

 

 "세상에 보스. 이 짓을 하려고 들판에다 불까지 지른 거야?"

 "주의를 끌 목적도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건 다 활용해야지 않겠어?"

 

  라나가 일으킨 규모의 화재라면 인근 모든 소방서가 출동할 테고, 그렇다면 소방차 하나하나에 대해서 신경 쓸 사람도 없었다. 거기다 군과 수도원이 쫓던 침입자들은, 애석하게도 도주 중 트럭이 폭발하여 사망. 굳이 화재 현장을 빠져나가는 소방차를 검문할 이유도 없다.

  치밀하다기보단 무모한 작전이었다. 본인과 상대들까지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판을 벌여놓음으로써, 그 혼란을 이용해 탈출하려는 계략. 라나의 동료들도 그녀의 작전을 칭찬해주기는커녕, 무식하기 짝이 없다고 욕 한 바가지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여러모로 민폐를 끼친 대신에, 동료들은 누구 하나 희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서 손에 넣어야 했을 만큼, 이들이 수도원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가치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것은 블레서에 대해 잘 알던 밥도 마찬가지였다.

 

 "보스, 이번 작전의 목적이 블레서에만 있는 건 아닌 거지?"

 "응? 왜?"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둘밖에 못 쓰는 블레서 하나 얻기엔, 너무 판을 크게 벌인 게 아닌가 싶어서."

 

  어두운 들판을 가로지르는 소방차 위에서, 밥은 소방관 복장으로 위장한 동료들을 돌아봤다. 이만큼의 옷을 준비한 것도 그렇고, 짐을 숨길 수 있도록 개조한 물탱크도 보면, 짧은 시간 안에 꽤 철저히 준비했다 싶었다.

  과거 대륙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이긴 해도, 지금은 민간인에 지나지 않는 자유혁명군의 동료들이었다. 라나는 조직의 특성과 안전을 생각하여, 결코 모든 작전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작전은 평소보다 너무 각자에게 정보를 제한하고, 작전 자체도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이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도 든 의문이었지만, 밥은 이렇게까지 해야만 할 일인가 의문이 계속 들었다.

 

 "뭐, 리타에게 시켜서 블레서를 개조할 생각도 있었고. 뭣보다 네 말대로 블레서 말고도 눈독을 들일만한 물건이 있기도 했지."

 "대체, 그게 뭐길래?"

 "너한테 말해줄 거면 진작에 얘기했지."

 

  라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답했다. 밥은 축 처진 어깨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나가 저런 태도로 나온다면 어쩔 수 없었다. 라나가 동료들에게 정보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도 납득하는 바였다. 라나가 굳이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럴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고, 의문은 불필요한 호기심으로 치부해버리고 마는 게 가장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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