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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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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3 생각지 못한 재회 (3)
작성일 : 19-05-27 23:04     조회 : 79     추천 : 0     분량 : 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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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두 사제는 푸줏간 주인과 함께 우물가로 나왔다. 세 사람은 각자 놋그릇 뒤에 양초를 올려 하나씩 장갑을 낀 손에 쥐었다. 그들은 정삼각형을 그리듯 우물가 앞에 서서 양초에 불을 붙였다. 초가 머금은 은은한 꽃향기가 나풀거리는 연기가 되어 우물가를 가득 메웠다. 두 사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도의 시작을 알리는 경문에 뒤이어, 정화를 위한 기도문이 이어졌다.

 

  “지금 이곳을 지켜보는 모든 영이여, 모든 생명이여. 그대에게 구원이 있기를 바라옵니다. 이곳에 남은 모든 사특한 저주여. 그대에게도 역시 구원이 있기를 바라옵니다. 이곳에 얽힌 모든 오해와 갈등의 매듭이 풀리기를 바라오며, 그 매듭을 얽어맨 자에게도 구원이 있기를 바라옵니다.”

 

  두 사람의 기도가 끝나자 촛불에서 이어지던 연기가 은은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의식에 걸맞도록 모든 부정을 쳐내는 결계가 만들어졌다. 푸줏간 주인은 금모래를 흩뿌린 듯 반짝이는 결계를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했다. 두 사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들었으니 어린 아기 울음소리

  어둠에서 구하리라 우리 손을 잡으소서.

  빛들께서 들었으니 사로잡힌 울음소리

  슬픔에서 구하리라 그대 손을 뻗으소서.

 

  그들이 노래를 부르자 빛의 베일로 만들어진 결계가 넓게 퍼지며 반짝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물가 근처의 수풀에서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였다. 푸줏간 주인이 두려워하며 외쳤다.

 

  “저, 저 소리입니다요! 며칠 전부터 계속 들려왔던 그 소리!”

 

  던스턴은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 그 정체를 밝히려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사람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그런 것이군. 결국, 정화의 근간은 오해를 푸는 것에 있다.

 

  “그렉, 수풀 안으로 가보세요.”

 

  그렉은 던스턴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편안했다. 위험한 것은 없으리라는 확신이었다. 그렉은 결계를 쳐놓은 양초를 우물 옆에 내려놓고 가방에서 다른 초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렉이 촛불을 들고 수풀 속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푸줏간 주인이 기겁하여 놋그릇을 떨어뜨리려는 찰나, 그렉이 나타났다. 그의 품에는 검은 무언가가 안겨 있었다.

 

  “어미를 놓친 새끼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던스턴 사제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였던 것은 틀리지 않았군요.”

 

  푸줏간 주인은 순간 맥이 풀려 주저앉았다.

 

  “아이고, 그런 것이었다니. 고기 냄새가 나서 그렇게 울었던 것일까요.”

 

  푸줏간 주인의 손에 들려 있던 놋그릇이 떨어졌다. 촛불이 꺼지면서 빛의 결계가 녹아내렸다. 정화 의식은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던스턴은 양초와 놋그릇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혹 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며칠을 힘겹게 고생한 것이 눈에 보입니다.”

  “아, 잠시만 기다리시죠!”

 

  푸줏간 주인은 창고로 뛰어가 가죽 주머니에 담긴 염소젖을 접시에 담아왔다. 고양이는 힘겹게 몇 번 그것을 할짝대더니, 맛을 알았는지 소리를 내면서 먹기 시작했다. 기운을 차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전보다도 더 커지자,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꼭 닮은 검은 고양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새끼 고양이도 몇 마리가 나왔다.

 

  “일이 잘 풀린 것 같군요.”

 

  새끼를 찾느라 어미 고양이도 기운을 쇠한 것일까. 그들은 염소젖을 먹고 가까운 수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한동안은 제가 보살피지요. 푸줏간 주인이 조용히 말했다. 가까이에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 사제들도 안심이었다.

 

  “그럼 저희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렉과 던스턴은 푸줏간 주인에게 인사를 건넨 뒤, 우물가를 빠져나왔다. 우물가 근처의 높은 가지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렉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나뭇가지의 그림자만 흔들거릴 뿐이었다.

 

  “무슨 일 있나요, 그렉?”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그림자는 고양이를 쓰다듬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축하와 이유 모를 안타까움이 뒤섞인 목소리가 허공에 퍼져 사라졌다.

 

  “이제는 진짜 사제가 되었구나. 그렉 형은.”

 

  성소로 돌아오는 길목에 그들은 루카스를 보았다. 작업실에서 돌아오는 그의 모습은 늘 그렇듯 피곤해 보였다. 영감은 떠올랐지만, 작업은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렉이 인사를 전했지만, 루카스는 고개를 까딱하여 인사에 답할 뿐 무어라 말하지는 않았다.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그렉은 첫 정화 의식이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아닙니다. 던스턴 사제님께서 잘 지도해주셨습니다.”

  “별일이 없었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늦게까지 의식을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을 마중 나온 것은 캐서린과 체칠리아였다. 캐서린은 던스턴으로부터 정화 의식의 경과보고를 위해 그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체칠리아는 그렉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캐서린과 던스턴의 뒤를 이어 천천히 내려갔다.

 

  “어땠어, 첫 정화는?”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편하게 불러. 우리 둘뿐이잖아.”

  “네. 누님.”

 

  체칠리아는 그렉보다 한 살 위다. 오 년 전에 성소로 들어온 그렉과 달리, 그녀는 십 년 전에 성소로 들어왔다. 그래서 그녀는 그렉에게 편하게 부르라고 곧잘 그랬고, 그는 그녀를 누님이라고 불렀다.

 

  “누님은 정화 의식을 많이 하셨나요?”

  “물론이지. 그쪽 전문이니까.”

  “비적성 말씀이시네요.”

 

  비적성(秘蹟省), 이들은 새벽녘 교단에서 몇 안 되게 이단으로 규정하는 존재나 심각한 저주를 해결하기 위한 부서다. 체칠리아는 그곳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친 전문가다.

 

  “거기에 나는 우리 마을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적성에 자원한 거니까.”

 

  그 말에 그렉은 무어라 대답하지 못했다. 조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체칠리아가 말하는 아르티제의 오래된 문제가 조지를 흡혈귀로 만든 것일까. 그는 확신하지 못했다. 체칠리아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처음이야 던스턴 사제님께서 많이 도와주실 거야.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도 도울 거고.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피곤할 테니까 어서 가서 자는 게 좋겠다.”

  “알겠어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누님.”

  “그래, 잘 자.”

 

  체칠리아는 그렉을 그의 방으로 들여보낸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책상에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원고가 있다. 늘 그렇듯, 어떤 내용인지는 완성될 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체칠리아는 이 글이 시기적절하게 그녀의 오랜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것은 분명.”

 

  그렉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어떤 냄새를 맡았다. 죽어야 할 터인데, 죽지 못하는 깊은 저주의 냄새.

 

  “흡혈귀의 잔향이야.”

 

  체칠리아는 서랍을 열었다. 비적성에서 가져온 흡혈귀에 관한 책을 꺼냈다. 사제에게 흡혈귀가 달라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제에게 언제나 영원한 빛의 보호가 있기에 저주가 들러붙는 현상 자체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빛의 보호가 완전하지 않은 수행 사제라면.

 

  체칠리아는 다른 서랍을 열었다. 말린 꽃다발이 한 아름 있었다. 분홍색 장미, 보라색 로즈메리. 그리고 다른 약초의 다발도 그녀는 챙겼다. 충분한가. 일단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일단은 안심이다. 자신이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그렉은 안전할 것이다. 영원한 빛께서 보호하심이 완전하지 않다면 나머지는 살아있는 이들의 몫이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도, 눈살을 찌푸리며 누군가의 이름을 읊조렸다. 해묵은 증오가 담겨있었다.

 

  “에어드부르가.”

 

  아르티제에 마지막 하나 남은, 시인의 숲을 지배하는 흡혈귀. 그것의 손길이 그렉에게 닿고 있었다니. 그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흡혈귀가 아르티제에 있는 것만으로도 계약 위반이다. 흡혈귀는 믿을 수 없어.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세계 그 자체이신 원초의 빛, 원초의 빛과 함께하시는 아홉 선지자. 그리고 선지자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영원한 빛들께 아뢰오니.”

 

  그녀는 눈을 감았다. 십 년 전의 비극은 아직도 그녀의 곁에 있었다.

 

  “저에게 모든 흡혈귀를 심판하고 멸할 힘을, 응당한 복수의 권리를 주옵소서. 바라건대, 저와 같은 고통을 겪고 그 고통을 이겨낸 모든 영원한 빛들이 저와 함께해주옵소서.”

 

  그 비극이 다시 그녀의 곁에 일어나는 것은 막고 싶었다. 흡혈귀는 역시.

 

  “모든 사악한 간계와 저주로부터 우리를 구하시고, 우리가 스스로 구할 힘을 주옵소서.”

 

  멸해야 할 악이다.

 

  기도를 끝낸 체칠리아는 꽃다발들을 책상의 옆으로 치워두고 펜을 들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더욱 분명해졌다. 오랫동안 정하지 못했던 글의 제목을 그녀는 적었다.

 

  “아르티제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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