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바른 말만 하는 국민, 바른 말만 하는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국민
강자만이 사는 나라, 약자가 설 자리 없는 나라.

가장 힘 없는 사람.
돈 없는 사람.

더 힘없는 사람.

돈 없는 여자.

 
7. 모두가 위선(2)
작성일 : 18-12-24 20:33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299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예견이나 했듯이 전혀 놀라지 않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쳐다 본다. 오히려 밝은 표정에 더 가까워 보인다. 밤낮이나 주말이나 이런 말들은 아내에게 한낱 사치에 불과했다.

 이 참에 아예 전업을 했으면 하는 표정은 딱 한마디로 실망으로 가득해 버리더니 마음마저 굳어진 듯 했다.

 

 “회사 차린다!”

 

 “어떤 일인데?”

 

 “배워먹은 도둑질이 이 짓뿐인데.. “

 

 회사는 차리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굳게 만들어버린 그 표정을 누군가는 대변을 해서 조금이라도 마누라들 인상을 펴게 해줘야 할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마지막 사명감을 가지고 노조 회의에 참석한다.

 

 그는 가면을 쓰고 세상에서 가장 치졸한 짓을 하고 만다. 어차피 떠날 회사에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불만들을 그 순간만큼은 정의감으로 위장해버리고 만다. 그 가면 속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 떠나고 싶지 않은 그의 본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자! 회의 시작합시다. 올라 오신다고 고생들 많았습니다. 점점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회사도 직원들도 조금씩 양보하기를 바랍니다”

 

 각 지방 사무소 노조 대표들을 쳐다 보는 전무 얼굴이 그리 밝지 않다.

 

 은은한 미소 속에는 직원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며 조금이라도 더 급여를 인상해 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해 매출과 앞으로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을 노조원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 했다.

 

 밝은 미소에 가려진 묵직한 심적인 부담마저 전무는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벌써 힘든 협상을 예견하고 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그런 전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가물치 눈과 전무 눈이 딱 마주쳤다. 아주 잠시 마주보다가 서로 교감하는듯한 미소가 오갔다.

 

 그 교감이 무엇인지 서로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마음인지 아니면 다른 마음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전무의 주름진 이마와 흰 머리에서 가물치는 전혀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서로 부딪혀야 할 임금 협상 자리에 마주 앉은 전무의 흰머리도 주름도 오늘따라 더 많이 보였다.왠지 가슴이 찡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졌다.

 

 전봇대에 달린 신입사원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 온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 질 무렵이었다.

 

 지방 사무소 직원들은 공채나 직원 모집 광고 등 어떠한 채용 형식도 없이 그때, 그때 필요할 때 직원이나 지인의 소개로 채용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항상 지방 사무소 직원들은 영어나 외국어에 문외한 무식한 직원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어느 날 전무가 예고도 없이 영문 보고서 한 줄도 제대로 못쓰는 놈들이란 편견을 가지고 중학교 영어 문법책 한 보따리를 버스에 실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무실 문을 걷어차며 불쑥 들어왔다.

 

 그때 전 직원이 놀란 눈으로 쳐다 보기만 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직원들에게 문을 걷어 차고 들어오자마자 한 딱 한마디.

 

 “이런 무식한 놈들”

 

 작달막한 이 무례한 영감이 누구인지 전 직원이 이내 눈치를 챘다. 벌써 오래 전부터 입이 달도록 영어 공부를 하라고 전 사무소에 지시를 했다. 전 직원이 영어 학원에 갈 수 있게 회사에서 학원비 절반을 지원할 수 있게도 했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전무가 울러 맨 짐 보따리를 내리는 동시에 전 직원이 가방을 울러 매자 마자 ‘다녀 오겠습니다’하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썰물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 당시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신입사원인 가물치는 그날 밤 전무와 밤새도록 영어 문법을 가지고 ‘네가 맞다 내가 맞다’에 설전을 벌여야만 했다. 지금처럼 인터넷만 휙휙 돌아 가면 검색을 해서 설전의 시간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 날 두 사람은 밤새도록 이 문법책, 저 문법책과 사전을 뒤져야만 했다.

 

 밤새 벌인 설전의 결과는 무승부도 아닌 둘 다 포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둘 다 영어를 전공하지 않은 탓에 자동사와 타동사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사실을 새벽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보내온 영문 보고서에도 자동사와 타동사를 명확히 구분하여 영어 문법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영어로 밥 먹고 사는 나라 사람들도 자기들 문법에 맞게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만약 그 보고서가 없었다면 논쟁을 더 빨리 포기 했을 것이다. 그 보고서가 모범 답안인 줄 알고 영어 문법 책을 뒤졌는데 뒤지면 뒤질수록 두 사람의 머리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자기 나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대충 적어 보냈는데 우리가 제대로 할 이유가 없었다.

 

 결론은 ‘우리도 대충하자’ 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복잡한 한글 보고서에 비하면 영문 보고서는 양반이다.

 

 그 날 이후로 두 사람간에 통화 횟수가 많아졌다. 가물치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그런 든든한 지원군의 눈이 왠지 외로워 보였다. 책보따리를 울러 매고 지방 사무소로 강행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짐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와 이마에서 알 수가 있었다.

 

 전무의 눈은 임종을 앞 둔 할아버지가 한 푼이라도 더 손자의 손에 돈을 얹어 주고 떠나고 싶어 하는 인자한 눈이었다.

 

 그 무식한 놈들 중 한 놈이었던 가물치는,

 

 ‘나는 저 나이에 각자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회사를, 직원을 위해 내 기력을 이원화 시키고 싶지 않다. 기력을 한 곳에 집중시켜 한방에 날리련다. 길지 않은 인생을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하나에 집중하련다’

 

 그렇게 마음을 다졌다.

 

 “예! 올해는 한방이 끝내죠. 질질 끌어 봐야 시간만 낭비하는데”

 

 노조 위원장이 억지 웃음을 머금으며 지방 사무실에서 올라온 노조 대의원들 눈치를 둘러보며 웃으며 말한다. 그런 노조 위원장을 쳐다 보는 각 지방 사무실에서 올라 온 노조 대의원들의 가슴 속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찬 한숨을 노조 위원장에게로 뿜어낸다.

 

 노조 위원장을 믿지 못한다는 의사를 노조 위원장도 눈치 챘는지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실제 의사를 숨기고 있었다. 노조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진급을 눈앞에 둔 약아빠진 놈들. 진급을 위해 노조 감사를 쓴 놈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노조위원장에게 속으로는 개새끼를 되뇌며 모두들 비웃기만 할 뿐이지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17. 충전(2) 2018 / 12 / 24 34 0 2977   
16 16. 충전(1) 2018 / 12 / 24 22 0 2977   
15 15. 굴속으로(4) 2018 / 12 / 24 21 0 3041   
14 14. 굴속으로(3) 2018 / 12 / 24 18 0 3016   
13 13. 굴속으로(2) 2018 / 12 / 24 14 0 3141   
12 12. 굴속으로(1) 2018 / 12 / 24 21 0 2933   
11 11. 모두가 위선(6) 2018 / 12 / 24 16 0 2930   
10 10. 모두가 위선(5) 2018 / 12 / 24 16 0 2954   
9 9. 모두가 위선(4) 2018 / 12 / 24 16 0 3015   
8 8. 모두가 위선(3) 2018 / 12 / 24 19 0 2930   
7 7. 모두가 위선(2) 2018 / 12 / 24 17 0 2999   
6 6. 모두가 위선(1) 2018 / 12 / 24 17 0 3005   
5 5. 슬픈 현실(5) 2018 / 12 / 24 18 0 3075   
4 4. 슬픈 현실(4) 2018 / 12 / 24 21 0 3081   
3 3. 슬픈 현실(3) 2018 / 12 / 24 20 0 3112   
2 2. 슬픈 현실(2) 2018 / 12 / 24 36 0 2963   
1 1. 슬픈 현실(1) 2018 / 12 / 24 295 0 348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게발 선인장
직깨미
우리 사이 끼어
직깨미
중년의 로맨스
직깨미
그의 심장은 그
직깨미
앞으로 나란히
직깨미
찬바람 부는 날
직깨미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