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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3. 영신제(迎神祭) (7)
작성일 : 18-12-30 15:55     조회 : 81     추천 : 0     분량 : 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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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락신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티, 티브리 으뜸신녀님…… 저, 저는 아직 준비가…….”

 

  “후르, 말했잖니. 겁먹을 것 없단다. 별 거 아니야. 네 운명의 동반자를 만나러 가는 거란다. 무척이나 친절하고 상냥하실 거다. 주위는 돌아보지 마렴. 구경꾼들은 상관하지 말거라. 자, 나를 따라 길게 심호흡해보려무나.”

 

  그러나 잔뜩 겁을 집어먹은 후르의 절박함은 더없이 상냥한 티브리의 말투마저도 부족해보이게 만들 정도였다.

 

  “하…… 하지만 저는 진짜로…….”

 

  결국 보다 못한 탈루가 그에게 다가갔다.

 

  “후르, 괜찮을 거야.”

 

  “저, 정말……?”

 

  “그럼, 넌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사실 후르의 상태는 몇 마디 말로써 진정될만한 것이 아니었으나, 탈루로서도 불안해하는 친구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한 마디 거든 것뿐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후르는 탈루의 한 마디에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고, 고마워…….”

 

  그리고 잠시 뒤, 후르는 힘없는 걸음으로나마 가락신녀를 따라 막사를 떠났다.

 

  “샤가 후르의 이름을 호명하고 나면 곧바로 군중들의 환호가 이어질 거다. 너희를 응원하겠답시고 죽자고 소리 지르는 것인데 너희들은 신경 쓸 것 없단다. 그저 샤의 말에만 귀 기울이면 돼. 어쨌거나 환호가 서서히 잦아들고 나면 그때부턴 영신이 시작됐다는 의미란다.”

 

  “영신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죠?”

 

  “개개인마다 다르단다. 시작하자마자 끝날 때도 있고, 하루 온종일 걸리는 경우도 있지. 무려 삼일 밤낮 동안 계속되었던 적도 있단다. 누마 가문의 수장, 누마 메토의 영신 때였지.”

 

  휘토는 옆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언급되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티브리가 들어왔을 무렵 스치듯 보여주었던 반가움을 마지막으로 어느샌가 완전한 집중상태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탈루는 어째선지 휘토가 무엇엔가 쫓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금 환호성이 들려올 때쯤이면 우리는 후르가 어떤 신을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이 겹겹이 쳐진 막사를 뚫고 나이를 의심케 하는 샤의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난 후르!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하노니, 우리 어린 불새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를 그대들의 드넓은 우주 속에서 시험케 하소서!”

 

  이어 군중들의 함성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바야흐로 후르의 영신이 시작된 것이다.

 

  그즈음 티브리는 아이들의 얼굴에 떠오른 제각각의 서로 다른 감정들을 보았다.

 

  이난나의 얼굴엔 근심과 설렘이, 프타의 얼굴엔 유독 흥미로움만이, 탈루의 얼굴엔 특유의 담담함이 가득 차 있었다. 또한 눈을 감고 있던 휘토에게선 왠지 모를 냉엄함이 느껴졌다.

 

  ‘놀라운 아이들…….’

 

  머릿속에 수많은 위로와 격려의 문구들을 준비해두고 있던 티브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본래 영신제를 함께 치루는 아이들은 대개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메의 파동이 대상이 뿜어내는 원초적인 감정들을 끊임없이 주변으로 퍼 나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불안과 초조와 같은 감정들은 굉장히 전염성이 높아 그 공유도가 더했다.

 

  티브리는 불안 따위에 잠식당하지 않고 침착하게 눈을 빛내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불새의 앞날은 밝습니다, 샤…….’

 

  티브리의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걸쳐질 즈음이었다. 어디선가 대단히 신경질적인 소음들이 어렴풋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소리도 응원의 일종인가요?”

 

  이난나의 질문은 티브리의 미처 다 지어지지도 못한 미소를 무참히도 깨부수는 것이었다. 으뜸신녀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잠깐만 더 들어보자꾸나.”

 

  후르를 향한 환호성은 멈춘 지 오래였다. 이난나의 지적대로, 응원의 함성은 이미 다른 무엇인가로 바뀌어있었다. 께름칙한 웅성거림……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소음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찌를 듯한 고함소리가 더욱더 커져갔다.

 

  “혹시…… 후르에게 무슨 문제라도?”

 

  탈루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적으로 듣지는 못했으나 으뜸신녀의 굳어진 얼굴에서 대충 확인할 수 있었다. 후르의 영신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아마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른데…… 아니다, 아냐. 일단은 소식을 전해줄 가락신녀가 도착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때 마침 막사 밖에 있던 가락신녀가 황급히 티브리를 불렀다.

 

  “으뜸신녀님! 빨리 좀 나와 보십시오!”

 

  재빨리 밖으로 나간 티브리는 잠시 뒤, 몹시도 경직된 얼굴을 한 채 막사 안으로 되돌아왔다.

 

  “음…… 그래, 이난나. 지금 당장 밖에 있는 가락신녀를 따라 가거라. 예상보다 빨리 영신을 준비해야 할 것 같구나. 후르가…… 신을 부르는데 실패했단다.”

 

  티브리의 말에 프타와 탈루가 동시에 소리쳤다.

 

  “실패요!?”

 

  “실패라뇨?”

 

  “간혹…… 이런 경우가 있긴 하단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후르의 메가 그렇게까지…… 활발한 편은 아니었잖니. 일단은…… 그래, 이난나는 어서 가락신녀를 따라 가거라. 밖으로 나가면…… 조금 어수선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샤께서 잘 이끌어주실 거다. 행운을 빈다.”

 

  곧이어 얼떨떨한 표정을 한 이난나가 밖으로 나가자, 막사 안엔 휑한 적막만이 가득해졌다.

 

  탈루가 알기로 의식이 거행되는 도중 영신에 실패한 사례는 가장 최근의 것이 무려 120년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신의 선택과 인간의 의지가 합치되지 않아 벌어졌던 일이지, 애초에 어떠한 신도 부름에 응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실상 ‘무응답’은 도대체 언제 일어났었는지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드문 사례였다. 그리고 그렇게나 희귀한 경우이니만큼, 그 대상은 단순히 놀림감이 되는 것을 넘어 가문의 치욕으로까지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다 내 잘못이란다. 후르는 불과 삼일 전까지도 확신이 없다며 내게 상담을 해왔었어. 그때 그 애의 말을 들었었더라면…… 그냥 메의 발현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설사 학당에 몇 년 더 있어야한다 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어차피 후르는 올해 영신을 했어야 했을 거예요. 그 지독하기로 유명한 아난 포르의 손자잖아요.”

 

  프타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아난 가의 가주를 떠올린 티브리는 줄곧 참아왔던 한숨을 끝끝내 내쉬고 말았다. 오늘 이후 후르가 가문 내에서 받게 될 냉대가 자연히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제 후르는 어떻게 되나요?”

 

  “딱히 뭐 어떻게 되는 건 아니란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다시 학당으로 돌아오는 것뿐이지. 그저…….”

 

  탈루는 티브리가 얼버무린 말의 뒷부분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지독한 놀림감으로 평생을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것. 후르를 생각하니 가슴 한 편이 괜스레 갑갑해져왔다.

 

  “괜찮아요, 후르랑은 우리가 잘 놀아줄 수 있으니까요. 탈루, 그렇지?”

 

  프타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 내뱉은 말에 티브리의 눈이 한순간 크게 흔들렸다. 그 일렁임의 형태로 보건데, 그녀는 프타의 말에 감명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미간의 찌푸림 없인 단 한 순간도 제대로 마주한적 없던 프타의 커다란 초록색 눈동자를 마치 귀중한 보석이라도 되는 양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즈음 바깥에선 다시금 샤의 고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마노 이난나!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하노니, 우리 어린 불새의 운명과 기질, 그리고 의지를 그대들의 드넓은 우주 속에서 시험케 하소서!”

 

  놀랍게도 군중들은 좀 전의 낭패스런 기억은 까맣게 잊은 듯, 다시금 우렁찬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래도 장로께서 어떻게 분위기를 잘 추스른 모양이구나. 하긴 이번이 당장 늦둥이 딸의 차례이니…….”

 

  그때 문득 생각났다는 듯 프타가 중얼거렸다.

 

  “저희 어머니는 이난나가 ‘흰족제비’의 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어요.”

 

  프타의 말에 티브리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찌푸려졌다.

 

  “……유타가 장난이 심했구나.”

 

  물론 티브리 또한 비슷한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다. 멸족을 앞둔 서북쪽 일족의 갓난아이를 자신의 수양딸로 삼았다느니, 지나가던 나그네가 아이만 던져두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느니……. 아마도 그것은 ‘흰족제비’ 부부의 고령(高齡)이 불러일으킨 괴상망측한 상상에 불과한 것이었겠지만, 당시엔 꽤나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던 이야기긴 했다.

 

  어쨌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뜬소문들이 대부분 그렇듯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은 금방 잠잠해졌고, 최근 몇 년 간 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현 권력자의 뒷얘기가 재미있다곤 해도 딸에게, 그것도 딸의 친구에 관한 뜬소문을 저렇듯 서슴없이 말하고 다니다니…….’

 

  정말이지 저 기막힌 집구석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직접 들은 건 아니에요. 몰래 훔쳐들은 거거든요.”

 

  티브리의 속내를 짐작이라도 한 듯 프타가 눈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근데 저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흰족제비’님의 눈은 째졌고, 코끝도 뭉툭하잖아요. 어머니인 ‘온종일 우짖는 까치’ 역시 비슷하고요. 그런데 이난나는 그렇지 않아요. 완전히 다르게 생겼어요. 눈은 크고 동그란데다, 코끝은 날렵해요. 마치 올빼미처럼 말이에요.”

 

  “……올빼미?”

 

  “네. 그래서 말인데, 제 생각에 이난나는 왠지 밤눈 밝은 올빼미 신을 받을 것 같아요. 느낌이 와요.”

 

  티브리는 프타의 자신만만한 미소 앞에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해야했다.

 

  사실 이난나는 올빼미를 조금도 닮지 않았다. 눈이 크고 코끝이 날렵하다는 것까진 인정해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올빼미를 닮은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고양이나 여우를 닮았다고 했으면 모를까, 올빼미 앞에선 백이면 백 다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녀로선 프타가 형편없는 눈썰미와는 별개로 굉장히 좋은 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우연찮게 샤와 ‘흰족제비’간의 거래를 알아채곤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판별할 수 없었다.

 

  티브리는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대신, 보다 간단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프타! 쓸데없는 소리 말거라! 들어보렴, 벌써부터 함성이 줄어들고 있단다. 다음이 네 차례인건 잊지 않았겠지?”

 

  내심 기대했던 겁먹은 표정까진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아이의 관심을 돌리는 데엔 성공한 듯싶었다. 프타의 눈이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기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새 막사 밖은 쥐죽은 듯 고요해져있었다. 이난나의 영신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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