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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11)
작성일 : 19-01-18 21:02     조회 : 82     추천 : 0     분량 : 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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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땐 나도 이유를 몰랐단다. 하지만 이젠 조금 알 것도 같구나. 너는 네가 중심인 사람이야. 어느 누구의 영향력에도 휘둘리지 않고 홀로 고요할 줄 아는 이. 설사 그 대상이 신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중심을 지키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너이기 때문이란다. 그건 어떤 위대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이뤄내기 쉽지 않은 경지이지. 너를 볼 때마다 우리들이 차분함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너의 그 고요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을 게다. 이제 네가 특별하단 이유를 알겠니?”

 

  솔직한 심정으론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이유였다. 그러나 말을 하는 와중에도 점점 더 자신의 말에 심취해가던 티브리는 미심쩍어하는 탈루의 반응 따윈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심지어 아주 가끔은, 네가 신의 영역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단다. 아무도 없는 곳에 저만치 홀로 서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 어쩌면 그건 너의 출신 덕택일지도 모르지. 그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신께 버림받은…….”

 

  순간 흠칫해 말을 멈춘 티브리는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며 탈루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괜한 말을 해버렸어…… 마지막 말은 신경 쓰지 말거라.”

 

  “아뇨, 괜찮아요. 그게 어디 비밀인가요. 어쨌거나 특별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으뜸신녀님.”

 

  다행히 멋쩍은 침묵의 시간은 금방 끝이 났다. 밖에 있던 가락신녀가 갑자기 티브리를 급히 불러댔던 것이다.

 

  “샤의 부름이에요!”

 

  “무슨 일이죠?”

 

  “그것까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티브리가 난처한 표정으로 탈루를 돌아보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좀 있는가보구나. 잠깐 가봐야겠구나. 혼자 있을 수 있지?”

 

  “걱정 마세요.”

 

  그러고 티브리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막사 안엔 탈루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탈루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메를 관조했다. 많이 가라앉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드세게 날뛰는 형국이었다.

 

  홀로 고요할 줄 아는 이라니…… 티브리의 말을 떠올린 탈루의 입가에 슬쩍 웃음기가 머금어졌다. 지금 자신의 메는 분명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어진 운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창조신에게 양도받은 힘이 바로 메다. 탈루는 그 힘을 실재(實在)로 구현시켜줄 운명의 짝이 내려오는 날 어째서 메가 이토록 날뛰는지가 궁금했다. 단순히 신이 나서 이러는 건가? 아니면 무언가에 저항이라도 하려는 걸까?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고민과 고민이 서로 뒤엉켰다.

 

  탈루는 그전까지 힘겹게 통제하고 있던 메를 풀어놓아버렸다. 어차피 이제 막사엔 자신 외엔 아무도 없다. 자신의 날뛰는 메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일도 없는 것이다. 메가 이토록 날뛰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잡아두는 게 능사는 아닐 수밖에.

 

  통제를 벗어나 자유로이 튀어 오르는 메와는 반대로, 탈루의 의식은 점점 더 깊이 가라앉아만 갔다.

 

  메는 무엇일까? 내게 올 신은 어떠한 존재일까? 내게 주어진 운명은 어떠한 것일까?

 

  탈루는 의식 속에서 홀로 헤엄치는 것이 그다지 불쾌하지 않다는데 놀랐다. 메가 그토록 날뛰었던 이유도 실은 메의 통제에 지친 이가 스스로를 의식 안으로 밀어 넣게 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옳고 그름도 없고, 잘잘못도 없다. 그저 편안하고 자유로운 유영이었다.

 

  그러다 문득, 탈루는 ‘엊저녁에 잠든 신’에 대해 떠올렸다.

 

  그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호수는 그가 어릴 적부터 뛰놀던 놀이터였다. 편히 쉴 수 있는 쉼터였고, 보금자리였다.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를 입었을 때, 얼굴도 모르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칠 때마다 탈루는 잠든 신을 찾아가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몇 달씩 자리를 비우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곁을 지켜준 것도 ‘잠든 신’이었고, 외로움에 울적해질 때마다 그를 위로해준 것도 바로 그 잠꾸러기 신이었다. 때문에 프타가 우스갯소리로 그에게 ‘잠든 신’을 받게 될 거라 말했을 때도 탈루는 그것을 진심으로 바랐을 정도였다.

 

  영신을 앞두고 ‘잠든 신’이 떠오른 까닭은 명백했다. 날뛰는 메, 어수선한 주위, 혼잡한 감정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두려움, 사람들의 시선…… 그만큼 호수의 고요함이 절실했기 때문이리라.

 

  탈루는 ‘잠든 신’과 함께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호수의 곁에 있을 때 그는 평온할 수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검디검은 호수가 안개처럼 펼쳐졌다.

 

  ‘한 번 잠기어볼까?’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끌어당겨지기라도 하듯, 탈루의 몸이 ‘잠든 신’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현실에서와 같이 상상 속에서도 잠꾸러기 신의 속은 검었다. 그러나 퍽 안락하기도 해서, 탈루는 그곳에서 금방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해…….’

 

  고요한 호수 속에서 헤엄치던 탈루는 서서히 잠든 신과 하나가 되어갔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이 흘렀다.

 

 

  *

 

 

 

  일어나!

 

  일어나 탈루!

 

 

  어디선가 자신의 단잠을 훼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 싫어 귀를 막아보려 했지만 웬일인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용히 하라 말하려 해도 입이 말을 안 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끈질기게 탈루를 괴롭혔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으음…….”

 

  간신히 뜬 실눈 사이로 뿌윰한 노란빛이 따끔히 고개를 내밀었다.

 

  “호아 탈루! 어서 일어나!”

 

  누군가 자신을 깨우고 있었다. 웬일인지 무척이나 긴박한 목소리였다.

 

  “……으뜸신녀님?”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시간이 많이 흘렀단다. 이제 네 차례다 탈루. 준비는 됐니?”

 

  그제야 탈루는 아직 영신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당장 자신의 차례를 준비해야할 상황이었다.

 

  “……휘, 휘토는요?”

 

  탈루의 물음에 티브리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흡사 놀잇감을 발견한 프타의 얼굴을 보는 것만 같았다.

 

  “휘토의 영신 결과를 대기 중인 네게 알릴 수는 없다. 일족의 원칙을 잊은 거니?”

 

  “하…… 하지만!”

 

  탈루의 억울하다는 표정에 티브리의 입꼬리가 조금씩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가득 찼다.

 

  “걱정 마려무나. 불새일족은 2000년 만에 제 어미를 맞이했으니까.”

 

  “그…… 그럼 정말로?!”

 

  “그만! 이제 네게만 집중하도록 해라. 준비됐니? 네가 마지막이니 이번엔 나와 함께 가자꾸나. 밖은 조금…… 시끄러울 거다.”

 

  티브리 으뜸신녀를 따라 막사 밖으로 나선 탈루는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온 사방이 비산하는 불꽃의 새들로 빽빽이 뒤덮여있었던 것이다. 놀라 입이 쩍 벌어진 탈루의 귀로 티브리의 나직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러다 온 숲이 다 타버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들도 모두 다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이들은 술과 흥에 취해 알아듣기 힘든 노래를 꽥꽥대며 부르고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휘토의 이름을 끊임없이 연호하고 있었다. 춤을 추는 사람들, 불꽃을 흩날리는 사람들, 눈물을 흘리며 신께 감사드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란도 그런 소란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주변은 신경 쓰지 말거라.”

 

  제단까지의 거리는 꽤나 멀었다. 티브리가 신경 써 길을 안내해줬음에도 탈루는 흥에 취한 세 명의 노래쟁이와 두 명의 춤꾼, 그리고 네 명의 주정뱅이를 맞닥뜨려야 했다. 길의 통제를 맡은 가락신녀들이 모두들 자리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밥버러지들 같으니라고! 영신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탈루는 자신을 위해 분노하는 으뜸신녀가 고맙긴 했으나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려 2000년을 기다려온 일이 아니던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이가 하나라도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판이었다.

 

  “차라리 잘됐죠 뭐. 다 죽어가는 분위기에서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미안하구나, 탈루…… 샤께서 잘 통제해주실 거다.”

 

  “으뜸신녀님이 미안해하실 게 뭐가 있어요. 저도 기분 좋아요. 어쨌거나 휘토가 결국 해냈군요.”

 

  “아직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란다. 휘토는 휘토고 너는 너야. 너의 메 역시도 제 신을 만나길 고대하고 있을 거다. 네 자신에 집중해라, 탈루. 저기 샤가 보이는구나.”

 

  티브리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붉은 깃털이 어지러이 수놓아진 모자를 쓰고 있는 한 늙은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탈루를 보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여기까지란다. 마음 굳게 먹고 네 신을 만나러 가거라. 행운을 빈다. 부디 운명의 주인께서 너와 함께 하시길…….”

 

  “티브리 으뜸신녀님, 고마워요. 잘…… 하고 올게요.”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흔드는 으뜸신녀를 뒤로한 채, 탈루는 천천히 제단 위로 올라섰다.

 

  아직까지도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성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탈루는 괘념치 않았다. 제단 위에 있던 늙은 여인만은 한시도 빼놓지 않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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