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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2)
작성일 : 18-12-28 20:19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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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것 좀 봐! ‘울부짖는 회색 곰’이야!”

 

  “저기 ‘휘감아 죽이는 뱀’도 있어!”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일족의 유명인사들이 축일(祝日)을 맞아 대거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영신제가 일족 최대의 행사라곤 하나, 홀로 수련을 한다거나 별도의 임무를 수행중인 이들까지 모두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요괴 퇴치나 신수(神獸) 사냥에 나선 이들은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 전엔 웬만해선 돌아오지 않았기에, 이렇듯 유명한 사냥꾼들과 모험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욱이 이번 영신제엔 외부인사들의 얼굴도 제법 섞여있었다.

 

  바로 지척에 있는 거북이일족에선 무려 다섯의 으뜸신녀가 포함된 사절단을 보내왔고, 늑대일족과 독수리일족, 불곰일족, 고래일족에선 각각 두 명의 으뜸신녀와 다섯의 사냥꾼들로 구성된 사절단을 보내왔다. 또한 중앙숲에서 파견한 사절단도 곧 도착한다는 전갈이 와있는 상태였다.

 

  “세상에…… 저 사람 혹시 그 ‘백호랑이’ 아니야?”

 

  그리고 그 외부인사들 중 단연 많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던 이는 눈처럼 하얀 백발을 가진 한 거구의 사내였다. 흡사 두 발로 다니는 대호를 연상케 하는 그의 등장에 뭇 사람들이 눈을 빛냈던 이유는 비단 그 눈에 띄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내의 이름은 바얀 차간. ‘구름을 짓누르는 백호랑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대략 30년 전 동물계 신들의 정점인 ‘백호랑이신’을 받은 이래로 동쪽일대를 주름잡는 사냥꾼으로서 대단한 명성을 떨쳐온 인물이었다.

 

  “하다하다 저 백호랑이까지 오다니…….”

 

  여느 때보다 몇 배는 더 시끄럽고 활달한 제의현장을 돌아보며 티브리 으뜸신녀는 석연찮은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이상하단 말이지…….”

 

  올해 특히 더 많은 외부인사들이 찾아온 까닭은 명백했다.

 

  누마 휘토.

 

  ‘세상을 토해낸 불새’ 이후 2000년 만에 나타났다는 불새의 후계자는, 10년 전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줄곧 일대의 주요 관심대상 중 하나였다. 비로소 귀가 따갑게 들어온 새로운 영웅의 탄생(혹은 몰락)을 맞이하게 된 순간이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불새일족과 오랜 세월 경쟁구도에 있던 거북이일족에서도 때마침 500년 만에 ‘해신’을 받은 이가 등장하지 않았던가.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겐 쉬이 참아낼 수 없는 유혹이었으리라.

 

  “백호랑이에, 황색여우, 붉은개…… 변방의 오소리일족도 몇 보이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이것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영신제는 모든 일족들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이다. 어느 일족에게나 기대주는 있고, 그 기대주가 일족의 기대를 배반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불새란 근원신(根源神)의 이름값이 있다고는 하나, 어느 일족의 설레발일 수도 있는 일에 저 정도나 되는 유명인사들이 대거 몰려온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티브리의 위화감을 조성했던 것이 단순히 방문객의 수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기이할 정도로 낯선 향을 풍기는 이들의 존재였다.

 

  티브리는 제단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외진 곳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할멈, 방금 전 냄새 맡아본 적 있어?”

 

  티브리가 혼잣말을 하자, 놀랍게도 허공 언저리에서 조그맣게 대답이 들려왔다.

 

  “어디보자…… 이건 남쪽……의 토지신인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만.”

 

  “남쪽? 확실해?”

 

  “헐헐, 가물가물해서 원…… 글쎄다…….”

 

  티브리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가물가물한 것은 그녀의 기억력이 아니라 후각의 민감도일 것이다. 너구리할멈은 가진 지식은 대단했으나 감각의 혼동이 너무나도 잦았다. 요즘엔 동쪽일대 일족들의 메와 중앙숲 일족들의 메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누군가 자신의 메를 위장하고자 마음먹는다면, 할멈의 후각만으로는 알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별 일일까, 별 일이 아닐까.”

 

  티브리는 고민에 잠겼다. 빠르게 판단해야 했다. 남쪽…… 혹은 서북쪽의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 아니, 어쩌면 그뿐이 아닐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메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들도 몇 존재했다. 불새일족 으뜸신녀의 감각을 피해 메를 숨길 수 있을만한 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저들은 애초에 메의 발현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별 일일까, 별 일이 아닐까.”

 

  중앙숲, 남쪽, 서북쪽, 그리고 북쪽의 버림받은 자들까지. 그저 지나가던 구경꾼이라 치부하기엔 퍽 대단한 조합이었다. 더군다나 중앙숲을 제외하곤 전혀 교류도 없던 이들이 아닌가.

 

  “별 일일까, 별 일이 아닐까.”

 

  샤에게 보고해 지침을 하달 받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제례를 주관하는 샤의 경우, 온종일 정신없이 바쁘다. 신을 받게 되는 아이들보다도 바쁜 이가 바로 샤였다. 당장은 숨 돌릴 틈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결정해야했다.

 

  티브리는 판단을 미뤘다. 가진 정보가 너무 적었다. 별 일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무시하기엔 위화감이 거셌다.

 

  “할아범.”

 

  티브리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어디에서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할아범?”

 

  “…….”

 

  “할아범!”

 

  “…….”

 

  기어이 티브리의 화가 폭발했다.

 

  “빨리 나와,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그러자 잠시 뒤, 허공 어딘가에서 갑작스레 짜증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또 뭐야!?”

 

  “해줄 일이 있어.”

 

  “아니, 지금 너무 부려먹는 거 아냐? 아까 그 뚱뚱한 멧돼지 녀석 잡아두느라고 아직도 삭신이 쑤셔댄다고!”

 

  “조용히 하시고, 주위 돌아다니다 보면 메에서 낯선 냄새가 나는 녀석들이 몇 있을 거야, 동쪽 출신이 아닌 이들. 찾아다가 계피가루를 슬쩍 묻혀놔. 언제라도 위치를 알 수 있게. 들키면 안 돼. 할 수 있지?”

 

  그러나 너구리영감은 영 아니꼽다는 듯 구시렁거릴 뿐이었다.

 

  “어쩌다 공경심이라곤 개구리 똥만큼도 없는 인간이랑 엮여선…… 아이고, 너구리 신이시여. 당신의 이 늙은 자식을 가엽게 여기시어 하루 빨리 이 괴팍한 인간이랑 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또 저 늙은 할멈이랑도…….”

 

  “알겠으니까 그만 조용히 좀 해! 절대로 들켜선 안 돼. 일족 안에서 너구리 신을 받은 이는 나 하나뿐이야. 혹시라도 들킨다면 내가 염탐을 하고 다녔다는 소리가 돌 거야. 그럼 샤께서 매우 곤란해지시겠지…… 어쨌거나 조심 또 조심이야! 일단은 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인간부터 먼저 따라…… 이런, 빨리 출발해! 어서!”

 

  황급히 너구리영감을 쫓아 보낸 티브리가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에, 누군가의 간들거리는 목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왔다.

 

  “오! 드디어 찾았네요, 티브리. 축제가 한창인데 아이들 관리를 맡으신 학당관리자께서 이런 외딴 곳에 홀로 계시다니…… 혹, 몰래 맛있는 거라도 잡수고 계셨던 건가요?”

 

  티브리를 찾아온 이는 하양과 빨강이 뒤섞인 요란하기 짝이 없는 무복(巫服)차림의 굉장히 후덕한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혼자 말하고 혼자 웃었지만 전혀 무안함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알만 모고이…… ‘구름여우’께서 어쩐 일로 저를?”

 

  “그야 물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지요! 우리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의 시원스런 대답은 티브리의 의문을 해소시키는데 하등의 도움도 되질 않았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과 어떠한 관련도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계신 분들이 워낙에 체면을 중시하는 분들이라 말입니다…… 묻고픈 말은 많은데 굳이 꾹 참고들 계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별 수 없이 제가 움직인 것이죠.”

 

  “혹…… 가문의 수장들과 함께 자리하고 계신 겁니까?”

 

  “몇 분 안 계시긴 하지만요.”

 

  티브리는 활짝 웃음 짓는 뚱뚱한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귀찮게 됐군.

 

  “죄송합니다만,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로 가봐야 돼서요. 아시다시피 영신제의 진행은 학당관리자의 주관 하에 있는지라.”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만…… 잠깐 들리셔서 몇 마디 나누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요? 잔뜩 긴장들 하고 계신 모습이 제법 볼만하답니다.”

 

  당장 가봐야 한다는 건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샤의 제무(祭舞)가 끝나는 즉시 영신을 위한 준비에 돌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의식을 앞두고 겁먹고 있을 아이들을 다독이는 것도 그녀에게 부여된 임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흰족제비’께서도 으뜸신녀님이 오시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순간 티브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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