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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2. 영신제(迎神祭) (1)
작성일 : 18-12-27 19:03     조회 : 78     추천 : 0     분량 : 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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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족의 터전을 굽어보는 ‘엊저녁에 잠든 신’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늘 고요한 경내를 유지하려 노력해온 불새일족이지만, 오늘만큼은 저 잠꾸러기 신에게도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바야흐로 일족의 제일(祭日)중, 가장 유서 깊고 성대한 행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제 위치로!”

 

  샤의 호령에 따라 제단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열두 명의 가락신녀들이 동, 서, 남, 북 사방위에 각각 세 명씩 자리를 잡고 섰다. 그들 앞엔 속이 빈 통나무에다 산양의 가죽을 덮어씌워 만든 커다란 북들이 여럿 놓여있었다. 북채를 잡은 가락신녀들의 손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자, 이어 지팡이를 쥔 샤의 손이 크게 허공을 갈랐다.

 

  “출(出)!”

 

  둥. 둥. 둥. 둥…….

 

  영신제의 개막을 알리는 웅장한 북소리가 온 숲속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제단 주위를 가득 메운 일족들의 함성이 우레와 같이 진동했다.

 

  “불꽃을 준비하라!”

 

  샤가 소리치자 제단 뒤편에서 대기 중이던 일단의 무리들이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커다란 횃불을 손에 든 채 경건한 표정으로 자리한 그들은 다름 아닌 불새일족의 불지킴이들이었다.

 

  불꽃을 띄우는데 굳이 그들의 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나, 불새일족의 36대 샤 다모 갈마리는 언제나 불지킴이의 불을 전달받기를 고집했다. 그들 역시도 일족의 일원으로서 대우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지킴이들에게서 불을 전달받은 이는 풍성하기 이를 데 없는 새빨간 머리카락을 길게 땋아 내린 거한이었다. 거대한 풍채와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에 어울리지 않게 매우 곱상한 얼굴을 가진 그는, 그에게 불을 건넨 늙은 불지킴이에게 목례를 한 후 천천히 제단 위로 올라섰다.

 

  불을 들고 올라온 빨강머리 거한에게 샤가 조용히 속삭였다.

 

  “메토, 고마워요. 하늘을 뒤덮을만한 불길은 아무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니…… 누마 가문의 수장께 수고를 끼치게 되었군요.”

 

  “별말씀을. 아들 녀석이 참가하는 영신제입니다. 저로써도 영광입니다.”

 

  샤와의 짤막한 대화를 끝낸 뒤, 누마 메토는 제단의 중심부로 걸음을 옮겼다. 불새의 모습이 양각된 원형의 돌판 위에서 그는 손에 든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다.

 

  “화염을 희롱하는 도마뱀이시여, 당신의 불꽃을 빌려주십시오.”

 

  곧이어 메토의 손에서 튀어나온 자그마한 도마뱀 형상의 불꽃이 횃대 위의 불을 날름 삼켜버리더니, 천천히 그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네 개의 발은 두 개의 날개와 두 개의 다리로, 둥그런 머리는 새의 그것처럼 뾰족하게 변했다. 팔뚝만 했던 크기도 사람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메토가 소환한 불도마뱀은 어느새 쉼 없이 타오르는 거대한 불새로 변해있었다.

 

  “메토, 서둘러 불새의 상승을!”

 

  샤의 외침을 들은 메토가 손짓하자 불새가 천천히 날갯짓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지는 않았으나 제단 위에 있던 모두가 공기의 떨림을 느꼈다. 조용히 타오르던 불새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허공으로 제 몸을 띄웠다.

 

  “어허, 메토! 무슨 불새가 저렇게 조그매? 힘 좀 더 써보라고!”

 

  군중 속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치자 메토가 씩 웃으며 큰소리로 화답했다.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었습니다, 하르디!”

 

  그 순간 메토의 손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놀랍게도 두 개의 커다란 불덩어리로 변했다. 그는 그 불덩어리들을 허공에 떠있는 불새에게 겨눈 다음, 냅다 집어던졌다. 그러자 불새가 입을 쩍 하고 벌려선 그 불덩어리들을 한 입에 삼켜버렸다.

 

  “저기 봐! 커진다!”

 

  메토가 던진 불덩어리를 먹은 불새는 허공에서 점점 더 그 크기를 불려가더니 이내 날개 하나로 사람 서넛 정돈 손쉽게 가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해졌다.

 

  “한 번 더!”

 

  큰소리로 외친 메토가 곧이어 두 개의 불덩어리들을 더 던져주자 불새는 이제 온 하늘을 다 가려버릴 정도로 성장했다.

 

  “날아라!”

 

  메토의 명령을 들은 불새가 군중을 향해 한 차례 포효를 내질렀다. 하늘을 뒤덮은 장대한 불새의 위용에 사람들의 눈이 경이로 물들어갈 즈음, 그것이 세차게 날갯짓하며 하늘로 치솟았다.

 

  “가락신녀들은 북을 멈추지 말라!”

 

  둥. 둥. 둥. 둥…….

 

  “제물을 대령하라!”

 

  샤의 명령에 따라 티브리 으뜸신녀가 거대한 멧돼지 한 마리를 이끌고 제단 위로 올라섰다.

 

  “크다!”

 

  “우리 집 뒤뜰 창고를 부숴버린 게 바로 저놈이라고!”

 

  실로 엄청난 덩치의 멧돼지였다. 높이는 사람의 키를 넘어설 정도에, 길이는 사람 둘을 일렬로 뉘여도 닿을락 말락할 정도였고, 또한 걸을 때마다 지면이 쿵쿵 울릴 만큼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닌 놈이었다.

 

  지난 석 달 동안 무수히 많은 가옥들을 부숴댄 탓에 ‘말썽꾼’이라 불리게 된 이 적갈색의 멧돼지는, 결코 작달만한 여성의 손에 이끌려 다닐 만한 덩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으뜸신녀의 손아귀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티브리, 말썽꾼을 풀어놓으세요.”

 

  샤가 품에서 자그마한 단검을 꺼내들며 말했다. 단검의 자루엔 일족의 상징인 불새가 조각되어 있었다.

 

  “가죽이 두껍고 힘이 대단히 센 녀석입니다. 주둥이와 뒷다리는 묶어두겠습니다.”

 

  “괜찮아요. 홀로 대적하지 않으면 신들께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실 겁니다.”

 

  티브리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제단 위에서 샤의 말은 신의 말과 다름이 없다.

 

  그녀는 조심스레 말썽꾼의 몸을 묶어두고 있던 메를 풀었다. 그 순간 수염이 허옇게 센 엄청나게 늙은 너구리 한 마리가 멧돼지의 등 위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엉? 갑자기 왜?”

 

  “잔말 말고 들어가 어서!”

 

  늙은 너구리는 티브리의 말 한 마디에 인상을 팍 찌푸리곤 곧 다시 머리를 긁적거리며 사라졌다.

 

  “꾸륵?”

 

  움직임을 옭아매고 있던 힘이 사라진 걸 깨닫곤 의아해하던 것도 잠시, 멧돼지는 곧바로 머리를 돌려 눈앞의 늙은 여인을 증오스럽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말썽꾼이 지금껏 자신을 구속시키고 있던 으뜸신녀 대신 샤를 적대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의 눈이 녀석을 향해 짙디짙은 살기(殺氣)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 흑-.”

 

  말썽꾼이 콧김을 세차게 내뿜으며 몸을 낮췄다. 공격 직전의 자세였다. 샤는 잠시간 호흡을 가다듬곤 가슴 높이로 단검을 들어 올렸다.

 

  “가락신녀들은 북채를 놓지 말라!”

 

  둥. 둥. 둥. 둥…….

 

  “미안하구나. 우리의 어린 새들을 날게 하기 위해선 네 피가 필요하단다.”

 

  샤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분노한 말썽꾼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집채만 한 멧돼지의 습격에 샤의 노구(老軀)가 그대로 으스러질 것만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좌중은 고요했다. 그들은 샤를 구하러 달려 나가는 대신, 무언가를 열망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말썽꾼이 샤의 코앞에 당도했을 때였다. 그녀의 몸이 일순간 땅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아니야, 위다! 하늘이야!”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말썽꾼만이 샤의 위치를 포착하지 못했다.

 

  가엾은 멧돼지가 갑작스레 사라진 적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무렵, 연한 하늘색의 날개를 달고서 하늘 높이 치솟았던 샤가 곧 다시 맹렬한 기세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즈음엔 말썽꾼 역시 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미 너무 늦은 다음이었다. 머리 위로 날아든 이상스런 존재에 말썽꾼의 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샤의 단검이 말썽꾼의 머리를 갈랐다.

 

  “꾸익!”

 

  말썽꾼의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머리에서 분수처럼 솟구친 피가 일족들의 연호를 이끌어냈다. 제단에 흩뿌려진 피는 돌바닥에 양각된 불새를 선홍색으로 물들였다.

 

  “샤! 샤!”

 

  “샤! 샤!”

 

  “가락신녀들은 소리를 더하라!”

 

  둥. 둥. 둥. 둥…….

 

  이어 피를 뒤집어쓴 샤가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자, 곧 모두가 들떠 소리를 질러댔다. 하늘 위의 불새도 포효했다.

 

  “세상의 모든 신들께 고하노니!”

 

  “우! 우!”

 

  “우! 우!”

 

  “우리의 어린 불새들을 그대들의 운명 안에 머물게 하소서!”

 

  “우! 우!”

 

  “우! 우!”

 

  “가락신녀들은 북을 멈추지 말라!”

 

  둥. 둥. 둥. 둥…….

 

  하늘을 부유하는 불새와 심장을 고무시키는 북소리의 향연, 그리고 그 중심에서 신을 부르기 위한 핏빛 제무(祭舞)를 추는 샤. 바로 지금, 불새일족의 영신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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